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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화
PAYLUA ORIGINAL · 제5화

5화. 금화 삼백 닢짜리 거짓말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6,222자

오프라인 책장
유물 하나의 가격은 누가 정할까. 귀족들은 희귀한 재료와 제작자의 이름을 말했고, 모험가들은 실전에서 얼마나 쓸모 있는지 따졌다. 상인들은 지난달 어느 경매장에서 비슷한 물건이 얼마에 팔렸는지를 먼저 확인했다. 진혁이 처음 감정사 일을 배울 때 상급 감정사 로델은 이렇게 말했다. ‘정답은 낙찰가야. 비싼 값에 팔리면 좋은 물건이 되는 거지.’ 진혁은 그 말이 어쩐지 뒤집힌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럴듯하게 반박할 지식이 없었다. 지금도 숫자를 다룰 만큼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떤 사람들은 물건의 진짜 가치를 숨기는 것으로 더 큰돈을 벌었다. 루멘 경매장의 오후 경매는 어젯밤 소동 때문에 규모가 줄었다. 그래도 상인과 귀족들의 마차는 정문 앞을 가득 메웠다. 사고를 두려워한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드넓은 홀에는 빈 의자가 많았다. 그러나 남아 있는 손님들은 유난히 조용했다. 천장을 올려다보거나, 바닥에 그려진 원형 문양을 피해 걷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진혁은 그들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단순한 낙찰자가 아닐 수 있다. 어젯밤 생명력을 빼앗길 뻔한 사람들도 있었고, 뒤늦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정보상도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누군가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임시 수석 감정사님.”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로델이었다. 풍성한 회색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비싼 비단 조끼를 입고 있었고, 늘 손에는 보석 손잡이의 확대경을 들고 다녔다. “어젯밤 큰 공을 세웠다지? 그런데 소문이란 게 대개 부풀려지는 법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진혁이 얌전히 대답하자 로델이 의외라는 듯 눈썹을 올렸다. “그럼 오늘 감정서는 내게 맡기게.”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최종 확인을 해야 합니다.” “누구 허락으로?” 진혁은 세리아가 발급한 임시 권한서를 펼쳐 보였다. 번쩍이는 은빛 인장을 확인한 로델의 얼굴이 구겨졌다. “자격도 없는 놈이 사고 한번 치더니.” “사고를 막은 겁니다.” “뭐?” “막은 사고입니다. 앞으로도 그러려고요.” 진혁은 고개를 숙이고 감정 대기실로 들어갔다. 등 뒤로 로델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직원 사이의 체면 싸움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대기실에는 세 점의 물건이 올라와 있었다. 수정으로 만든 항해용 나침반, 마정석이 박힌 가죽 장갑, 은빛 실로 묶은 작은 유리병. 모두 검은 인장 상회가 위탁한 물건이었다. 상회 이름은 운송 서류마다 또렷했지만, 위탁 상인의 얼굴을 기억하는 직원은 없었다. 진혁은 나침반부터 살폈다. 둥근 황동 테두리가 소금기에 닳아 있었다. 투명한 수정 바늘은 북쪽을 가리키지 않고 바다 쪽을 향해 느리게 돌았다. 서류에는 ‘해무의 나침반, 미궁 입구 탐지 기능. 예상 시작가 금화 300닢’이라고 적혀 있었다. “삼백 닢.” 그가 중얼거렸다. 보조 감정사 월급을 몇 년이나 모아야 만질 수 있는 돈이었다. 나침반을 집어 들자 문장이 나타났다. [해무의 나침반.] [표면 감정: 진품, 미궁 입구 탐지.] [잔류 기억: 세 번의 조작, 한 번의 폭발.] [실제 기능: 봉인 아래의 빈 공간을 가리킨다.] [주의: 뒷면에 삽입된 적색 마정석은 가짜.] 이어 다른 장면이 밀려왔다. 어두운 창고에서 누군가 나침반의 뒷면을 뜯고 작은 돌을 갈아 끼웠다. 남자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손에는 보석 손잡이 확대경이 들려 있었다. 로델의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진혁은 나침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직 단정할 수 없었다. 확대경은 시중에도 팔았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기억 한 장만으로 사람을 고발할 수는 없었다. 능력이 보여주는 것은 물건에 스민 과거의 파편이었다. 파편을 잘못 이어 붙이면 진실도 거짓이 된다. 그가 유리병에 손을 댔을 때는 아무 문장도 나오지 않았다. 찬 기운만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정보가 보이지 않는 물건. 검은 상자를 처음 만졌을 때와 같았다. 진혁은 우선 장갑을 벗어 간접 접촉을 피하고 병을 봉인함에 넣었다. “이 물건은 공개 목록에서 제외하겠습니다.” 