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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33화
PAYLUA ORIGINAL · 제33화

33화. 금화 오백 닢의 증인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848자

오프라인 책장
물이 차오르는 소리는 돌벽으로 막힌 좁은 공간에서 훨씬 크게 들렸다. 카렌은 먼저 등불을 들고 통로의 낮은 턱을 살폈다. 문 쪽 바닥과 출구 쪽 바닥 사이에는 높이 차가 있었다. 역류한 바닷물은 발목에서 종아리까지 올라왔지만, 벽 위쪽에는 오래된 환기구가 뚫려 있었다. 물이 당장 천장까지 차오를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안전장치를 점검하던 기술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상부 수문은 고정했어요. 그런데 안쪽 압력문이 열린 것 같습니다. 누군가 바깥에서 밀어 넣는 게 아니라 오래된 비상 저장조가 비워지는 거예요.” “닫을 방법이 있습니까?” 카렌이 물었다. “수동 차단 손잡이가 입구 쪽에 있어요. 하지만 물살이 이쪽까지 올라오면 손잡이가 잠길 겁니다.” “헥터 대장!” 카렌이 고함쳤다. 통로 입구에서 물소리를 뚫고 대답이 들렸다. 헥터는 이미 바깥 경비 둘과 함께 수문을 붙잡고 있었다. 진혁은 돌문의 ‘남은 입장 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자신들을 안쪽으로 들이기 위해 만든 장치인지, 원래 있던 시설에 누군가 급조한 표시를 붙였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라일이 벽 위쪽을 가리켰다. “사람 하나가 겨우 기어갈 만한 통풍구가 있습니다. 물이 더 오르면 저기로 나갈 수 있어요.” “먼저 기술자부터요.” 진혁은 통로에 쌓인 공구를 끌어 올려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묶었다. 카렌은 검집을 지렛대로 삼아 바닥의 고정쇠를 밀어 넣었다. 기술자가 손으로 돌리는 밸브를 찾는 사이 벽에 붙은 흑색 입장 표식이 빛났다. [첫 증인 입장 시 즉시 차단 가능.] [보상: 금화 500닢.] “왜 이렇게 친절하죠?” 라일이 중얼거렸다. 진혁은 웃지 않았다. 누군가 자기 목숨이 급해졌을 때 무슨 문서든 받아들이도록 만든 구조였다. 그가 그 유혹을 알아챈 이유는 머리가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며칠 전까지 자신도 손바닥의 능력이 알려질까 두려워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일 뻔했기 때문이었다. “해결 조건이 정말 입장뿐이면, 표식 없이도 비상 차단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기술자가 가져온 낡은 도면을 펼쳤다. 여기에는 압력문과 물을 빼는 우회 관의 위치가 있었다. 그가 지도를 비춰 보자 종이 뒷면의 바랜 글씨가 보였다. 기계실의 구형 표기였다. ‘통로 침수 시 우회 방류. 증인 요청 불필요.’ “여기예요. 두 번째 손잡이가 따로 있습니다.” 카렌이 빛을 비추자 벽돌 아래에 쇠고리 하나가 보였다. 소금으로 엉겨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라일이 주머니에서 기름병을 꺼냈다. “이럴 때 쓰라고 정식으로 샀습니다.” “돈을 주고 샀습니까?” “왜 다들 그걸 먼저 묻죠?” 카렌과 기술자는 고리를 두 번 돌렸다. 처음에는 묵직한 금속음만 났다. 세 번째에 바닥 아래가 떨렸고 물줄기가 반대편 배수관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이 무릎에서 발목까지 낮아지자 헥터가 수문을 완전히 잠갔다. 한 사람이 무언가를 파는 계약에 서명하지 않아도, 안전장치는 작동할 수 있었다. 검은 사각형의 숫자가 끝까지 줄었다. 그러나 문은 닫히지 않았다. 벽면에 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유효한 증인 신청: 0명.] [보상금 지급 의무: 발생하지 않음.] “돈을 못 받았네요.” 라일이 안타깝게 말했다. 진혁은 손바닥의 붕대를 누르며 답했다. “목숨값치고는 꽤 저렴했습니다.” 안전한 지대로 올라온 뒤 일행은 출구를 막고 조사를 중단했다. 무리하게 문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배수문을 통째로 보존해야 했다. 이사벨은 항만청에 독립 기술 조사단을 요청했고, 경비대장은 입구의 구두 자국을 석고로 떴다. 보상이 눈앞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계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경고문도 게시했다. 문제는 한 시간쯤 지나 소금 계단 현장에 있던 기술자는 작은 비상 장부를 꺼냈다. 사람들이 ‘증인이 되면 물이 멎는다’는 문구에 속아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복구 작업자부터 어떤 안전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기록해야 했다. 