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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62화
PAYLUA ORIGINAL · 제62화

62화. 광산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등불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559자

오프라인 책장
밤이 내린 광산 마을은 도시보다 조용하지 않았다. 다만 소리의 종류가 달랐다. 화령에서는 멀리 종탑의 동판이 울리고 마차의 바퀴가 돌길을 긁었다. 북쪽 노철 마을에서는 바람이 쇠줄을 때렸고, 비어 있는 선로 위로 낙엽이 굴렀다. 기계가 멈춘 뒤에도 마을은 소음을 잃지 않았다. 창문마다 바람막이 천이 펄럭였고, 민박집 지붕의 얇은 양철판은 누군가 숟가락으로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진혁 일행은 역참 마부가 알려 준 오래된 역사로 향했다. 바깥의 벽에는 ‘제32후보에게서 물건을 사지 마시오’라는 분필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보니 글씨의 일부는 빗물에 지워져 있었다. 한 번에 쓴 문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날 누군가 덧쓴 흔적처럼 보였다. “경고문을 이렇게 쓰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잖아요.” 진혁이 말했다. “바로 그래서 적힌 걸 수도 있어요.” 카렌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질문하기 전에 겁먹도록.” 역사 문을 열자 오래된 석탄 난로 냄새가 밀려 나왔다. 대합실의 나무 의자는 절반쯤 부서져 있었지만, 한쪽 벽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공동 식당의 시간을 적은 칠판이 걸려 있었다. 옛 철도역은 이제 급식소와 우편 보관소로 쓰이고 있었다. 매일 아침, 광산에서 일하지 않게 된 사람들과 장비를 지키는 경비가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역장 한태문은 흰 수염을 기른 마른 노인이었다. 무릎이 좋지 않아 높은 계단을 오를 때는 지팡이를 짚었지만, 방문객의 신발 밑창을 보는 눈은 예리했다. “화령에서 왔다고? 그런데 새 신발이 아니군.” 라일이 머쓱하게 웃었다. “새 신발 사면 도둑도 따라오거든요.” “여기는 도둑보다 돌이 무섭다네. 밑창 닳은 사람이 사다리 오르다 죽는 법이야.” 진혁은 서둘러 방문 목적을 설명하지 않았다. 먼저 민박방과 조식 비용을 물었고, 광산의 지도와 허가된 지상 기록실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태문은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차를 끓여 주었다. 찻잔은 제각각 달랐고, 그중 하나에는 이가 나가 있었다. 그는 손님이 그 잔을 집으려 하자 자신의 쪽으로 돌렸다. “손님한테 못 쓰는 물건 주는 건 아니지.” “오래 써서 그렇습니다.” “오래 쓴 물건은 버려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해. 그게 여기선 중요한 일이라네.” 벽 위에는 광산 폐쇄 전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산허리의 흙길 양쪽으로 수백 명의 광부가 서 있었고, 뒤편에는 검은 철재 탑 두 개가 보였다. 태문은 열두 해 전 북쪽 채굴 구역을 닫을 때 찍은 마지막 단체 사진이라고 했다. 물이 솟는 문제와 지반 균열이 겹쳤고, 한 번의 큰 붕괴가 일어난 뒤 회사는 채굴을 중단했다. 다만 지상 시설 일부는 광산 공제조합의 관리 아래 남아 있었다. “일곱 번째 기록실은 어디 있습니까?” 카렌이 물었다. 태문은 찻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표현은 둘이 있네. 북칠 갱도의 기록보관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고, 폐쇄 전에 쓰던 중앙 광무청의 일곱 번째 문서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지. 종이 한 장에 그걸 구분 안 해놨다면 수상한 초대장이라네.” 진혁은 외투 속에서 좌표의 사본을 꺼냈다. 태문은 돋보기를 쓰고 긴 숫자를 비교한 뒤 벽에 걸린 축척 지도를 가져왔다. 오래된 지도의 북쪽 경계는 새 도로 건설 때문에 바뀌어 있었다. 표시된 좌표는 북칠 갱도와는 반대쪽, 산 중턱의 지상 수차 관리소 근처였다. “제32후보라는 사람은 아십니까?” 라일이 물었다. “이 마을에서 숫자로 사람을 부르는 놈들은 대개 도시에서 왔네.” 태문은 씁쓸하게 웃었다. “옛날에는 광부를 이름 대신 갱도와 작업조 번호로 불렀지. 그래 놓고 사고가 나면 누가 어디 있었는지도 못 찾았어.” 그날 밤, 역장과 마을 대표의 도움으로 일행은 지상 기록 구역 방문 허가를 신청했다. 허가서를 쓰는 데에는 광산의 옛 이름을 알아야 했다. 