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63화
PAYLUA ORIGINAL · 제63화

63화. 일곱 번 울린 경고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254자

오프라인 책장
시설관리인이 관리소의 철판을 열겠다고 말했을 때, 진도경은 가장 먼저 밧줄을 가지러 갔다. “벽에 구멍 하나 내는 일인데요?” 서진혁이 물었다. “그 구멍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까요.” 북쪽 광산의 아침 공기는 전날보다 차가웠다. 안개가 산등성이 아래까지 내려왔고, 절벽 쪽에서 튀어 오른 물안개가 관리소의 벽돌에 희미한 물무늬를 남겼다. 시설관리인과 두 명의 보수 작업자가 도착하자 도경은 현장을 네 구역으로 나눴다. 벽 앞은 점검 구역, 출입문은 대피 통로, 수차 옆은 장비 구역, 그 밖은 방문객 대기 장소였다. 카렌은 그 기준이 실제 규정에 있는지 확인한 뒤 서류에 기록했고, 라일은 밧줄 끝이 구부러진 쇠못에 걸리지 않는지 살폈다. 이런 일을 하는 동안 한 시간 가까이 흘렀다. 진혁은 여전히 손바닥을 비비고 있었다. “저 벽 안에 엄청난 보물이 있어도 정오까지 못 보겠네요.” “엄청난 보물이라면 더 천천히 열어야죠.” 도경이 대꾸했다. “갱도에선 서두르는 사람이 대개 남의 시간을 빼앗거든요.” 작업자들은 철판을 고정한 새 나사의 머리 부분을 종이에 문질러 본뜬 뒤, 회반죽 틈에 얇은 탐침을 넣었다. 벽 안쪽에서 비어 있는 공간이 확인됐지만, 손을 넣을 만한 넓이는 아니었다. 주변 벽돌은 습기에 약해져 있었다. 관리인이 철판을 바로 뜯으려 하자 도경이 먼저 작은 받침대를 세웠다. 철판이 천천히 들렸다. 그 뒤에는 손바닥 두 개만 한 빈 상자가 있었다. 보물상자가 아니라 철제 서류함에 가까웠다. 내부는 검은 천으로 감싸져 있었고, 천 위에는 구리 종 일곱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종마다 번호가 새겨져 있었는데, 하나는 줄이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사람이 찾도록 만든 장치군요.” 카렌이 말했다. “위험하다고 경고하도록 만든 장치일 수도 있죠.” 도경은 작은 종들을 만지지 않았다. 라일은 관리소 천장의 오래된 도르래를 바라봤다. 종의 줄이 통과하던 구멍이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예전에는 수차가 일정한 속도로 돌면 자동으로 종이 울리게 만든 듯했다. 그런데 새 철판이 설치되면서 원래 줄 하나가 다른 구멍으로 옮겨졌다. 누군가 신호 순서를 바꿀 수 있도록 개조해 놓은 것이다. “예전 배달인 조합에서도 세 번 종을 쳤어요.” 라일이 말했다. “그때는 물건 인계를 멈추고 위험을 알리는 신호였고요.” “여기서 일곱 번 울리는 의미가 같다는 보장은 없어요.” 카렌이 짚었다. “압니다. 이제는 그런 걸 먼저 말해 줘도 기분 안 나빠요.” 진혁은 작업자들이 종을 꺼내 측정하는 동안, 등불 바닥의 홈과 종의 고리를 비교했다. 여섯 가닥의 구멍에는 아주 가는 철선이 통과할 수 있었다. 일곱 번째 종은 다른 선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종에만 균열이 있었고, 균열 사이에는 말라붙은 흰 가루가 낀 채였다. 화령에서 본 황금거래연합의 장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닮은 것과 같은 것은 달랐다. 시설관리인은 노란 천막 아래에 종을 나란히 놓았다. 도경은 작은 망치로 깨지지 않은 종 하나만 두드려 음의 높이를 재려 했다. 그때 멀리 산허리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천둥 같았다. 다음 순간, 수차 아래의 물길이 갑자기 탁해졌다. 돌가루가 섞인 흙탕물이 좁은 관을 따라 밀려오더니 관리소 바닥의 틈에서 거품을 뿜었다. “모두 밖으로!” 도경이 소리쳤다. 그는 종을 떨어뜨린 작업자를 부축하며 출입구로 뛰었다. 라일은 등불을 나무 상자째 들고 도망치려다가, 카렌이 손목을 잡자 곧바로 내려놓았다. 진혁은 문턱에서 발이 미끄러졌지만 라일이 어깨를 붙잡아 세웠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산 위쪽의 오래된 배수관이 울렁이면서 진동하고 있었다. “붕괴입니까?” 카렌이 물었다. 도경은 땅에 무릎을 꿇고 물 흐름을 살폈다. “바로 아래는 아닙니다. 다만 북칠 갱도 쪽에서 막힌 물이 한꺼번에 빠지고 있어요. 