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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61화
PAYLUA ORIGINAL · 제61화

61화. 북쪽으로 가는 표는 두 장뿐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214자

오프라인 책장
서진혁이 그 회색 봉투를 처음으로 의심한 이유는 글씨 때문이 아니었다. 종이에서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령에서 쓰이는 봉투에는 대개 건조한 밀풀 냄새가 남았다. 장인길의 작은 제지 공방들은 사암 먼지 때문에 종이 표면을 밀랍으로 문지르곤 했고, 칠성 경매원에서 사용한 고급 종이에는 희미한 꽃향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여관주인이 가져온 봉투는 오랫동안 물속에 담갔다가 다시 말린 듯 지나치게 깨끗했다. 금빛 회랑의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왔지만, 봉투의 안쪽 섬유는 빛을 거의 통과시키지 않았다. “종이에도 가격표를 붙여야 합니까?” 라일이 물었다. “대부분은요. 그런데 이번에는 우편 요금을 알고 싶습니다.” 진혁은 동전만 한 금속 조각을 나무 집게로 들어 올렸다. 한 면에는 여섯 줄의 물결무늬가, 다른 쪽에는 ‘제0호 감정사’와 북쪽 폐광의 좌표가 찍혀 있었다. 전날 저녁에는 그 문구 때문에 모두가 흥분했지만, 밤새 두 번씩 내용을 읽은 뒤에도 진혁은 단정할 수 있는 사실을 네 가지밖에 쓰지 못했다. 누군가 봉투를 남겼다. 금속판이 들어 있었다.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제32후보가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카렌이 그의 메모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에 확인된 것은 봉투와 물건이 있다는 사실뿐이군요.” “제가 쓰면 더 길어 보이는 장점은 있습니다.” “보고서를 길게 만드는 건 당신 특기니까요.” 라일이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그는 화령의 공방에서 받은 종 모양 나무표를 손가락 사이에 돌리고 있었다. 이름이 아니라 돌아오는 길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받은 표식이었다. 그의 표정이 가벼워 보였지만, 진혁은 라일이 새벽부터 방문 바깥을 세 차례나 살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행은 곧바로 폐광으로 가지 않았다. 여관주인과 배달 기록부터 확인했다. 여관주인은 세입자의 방 앞에 물건을 두지 않는 규칙이 있다며, 전날 봉투를 건넨 사람이 회색 모자를 쓴 젊은 심부름꾼이었다고 말했다. 선불 동화 네 닢을 냈고, 잔돈은 받지 않았다는 것까지 기억했다. 문제는 그가 신고한 주소가 이미 십 년 전에 철거된 인쇄소라는 점이었다. “심부름꾼이 거짓말했을 수도 있고, 의뢰인이 그렇게 적었을 수도 있죠.” 카렌이 정리했다. “그 자체로 범죄의 증거는 아니에요.” 라일은 여관 문턱에 쪼그려 앉아 창틀의 흠집을 살폈다. “이런 심부름은 고용된 사람도 내용을 몰라요. 그래서 함정을 만들기 좋고, 흔적을 지우기도 쉽죠.” “전문가의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전직 전문가라고 해 주세요.” 카렌이 그를 바라보자 라일은 한숨을 쉬었다. “현직으로 넘어가려는 게 아니라요.” 이튿날 오전, 세 사람은 화령 도시감찰소에 금속 조각과 봉투의 사본을 맡겼다. 원본은 봉인된 상자에 넣고 열람자가 서명하도록 했다. 유진 감찰관은 발신인 추적은 계속하되, 폐광 방문 여부는 자체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거기에는 화령의 관할을 벗어난 땅이 섞여 있었다. 감찰소가 동행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당신들이 찾는 북쪽 폐광이 어느 폐광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유진이 낡은 지도를 펼쳤다. “옛 지도에는 일곱 번째 갱도가 셋이나 있어요. 숫자는 시설마다 다시 붙였거든요.” 지도에는 내륙의 오래된 철도와 탄광 마을이 빽빽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화령의 북쪽은 평탄한 황금 들판이 아니었다. 회색 산맥이 동서로 길게 누워 있었고, 산자락마다 폐채굴장이 흰 흉터처럼 벌어져 있었다. 