기록 담당 직원이 놀라 펜을 멈췄다. “상회에서 오늘 꼭 팔아 달라고 했는데요?” “감정 불가품은 출품할 수 없습니다. 규정 제십이조입니다.” “로델 수석님이 이미 허가하셨어요.” “그럼 오늘은 수석이 둘이군요. 최종 허가자는 제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서류를 수정했다. 진혁은 그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외 사유와 임시 권한 근거를 직접 적어 넣었다. 작은 절차를 지키는 일이 중요했다. 루멘에서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렀다. 물건을 공개하기 전에 지켜야 하는 감정 절차는 생각보다 많았다. 원칙대로라면 서로 다른 감정사 두 명이 상품 상태를 확인하고, 보관 담당자가 봉인을 검사한 뒤, 경매사가 최종 목록과 대조해야 한다. 그날의 기록은 세 장 작성해 각각 경매장, 위탁자, 시청 거래 관리관에게 보낸다. 그러나 바쁜 대경매 날에는 여러 절차가 서로 믿고 넘어가는 관행으로 바뀌었다. 로델이 확인했다면 다른 사람은 확인하지 않았고, 귀족에게서 온 물건은 운송 상자의 봉랍만 보고 통과시켰다. 진혁이 보조로 일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도 ‘늘 이렇게 해 왔다’였다. 진혁은 장부에서 위탁자 서명을 찾아봤다. 검은 인장 상회의 서명은 어젯밤 검은 상자에 적힌 것과 정확히 같았다. 너무 같아서 이상했다. 사람의 손으로 여러 번 쓴 서명에는 조금씩 다른 획이 생기는데, 인감처럼 복사한 서명은 끝부분의 번짐까지 똑같았다. “이 서류가 정말 원본입니까?” 그가 기록 담당자에게 묻자 직원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수석님이 직접 받았다고 했어요. 위탁자는 급히 가야 한다고….” “전달을 받은 사람과 현장에서 서명한 사람의 이름이 없네요.” “로델 수석님이 그렇게 쓰라고 하셔서요.” 진혁은 불안해하는 젊은 직원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상급 감정사에게 잘못을 돌리는 일은 쉬웠지만, 그 명령을 따른 사람들까지 모두 몰아세우면 정작 진실을 밝힐 증인이 사라질 수 있었다. “여기 적힌 사실만 따로 남깁시다. 어느 날 몇 시에 받았는지, 누가 운반했는지, 당신은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보았는지요. 나머지는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직원은 가만히 펜을 쥐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상자를 실은 수레에서 바닷물이 떨어졌어요. 어두운 색 물이었는데 냄새가 좀 이상했습니다. 소금기보다는 쇳내가 났어요.” 그 한마디에 진혁은 검은 상자가 지나간 창고 바닥을 떠올렸다. 깨끗하게 닦여 있었지만 모서리에는 옅은 붉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똑같이 쇳내가 났다. “좋은 단서입니다.” “정말요?” “네. 정식 기록에 넣겠습니다.” 그는 말하면서 깨달았다. 비밀을 보는 능력이 있어도 자신이 보지 못한 곳에서 벌어진 일은 알아낼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의 말을 듣고, 문서를 확인하고, 작은 차이를 놓치지 않는 일이 감정사에게 가장 중요할지도 몰랐다. 진혁은 탁자 위의 나침반을 다시 한번 살폈다. 바늘이 북쪽이 아닌 경매장 지하를 가리켰다. 누군가 애초부터 물건의 가치가 아니라 봉인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경매를 이용했다는 뜻이었다. 그 사람이 오늘 어디에 앉아 있을지 생각하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경매가 시작되자 홀의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왔다. 황금빛 장식 아래에는 보랏빛 천을 두른 입찰대가 놓였다. 정장 차림의 경매사가 짧은 망치를 들고 등장했다. 오늘 첫 물건은 평범한 마수의 뿔이었다. 가격은 금화 열다섯 닢에서 시작해 스물세 닢에 낙찰됐다. 진혁은 무대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류에 이름을 적는 일과 실제로 물건이 팔리는 광경은 달랐다. 누군가 입찰패를 들 때마다 객석에서는 작은 탄성이 터졌다. 마치 의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이 팽팽해지는 듯했다. 돈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표정은 환해지거나 무너졌다. 나침반 차례가 왔을 때 로델이 직접 무대에 올랐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최고의 발견품입니다. 미궁을 찾는 탐험가라면 평생에 한 번도 얻기 어려운….” 진혁은 무대 뒤의 서류를 움켜쥐었다. 자신이 수정한 감정서는 경매사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처음 작성된 감정서가 올라가 있었다. “잠깐만요!” 로델은 못 들은 척 말을 이어갔다. “시작가 금화 삼백 닢!” 객석 앞줄에서 곧바로 입찰패가 들렸다. 비단 모자를 쓴 귀족이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삼백오십.” 반대편에서 상인이 외쳤다. “사백.” 값은 빠르게 뛰었다. 