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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76화
PAYLUA ORIGINAL · 제76화

76화. 사라진 서른두 번째 의자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66자

오프라인 책장
비가 그친 다음 날, 칠성 경매원의 객석에는 한 개의 의자가 사라져 있었다. 문제의 의자는 중앙 통로 세 번째 줄 맨 끝에 놓였던 것으로, 어제 비구슬이 낙찰될 때까지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다. 윤담이 직원에게 확인시켰을 때 객석 배치도에도 의자 서른두 개가 표시돼 있었다. 그런데 수리 점검을 마친 아침에는 서른한 개뿐이었다. 직원들은 어제 물 때문에 옮겼을 거라고 말했지만, 누가 어디로 옮겼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의자 하나 훔쳐 가려고 이 비싼 경매원에 들어온 도둑이 있다고요?” 라일이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진혁은 그의 표정을 보고 웃었다. “도둑으로서 자존심이 상합니까?” “저라면 의자를 훔치더라도 적어도 의자 밑에 감춘 금화를 먼저 찾아봤을 겁니다.” “아, 그건 자존심 문제가 아니군요.” 사람들은 장난처럼 말했지만, 카렌은 곧 표정을 굳혔다. 의자가 없어진 사실보다 더 이상한 건 좌석 판매 기록이었다. 전날 저녁 경매 기록에는 세 번째 줄 끝 좌석에 손님 한 사람이 앉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입장권 원부에서는 그 사람이 사라져 있었다. 바로 위와 아래 번호는 이어져 있었지만, 사이 한 줄만 새로운 잉크로 덮여 있었다. “좌석을 없애면 그곳에 앉았던 사람도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네요.” 카렌이 말했다. 윤담은 좌석 관리 책임자를 불러 명부를 보전하게 했다. 객석 입장과 낙찰 대금 결제는 다른 기록이었다. 누구든 표를 사서 구경할 수 있지만, 물건을 사려면 신원과 예치금을 확인해야 했다. 문제의 손님은 입찰 기록에 등장하지 않았다. 즉 그가 누구였는지 확인하려면 매표 서류와 경비 일지를 찾아야 했다. 진혁은 관리인과 함께 좁은 출입 통로를 걸었다. 벽에는 어제 비로 젖은 흔적이 남았고, 바닥에 깔린 붉은 양탄자에서는 아직 축축한 냄새가 났다. 객석 뒤쪽의 비상구가 열리자 차가운 아침 공기가 들어왔다. 계단 밑에는 못과 부러진 나무 조각이 담긴 자루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수리하는 동안 의자를 분해한 것처럼 보였다. “이 자루, 누구 것이죠?” 관리인은 난처하게 대답했다. “어제 야간 수리조가 쓰던 겁니다. 명단을 찾아보겠습니다.” 라일은 자루 가장자리에 묻은 회색 실을 발견했다. 그는 손대지 않고 곁에 있던 카렌에게 보여 주었다. 실은 전날 경매원 문서실의 방울 경보 장치에 쓰였던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길이와 염색 방식이 흔한 재료라 일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누군가 흔적을 남긴 척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일이 말했다. “도둑은 보통 똑같은 실을 두 번 쓰지 않거든요.” “아까부터 도둑이라고만 이야기하네요.” 진혁이 지적했다. “제가 아는 직업이니까요.” 윤담은 사라진 의자의 재고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객석 뒤쪽의 낡은 가구 목록을 펼쳤다. 경매원에서는 의자도 평범한 가구가 아니었다. 매년 높은 값의 유물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의 사고를 막기 위해 좌석의 위치와 내구성을 검사했고, 마법 오작동으로 누군가 넘어지거나 흩어진 유리에 다치면 어떤 장비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했다. 그 때문에 의자 밑면에는 나무로 된 자산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 진혁은 번호표가 지워진 부분을 발견했다. 번호를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었지만, 한쪽 모서리를 사포로 문질러 마지막 숫자만 흐리게 만들었다. 