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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46화
PAYLUA ORIGINAL · 제46화

46화. 금화 대신 울린 망치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650자

오프라인 책장
잔조도의 밤은 바다보다 시장이 먼저 검어졌다. 낮 동안 깔려 있던 좌판이 하나씩 접히자 어둡고 좁은 돌계단만 남았다. 등대에 걸린 풍향계가 삐걱거렸고, 시장 사람들은 창문에 덧문을 내렸다. 회색 장부 조합이 빌린 경매선은 섬 뒤편 깊은 물에 닻을 내린 채 수십 개의 등불을 켜고 있었다. 먼 바다에서 보면 축제처럼 보일 만큼 화려했다. 진혁은 망가진 잠수관을 청솔호에 안전하게 맡기고 카렌, 라일과 함께 경매선으로 향했다. 마테오가 작은 노를 젓는 배를 마련해 주었다. 노가 물을 가를 때마다 검푸른 물속에서 야광 조류가 흩어졌다. 등불 아래로 보이는 경매선의 선체에는 쇠판을 덧댄 흔적이 많았다. 원래 화물 운반선이었다가 내부를 고쳐 관람석으로 만든 배였다. 출입구에는 두 줄이 있었다. 금화를 내고 입장하는 사람들과 이름을 적고 무료로 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무료 줄에는 일꾼과 어부가 많았다. 경비는 그들에게 신상 정보를 적게 한 다음 작은 검은 표를 목에 걸어 주었다. 진혁은 카렌에게 말했다. “이름을 적는 줄은 들어가면 안 되겠네요. 저쪽은 입장권을 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명부에 올리는 거니까.” 세 사람은 관람료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번호가 적힌 임시표를 받았다. 계약의 부가 조항이 없는지 확인하고 사본도 요구했다. 문지기는 귀찮다는 듯 혀를 찼지만 서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섬 관리인에게 영수증을 보여 주기로 한 이상, 돈을 얼마나 쓰는지 기록을 남겨 두는 일이 중요했다. 경매장 안쪽은 뜻밖에 따뜻했다. 난로가 다섯 개나 놓여 있었고, 천장에는 물방울이 맺히지 않도록 얇은 황동 관을 둘렀다. 정면 무대 뒤에는 고래뼈를 닮은 하얀 아치가 서 있었다. 입찰자들은 반원형 좌석에 앉았다. 앞줄에는 귀족의 문장이 달린 외투가, 뒷줄에는 상회 직원들의 헐렁한 작업복이 섞여 있었다. 라일이 좌석을 둘러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규모는 루멘 못지않네요. 그런데 관객이 물건보다 먼저 신원표를 달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카렌은 관객 중 일부가 자기 표를 만질 때마다 안색이 바뀌는 것을 알아챘다. 검은 표의 중앙에서 붉은 점이 한번씩 깜빡였다. 그녀는 표를 목에서 빼 보라고 권하려다 가까운 경비의 시선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무작정 소란을 일으키면 자신들을 감시하던 사람들이 아이들과 선원들을 먼저 잡아갈 수 있었다. 무대에 오른 경매사는 가느다란 은색 망치를 들고 있었다. 그는 입찰자들을 향해 허리까지 숙였다. “존귀한 고객 여러분. 오늘의 첫 번째 물품은 ‘비를 기억하는 등불’입니다. 폭풍을 세 차례 예고했다는 오래된 선박용 등불이지요. 시작가는 열 금화!” 진혁은 등불을 살폈다. 유리관은 진짜였고, 내부의 푸른 마력석도 작동하고 있었다. 다만 빗방울을 감지하는 장치는 너무 낡아 습기만 차도 경고음을 낼 듯했다. 누군가가 열두 금화를 불렀고, 곧 스물다섯까지 올라갔다. “저건 마레온에 가져가면 수리비가 더 나오겠는데요.” 진혁이 중얼거렸다. “입찰할 거 아니면 입 다물어요.” 카렌이 속삭였다. 그다음 물품은 유리제 숟가락이었다. 생김새는 우스웠지만, 뜨거운 국물과 독성 반응을 구별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한 약초상이 크게 관심을 보였고 경쟁 끝에 열여섯 금화에 낙찰받았다. 진혁은 그 물건의 진짜 기능을 확인할 방법을 몰랐으므로 장부에 ‘설명만 확인, 실험 미실시’라고 적었다. 두 물품이 낙찰되는 동안 진혁은 경매사의 말버릇을 관찰했다. 루멘 경매장에서 세리아는 확인되지 않은 물품의 기능을 설명할 때 반드시 ‘추정’이라는 표현을 쓰게 했다.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물품은 왜 밝힐 수 없는지 기록했고, 위탁자와의 이해관계는 별도 항목에 적었다. 하지만 이 경매사는 누가 제시했는지에 따라 말투를 바꾸었다. 귀족에게는 ‘영원히 전해질 보물’이라고 했고, 수리공에게는 ‘오늘만 싸게 드리는 기회’라고 했다. 같은 물건을 두고도 손님의 약점을 먼저 팔고 있었다. 앞줄의 귀족 여성은 숟가락을 사기 전에 실제로 독을 구별했는지 물었다. 경매사는 정교한 시험을 했다고 답했지만 시험지의 날짜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성은 끝내 손을 들지 않았다. 대신 뒷줄의 약초상이 자기가 직접 확인하겠다며 낙찰받았다. 