태문은 낡은 인장함을 가져와 두 종류의 마을 도장을 보여 주었다. 하나는 채굴회사가 운영하던 시절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폐쇄 이후 주민들이 만든 공제조합의 도장이었다. 서류에 회사 인장을 찍으면 심사가 빨랐지만, 지금은 그 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태문은 가짜로라도 찍으면 된다는 관광객들의 제안을 수없이 들었다고 했다. “도장이 찍힌다고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네.” 진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마레온과 화령에서 겪었던 일들이 모두 같은 문장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누군가 자신이 없는 곳에서 서명을 대신했고, 누군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위탁품이라 불렀다. 이제는 낡은 광산의 도장 하나가 그에게 경고처럼 보였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간 공동 식당에는 열두 명쯤 되는 주민이 앉아 있었다. 광부였던 노인은 휜 손가락으로 빵을 잘랐고, 젊은 여자는 신발 밑창을 꿰매며 아이가 받아쓰기 연습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광산이 닫힌 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났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병원은 산 너머에 있었고, 전신선은 비가 오면 자주 끊겼다. 한때 북부에서 가장 번성했다는 철도역은 지금 사람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장소가 되었다. 진혁은 식당 주인이 적어 놓은 외상 장부를 우연히 보게 됐다. 적힌 금액들은 크지 않았다. 감자 두 자루, 장갑 한 켤레, 약값 일부. 그는 무심코 모든 금액을 합산하려다가 손을 멈췄다. 이 장부의 숫자들은 시장의 입찰가가 아니라 누군가가 겨울을 버티기 위해 미뤄 둔 돈이었다. “그거 팔 물건 아니에요.” 식당 주인이 먼저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계산을 좋아해서요.” “저도 계산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는 갚을 수 있을 때 갚는 것도 거래의 일부예요.” 카렌은 그 이야기를 듣고 식당 주인에게 오래된 폐광 사건을 아느냐고 물었다. 여자는 북칠 갱도에서 붕괴가 일어난 날, 학교 창문이 아주 오래 흔들렸다는 것을 기억했다. 사람들은 정확한 사고 시각보다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무사한지 확인했던 일을 더 또렷하게 기억했다. 목격한 것과 소문으로 들은 것을 나누어 말해 달라는 카렌의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누가 누구를 죽였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본 건 흙먼지가 올라온 산하고 뛰어가던 구조대뿐입니다.” 그 말은 카렌에게 귀한 증언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원인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아도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명확히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여관으로 돌아오자 라일은 빵집에서 팔리지 않은 못생긴 호밀빵을 하나 사 왔다. 겉은 딱딱했지만 속은 따뜻했다. 그는 세 사람 몫으로 빵을 나누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릴 때도 이런 빵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진짜 기억인지 오늘 가게에서 냄새를 맡고 떠올린 생각인지 모르겠지만요.” 진혁은 그에게 어디서 먹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가장 큰 조각을 건넸다. 라일은 잠시 어색한 얼굴을 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광산 마을의 창문 너머로 바람이 오래 울었지만, 방 안에서는 빵껍질을 씹는 작은 소리가 계속됐다. 지방 시설관리인은 허가서에 흙이 묻은 장갑을 벗고 서명했다. 위험 지역은 출입할 수 없고, 구조 설비 없는 갱도에는 한 발짝도 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카렌은 문서의 조건을 한 줄씩 읽었다. 라일은 처음으로 허가서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음 날 새벽에는 비가 내렸다. 탄광 입구로 이어지는 길이 검은 진흙탕으로 변했고, 빗물은 선로 사이로 작은 개울을 만들었다. 