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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32화
PAYLUA ORIGINAL · 제32화

32화. 조개껍데기의 시작가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835자

오프라인 책장
마레온 북부 소금 계단은 지도에는 단순한 계단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항만 노동자들에게는 작업장의 일부였다. 바닷물이 빠지는 날에는 계단 열두 개가 드러나고, 밀물이 높게 차는 날에는 여섯 개만 남았다. 가장 아래쪽에는 회색 소금이 말라붙어 있었고, 계단 옆 녹슨 쇠고리에 염장 통을 매단 밧줄들이 걸려 있었다. 고등어를 손질하던 상인들은 파도가 들이칠 때마다 나무 상자를 끌어 올렸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밀물의 높이만큼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진혁과 카렌이 도착한 아침에는 계단 여덟 개가 보였다. 가을 끝자락의 햇빛이 방수포 끝을 비추고 있었고, 붉은 앞치마를 두른 노파가 마른 생선을 뒤집고 있었다. “유물이라는 게 대체 어디 있습니까?” 카렌이 물었다. “저 소금 창고 앞이랍니다.” 진혁은 길 한쪽으로 물러서서 짐수레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길 위에 떨어진 깨진 조개껍질이 신발 밑에서 소리를 냈다. 눈앞의 모든 평범한 물건이 유물 후보처럼 느껴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는 어제 다친 손을 주머니 속에 넣고 되도록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다. 계단 바로 위의 소금 시장은 부두 노동자들에게 작은 식료품 창고 같은 곳이었다. 넉넉한 가게는 생선을 굵은 소금에 묻어 겨울까지 팔았고, 가난한 집은 고등어 머리를 모아 국을 끓였다. 짐수레가 진흙에 빠질 때마다 주변 가게 사람들이 나와 어깨를 보탰다. 소마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는 하루 세 번 손을 씻어도 손톱 틈에 소금이 남았고, 저녁에는 열 손가락이 모두 따가웠다. 지난달 폭풍 때 소금 자루 열두 개가 바다에 쓸려 갔다. 손해가 난 가게는 일꾼들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소마는 어린 아들을 맡길 데가 없어 반나절 일을 나누어 했다. 이날 그녀가 경비대에 먼저 신고한 것도 물건이 값비싸 보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서랍 속에서 모르는 종이가 발견되고, 아들의 이름을 누구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조개가 울렸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물건 값이 얼마인지보다 누가 놓고 갔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진혁은 그 말이 감정서 첫 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매장에서는 대개 가격부터 묻지만, 소마는 먼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묻고 있었다. 불법적인 계약은 종종 그런 작은 질문을 무시한 자리에서 시작됐다. 헥터가 물건을 발견한 사람은 염장 상점의 일꾼 소마였다. 작은 창고 앞에서 그녀는 선반 위에 놓인 조개를 두려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조개는 특별히 빛나지 않았다. 갈색 줄이 있는 평범한 바다조개였으며, 안쪽에 아주 가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소마는 새벽에 문을 열자 선반에 물건과 접수증이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놓고 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름을 쓰려고 했더니 조개가 딱딱 소리를 내지 뭐예요.” “누군가 가까이 왔을 때만 그랬습니까?” “처음엔 저 혼자 있을 때요. 그러다가 우리 막내한테도 소리를 냈어요. 막내는 글자를 아직 못 읽거든요.” 소마는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안쪽 방에 앉혀 두었다. 아이는 어른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모르는 척하며 나무배 장난감을 굴리고 있었다. 진혁은 아이에게 조개를 보여 주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사벨이 시의회 봉인함을 가져왔다. 아벨은 발견 시각과 소마의 진술을 적었다. 현장 검증 전에 물건을 가져가면 기억 표지가 지워질 위험이 있으므로, 소금과 물의 접촉 상태를 따로 기록했다. 진혁은 손바닥 감정 대신 보조 수정판을 놓고 조개에서 새어 나오는 잔향만 받았다. 