누군가 수문을 열었거나, 자연적으로 벽이 무너졌겠죠.” 멀리서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바람을 타고 끊어지듯 이어진 뒤 다시 네 번이 울렸다. 일곱 번이었다. 누구도 그 소리를 내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도경의 얼굴에서 피가 가셨다. “지금은 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계절인데.” 진혁은 가슴이 식는 느낌을 받았다. 위험을 경고하는 소리가 울렸는데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보통 경매장에서는 망치 소리가 결론이었다. 이곳의 종소리는 반대로, 모두가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는 신호였다. 카렌은 그의 팔을 붙들어 관리소에서 더 멀리 물러나게 했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를 따랐다. 그는 마을로 향하는 수동 경보줄을 당겼다. 종이 세 번 울리자, 역참 쪽에서 작은 화답이 들렸다. 실제 주민 대피 신호였다. 나중에 태문 역장은 광산이 폐쇄된 뒤에도 세 번 종을 치는 이유가 바로 물이 밀려오거나 땅이 움직일 때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 안쪽에서 울린 일곱 번의 종에 대해서는 누구도 같은 답을 하지 못했다. 마을에서는 아이들과 노인들을 높은 학교 건물로 옮겼다. 교실 창문은 짚을 엮은 덧문으로 막아 놓았다. 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명단 순서가 아니라 실제 도착한 순서대로 불러 이름을 확인했다. 광산 사고 당시 명부를 믿었다가 연락이 늦어진 가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름을 들은 아이들은 손을 들었고, 부모가 없는 아이는 이웃 어른이 대신 옆에 서 주었다. 비상용 양초와 마른 담요는 교실 뒤의 큰 나무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다. 진혁은 비에 젖은 아이 하나에게 컵을 건넸다. 아이는 종이컵 안의 따뜻한 물을 보고 물었다. “아저씨가 종을 울렸어요?” “어떤 종?” “우리한테 도망가라고 한 종이요.” “그건 마을 사람들이 울렸단다. 나는 듣고서야 왔어.”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저씨도 도망쳐서 다행이네요.” 진혁은 예상하지 못한 위로에 웃음이 났다. 자기가 무언가를 해결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함께 대피한 사람 하나일 뿐이었다. 그 사실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카렌은 교사에게서 대피 명단 사본을 받아 마을 관리인에게 전달했다. 외부 검사라는 지위로 누군가를 지휘하는 대신, 기록에 빠진 사람이 없는지를 살피는 역할이었다. 라일은 급식소 창고에서 모포를 운반하며 어린아이들이 걷기 쉬운 통로를 열어 주었다. 그의 빠른 손놀림이 이럴 때에도 유용하다는 사실에 진혁은 조금 놀랐다. 학교 복도에는 광산 사고의 역사 자료가 전시돼 있었다. 과거에는 경고 종이 일곱 번 울리면 모든 사람이 갱도 쪽으로 모여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붕괴 사고 뒤, 일곱 번 종은 오히려 구조대의 진입을 방해하는 신호가 될 수 있어 폐지됐다. 누가 지금 같은 소리를 울렸는지 알 수 없었다. 카렌은 칠판에 현재 쓰는 신호와 폐지된 신호를 따로 적었다. “옛날 신호를 아는 사람을 움직이려는 건가요?” 진혁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우연히 장치가 울렸을 가능성도 있어요. 다만 지금은 누가 듣고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해요.” 이야기를 듣던 도경이 조용히 덧붙였다. “구조대가 아닌 사람들이 갱도 안으로 뛰어드는 걸 막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가족을 구하려다 같이 다친 사람이 많았어요.” 진혁은 학교 창문 너머 산을 바라봤다. 어둠 속의 산허리는 아침에 보던 것보다 훨씬 커 보였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골짜기를 지나 교실까지 들렸다. 