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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48화
PAYLUA ORIGINAL · 제48화

48화. 조류 아래의 기록고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913자

오프라인 책장
경매선은 침몰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갑판 아래 보관고에 물이 밀려들고 있었다. 선체 외부에 달린 낡은 평형 수조의 밸브가 열린 것이다. 화물선 시절에는 무게를 맞추기 위해 쓰던 장치였지만 지금은 관람석과 마력 장비를 무리하게 설치해 균형이 맞지 않았다. 물이 한쪽으로만 들어오면 배는 천천히 기울다가 순식간에 전복될 수 있었다. 카렌이 경매선의 책임자에게 비상선박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책임자는 뒤늦게 호루라기를 불었고, 마테오는 청솔호에서 소형 보트를 두 척이나 내려 보냈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지갑과 유물을 챙기려 했지만 라일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금화는 물에 젖어도 금화입니다! 사람은 물에 빠지면 끝이라고요! 종 세 번 못 들었습니까?” 그 소리에 몇 사람이 웃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움직였다. 카렌과 섬 관리인의 경비들이 사람들을 줄지어 인도했다. 이름을 잊었던 남자는 부축을 받아 보트에 올랐고, 신원표를 걸었던 관람객들은 표를 증거 봉투에 넣은 뒤 담당자의 확인을 받았다. 진혁은 마지막까지 무대 근처에 남아 있었다. 니브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반쯤 열린 관리대장과 낙찰 예정 원부는 책상 위에서 뒤집힌 채 흔들렸다. 그것을 들고 가면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 같았지만, 누군가의 위탁품을 마음대로 가져가면 오히려 출처가 꼬일 수 있었다. 늙은 항해사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저 책은 빈 껍질이오. 안에 남아 있는 기록만 회수하면 되오.” “어떻게요?” 남자는 무대의 바닥판을 가리켰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진혁은 손으로 금속판을 들여다봤다. 작은 홈 세 개가 있었다. 라일이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도구를 꺼냈다. 그러나 진혁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열다가 배가 뒤집히면 안 됩니다. 구조가 먼저예요.” 늙은 항해사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유산보다 사람을 먼저 고르는군. 그 말은 누가 가르쳐 주었소?” “지금도 월급은 제일 늦게 주는 사장님이요.” 그들은 마지막 보트에 올랐다. 뒤편에서 경매선이 크게 기울었다. 갑판에 남은 등불이 한꺼번에 옆으로 쏟아졌고, 물 위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모든 관객이 밖으로 나왔다는 확인이 먼저였다. 선장이 인원수와 이름을 대조한 뒤에야 진혁은 숨을 놓았다. 노를 젓는 작은 배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사람은 경매사의 조수였다. 그는 금속 상자를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쳤고, 마테오는 그 상자를 먼저 내려놓으라고 소리쳤다. 금속 상자에는 아직 소유권 이전을 기다리는 유물들이 들어 있었다. 조수는 상자를 잃어버리면 자신이 전부 물어내야 한다고 했다. 마테오는 그의 목깃을 붙잡아 배 바닥에 앉혔다. “네 목숨값을 그 상자가 대신 물어주진 않는다.” 상자는 결국 해상 구조대가 별도로 확보했다. 조수는 담요를 두른 뒤에도 손을 떨었다. 카렌이 그에게 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입사 때 서명한 책임각서를 떠올렸다. 나중에 원본을 제출받아 검토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진혁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에 속이 답답했다. 모든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왜 언제나 가장 힘없는 직원의 생활까지 담보로 삼으려 하는 걸까. 그러나 지금 당장 조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뜨거운 물 한 잔을 건네고, 그가 원한다면 진술을 남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뿐이었다. 테오는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봤다. “저 사람도 경매장 직원이에요?” “응.” 진혁이 대답했다. “그럼 다 돈이 많아요?” “전혀.” “그래도 사람들이 귀한 물건을 갖고 오잖아요.” “가끔은 남의 귀한 물건만 잔뜩 봐요. 내 건 월급 명세서 하나고.” 테오가 웃었다. 