수정판에 문장이 맺혔다. [제1차 감정: 해양 생물의 외피.] [인위적 처리: 잔향 보관용 얇은 도막.] [반복 재생되는 음성: 세 개.] [발화자 신원: 검증 불가.] “조개껍데기 자체는 값싼 물건이군요.” 진혁이 말했다. 라일이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럼 제가 사도 됩니까? 저희 방 창문이 너무 밋밋해서요.” “경매에 올리지 않을 겁니다.” “세상에. 경매장 감정사가 거래를 안 한다고요? 이건 직업윤리 위반입니다.” “일단 오늘 벌금을 내기 싫습니다.” 실제로 조개를 등록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시작가가 ‘증인 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적혀 있었고, 경매법은 사람의 신원과 자유를 물건의 대가로 요구하는 위탁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사벨은 접수증을 위법한 계약 제안의 증거로 보존했다. 그 뒤에야 조개를 켜 보는 데 동의했다. 첫 번째 음성은 오래된 항구 노동요였다. 낮고 거친 목소리 몇 개가 같은 박자로 노래했다. 두 번째 음성은 아이가 껍데기에 대고 웃는 소리였다. 세 번째는 짧은 여자 목소리였다. 조개를 재생하기 전 아벨은 음성 증거의 특징을 설명했다. 소리 자체는 선명해도 녹음 시기와 장소는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옛날 노래를 오늘 다시 부른 뒤 잔향 도막에 넣을 수도 있었다. 해안 시장에서 판매하는 흔한 청음석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이름을 붙이기만 하면 진품처럼 거래되는 일이 있었다. 소마는 보조 수정판이 켜지는 것을 보는 동안 두 손을 앞치마에 문질렀다. 아들은 안쪽 방에서 나무배를 굴리며 ‘파도야 비켜라’라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방금 흘러나온 음성과 아이의 노래가 어딘가 닮아 있어 모두 잠깐 조용해졌다. 진혁은 음성을 들은 사람이 자신의 기억으로 빈 부분을 채우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본인이 어릴 때 들었던 노래와 같은지, 아니면 방금 아이가 부른 것과 같은지 구분해 주세요.” 소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노랫말이 아니라 끝부분의 숨 고르는 박자가 할아버지와 닮았다고 했다. 작은 차이였다. 그래서 더 기록할 만했다. “소금은 기억을 보존하지 않아. 기억이 떨어져 나가지 않게 붙들 뿐이야. 바다는 결국 돌려줘.” 세리아는 현장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벨이 사본에 담은 목소리를 들은 뒤 그녀는 유나의 말버릇과 닮았다고만 답했다. 같은 문장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럿이므로 신분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카렌이 말했다. “소금 계단 근처에 뭐가 묻혀 있는지 보라는 뜻일 수도 있죠. 아니면 우릴 특정 장소로 모으는 미끼일 수도 있고요.” 진혁은 계단의 수위를 보았다. 돌에는 작년 폭풍 때의 최고 수위가 붉은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번 조개를 놓아둔 사람은 그 선을 기준으로 보관 장소를 선택한 것 같았다. 더 낮은 곳이었다면 물이 씻어 갔을 것이다. 그때 소마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이 소리는… 저희 할아버지가 불러 주던 노래예요. 정확히는 뒤에 한 마디가 더 있었는데.” 그녀가 불러 준 마지막 한 소절은 조개의 녹음에 없었다. ‘조개 세 개를 나란히 놓으면, 닫힌 배수문이 낮게 운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숨바꼭질할 때 부르는 구절로 알려졌지만, 소마의 할아버지는 옛 항만 방벽을 수리하던 사람이었다. 아벨이 현장 지도를 펼쳤다. 소금 계단 바로 아래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작은 배수문이 있었다. 항만청 기록에는 오십 년 전 폐쇄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낡은 도면의 도장에는 다른 문장이 보였다. ‘원본 보존실과 독립한 비상 증언관.’ “여기로 내려가면 됩니다.” 라일이 말했다. “어떻게요?” “도둑으로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세상 모든 문에는 틈이 있습니다.” 카렌은 고개를 저었다. “시의회 허가부터 받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검사는 정말 낭만이 없어요.” 허가가 나오는 동안 진혁은 소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소마는 작년 부두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있었다. 조개에 붙은 접수증에 ‘이름’이라는 글자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밤새 아들의 손목을 확인했다고 했다. 