그는 다른 의자의 번호표와 잉크 농도를 비교해 보았다. 오래되어 닳은 흔적과 누군가 최근 지운 흔적은 엇비슷해서 바로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관리자에게 문의할 충분한 이유는 됐다. “저희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찾는 중이지, 의자 범인을 잡는 중은 아닙니다.” 카렌이 직원들에게 말했다. “어제 수리 작업을 한 사람이 혹시 자신이 잘못한 줄 알고 숨기고 있다면, 불필요한 처벌 걱정부터 하지 않게 해 주세요.” 그 말에 어린 청소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어제 비가 새기 시작했을 때 손님 한 명이 통로를 막고 서 있었다고 했다. 청소 담당자는 그 사람에게 비켜 달라고 부탁했지만, 손님은 빈 좌석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자리는 이미 팔렸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무슨 뜻인지 묻자 그는 웃기만 했다고 했다. “그 손님 얼굴은 기억합니까?” 진혁이 물었다. “기억이 잘 안 나요. 젖은 모자를 깊이 눌러썼어요. 그런데 장갑에서 약초 냄새가 났어요. 엄마가 감기 걸렸을 때 끓여 주던 아주 쓴 약초요.” 윤담은 즉시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 약초는 화령 어디서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진혁은 아이가 기억하는 냄새를 기록하게 했다. 장갑을 낀 사람이 의자를 팔린 물건처럼 말했다는 사실이 특이했다. 의자 하나를 유물처럼 다루는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청소 담당자는 일을 마친 뒤 집에 가야 한다며 서둘러 도구를 챙겼다. 진혁은 그가 밤에 혼자 돌아가지 않도록 경매원 관리인에게 통로 경비를 부탁했다. 감정 과정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직원의 하루를 망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이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거대한 경매원의 은테 아래에서는 누가 가장 작은 사람처럼 취급되는지 새삼 생각했다. 라일은 오래된 도면을 조사하던 중 객석의 나무 구조가 몇 차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거 이 객석은 작은 강당이었고, 지금보다 출입구가 하나 더 있었다. 경매원은 보안을 이유로 그 문을 막았지만, 문틀의 흔적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진혁 일행은 문 뒤쪽에서 발견된 먼지 발자국도 조사 기록에 추가했다. 발자국은 두 종류의 신발 바닥 무늬가 섞여 있었으나, 언제 남은 것인지 확정할 수 없었다. “누군가 숨어 있었던 걸까요?” 라일이 속삭였다. “가능성은 있지만, 수리공이 다닌 길일 수도 있어요.” 카렌이 말했다. “먼저 허가된 공사 명단과 맞춰 봅시다.” 라일은 구두를 내려다봤다. 그 자신의 신발 바닥 무늬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 과거에는 자신을 항상 도둑으로 보았고, 지금은 같은 흔적을 보고도 여러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에 남았다. 늦은 오전, 문제의 좌석에 앉았던 사람을 본 증인이 나타났다. 입장권을 검사하던 견습 직원 미호였다.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소녀는 젖은 외투를 부끄럽게 잡아당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흰 장갑을 낀 분이었어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몰랐습니다. 표를 두 장 샀지만 혼자 들어오셨고요.” “왜 두 장을 샀죠?” 카렌이 물었다. “한 장은 빈 의자에 놓겠다고 했어요. 동행이 늦는 줄 알았는데, 경매가 끝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진혁은 윤담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는 의자 한 개와 그 자리에 앉은 손님만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애초에 그 자리는 두 사람의 좌석으로 예약됐을 수도 있었다. 