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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74화
PAYLUA ORIGINAL · 제74화

74화. 사장이 가져온 여덟 개의 톱니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102자

오프라인 책장
세리아는 화령에 도착하자마자 서진혁의 영수증부터 빼앗았다. 세리아가 도착한 것은 이튿날 오후,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이었다. 중앙역의 천창을 통과한 빛이 기차에서 내려오는 여행객들의 모자 위에 흩어졌다. 역 플랫폼에서는 짐꾼들이 마차 번호를 외쳤고, 도착한 화물차의 난로에서는 뜨거운 석탄 냄새가 풍겼다. 카렌과 라일은 경호 협조를 위해 바깥 출입구를 살피고 있었다. 그 사이 진혁은 출구 앞 기둥에 기대, 세리아가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할 말을 머릿속으로 몇 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첫마디는 이랬다. “출장비가 왜 이렇게 많지?” 진혁은 잠깐 눈을 감았다. “사장님, 마레온에서 화령까지 멀리 오셨으면 안부부터 물어 주실 수는 없습니까?” “무사한 건 전신으로 확인했네. 동화 일곱 닢짜리 점심이 궁금할 뿐이야.” “세 사람이 나눠 먹은 점심입니다.” “그럼 더 궁금하군. 사람당 무얼 먹었길래?” 라일이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카렌은 지친 세리아의 눈가를 보고 웃음을 거두었다. 붉은 머리를 단정히 묶고 온 사장의 얼굴은 평소처럼 고요했지만, 작은 가방을 든 손에는 여정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마레온 루멘 경매장에는 살아 있는 존재인 모라가 남아 있었다. 세리아가 함부로 먼 도시까지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이유였다. “심실은 괜찮습니까?” 카렌이 물었다. “미란이 제한 출력을 유지하고 있어. 모라의 상태도 지난 이틀간은 안정적이었지. 임시 방벽의 예비 펌프를 맡은 기술자 둘이 밤샘 대기 중이고, 이상 신호가 오면 난 바로 돌아갈 거야. 여기서는 이틀 이상 머물 생각 없어.” 진혁은 세리아의 가방에 달린 작은 흑요석 표식을 보았다. 루멘 심실과 연결된 비상 경보용 전신 표지였다. 짧게 깜박이는 빛을 통해 압력 급변 같은 위험 신호만 전달하는 장치였다. 모라의 의사를 읽거나 실시간 대화를 하는 기능까지 갖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유나의 이름이 운송장에 있었다며.” 세리아는 영수증을 가방에 넣고 목소리를 낮췄다. 진혁은 그녀가 진짜로 묻고 싶던 것을 알았다. 왜 유나가 사라진 뒤 오래도록 남의 입에 오르지 않던 이름이, 이제 와서 화령의 화물창고에서 발견됐는지. 그리고 누가 그 이름을 이용해 세리아를 유인하려는지. 여관의 작은 응접실에서 두 사람은 운송장 사본과 봉인함 사진을 펼쳤다. 창가에는 종이꽃이 든 화병이 있었고, 빗줄기가 간헐적으로 유리창을 쳤다. 세리아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유나와 관련된 기록이 나올 때마다 화를 내거나 말을 끊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침착해졌다. 그것이 진혁에게는 슬픔을 숨기는 방식처럼 보였다. “유나는 계산을 잘했어.” 세리아가 말했다. “경매장 돈이 한 닢만 모자라도 알아냈지. 그런데 내가 자꾸 물건을 먼저 구하자고 하니까, 어느 날 이상한 말을 하더군.” “무슨 말이었습니까?” “‘사람을 지켜야 할 때는 장부가 먼저 사람을 가리게 해야 한다’고.” 세리아가 가방에서 낡은 황동 열쇠를 꺼냈다. 열쇠 날에는 크고 작은 톱니가 여덟 개 있었다. 진혁은 봉인함 테두리의 여덟 점을 떠올렸다. 숫자가 같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이번에는 손끝에 차가운 감각이 전해졌다. “이 열쇠가 원래 유나의 것이었습니까?” “내가 맡아 두던 거야. 유나가 사라지기 전날 돌려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았지.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도 몰라.” 진혁은 그녀에게 한동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위로가 될 만한 말들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중 어느 것도 이 열쇠가 과거에 무엇을 열었는지 알려 주지는 못했다. 카렌이 조용히 질문했다. “유나가 사라진 날의 공식 기록은 남아 있습니까?” “있어. 하지만 그 기록이 사실 전부인지는 몰라.” 세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인할 수 있는 것만 믿고 싶군.” 세 사람은 서검증관으로 이동했다. 윤담은 세리아가 가져온 열쇠를 보자마자 즉시 접촉하지 않고 복제 도면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자물쇠에 맞는지 시험하는 순간 봉인이 훼손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담과 기계공은 열쇠 톱니의 간격을 측정하고, 두꺼운 종이 위에 측면 윤곽을 그렸다. 열쇠 몸체에는 작은 균열이 있었고, 끝부분 한쪽에는 오래된 은납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열쇠라기보다 측정기 같습니다.” 기계공이 말했다. “톱니 중 두 개는 맞물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어느 간격을 재는 눈금처럼 보이네요.” 진혁은 잠깐 손을 쥐었다 폈다. 손바닥의 통증이 그에게 경고했다. 그는 본질 감정을 참았다. 대신 기계공에게 작동 가능한 모조품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전문가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을 때까지 능력은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열쇠 도면을 기다리는 동안 진혁은 세리아와 공방 뒤편의 좁은 찻집에 잠깐 들렀다. 찻집 창문 너머에서는 어린 견습공들이 목재 상자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혼자 들려다 꾸중을 들었고, 다른 사람은 넘어뜨린 나무못을 주우며 연신 사과했다. 사람 사는 풍경은 마레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곳의 사람들은 광산보다 공방을, 배보다 수차를 먼저 이야기했다. 세리아는 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길게 숨을 내쉬었다. “유나가 처음 루멘에 왔을 때를 기억하네. 