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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75화
PAYLUA ORIGINAL · 제75화

75화. 비가 새는 경매장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265자

오프라인 책장
비가 내리는 날의 경매는 소리부터 달랐다. 칠성 경매원 중앙 돔을 때리는 빗방울은 천장의 동판을 작은 북처럼 울렸다. 객석에 앉은 상인들은 젖은 모자와 외투를 입구의 줄에 걸어 놓았고, 향을 피우는 도우미들은 습한 냄새를 지우려고 바쁘게 움직였다. 옥상으로 통하는 좁은 계단에는 수리공들이 올라가 있었다. 화령의 장마가 시작되면 돔의 오래된 접합부에서 물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경매원은 그 틈을 덮는 공사를 매년 했지만, 너무 정교한 마법 방수막은 오히려 지붕의 균열을 숨긴다고 기술자들이 불평하곤 했다. 진혁은 오늘 경매를 참관하러 왔다. 봉인된 최초 감정서의 정식 출품 여부는 여전히 보류돼 있었다. 서류만 들여다보면 사흘 안에 눈이 노랗게 변할 것 같아서, 윤담이 일반 경매의 현장 검증에 참여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무엇보다 본업인 감정으로 돈을 벌 기회였다. “오늘도 비싼 물건을 쳐다보기만 하겠군요.” 라일이 객석 뒤에 앉으며 말했다. “그럴 때일수록 싼 물건이 눈에 들어옵니다.” 진혁은 경매 책자를 펼쳤다. 카렌은 경매장의 출입구를 확인한 뒤 가까운 통로에 섰다. 세리아는 루멘과의 전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별도 방에 머물고 있었다. 모라의 상태가 밤사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진혁은 그 소식을 들은 뒤에야 경매 책자의 첫 장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의 특별 품목은 ‘비구슬’이라고 불리는 유리병이었다. 유리병 안에는 흐린 물방울 한 개가 공중에 떠 있었는데, 뚜껑을 열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옛 귀족들이 실내에 작은 비를 내리게 하는 장식으로 사용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평가가는 금화 스무 닢. 실제로 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더 비싸겠지만, 마지막 사용 기록이 너무 오래전이라 기능 여부가 불명확했다. 경매원 옆 통로의 작은 매점에는 손님들보다 일찍 나온 짐꾼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누가 어느 물건을 살지 내기하고, 누군가는 낙찰되지 못한 물건을 다시 운하 창고로 옮기는 비용을 걱정했다. 진혁이 빵 두 개를 주문하자 점원이 오늘은 마법 장식품이 많이 나와 손님이 몰릴 거라고 말했다. 진혁은 동화 몇 닢으로 살 수 있는 따뜻한 빵을 쥐고 다시 고가 유물들이 놓인 돔으로 들어갔다. 물건의 값은 금화 수십 닢을 넘나들었지만 그 물건을 지키는 사람의 점심은 소박했다. 그는 매번 그 차이가 이상하면서도 익숙했다. 경매가 시작되자 경매사는 장식용 마법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병을 들어 보였다. 푸른 광석 등불 아래에서 물방울이 반짝였다. 앞줄 귀족들이 탄성을 질렀고, 뒤쪽 상인들은 수리비와 운송 위험을 계산했다. 유리병은 보기에는 아름다웠지만, 조금만 흔들리면 병뚜껑의 금이 벌어지는 결함이 있었다. 진혁은 설명 중 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습기를 모은다.’ 그는 손을 들었다. “작동 방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물을 만들어 내는지, 공기 중 습기를 끌어모으는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경매사는 당황한 표정을 숨겼다. 윤담이 검증대 앞으로 나갔다. 관객 앞에서 사전 공지된 검사 절차 범위 안에서만 시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작은 수조와 물기 측정지가 준비됐다. 병을 밀폐된 상자에 넣고 습기를 낮춘 뒤 물방울 크기를 관찰했다. 변화는 없었다. 반대로 습한 천을 넣자 물방울 가장자리가 조금 진해졌다. “물을 창조하는 마법이 아니라 주변 수분을 붙잡는 기능 같군요.” 윤담이 말했다. 앞줄의 귀족들이 시큰둥해졌다. 장식용 비구슬에 대한 기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혁은 오히려 눈을 빛냈다. 