마레온의 바다에서는 물결이 밀려오면 누구나 알 수 있었지만, 이 산에서는 땅속 물이 언제 무너져 나올지 아무도 쉽게 짐작하지 못했다. 진혁은 급식소에 남은 계산표도 살폈다. 비상 식량이 며칠 분량인지, 추가 물자를 사려면 어느 상점에 연락해야 하는지 적혀 있었다. 자기 주머니의 금화를 내놓고 싶었지만, 먼저 학교의 담당자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장비를 살 돈보다 지금 바로 쓸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대답을 듣고 부엌으로 갔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광산의 배수로가 마을 수로와 이어져 있어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했다. 진혁 일행도 급식소에 가서 물통을 옮겼다. 그는 숨이 차서 팔을 잠깐 쉬었고, 카렌은 젖은 외투를 벗어 어린아이의 등에 둘러 주었다. 라일은 창고 문을 따려다가 허가받은 열쇠가 있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였다. “왜 제가 항상 남의 문부터 열려고 한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실제로 그러고 있으니까요.” 카렌이 대답했다. 한참 뒤, 도경이 돌아왔다. 산사태가 아니라 북칠 갱도 외곽의 낡은 차수벽이 터지면서 일부 폐수로에 물이 몰린 것이었다. 다행히 주민이 다친 신고는 없었다. 하지만 산 위에서 한 명의 점검 인부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이름은 최박. 매주 차수벽의 상태를 기록하는 젊은 기술자였다. 도경은 즉시 구조대를 부르려 했다. 그러나 폭우로 산길의 일부가 끊어져 먼 구조소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렸다. 그는 현장 진입을 결정하지 않고 지도로 최박의 마지막 점검 위치를 표시했다. 그곳은 허가된 외부 배수로 안쪽의 작은 수문실이었다. 물이 차오르면 갇힐 수 있는 자리였다. 진혁이 먼저 말했다. “우리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필요한 건 힘보다 정보입니다.” 도경이 답했다. “최박이 어느 출입구를 이용했는지 확인해 주세요. 장비는 구조팀이 처리합니다.” 라일은 마을 출입 기록을 찾아 바닥에 펼쳤다. 같은 이름이 두 장의 장부에 다른 시간으로 적혀 있었다. 한 장은 정상 점검, 다른 장은 폐쇄 구역 출입이라고 쓰여 있었다. 카렌은 기록 오류의 가능성을 먼저 물었다. 서기장은 지난밤 누군가 별도 장부를 가져와 서명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누가요?” “회색 옷을 입은 사람. 자신은 문서 관리소에서 나왔다고 했어요.” 진혁은 익숙한 불편함을 느꼈다. 화령에서 그들이 겪은 가짜 불출석 표기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소문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위험했다. 그는 먼저 원본 출입 기록에 표시한 뒤, 소방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옛 등불 구조를 떠올렸다. “관리소에서 나온 등불, 그 장치를 다시 조립하면 멀리서 신호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도경은 지도를 내려다봤다. “수문실에는 보이는 창이 하나 있습니다. 불빛이 통할 수도 있겠군요.” “그럼 신호를 보내죠. 구조할 수 있다는 약속 말고, 우리가 찾고 있다는 사실부터.” 해가 기울자 대피소 창문 밖에 산등성이가 검은 실루엣으로 남았다. 진혁은 작은 등불을 시험대에 올렸다. 손에 쥔 물건이 보물인지 아닌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지금 필요한 물건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때, 벽에 기대 놓은 일곱 번째 종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아주 작게 떨렸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63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6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