진혁은 그 사람의 선택이 무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필요를 아는 사람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무렵 카렌은 경비가 관람석을 도는 순서에 주목했다. 일반 경비는 출입구 두 곳을 번갈아 살폈지만 회색 망토를 입은 네 명은 목에 신원표를 건 사람만 확인했다. 그들은 관객의 가방이나 무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카렌은 그 행동이 유물 도난 방지보다 다른 목적에 가까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갑자기 무슨 일 생기면 제 뒤에 서요.” “왜요?” “당신이 뛰면 엉뚱한 출구로 갈 게 뻔하니까요.” “그러면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뛰는 건 안 되겠군요.” “세리아 씨는 당신보다 길을 잘 찾을 거예요.” 진혁은 반박하려다 그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걸 알고 멈췄다. 대신 사람 수를 세고 비상구를 확인했다. 경매장은 무대만 아름답다고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관객이 몰리는 경매일수록 문이 어디로 열리는지가 먼저였다. 세 번째 물품은 갑자기 분위기를 바꿨다. 낡은 회색 종 하나. 등대에서 쓰던 종과 다르지 않게 보였지만 무대의 가림막을 걷는 순간 객석 뒤쪽의 검은 표에서 작은 빛이 번졌다. 표를 걸고 있던 사람 한 명이 갑자기 목을 만졌다. “저… 이상해요.” 그는 말했다. “제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경매사는 능숙하게 손뼉을 쳤다. “이것이 바로 제0호 감정사의 유산이 가진 힘이지요. 잃어버린 이름을 찾기 전에, 먼저 낡은 이름을 잠시 내려놓는 것입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박수가 났다. 겁먹은 사람보다 놀라운 마술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았다. 진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건 연출이 아니라 사고입니다. 저 표를 벗겨 주세요.” 경비가 다가왔다. 카렌이 진혁의 앞을 막았고, 라일은 표를 차고 있던 손님 옆으로 다가가 그의 호흡과 의식을 확인했다. 얼굴에는 피가 돌고 있었지만 말하려고 할 때마다 혀끝이 잠시 굳었다. 진혁은 종에서 울려 나오는 마력과 목의 표가 반응하는 간격을 보았다. 매번 정확히 세 박자였다. 앞서 반사판에서 발견한 잔향과 같은 규칙. 그는 무대가 아니라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황동 관 세 줄이 객석의 검은 표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저게 신원 표식을 잠깐 끊는 장치예요. 저 종이 원인인지, 무대 아래 기계가 원인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대로 진행하면 위험합니다.” 경매사가 웃었다. “저희 경매를 방해하시는군요, 루멘의 젊은 감정사님.” “안전을 방해한 적은 없습니다. 계약서에 이 증상을 일으킨다고 적었습니까?” “감정 위험은 고객이 부담한다고…” “어떤 위험인지 설명했습니까? 이름을 일시적으로 잊는 일이 단순한 현기증이라고 생각합니까?” 객석의 뒷줄에서 누군가 검은 표를 바닥에 던졌다. 다른 사람도 따라 했다. 하지만 몇몇 표는 목걸이 끈이 이상하게 조여 풀리지 않았다. 카렌이 검으로 그것을 하나씩 끊었다. 표면을 손상시켜 증거가 지워지지 않도록 쇠고리만 절단했다. 경비들이 몰려왔다. 마테오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세 사람은 갈 곳이 없었다. 진혁은 어쩔 수 없이 맨 앞 경매대 위로 올라섰다. 그가 은색 망치를 집어 들자 장내가 순간 조용해졌다. “임시 감정 중단을 요청합니다! 물품의 기능과 고객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권한을 줬지?” 경매사가 소리쳤다. “누구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건 경매 중단 명령이 아니라 공개된 질문입니다. 경매를 계속할 책임은 운영자에게 있지요!” 자기 목에 걸린 표를 떼어낸 관객들이 웅성거렸다. 한 상인이 경매사를 향해 물었다. “실험 동의서 사본을 보여 주시오!” “저 종을 시험한 기록은 있소?” “아까 내 이름을 적은 종이를 돌려주시오!” 수십 명의 목소리가 뒤엉키며 경매가 멈췄다. 경매사는 서둘러 망치를 되찾으려 했지만 객석에는 이미 반발이 번졌다. 경비 몇은 손님의 요구를 막지 않고 출입구로 안내했다. 다만 뒤편 문은 잠겨 있었고, 표를 찬 사람들이 출구에서 신원 확인을 받으며 지체되었다. 관객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진혁은 신원표를 둘러싼 혼란을 그대로 두지 않으려 했다. 