진혁은 아이가 처음 보는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자신들 앞에서 테오는 협상하고 경계하고 주변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아이가 아이답게 웃는 일이 이 섬에서 계속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바랐다. 잔조도 관리 사무소는 그날 밤 임시 구조 본부가 되었다. 따뜻한 물과 마른 담요가 모자라 마을 사람들이 집마다 여분을 가져왔다. 어린 테오는 종 대신 빈 주전자를 들고 뛰어다니며 온수를 날랐다. 그는 위험한 일을 하고 싶어 했지만 카렌이 뜨거운 물을 옮길 때에는 반드시 어른과 함께 다니라고 했다. 진혁은 젖은 장부를 말리는 자리와 사람을 돌보는 자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종이가 보존되어도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다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새벽이 가까워졌을 때 늙은 항해사가 이름을 밝혔다. 아니, 그가 기억하는 호칭을 밝혔다. “사람들이 내게 도르라고 불렀소.” “본명은 아니고요?” 라일이 물었다. “아마 아니었겠지. 아무도 나를 그 이름으로 불러 주기 전부터 나는 바다에 있었으니까.” 라일은 남자의 손을 한참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옛날에 아이들한테 물때를 외우게 했죠. 밀물이 들어올 때는 얕은 바위가 먼저 사라진다고. 그래서 바위가 안 보여도 바위가 없는 건 아니라고.” 도르의 눈가가 젖었다. “그랬지.” 그는 자신의 나침반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안쪽 뚜껑에는 가는 철필로 그린 선이 있었다. 빈곶 부표와 부서진 등대를 연결하는 선, 그리고 그 두 지점의 중간에 찍힌 검은 점. 마레온 관청의 해도에는 아무것도 없는 바다였다. “바다 아래에 기록고가 있다고요?” 카렌이 물었다. “방벽을 만드는 사람들이 처음 이 항로를 설계하던 시절에는 있었소. 이름은 ‘청자 보관소’. 중요한 계약을 항구 하나의 창고에만 두면 권력자가 불태우기 쉬우니까, 원본의 일부를 서로 다른 곳에 나누어 맡겼지.” “왜 지금은 아무도 모릅니까?” “옛 항로가 닫힐 때 관청에서도 일부 지도만 남겼으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그곳이 잊히길 바랐지.” 도르는 자신의 다리를 지탱하는 금속 보호대의 잠금 장치를 풀었다가 다시 조였다. 그가 다리를 다친 건 십 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폭풍 속에서 침몰하던 배를 돕다가 쇠사슬에 깔렸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항구의 구조 기록에도 남아 있지만, 본명란은 비어 있었다. 이름을 잃은 사람이 영웅처럼 살아도 문서에는 적을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 라일에게 이상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왜 계속 배에 탔어요?” 라일이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버리면 나를 더 빨리 잊을까 봐 그랬지.” “기억 못 하는 것과 잊는 건 달라요?” “누군가 함께 기억해 주면 다르겠지.” 라일은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도르가 자신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바닷길을 건너 사람을 구했던 행동까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생각이 반가우면서도 괴로웠다. 자기 과거를 알고 싶은 마음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솟았기 때문이다. 카렌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았다. 증언으로 남기기로 정한 사실만 적었다. 어떤 대화는 수사 자료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남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도르는 원본을 직접 보았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자신이 맡았던 일은 어린 배달인을 통해 안전한 항로와 밀봉된 봉투를 옮기는 것이었다. 봉투를 열어 본 적은 없었다. 단지 세 줄 파도와 종의 신호를 따라가는 한 배달인에게 어느 날 이름 대신 번호가 부여되었고, 그 뒤로 동료들이 하나씩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그 아이의 번호가 제31후보였나요?” 진혁이 물었다. “모르오. 그보다 숫자를 부르는 사람을 누가 믿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지.” 진혁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결국 또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원본이 바닷속에 있을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좌표는 얻었다. 그는 마테오, 섬 관리인, 카렌, 도르가 모두 보는 앞에서 좌표를 세 장으로 옮겨 적었다. 