마레온의 펌프실은 늘 습기 때문에 기록 종이가 젖고 금속 접점이 부식됐다. 수분을 모으는 작은 장치가 있었다면 비싼 마법 장식보다 실용 가치가 클지도 몰랐다. 물론 얼마나 빨리 수분을 모으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는 윤담에게 작은 시험지를 건넸다. 닫힌 상자 안에서 두께와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종이였다. 시험은 제한된 시간 동안 반복됐고, 유리병 안쪽에 미세한 물방울이 더 모인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동시에 병뚜껑 균열에서 습기가 새어나오는 문제도 드러났다. “수리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됩니다.” 윤담이 발표했다. “따라서 고가의 장식용 유물이라는 기존 평가는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객석에서 실망과 안도의 숨소리가 동시에 흘렀다. 상품 정보가 분명해졌지만 수익이 줄어든 판매자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진혁은 책자 뒤쪽에 조용히 계산을 적었다. 금화 다섯 닢 이하라면 시험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었다. 열 닢이 넘으면 아직 알 수 없는 성능에 너무 많은 돈을 거는 셈이었다. 경매봉이 올라갔다. 시작가 금화 세 닢. 입찰자는 처음에 둘뿐이었다. 진혁이 세 닢을 부른 뒤에는 귀족 한 사람이 다섯 닢을 불렀다. 진혁은 여섯 닢을 제시했다. 더는 올라오지 않았다. “금화 여섯 닢, 낙찰!” 라일이 귀를 의심했다. “감정사가 직접 경매에서 샀다고요?” “경매원 규정에 따라 이해관계를 공개하고 입찰했습니다. 출품 감정 결과를 판단할 권한은 윤담 씨와 별도 위원에게 있었고요.” “그래도 돈이 없다고 하셨잖습니까.” “개인 저축에서 냈습니다.” 라일이 턱을 괴었다. “세리아 사장님께 들키면요?” 진혁은 잠깐 고개를 돌렸다. “제가 먼저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낙찰 직후 진혁은 책자의 빈 칸에 작은 표를 하나 그렸다. 매입가 여섯 닢, 운송 상자 비용 예상 은화 몇 닢, 뚜껑 수리비 미정, 보관비 별도. 거기에 검증 결과가 나쁠 때 손실을 보는 경우까지 계산하자 수익 예상 칸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남았다. 라일이 옆에서 고개를 들이밀었다. “입찰할 때는 그렇게 신나더니 지금은 왜 죽을상을 하십니까?” “물건 사는 재미와 돈 버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또 사셨군요.” “이 물건이 모라의 방벽에 직접 쓰일 거라 믿고 산 건 아닙니다. 작은 방습실에서만 시험해도 충분해요. 실패하면 실패했다고 적으면 되고요.” 카렌은 경매에서 다른 상인들이 가격을 부르던 모습을 떠올렸다. 비싼 물건이 화려하게 등장할 때는 모두가 잘 보이는 앞줄에 앉았지만, 진혁은 늘 설명이 부실한 물건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는 물건을 특별해 보이게 만드는 말보다 가격이 낮아진 원인을 따졌다. 그 모습이 우스워 보일 때도 있었지만, 누군가 가치가 없다고 버린 물건에서 실제 쓸모를 찾아내는 감정사의 일에 카렌은 조금씩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경매원 안의 사람들은 한동안 다음 물품을 구경했다. 보석을 달면 색이 달라지는 고대의 장갑은 누가 보아도 화려했지만, 장갑을 끼고 오래 있으면 손가락이 저려 온다는 결함 때문에 여러 상인이 입찰을 포기했다. 반대로 오래된 여행용 가죽 주머니는 안쪽의 작은 마법 방수막이 아직 살아 있어 생각보다 높은 값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진혁은 고가 유물이 반드시 실용적인 것은 아니며, 작은 편리함이 반복되는 일에 쓰이면 생각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경매장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거래도 이어졌다. 대도시 상인들은 던전에서 나온 유물의 원재료를 경매장 안에서 사기보다, 경매가 끝난 뒤 공방과 직접 제작 계약을 맺었다. 