안내인 진도경은 서른 대 중반의 광산 구조 기술자로, 광산 폐쇄 이후 지하수를 관리하는 일을 해 왔다. 그는 세 사람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장갑을 검사했다. “경매장 사람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물건 만지는 손보다 발이 더 중요합니다.” “저희는 발로 감정할 계획은 없는데요.” “그래도 땅이 꺼지면 발부터 빠집니다.” 도경은 헬멧과 등불, 남은 산소를 확인하는 작은 측정기, 안전줄을 나눠 주었다. 이어 산에서 내려오는 갈라진 수로를 설명했다. 외부 비가 집중되면 오래된 갱도의 배수로가 넘쳐, 막힌 구역의 습기가 갑자기 높아질 수 있었다. 그래서 허가된 통행로에도 시간 제한이 있었다. 진혁은 지도에 출입 시작 시각과 복귀 기준 시각을 적었다. 자신이 사람을 고용했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이 위험을 설명하고 돌아올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지상 수차 관리소였다. 벽돌 건물의 지붕 한쪽이 무너져 있었고, 커다란 철 바퀴에는 초록색 이끼가 붙어 있었다. 수차 아래로는 아직 물이 흘렀다. 창문은 널빤지로 막혀 있었지만 관리인이 가진 열쇠로 출입할 수 있었다. 내부에는 전력 장치가 떼어진 자국과 오래된 광산 법규표가 남아 있었다. 라일은 바닥에 떨어진 놋쇠 등불을 발견했다. 몸통은 찌그러졌고 손잡이도 한쪽이 부러져 있었다. 표면에는 제조사 인장 대신 사람의 손으로 새긴 작은 숫자 ‘7’이 보였다. “이거 심상치 않죠?” 진혁은 유물을 집기 전에 도경에게 먼저 물었다. 등불이 현장 보존 대상인지, 관리소 밖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도경은 보관 장부에 없는 오래된 시설물이라며 공동 목록을 작성하는 조건으로 외관 검사를 허락했다. 진혁은 장갑 낀 손으로 등불을 들어 창가에 놓았다. 받침에는 평범한 광산 등불과 다른 흔적이 있었다. 불을 켜는 기름통 옆에 좁은 홈이 둘, 바닥에는 여섯 가닥으로 나뉜 구멍이 있었다. 겉은 고철이었지만, 안쪽 구조는 신호용 기구에 가까웠다. “저 홈에 선을 걸면 멀리서도 불빛을 가릴 수 있겠네요.” 라일이 말했다. “그리고 불이 나지 않아도 섬광 신호를 낼 수 있습니다.” 도경이 덧붙였다. 진혁은 확대경으로 마모를 확인했다. 등불의 한쪽은 닳았는데 다른 쪽은 거의 닳지 않았다. 오래 손에 들고 다녔다는 뜻일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도경과 함께 작은 예비 전구를 연결해 작동 구조를 시험했다. 낡은 구리선이 희미하게 빛나며 벽에 선명한 직사각형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순간 진혁의 손바닥이 욱신거렸다. 눈앞에 글자가 떠오를 듯 말 듯 흔들렸다. [미완료 감정: 빛의 방향을 확인하라.] 문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진혁은 숨을 골랐다. 이것이 등불의 진실인지, 자신의 피로가 만든 착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능력에 대한 언급 대신 관찰한 사실만 적었다. “등불을 원래 자리에 놓고, 빛이 닿는 방향을 사진 대신 도면으로 남겨 주세요.” 빛은 건물 안쪽의 벽을 가리켰다. 벽에는 오래전 설치된 직사각형 철판이 하나 있었고, 회반죽이 벗겨진 가장자리에는 다른 철판과 달리 새 나사가 박혀 있었다. 도경이 손을 뻗다가 멈췄다. “이건 우리가 지난달 점검할 때 없었습니다.” 카렌은 곧장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럼 함정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도 열지 마세요.” 셋은 철판을 건드리지 않고 관리소 밖으로 나왔다. 도경이 시설관리인에게 점검 요청을 보내는 동안, 라일은 문밖의 진흙 위에 최근의 발자국이 여러 겹 찍힌 것을 발견했다. 가장 작은 발자국은 아이의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 여기에 왔어요.” “그리고 아직 어디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카렌이 말했다. 그날 저녁, 철판의 설치 내역을 확인하러 온 시설관리인이 오래된 보관대에서 종이 한 장을 찾아냈다. 그 종이에는 더 놀라운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일곱 번째 기록실은 지하에 없다. 등불이 가리킨 벽 안에 있다.’ 진혁은 종이를 오래 바라봤다. 이번에는 그 말이 진실이라는 증거가 적어도 하나 있었다. 누군가 최근 벽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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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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