미호는 매표대 뒤 상자에서 잘려 나온 표꼬리 몇 장을 찾아왔다. 이름 대신 숫자가 적힌 일반 관람권들이었다. 문제의 좌석에서 발견된 표꼬리는 끝부분이 깨끗하게 잘린 형태였다. 덧댄 흔적은 없었다. “여기 보세요.” 진혁이 말했다. “잉크가 번진 걸 보니 두 번째 표는 어제 비가 들어왔을 때 바닥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번호가 없네요.” 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번호를 손으로 적었는데, 어제 오후부터 기계로 찍었습니다. 이 표는 앞쪽 양식 같아요.” 윤담은 매표대의 시간 기록을 확인했다. 번호를 찍는 장치는 어제 오후에 고장 나 교체됐다고 적혀 있었다. 누군가 실제로 표를 사서 들어온 것은 맞지만, 정확한 구매 시각은 두 자료가 맞지 않았다. 그때 경비원이 돌아왔다. 사라진 의자는 지하의 오래된 수리창고에서 발견됐다. 나무다리 하나가 부러져 수리를 위해 옮겨졌다는 보고서가 붙어 있었다. 보고서에는 관리인의 서명이 있었다. 그런데 그 관리인은 전날 병가를 냈다. “서명 위조군요.” 카렌이 말했다. “위조라고 단정하기 전에 본인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윤담이 답했다. “다만 담당자가 그날 근무하지 않았다는 건 검증 가능합니다.” 일행은 창고로 내려갔다. 벽돌 아치 아래에는 오래된 공연용 무대 장치와 접이식 의자들이 쌓여 있었다. 건조한 먼지에 섞여 어제 들어온 빗물 냄새가 남아 있었다. 문제의 의자는 다른 가구보다 깨끗했고, 앉는 부분의 직물에는 누군가 작은 칼로 실을 뜯어 낸 자국이 보였다. 라일이 양탄자 조각을 뒤집었다. 의자 밑면에는 못으로 고정된 얇은 종이판이 있었다. 윤담이 직원에게 정식 기록 사진을 찍게 한 뒤 판을 분리하자, 그 아래에서 짧은 문구가 나타났다. ‘제8감정인석. 출석 확인 대기.’ 정유라가 보여 준 옛 규정집에는 여덟 개의 서명 칸이 있었다. 봉인함에도 여덟 개의 점이 있었다. 사라진 의자 밑에는 여덟 번째 감정인을 기다리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그 상징을 치밀하게 반복하고 있었다. “우연이라 하기엔 숫자가 너무 자주 나옵니다.” 진혁이 말했다. “그래도 같은 사람이 만든 증거는 아닙니다.” 카렌은 짧게 대답했다. 창고 안쪽에서 오래된 종을 꺼내던 수리공이 그들을 불렀다. 그는 어제 야간 공사 지시서에 평소와 다른 색의 먹물이 쓰였다고 말했다. 진혁은 장부를 살펴보았지만 먹물만으로 작성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다른 공사 기록은 모두 붉은색 확인 도장을 찍었는데, 문제의 의자 이동 기록만 검은 도장을 사용했다. 윤담은 그 차이를 표로 정리했다. 이 작은 불일치는 누가 기록을 썼는지보다 누가 기록을 승인했다고 주장하는지 따질 수 있게 했다. 라일은 허리를 펴며 두 손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이제는 정말 의자 값을 감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혁이 대꾸했다. “금화가 아니라, 누군가 그 의자에 앉았다고 믿게 만들기 위해 쓴 수고의 값을요.” 일행이 창고를 나오려 할 때 경매원 직원 하나가 계단 아래에서 달려왔다. 서검증관으로 급한 문서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새 문서에는 공식 도장이 찍혀 있었지만, 발신인은 ‘감정 절차 대리인’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서진혁 감정사가 제8감정인석에 앉으면 봉인함을 개봉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단, 개봉 순간 본인의 명의와 권리를 감정 대상에 포함한다.’ 진혁은 종이를 접었다가 다시 펼쳤다. 그는 이제 알 것 같았다. 누군가 의자를 치운 이유는 증거를 지우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 의자를 한 사람에게 다시 내밀기 위해서였다. 그가 앉으면, 경매는 비로소 시작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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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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