한 젊은 부부는 표가 끊어지지 않아 서로 붙잡고 울고 있었다. 남편은 표에 적힌 이름을 읽지 못했다. 아내는 남편이 이름을 잊기 전 말한 어린 시절 별명을 불러 보았고, 그제야 그의 눈에 익숙한 표정이 돌아왔다. 그것이 장치의 영향이 풀린 것인지, 단지 불안이 진정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카렌은 의무실 담당자에게 두 사람의 상태를 각각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경매장 담당자는 모든 사람이 자기 의사로 신원표를 착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렌이 무료 입장표의 실제 설명 문구를 읽자 그런 동의를 했다고 볼 만한 내용은 없었다. 이 문제는 당장 법정에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권리를 가진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경매사는 항의를 막으려고 경품 금화까지 꺼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고객에게 위로금 두 닢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 제안에 손을 뻗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혁은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에게 금화 두 닢은 일주일치 식비였고, 잠깐의 기억 혼란을 참을 만한 돈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으면서 향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요구한다면 상황이 달라졌다. 진혁이 그 점을 지적하자 소란이 다시 커졌다. 결국 담당자는 지급과 책임 포기 조항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공식 기록에 남기라고 요구한 사람은 뜻밖에도 앞줄의 귀족 여성이었다. 아까 낙찰을 포기한 그녀가 일어서 말했다. “나는 값비싼 경매를 즐기지만, 사람을 경매품으로 취급하는 곳에는 돌아오지 않겠소.” 그 목소리에 다른 손님들이 동조했다. 한동안 성대한 축제처럼 보였던 수상 경매는 조금씩 자신의 허술한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라일은 사라진 듯했다가 잠시 뒤 무대 옆 난로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검은 표의 연결선을 따라 발견한 작은 관리대장이 들려 있었다. “훔친 거 아닙니다.” 그가 재빨리 말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여기 관리인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증거로 보전해 줄 사람을 찾으러 가던 참입니다.” 진혁은 대장을 바로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발견 상태를 그대로 확인하려면 카렌과 다른 관객이 입회해야 했다. 경매장에서는 이런 작은 절차를 두고 과민하다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기록이 훗날 정당한 증거가 될 수 있는지는 그런 절차에 달려 있었다. 대장에 기록된 ‘이름 없는 손님’의 숫자는 서른한 명이었다. 진혁의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자신의 능력과 관련해 나타났던 제31후보. 이곳에서도 같은 숫자가 나왔다. 서른한 명이 전부 같은 사람이거나 같은 실험의 대상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그렇지만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오래전부터 그 숫자가 반복되고 있었다. 그때 니브가 무대 옆 문에서 나왔다. 그의 검은 장갑 아래로 열쇠 구멍 모양의 흉터가 보였다. “질문을 좋아하시는군요, 서 감정사님.” 그는 관객들이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췄다. “답을 원한다면 다음 물품을 보십시오. 오늘 마지막 물품은 종이 아니라 장부입니다.” 무대 뒤편의 가림막이 열렸다. 유리 상자 안에는 오래된 종이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표지에 찍힌 제목을 보는 순간 진혁은 입술을 다물었다. ‘루멘 경매장 제998호 원부. 최초 기록 보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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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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