내가 경매 대금을 잘못 계산해서 손님에게 은화 두 닢을 더 받았어. 그 아이가 밤새 장부를 맞춰서 다음 날 직접 돌려주더군.” “처음부터 회계를 잘했군요.” “잘했지.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어. ‘오늘 은화 두 닢을 빼앗긴 사람이 내일은 무엇을 믿고 우리에게 물건을 맡기겠느냐’고.” 진혁은 잠시 웃었다. 세리아의 목소리가 유나를 이야기할 때마다 미세하게 변했다. 냉정한 경매장 사장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잃어버린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처럼 들렸다. 그때 세리아가 그의 얼굴을 살폈다. “자네는 유나가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나?” 진혁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전신과 운송장, 복원된 서류는 어느 것도 생존을 증명하지 못했다. 그는 세리아가 원하는 대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친절인지 잔인함인지 알 수 없었다. “모릅니다. 그래도 누군가 그 이름을 최근에 이용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요. 제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세리아는 한동안 찻잔을 내려다봤다. “그 대답이면 충분해. 괜히 기대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포기하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 “좋은 대답을 하면 월급이 오릅니까?” “차 값 정도는 내주지.” 진혁은 가볍게 웃었다. 문득 처음 루멘에 들어갔을 때의 자신이 떠올랐다. 세리아는 직원들에게 무섭도록 엄격했고, 가끔은 세상의 비밀을 이미 다 아는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돌아오지 않을 때 남겨지는 기다림의 무게를 조금씩 이해할 것 같았다. 그때 화령에서 보낸 실험 견적서가 찻집으로 전달됐다. 방진광과 화령의 수정 고정편을 결합한 시제품의 시험비가 예상보다 컸다. 마레온의 펌프실에 실제로 적용하려면 방습 처리뿐 아니라 부품 마모 시험도 추가해야 했다. 세리아는 망설임 없이 발주서를 쓰지 않았다. 각 공방의 비용을 비교하고 공공 안전 검증에 필요한 예산부터 따졌다.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빨리 쓰면 더 위험해지는 일이 있어.” 그녀가 말했다. “모라가 지금은 제한 출력에서 버텨 주고 있으니, 급하다고 검증 안 된 부품을 넣을 수 없지.” 진혁은 그 말에 안도했다. 그들이 찾아낸 유물이나 소재가 세상을 한순간에 바꾸어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계속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느린 변화가 지금은 전보다 믿음직스러웠다. 점심을 넘길 무렵, 세리아가 유나의 개인 노트 일부를 꺼냈다. 얇은 가죽 표지에는 오래전 비에 젖었다 마른 흔적이 있었다. 노트 전체를 가져오지는 못했고, 루멘 금고에서 정식으로 복제한 몇 장뿐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알아보기 힘든 동그라미 여덟 개가 그려져 있었다. ‘열쇠를 열지 말고, 먼저 그려라.’ 유나가 쓴 문장 아래에 덧붙인 날짜는 여러 부분이 지워져 있었다. 진혁은 눈앞에 있는 두 자료를 나란히 놓았다. 열쇠와 봉인함의 문양은 비슷했지만, 위치가 조금 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열쇠를 꽂았다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맞지 않는 장치에 힘을 주었을 것이다. 복제 도면에는 처음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같은 톱니라도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간격이 나타났다. 소연은 예전 배달인 조합에서 서로의 문서를 확인할 때 쓰던 위치표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러나 오래된 기억 하나로 정체를 확정해서는 안 됐다. 그녀는 옛 도구들을 찾아 정확한 제작 시대를 대조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건 뭡니까?” 라일이 물었다. “남의 공구 함부로 뒤지지 않기.” 소연이 대답했다. 라일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어려운 일을 주시는군요.” 라일은 복도 끝에서 들어오며 말했다. “창고의 붉은 등 기록도 아직 확인 중입니다. 다만 방금 이곳에 상회 사람 둘이 들어오려다 돌려보냈습니다.” “카스텔 상회?” 윤담이 물었다. “이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세리아 사장님이 도착한 걸 이미 알고 있었죠.” 세리아는 담담하게 웃었다. “예상한 일이군.” “사장님, 왜 웃으십니까?” 진혁이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내가 오면 누군가 먼저 움직일 거라 생각했거든. 유나 이름을 미끼로 썼다면,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싶을 테니까.” 그녀의 표정에는 분노보다 오래 기다린 사람의 단호함이 있었다. 카렌은 별도로 사설 경비를 추가해 복제 자료의 보관 장소를 분리했다. 진혁은 처음으로 세리아가 자신에게 전부 맡기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누군가 혼자 열쇠를 쥐고 모든 비밀을 밝히는 방식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다. 그날 밤 작은 작업실에서 열쇠 톱니를 확대한 도면이 완성됐다. 톱니를 따라 미세한 구멍 여덟 개가 나타났는데, 세 개의 구멍에는 오래된 흙먼지가 남았고 하나에는 검푸른 왁스가 붙어 있었다. 윤담은 문서의 뒷면을 빛에 비추어 위치를 맞춰 보았다. 그 순간 진혁이 숨을 멈췄다. 구멍의 위치는 봉인함 자물쇠가 아니라, 삼백 년 전 규정집의 빈 서명 칸과 정확히 일치했다. 유나가 남긴 것은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지운 이름을 읽어 내는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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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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