가공비가 물건값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버릴 재료가 장인의 기술을 만나 비싼 부품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시장은 전설과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잿빛 분진을 묻힌 장인들의 손이 있었고, 멀리 마레온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마차의 바퀴가 있었다. 진혁은 예전에 세리아가 들려준 말을 생각했다. ‘경매봉을 내리기 전에는 금화만 보이지만, 내린 뒤에는 사람이 보인다.’ 그는 이제 그 말이 조금 이해됐다. 어떤 손님이 물건을 사면 누가 수리하고, 어디로 옮기고, 고장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가 시작됐다. 그 비용을 무시한 채 금화 숫자만 자랑하는 상인은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진혁이 장부에 마지막 줄을 적을 때, 천장에서는 가늘고 길게 긁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매사의 목소리에 가려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졌다. 카렌은 통로의 수리 표지를 확인했고, 라일은 도르래의 위치를 눈으로 익혀 두었다. 곧바로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노철 폐광에서 안전한 출입로 하나를 미리 확인해 두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 상태였다. 경매가 계속될 무렵 천장에서 불길한 소리가 났다. 빗물이 동판 경계로 흘러내리면서 오래된 천장 보강목이 삐걱거린 것이다. 객석의 몇몇 사람이 위를 올려다봤다. 관리인은 대수롭지 않게 손짓했지만, 얼마 뒤 천장 접합부에서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 물방울이 하필 경매대의 전시 원단에 떨어졌다. 다음 물품은 섬세한 문자 마법으로 보호된 고지도였다. 물에 닿으면 잉크가 번질 위험이 있었다. 경매원 직원이 천을 옮기려는 순간, 위쪽에서 물이 쏟아졌다. “물건을 치우세요!” 윤담이 외쳤다. 카렌이 사람들의 통로를 확보했고, 라일은 빠르게 경매대 뒤쪽으로 달려가 전시대 바퀴를 고정했다. 진혁은 자신이 낙찰받은 비구슬을 들고 멈칫했다. 장치가 습기를 모으는 기능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천장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물건은 아니었다. 무리하게 사용했다가 병이 깨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 병은 쓰지 마세요!” 윤담이 외쳤다. “기능 범위를 벗어납니다!” 진혁은 즉시 병을 안전 상자에 넣었다. 대신 통로 옆에 있던 두꺼운 방수 천을 끌어와 직원들에게 건넸다. 카렌이 방문객을 뒤로 물리고 라일이 도르래를 당겨 전시대를 옮기는 동안, 직원들이 지도를 방수 천으로 감쌌다. 수리공들은 지붕 위에서 외부 배수로를 열어 물길을 돌렸다. 큰 피해는 막았지만 경매는 잠정 중지됐다. 경매장의 조명이 절반 꺼지고 사람들이 퇴장한 뒤, 진혁은 젖은 객석에 앉아 무릎 위의 작은 유리병을 바라봤다. 흰빛이 사라진 병 안에서는 여전히 한 방울의 물이 떠 있었다. “오늘은 영웅이 못 되셨네요.” 라일이 말했다. “영웅이 되고 싶었으면 물을 전부 빨아들이는 전설의 병이라고 속였겠죠.” 카렌은 방수 천을 접으며 웃었다. “병이 아니라 저 도르래가 사람들을 구했어요.” “그 도르래를 누가 고정했는데요?” 라일이 항의했다. “당신이요. 칭찬받고 싶어서 물어보는 표정이네요.” 셋이 한숨을 돌리자 관리인이 경매대에서 나온 물건 인계표를 가져왔다.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표였다. 그런데 진혁이 비구슬의 인계표를 보는 순간, 표정이 달라졌다. ‘기존 보관처: 제0호 기록보관실의 제습 창.’ 작고 오래된 물건이 또다시 최초 감정서와 연결됐다. 우연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진혁은 이번에 정식으로 낙찰받은 유물을 자신이 직접 검사할 권리가 있었다. 그는 비구슬을 다시 바라봤다. 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병 안의 방울은, 어쩌면 누군가 오래된 종이를 지키기 위해 남긴 마지막 수단이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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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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