원본 나침반은 도르가 보관하고, 사본 하나는 관리 사무소 금고에 넣었다. 다음 날 오전, 해상 구조대가 경매선의 누수 상태를 살피는 동안 청솔호 일행은 해저 보관소의 위치를 확인할 방법을 논의했다. 바다에 들어가는 건 단순히 용감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조류가 빨라 물속 시야가 나쁘고, 수면에서 호흡관을 연결한 사람은 줄이 끊어지면 순식간에 길을 잃을 수 있었다. 진혁이 전날 산 고장 난 잠수관을 꺼내자 마테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제 고철인 줄 알았던 물건이 왜 여기 있지?” “저도 그 질문을 기다렸습니다.” 진혁은 수리소 주인이 설명해 준 압력 분산 구조를 보여 주었다. 수리소 주인이 부품을 손질했고, 마테오의 선박 정비사가 물통 시험에서 밸브의 잠금 기능을 확인했다. 하지만 잠수관 전체를 사람 몸에 연결하는 시험은 아직 하지 않았다. “이걸로 바로 내려가려는 생각이라면 그만둬.” 마테오가 말했다. “도구 하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을 나는 너무 많이 봤어.” “저도 내려갈 생각 없습니다.” 진혁이 답했다. “수중 탐침에 붙여 물의 압력과 방향을 측정하려고 산 겁니다.” 카렌이 빙긋 웃었다. “이럴 때는 말을 잘 듣네요.” “저는 경매사예요. 잠수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수영을 잘 못합니다.” “그건 처음 듣는데요.” “입사 서류에 수영 능력을 적는 칸이 없었거든요.” 수리소 정비공들은 낡은 잠수관에서 유효한 밸브만 떼어 내어 무인 탐침에 연결했다. 탐침은 무거운 납추와 거리 표시가 된 줄, 수압 변화를 기록하는 작은 유리관으로 만들어졌다. 빠른 조류를 피하려면 밀물과 썰물 사이의 짧은 정조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좌표를 찾는 작업은 오전 내내 실패했다. 첫 번째 탐침은 모래 바닥에 닿았고, 두 번째 탐침은 해초에 걸려 길이를 잘못 가리켰다. 마테오는 선박을 몇 길씩 이동시키며 조류 방향을 확인했다. 작은 파도가 올라오면 수면의 거품을 보고 바람의 변화를 판단했다. 수리소 정비공은 유리관의 눈금이 염분 때문에 틀어질 수 있다며 매번 측정값을 따로 적었다. 진혁은 조급한 마음에 좌표를 다시 대입했다. 도르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과 오래된 관청 해도가 수십 길 어긋나 있었다. 마테오는 지도를 둘 중 하나가 틀렸다고 결론짓지 않았다. 원래 해도가 제작된 시대와 지금의 바닷길은 다를 수 있었고, 먼바다의 표지는 조류와 폭풍 때문에 이동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세 사람은 바다에서 실제로 측정한 값을 새로운 도면에 겹쳐 그렸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믿지 마.” 마테오가 말했다. “소금에 젖은 줄의 길이를 믿어. 그래도 틀릴 수 있으니 두 번 재는 거고.” 진혁은 자신이 감정 능력으로 얻은 단서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건의 잔향은 과거의 조각에 불과했다. 그 조각이 어느 순간을 가리키는지, 누가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다른 증거로 맞춰야 했다. 그래서 그는 능력을 쓰고 싶어지는 순간마다 선원에게 먼저 물었다. 세 번째 탐침을 내리기 전에는 밧줄이 감기는 횟수까지 계산했다. 전날 구입한 밸브는 내부 압력을 안정시켰고, 덕분에 유리관이 깨지지 않았다. 세 닢짜리 고철의 진가는 경이로운 마법이 아니라, 정확하게 일하도록 돕는 오래된 기술에 있었다. 그날 오후, 일행은 청솔호에서 탐침을 내렸다. 마테오는 선박을 안전한 거리에서 고정했고 해상 구조대가 다른 배에서 감독했다. 줄이 스무 길을 넘자 유리관의 색이 바뀌었다. 누군가 예상했던 바위턱보다 훨씬 아래에 평평한 구조물이 있다는 뜻이었다. 탐침이 세 번째 바닥을 두드렸을 때, 줄에서 종소리 같은 진동이 올라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라일은 난간을 꽉 잡았다. 도르는 눈을 감았다. 진혁은 진동을 장부에 적었다. 기쁨보다 먼저 무서움이 밀려왔다. 오래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여전히 그 아래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물속에서 탐침줄이 갑자기 팽팽해졌다. 누군가 아래에서 줄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선박이 조금 기울자 마테오가 즉시 줄을 풀라는 명령을 내렸다. “탐침을 버려도 좋다! 사람이 먼저야!” 그러나 줄이 끊어지기 직전, 끌려 올라온 금속 고리에 아주 작은 밀봉통 하나가 걸려 있었다. 통에는 그들이 찾던 표시가 찍혀 있었다. ‘청자 보관소. 첫 봉인은 언제나 밖에서 확인할 것.’ 그리고 그 아래, 낯설지 않은 필체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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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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