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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아무도 입찰하지 않은 광맥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290자

오프라인 책장
노철 마을에서 열린 경매는 샹들리에 대신 양철 지붕 아래에서 시작됐다. 화령 칠성 경매원의 대리인이 들고 온 커다란 망치는 없었다. 사회자는 광산 공제조합의 늙은 회계사였고, 낙찰을 알리는 도구는 수리 공방에서 빌린 작은 나무망치였다. 의자는 서로 높이가 달랐고, 참가자들은 접힌 담요를 무릎에 올렸다. 바깥에서는 마을 학교의 아이들이 잠시 수업을 멈추고 행사장을 구경했다. 경매가 열리는 이유는 고철 몇 마디를 파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수문 사고 이후 공제조합은 부상자 치료와 배수 시설 수리를 위한 긴급 예산이 필요했다. 대륙 자산복구 조합의 나일 벡은 그 사정을 이용해 일괄 인수를 제안했다. 그러나 마을 대표들은 기록물과 개인 물품까지 함께 넘어갈 위험을 알고 제안을 보류했다. 대신 권리 관계를 분리하고 처분 가능한 폐설비 일부와 허가된 광물 시험 시료의 이용권만 공개 경쟁에 올리기로 했다. 진혁은 그 방식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합의 규칙을 바꾸려면 구성원의 투표가 필요했고, 광산의 자산을 넘길 때에는 광무청의 승인이 별도로 필요했다. 오늘의 행사는 모두를 부자로 만드는 대박 경매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가진 것 가운데 팔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첫 시험이었다. “정식 시작 전에 참석자 명단을 확인하겠습니다.” 회계사가 말했다. 서진혁은 참관인 자격으로 앉아 있었다. 외부인인 자신이 광산의 모든 물건을 마음대로 평가할 권리는 없었다. 그 대신 공제조합에서 위탁한 폐설비의 기술 검토에 참여했다. 옆에는 진도경이 안전 책임자로, 우서희가 보존 자료 보호 담당자로 앉아 있었다. 카렌은 부상자의 대리 동의 문제를 살폈고, 라일은 입찰장 밖에서 들어온 물품의 목록을 맞췄다. 시작 전에 한 젊은 주민이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다. 광차 바퀴와 레일을 팔아 받은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회계사는 공개 예산표를 올려 놓고 지출 순서를 읽었다. 긴급 수문 보수비가 우선이고, 그다음은 구조 인력 비용과 최박의 치료비 보전 협의금, 마지막으로 창고 유지비였다. 세부 금액 일부는 최종 청구서가 오지 않아 추정치라고 표시했다. “그럼 학교 지붕은요?” 주민이 물었다. “오늘 금액으로는 어렵습니다. 별도 기금을 논의하겠습니다.” 객석에서 한숨이 흘렀다. 진혁은 자신이 처음 화령에서 꿈꿨던 대박 경매를 떠올렸다. 고철 하나가 천 배의 값을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쉽다. 그러나 실제 사람의 삶은 고철과 수로, 치료비와 학교 지붕 사이의 작은 균형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특별한 유물을 찾아도 그 돈이 누구의 권리인지 결정할 때에는 다시 회의가 필요했다. 그날 경매에는 단순한 낙찰자뿐 아니라 운반비를 부담할 업자도 참석했다. 오래된 광차 바퀴는 무거워서 산 아래로 옮기는 데만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상인 하나는 높은 금액을 불렀다가 운반비가 별도라는 말을 듣고 입찰을 철회했다. 회계사는 입찰 철회 시점과 사유를 공개적으로 기록했다. 진혁은 그 절차를 지켜보며 돈의 실제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도경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낙찰받은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도 없습니다. 오늘은 계약 의향을 확인하는 날이니까요. 무거운 레일을 뽑다가 남은 구조물이 흔들리면 더 큰 손해가 납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래된 물건의 숨은 진가를 감정하는 사람이지, 그것을 아무 대가 없이 세상 밖으로 꺼내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산에 남겨 둬야 더 안전한 물건도 있었다. 첫 출품물은 불필요해진 광차 바퀴였다. 제련업자가 적정한 금액에 낙찰받았다. 두 번째는 녹슨 레일 묶음이었다. 화령에서 온 수리업자가 이를 건축용 강재로 재활용하겠다고 했다. 세 번째는 낡은 기름통과 철제 사다리였는데, 도경이 안전 문제로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결국 고철 재료로만 가격이 책정됐다. 진혁은 속으로 감탄했다. 평소 경매장이라면 사람들은 유물의 화려한 능력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쓸 수 없는 물건을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환영받고 있었다. 이윽고 회계사가 네 번째 물품을 소개했다. “광산 정지 구역에서 회수한 저품위 방진광 시료 열두 상자. 원광 상태이며 가공 가능성 미확인. 입찰은 시험 목적의 소량 시료 이용권에 한정합니다.” 객석의 분위기가 변했다. 방진광이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오래된 광산에서 나온 저품위 광물은 수분을 먹으면 쉽게 부서졌다. 화령 상인 둘은 고개를 저었다. 벡은 뒷줄에서 팔짱을 낀 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걸 누가 삽니까?” 라일이 속삭였다. “아직 모릅니다.” 진혁이 대답했다. 전날 도경과 함께 진행한 소형 진동 시험의 결과가 있었다. 마을 공제조합의 승인 아래 크기가 같은 시료 세 개를 비교했을 때, 일부 조각에서만 진동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온도와 수분 상태가 달라지면 효과도 달라졌다. 따라서 고성능 장치에 바로 쓸 수 있다고 광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다른 재료와 결합해 시험할 가치는 있었다. 진혁은 시험 보고서가 공개된 것을 확인했다. 숫자와 실패 결과를 모두 적었고, 투자자가 보기 좋으라고 불리한 자료를 빼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었다. “저는 시험에 참여할 연구자 한 사람으로서 공개적인 평가 의견을 내고 싶습니다.” 회계사는 허락했다. 진혁은 시료 열두 상자 가운데 특정한 입자 배열을 보이는 두 상자만 별도 시험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도 물건 전체의 값이 갑자기 높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 고철 처리보다 새로운 이용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저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겁니까?” 