진혁은 그 장부에 최초 침수 시각, 우회 관 개방 시간, 기술자의 동작을 빠짐없이 적었다. “이 정도면 진혁 씨 본업은 감정이 아니라 서기 아닌가요?” 라일이 말했다. “정확한 기록이 돈을 절약해 줍니다.” “또 돈이군요.” “돈은 사람을 속일 수도 있지만, 잘 기록하면 누가 속였는지도 보여 주니까요.” 기술자는 다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가볍게 웃었다. 그가 어린 시절 들은 금화 오백 닢 이야기는 늘 큰 보물 상자와 이어져 있었다. 오늘은 그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입구의 고정쇠를 다시 점검하고, 임시 봉인이 사람의 손으로 열리지 않는지 확인했다. 해가 지면 바닷물이 계단 여섯 칸을 더 덮을 터였다. 그날 오후에 발생했다. 소금 계단 앞에 긴 줄이 생긴 것이다. “증인으로 서기만 하면 금화 오백 닢을 준다면서요?” 몸집이 큰 하역꾼이 진혁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의 옆에는 일감이 줄어든 뱃사람 셋이 서 있었다. 소문은 입장 표식의 계약 조건을 지운 채 퍼져 있었다. 마레온 외곽에서 평범한 일꾼이 금화 오백 닢을 벌려면 몇 년을 일해야 했다. 공짜 돈이라는 말은 항구의 젖은 나무바닥보다 빠르게 번졌다. 진혁은 흥분한 사람들을 나무 울타리 밖으로 안내했다. 카렌은 그들 중 한 사람이 손등에 붉은 인장을 새겨 온 것을 보고 놀랐다. 감정도 받지 않은 신청서를 어디서 받았냐고 묻자 하역꾼은 시장 입구의 인쇄소를 가리켰다. “누가 종이를 뿌렸습니다. 보상을 받으려면 먼저 신원 확인에 동의해야 한다고 했어요.” 종이 한 장에는 본명과 가족의 주소를 적는 칸이 있었다. 아래쪽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수령 대상자의 미이행 책임 일괄 대체에 동의한다’고 적혀 있었다. 줄 앞에는 쉰 살쯤 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양손의 굳은살을 보여 주며 항만에서 일한 지 스무 해가 넘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일거리가 없어 가족과 저녁을 굶었고, 오늘은 금화 오백 닢을 준다는 말에 부두 반대편에서 걸어왔다고 했다. “위험한 걸 모르는 줄 압니까? 그래도 한 번 벌면 애들 학교를 보낼 수 있잖소.” 진혁은 말문이 막혔다. 누군가 부당한 계약에 서명하려는 이유를 단순히 어리석어서라고 생각하면 가장 쉬웠다. 그러나 그가 선반 위에서 배당표를 검토하던 때, 이 사내는 당장의 끼니와 여러 해의 미래를 한꺼번에 계산하고 있었다. 카렌이 곁으로 나섰다. “시의회 긴급 생활비 신청이 가능합니다. 서류를 갖추면 항만 조합에서도 일시 지원을 검토해 줄 수 있어요.” “그건 또 한 달을 기다리라 그러겠지.” 이사벨은 지원서를 즉석에서 쓰게 하면서도 지급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다만 검은 계약에 대한 피해 구제 상담을 별도 접수해 신속 심사 대상으로 넘겼다. 라일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인쇄소의 주문 번호를 공고판에 적었다. 사내는 마지막까지 종이를 접지 못하다가, 계약서 아래의 ‘가족에게 발생하는 모든 책임’이라는 문장을 보고 겨우 손을 내렸다. 진혁은 그 손을 오래 기억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건은 희귀한 검이 아니라 사람이 거절할 수 있는 여유일지도 몰랐다. 이사벨의 얼굴이 굳었다. “본래 시설에서 막힌 계약을 민간 신청서로 우회하려는 겁니다.” “그럼 금화 오백 닢도 가짜인가요?” 한 노동자가 물었다. “돈을 실제로 줄 수는 있겠죠.” 진혁이 말했다. “하지만 무엇을 대신 가져가는지 적힌 부분부터 읽으셔야 합니다.” 그는 노동자들이 듣도록 신청서의 모든 조항을 천천히 읽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빚진 적도 없는데 그 빚을 대신 갚을 수 있게 된다는 문장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줄 끝에 서 있던 한 여자가 종이를 접고 돌아섰다.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흩어졌다. 몇 명은 자신을 속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며 감찰관에게 진술했다. 그날 늦은 오후, 시장 인쇄소의 장부에서 주문자의 결제 수단이 발견됐다. 검은 인장 상회의 하청 회사가 쓴 은화 열두 닢. 소액 거래라 눈에 띄지 않았지만 주문서에 찍힌 주문 번호는 유리섬 운송장에서 보았던 번호 체계와 닮아 있었다. 라일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도둑이라고 부르는 데는 익숙했지만 어린 시절을 묻는 질문 앞에서는 종종 말이 없어졌다. 기억 속에는 늘 움직이는 마차의 천장과 축축한 가죽 가방이 있었다. 밤마다 다른 마을에 도착했고, 새벽이면 이름을 바꿔 불렀다. 누구도 그를 괴롭히지 않았던 날도 있었지만, 어느 날부터 그는 자신이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 제가 사람을 훔치는 일을 도왔던 걸까요?” 