진혁은 무대 위로 올라갔다. 로델이 이를 드러내며 낮게 말했다. “내려가. 손님들 보는 앞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으면.” “정정 감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안 받아들인다.” 진혁은 청중을 향해 섰다. 목이 말랐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되었다. 손목 안쪽에서 ‘본질을 본다’라는 글씨가 뜨거워졌다. “입찰을 잠시 중지해 주십시오. 이 물건은 설명과 다른 상태입니다.” 웅성거림이 퍼졌다. 앞줄 귀족이 의자 팔걸이를 두드렸다. “누가 저 말단을 무대에 올렸지?” 진혁은 입찰대 아래에 놓인 망치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규정상 감정 이의 제기가 접수되면 낙찰 선언을 중지해야 합니다.” 로델은 눈을 부릅떴다. “뭘 근거로?” “뒷면 적색 마정석이 위조됐습니다.” 객석에서 짧은 웃음이 흘렀다. 고가의 나침반에 가짜 마정석을 넣었다는 말은 장난처럼 들렸을 것이다. 진혁은 확대경을 꺼내 나침반을 뒤집었다. 테두리 안쪽에는 흔적도 거의 없는 얇은 접합선이 있었다. 그는 작은 감정 바늘로 그 선을 누르며 말했다. “진품이라면 오래된 마정석의 결이 안쪽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여기에는 두께가 다른 접착 흔적이 있습니다.” 유리처럼 얇은 판이 떨어졌다. 그 아래에서 붉은 돌 하나가 드러났다. 진혁은 마정석을 진열대에 올리고 손님들이 직접 확인하도록 했다. 돌 내부는 빛이 통하지 않았다. 한 상인이 외쳤다. “그거 염료 먹인 평범한 광석이잖아!” 다른 쪽에서는 “사기다!”라는 고함이 터졌다. 로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비단 모자를 쓴 귀족은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출구를 지키던 카렌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다시 앉았다. 진혁은 천천히 말했다.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 나침반은 미궁 입구를 찾는 도구가 아닙니다. 지하의 빈 공간을 찾습니다. 그래서 이 경매장 아래에서만 반응하는 겁니다.” 말을 마친 순간 나침반의 바늘이 아래쪽으로 똑바로 서더니 무대 바닥을 가리켰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어젯밤의 소동을 기억하는 손님들은 의자를 뒤로 밀었다. “증거가 더 필요하다면,” 진혁이 말을 이었다. “출품 직전 조작된 감정서의 원본과, 이 물건을 반입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해야 합니다. 낙찰은 그 뒤입니다.” 후방 문이 열리고 헥터가 경비원들과 들어왔다. 그는 로델에게 손을 내밀었다. “감정사님, 잠시 동행하셔야겠습니다.” “이건 음모야! 세리아가 저 애송이를 앞세워 날 쫓아내려는 거라고!” 로델이 발버둥쳤다. 관객들은 웅성거렸지만 아무도 그를 변호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영원한 진품을 확신하던 사람들이었다. 잠시 후 비단 모자의 귀족은 인파 사이로 빠져나가려 했다. 카렌이 그의 앞을 막았다. “잠깐 조사에 응해 주시죠.”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가?” “지금은 입찰패 사백십칠 번 고객이시죠. 나머지는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녀의 입가에 아주 짧은 미소가 지나갔다. 진혁은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었다. 혼란이 수습된 뒤 세리아가 무대 뒤로 찾아왔다. 그녀는 진혁이 봉인함에 넣어 둔 유리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건 왜 제외했지?” “아무것도 읽히지 않습니다. 어제 그 검은 상자처럼요.” “잘했어.” 세리아가 병을 들어 빛에 비추었다. 은빛 실 사이에서 아주 작은 붉은 기포가 생겼다 사라졌다. “이건 사고가 아니야. 누가 일부러 두 번째 파손을 준비했어.” “그럼 검은 인장 상회가 봉인을 깨려는 겁니까?” “아니.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녀가 병을 내려놓았다. “이건 봉인을 깨는 도구가 아니야.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기게 만드는 도구지.” 진혁은 등 뒤가 서늘해졌다. 세리아는 장부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위조된 나침반의 운송 인감이 그려진 종이였다. 그곳에는 뜻밖의 문장이 보였다. [검은 인장 상회가 신청한 일몰 경매.] [거래 대상: 상품 997, 첫 번째 비밀.] [출품자: 서진혁으로 등록 완료.] “제가 출품한 적도 없는데요?” “그걸 증명해야 해.” 세리아가 짧게 말했다. “일몰까지 두 시간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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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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