어떤 상인이 물었다. “돈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험비가 들고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한 번도 확인하지 않고 전부 버리는 것보다는 정보가 생깁니다.” 벡이 웃었다. “감정사라면서 확답을 못 하는군.” “확답을 못 할 때는 못 한다고 말해야죠.” 그 순간 도경이 다른 시험판을 가져왔다. 마레온의 미란이 보내 온 기술 조건을 바탕으로 만든 간단한 기계 모형이었다. 미란은 해당 시료가 실제 펌프의 내구성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진동을 줄일 수 있다면 공동 연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조건을 공개하자 마을의 작은 공방과 화령의 재료상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찰자가 없었다. 그 공백 동안 진혁은 시료 두 개를 다시 비교했다. 파란 빛이 스치는 결정면은 일정한 방향으로 얇게 쪼개졌고, 무너진 입자는 손가락으로 조금만 눌러도 가루가 됐다. 화령에서 장인들이 사용했던 고정편과 결합하면 가루가 떨어지는 문제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생각만으로 경제성이 증명되지는 않았다. 진혁은 계산을 바꿨다. 시료 운반비와 건조비, 검사비, 불합격 시 폐기 비용을 더했다. 예상 판매액을 쓰는 칸에는 선을 하나 그었다. 아직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시험에 실패하면 그날 투입한 인건비를 어디서 부담할지 미리 적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아졌습니까?” 라일이 물었다. “돈을 좀 벌고부터요. 없는 돈은 잃을 것도 없지만, 맡겨 둔 다른 사람의 돈은 잃으면 안 되니까.” 카렌은 옆에서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이 비싼 물건을 알아보는 능력보다 먼저 비용을 계산하게 됐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성장처럼 보였다. 나중에 누군가 어째서 거액의 유물에 손대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이제 그는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을 것이다. 진혁은 시험 장비 대여를 제안한 기술자에게도 하나를 부탁했다. 실험이 실패해도 보고서를 공개하고,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시험을 중단할 권한을 명시하자는 것이었다. 기술자는 잠시 놀라더니 동의했다. 오래전 이 광산에서 누구나 성공만을 약속했다가 너무 많은 사람이 다쳤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뒤 공방 대표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가 제시한 것은 시료 전체의 매입가가 아니라 공동 시험비 중 자기 부담분이었다. 다른 기술자가 가공 기계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했고, 세 번째로 여운수의 수로조합 측 기술 연락원이 시험 결과를 검토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진혁은 이들이 거금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믿음직스러웠다. 누구나 자신의 책임 범위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벡은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우리가 입찰에 참여한다면 즉시 열 배를 내죠. 대신 시료에서 나온 모든 기술 자료와 발견 기록에 대한 독점 열람권을 요구합니다.” 회계사가 멈칫했다. 마을 대표들의 얼굴에도 고민이 떠올랐다. 당장 필요한 수리비를 생각하면 매력적인 금액이었다. 그러나 우서희가 단호히 말했다. “광산 사고 기록과 기술 기록은 다른 자료입니다. 이 입찰에는 독점 열람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벡은 어깨를 으쓱했다. “조건을 더 좋게 만들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럼 별도 안건으로 내세요.” 카렌이 말했다. “그것도 적법한 권한이 있는 자료에 대해서만요.” 입찰장의 공기는 다시 차분해졌다. 긴 논의 끝에 공제조합은 시험용 시료의 기간 제한 대여와 공동 연구 계약안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종 계약은 조합 승인과 광무청 확인 후에만 효력이 생기는 조건이었다. 그날의 낙찰가는 과거의 대형 경매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계사는 경매 결과를 낡은 공고판에 다시 붙였다. 공개 입찰이 있었던 물건과 아직 협의 중인 시험 계약은 서로 다른 색 잉크로 표시했다. 주민 한 명이 계약 성사라고 잘못 읽자, 그는 직접 내려와 아직 기술 검증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진혁은 그 모습을 보며 정직한 결산이야말로 다음 거래를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했다. 소문으로는 수익이 열 배가 되더라도 장부에서는 동화 한 닢조차 마음대로 늘릴 수 없었다. 행사가 끝나갈 때 태문 역장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자네가 감정한 건 광석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처럼 보이네.” “그것까지 감정할 수 있으면 회사에서 월급을 더 줄까요?” “아마 사장한테 야단맞겠지.” 라일이 웃었다. “세리아 사장님은 그럴걸요. 일하라는 말보다 먼저 영수증을 내라고 하실 거니까.”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간 뒤, 백여명이 서진혁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오늘 입찰장의 모든 과정을 말없이 지켜봤다. 그녀의 손에는 여섯 번째 보관실에서 찾아낸 반쯤 찢어진 꼬리표가 들려 있었다. “자네가 부탁했던 등불의 마지막 수리 기록을 확인했네.” “원래 주인을 찾으셨습니까?” “아직. 하지만 등불을 수리하라고 보낸 사람의 직책이 적혀 있더군.” 그녀가 꼬리표를 펼쳤다. ‘제0호 감정 기록 관리인. 서명 없음.’ 진혁은 종이를 오래 바라봤다. 더 많은 값어치를 아는 일이 아니라, 누가 기록을 만들었는지를 아는 일이 다음 경매의 시작이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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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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