그가 물었다. 진혁은 그 질문에 곧바로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라일이 보고 들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결론을 대신 내릴 수는 없었다. “어릴 때 누가 무슨 일을 시켰는지부터 찾아봅시다. 그때 당신이 뭘 알고 있었는지도요.” 라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은 두 사람의 어깨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도둑과 감정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된 이유는 보물을 나누어 가진 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혼자서는 답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라일은 종이를 들여다보다 한 구석의 도안을 알아봤다. 세 줄로 묶인 작은 파도 무늬였다. “이 문양. 옛날에 저를 데리고 다니던 사람이 쓰던 겁니다.” 카렌이 물었다. “누구였는데요?” 라일은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을 부르면 마치 입 안에 모래가 든 것처럼 소리가 막혔다. 그는 대신 자신의 목덜미를 만졌다. 유리섬 보존실에서 본 어린아이의 목걸이가 걸려 있던 자리였다. “어른들은 그 사람을 배달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싣고 다니던 상자엔 물건보다 아이들의 옷이 많았죠.” 진혁은 종이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소금 계단의 함정을 피해 살아남은 것만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계약이 무너지면 더 많은 사람을 모아 새로운 계약을 만들고 있었다. 라일은 공고문을 붙이다가 종이 위에 ‘위험’이라고 크게 썼다. 진혁은 그 글자가 너무 크면 내용을 읽지 않고도 겁만 먹을 수 있다고 말했고, 카렌은 글자가 작으면 누군가 그냥 지나칠 거라고 반박했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의 의견을 절충해 제목은 크고 이유는 짧게 적었다. 원본 계약서 열람 권리, 가족의 채무까지 떠넘기는 조항,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한 장에 들어갔다. 시장 골목의 빵집 주인이 가장 먼저 공고를 읽었다. 그 여자는 ‘금화 오백 닢’이라는 말을 듣고 아들에게 가 보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안내문을 접어 가게에 가져갔다. 손님들이 오면 읽어 주겠다고 했다. 진혁은 그 광경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모험에서 얻은 단서를 제대로 적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의 내일을 바꿀 수 있었다. 흉내 낸 계약서 하나를 찢는 것보다, 왜 그것이 위험한지 알리는 일이 더 오래갈 수 있었다. 밤이 되자 루멘의 공고판에 새 안내가 붙었다. ‘신원·기억·노동권을 담보로 요구하는 증인 모집은 무효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의회에 신고할 것.’ 그 아래에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적은 종이도 달았다. 진혁은 마지막 문구를 쓰다가 멈췄다. ‘이름 하나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그는 잉크를 묻힌 펜을 들고 오래 생각했다. 그런 질문이 실제로 성립하는 세상을 그냥 두면 안 된다고 느꼈다. 그러나 답을 ‘측정 불가’라고만 쓸 수도 없었다. 누구에게는 그 이름이 내일 받을 일당이었고, 누구에게는 가족에게 돌아갈 길이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이름은 판매품이 아닙니다. 본인의 의사와 권리를 대신 양도하는 서류에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원본과 사본을 확인하십시오.’ 그날 밤 루멘 심실의 박동은 느리고 고르게 이어졌다. 진혁은 사무실 바닥 아래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모라의 첫 증인을 찾는 사람은 왜 주인을 모집하는 대신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의 서명을 사려 하는 걸까. 그리고 누가 그들에게 필요한 '첫 번째' 자리를 비워 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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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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