과거의 광산은 화령의 금속 공업을 먹여 살렸지만, 지하수가 올라오고 보강목이 썩으면서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당시의 자재 창고와 구조 기록을 관리하던 부서도 몇 차례 통합됐다. 윤담이 아침 회랑 끝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칠성 경매원 인장을 찍은 정식 서류 두 장과 작은 금속 자를 내밀었다. “광물 감정이라면 이런 게 필요할 겁니다.” “특별한 유물입니까?” “아니요. 눈금이 정확한 자예요. 제대로 된 도구가 어떤 능력보다 먼저 필요한 경우가 있죠.” 서류에는 오래된 채굴품의 소유권을 쉽게 주장하지 않겠다는 확인과, 발견한 자료를 임의로 경매에 올리지 않겠다는 진혁의 서명이 필요했다. 윤담은 폐광 기록이 국가 보존 대상이거나 피해자의 개인 기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제30후보라는 초대장을 받았지만, 그 번호가 광산 출입권이 될 리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쟁 상대에게 여기까지 챙겨 주시다니.” 진혁이 말했다. “당신이 무허가 출품으로 적발되면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저에 대한 기대가 참 인간적입니다.” 윤담은 희미하게 웃었다. “살아서 돌아오면 다시 감정대에서 만납시다.” 윤담은 거기서 대화를 끝내지 않았다. 그들을 교역소 뒤편의 작은 검수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북부 광산에서 매년 보내는 사고 예방 물품 목록이 붙어 있었다. 방수천 두 폭, 나침반 두 개, 출입증용 철표, 등불 여섯 개. 숫자 옆에는 지난해와 올해 사용량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진혁은 사람을 구하는 데 쓰는 장비의 값이 고급 장신구 하나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해졌다. “여기서 가장 비싼 물건은 뭡니까?” 그가 물었다. 윤담이 한 항목을 가리켰다. ‘구조 인력 동원 비용. 사전 산정 불가.’ “사람이 다치면 기계를 사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듭니다. 그러나 그 비용이 아깝다고 구조를 미룰 수도 없죠.” 카렌은 비상 연락망을 베껴 적었다. 그녀는 외지인이 북쪽 광산 사고 조사에 공식 권한 없이 끼어들면 오히려 현지 사람들의 진술이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사전에 정리해 두기로 했다. 진혁은 그 말을 들으며 몇 달 전 첫 감정대에서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을 떠올렸다. 그때는 고용주의 눈치를 보느라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웠다. 지금은 위험을 피하려고 모른다고 말하는 법을 배운 셈이었다. 교역소 관리인에게서는 별도의 교통 안내를 받았다. 북쪽으로 가는 마차는 계절에 따라 운행을 중단했고, 산길이 끊기면 돌아오는 데 며칠이 더 걸릴 수 있었다. 여관비를 줄이려 무리하게 밤길을 걷는 사람은 흔했지만, 광산의 폐선 근처에는 낡은 교량이 있어 사고가 잦다고 했다. 관리인은 종이에 작은 교량 세 개와 비상 역참 한 곳을 표시했다. 진혁은 그 지도 가장자리에 가격을 적었다. 차량비, 안내료, 숙박비, 비상 식량과 장비 보증금. 숫자를 모두 더하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우리는 분명 보물을 찾으러 가는 거죠?” 라일이 말했다. “지금은 보물을 찾으러 가는 사람들한테서 돈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실험하는 것 같습니다.” “매우 성공적인 실험이군요.” 카렌이 지도를 접었다. “돌아오는 돈까지 따로 빼 두세요. 발견한 물건을 바로 팔 수 있다고 계산하지 말고요.” 진혁은 그녀가 자기보다 현실적인 말을 해서 서운했지만, 사실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준비 목록 맨 위에 ‘돌아갈 여비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이라고 적었다. 별것 아닌 문장이었으나 처음으로 돈을 벌기 전에 안전을 위해 돈을 묶어 두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조금 놀랐다. 그들이 건물에서 나왔을 때 화령은 평소와 다름없이 활기찼다. 푸른 천막 아래에서 과일 장수가 늦은 배를 팔았고, 먼지 많은 길을 청소하는 청년들이 종탑 그림자 아래로 지나갔다. 황금도시의 기세는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혁의 여행 가방에는 금화보다 값싼 종이와 서명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마차가 떠나기 전에는 세리아에게서 전신이 왔다. 루멘 경매장으로 돌아오는 대신 북쪽으로 향한다는 보고를 받은 세리아가 보낸 것이었다. 짧은 문장 사이에도 그녀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폐광은 유물보다 천장이 위험하다. 위치 검증과 안내인 계약 먼저. 심실 출력은 안정. 모라에게 무리시키지 않음. 벨라가 출장비를 승인하지 않았다.’ 진혁은 마지막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앞의 내용이 하나도 안 들어오네요.” 카렌이 전신의 아래쪽을 가리켰다. ‘비상 복귀용 여비는 개인 명의로 보냄. 대여금. 영수증 필수.’ “좋은 사장님이네요.” “빌려준 돈에 영수증까지 요구하는데요?” “당신이 걱정돼서 그런 거겠죠.” 진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카렌은 그가 쑥스러워하는 게 재미있는지 잠시 미소 지었다가, 곧 여행용 망토의 버클을 조였다. 다른 사람의 걱정을 농담으로 지우기에는 북쪽 길이 실제로 위험했다. 북행 마차는 둘째 날 오후까지 편도 두 번 갈아타야 했다. 첫 노선은 곡물과 화물을 싣는 교역차였고, 두 번째는 산길을 아는 역참 마부가 운영했다. 승객 한 명에게 허용되는 짐의 무게도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진혁은 사치스러운 감정 도구를 포기하고, 자와 확대경, 작업 장갑, 종이 봉투, 끈, 수통, 빛을 가릴 덮개만 챙겼다. 라일은 밧줄과 철제 고리를 들고 왔는데, 카렌은 고리의 마모를 확인한 뒤 새것으로 바꾸라고 했다. “몇 번이나 살아남았는데 이걸 못 믿습니까?” 라일이 항의했다. “살아남은 횟수와 장비의 안전성은 관계없어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길이 화령의 마지막 관문을 벗어나자 풍경이 바뀌었다. 금박 장식이 달린 상점 대신 옅은 갈색 밀밭이 이어졌고, 늦은 수확을 마친 논 사이에 작은 관개 수로가 반짝였다. 멀리 산맥 위에는 아직 녹지 않은 회색 눈이 좁게 남아 있었다. 산 아래로 다가갈수록 바람에 석탄 가루와 젖은 나무 냄새가 실려 왔다. 해 질 무렵, 진혁은 차창 밖의 붉은 산등성이를 보며 금속 조각을 다시 떠올렸다. 그의 손바닥에는 일주일 전부터 이어진 둔한 통증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본질을 본다’는 능력에 기대어 금속판을 만지면 어떤 단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단어를 믿기 전에 물건이 만들어진 시기와 좌표가 실제로 맞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마지막 역참에서 마부가 물었다. “일곱 번째 기록실을 찾는다고 했소?” 진혁이 고개를 들었다. 마부는 산등성이 아래, 불이 몇 개 켜진 작은 마을을 턱으로 가리켰다. “거기 가면 흰 수염의 역장에게 먼저 물으시오. 광산 사람들이 폐갱도로 들어갔다가 못 돌아온 뒤로, 일곱이라는 숫자를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됐으니까.” 라일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거기가 맞는 곳이군요.” “아니요.” 진혁이 말했다. “지금 확인된 건 사람들이 그 숫자를 두려워한다는 것뿐입니다.” 마차가 굽은 길을 내려가자 저녁 안개 속에 낡은 광차 레일이 드러났다. 그 끝에는 불이 꺼진 역사가 있었다. 역사 벽에 누군가 분필로 쓴 글이 보였다. ‘제32후보에게서 물건을 사지 마시오.’ 진혁은 본능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만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경고가,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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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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