진혁은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물건을 공식 보존 절차 안에 넣었고 아이의 이름은 어디에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류에는 사람 이름이 많죠.” 소마가 말했다.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은 서류에 한 줄 잘못 올라가면 바로 하루 일당이 끊겨요. 유명한 분들이야 고쳐 달라고 할 사람이라도 있겠지만.” 진혁은 고개를 숙였다. 유리섬에서 한 번 자동 수취를 막았다고 이름을 빼앗기는 문제가 끝난 게 아니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법을 정확하게 아는지와 무관하게 계약의 영향을 받았다. 해가 기울 무렵 항만청 기술자 두 명이 내려왔다. 그들은 독립 전력을 사용하고 상부 수문에 안전 고정쇠를 설치한 다음 폐쇄된 비상 통로를 조사했다. 밀물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안쪽으로는 진혁, 카렌, 라일, 헥터와 기술자 한 사람만 들어가기로 했다. 통로로 내려가기 직전 항만청 기술자가 준비한 것은 탐사용 무기가 아니라 출입 인원표였다. 그가 진혁과 카렌, 라일의 이름을 차례대로 적고, 누구의 동의로 문을 열었는지 확인했다. 폭풍 피해 뒤에는 지하 수로를 함부로 열어 누수가 커지는 사고가 몇 차례 있었다. 그래서 낡은 시설이라고 해도 확인되지 않은 문을 부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아벨은 바깥에서 작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여기서 돌아오지 않으면 곧바로 구조조를 부르겠습니다. 물의 높이는 지금 발목 아래지만, 만조가 가까워지면 두 번째 수위표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카렌이 손을 들었다. “표식에 적힌 돈 이야기는 현장 인원에게 미리 하지 마세요. 누가 위험한 일을 하려고 무리할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헥터는 이미 금화 오백 닢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는 통로 밖 경비에게 물건에 접근하려는 사람의 안전을 우선하라고 지시했다.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유로 새 피해자를 만들 수는 없었다. 진혁은 그 모든 과정이 조금 답답했다. 당장 단서를 보려면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소금 계단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매일같이 물때에 맞춰 오르내렸다. 오늘 자신들이 수문을 망가뜨린다면 내일 그 책임은 누가 질까. 그 생각을 하자 출입 인원표에 쓰인 자기 이름이 낯설게 보이지 않았다. 통로는 사람이 어깨를 비틀어야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붉은 벽돌 사이에 소금 결정이 자라 흰 꽃처럼 보였다. 발아래에는 무릎 깊이도 안 되는 물이 흘렀고, 천장 어디선가 일정한 간격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진혁은 등불을 높이 들었다. 습기로 흐려진 빛 끝에 조개 세 개를 올려놓을 만큼 좁은 돌받침이 있었다. 돌받침 위에는 먼저 온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새로운 구두 자국 하나와 어두운 잉크가 튄 자국이었다. 모서리를 스치는 바람에서 희미하게 해초 냄새가 났다. “누군가 여기 들어왔어요.” 카렌이 소리 낮춰 말했다. 라일이 바닥을 살폈다. “돌아나간 자국이 없습니다.” 세 사람 모두 통로 안쪽을 보았다. 거기에는 벽뿐이었다. 진혁은 조개를 손으로 만지지 않고 보조 수정판 위에 올려두었다. 돌받침에는 ‘소유권’이 아니라 ‘증언 수신’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조개가 녹음을 재생하는 물건이며 돌받침은 그것을 듣는 장치일 가능성을 설명한 뒤, 기술자에게 조작을 맡겼다. 기술자가 스위치를 돌리자 벽돌 사이로 물빛 선이 길게 생겼다. 돌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대신 벽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세리아에게. 나는 이제 루멘의 주인이 아닌 사람을 만나러 간다.” 카렌은 진혁을 바라봤다. 그것은 유나와 닮은 목소리였다. 곧 다른 음성이 겹쳤다. “오래된 사본을 회수하려면 첫 증인이 서명해야 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 벽 뒤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돌문 가운데 검은 사각형이 나타났다. 겉에는 작은 쇠판 하나가 붙어 있었다. ‘증인 모집. 신청자에게 금화 오백 닢 지급.’ 라일이 입을 벌렸다. “저건 제가 응모해도 됩니까?”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가격이 지나치게 좋은 제안에는 보통 생략된 비용이 있어요.” 그 순간 벽 너머에서 쇠사슬이 크게 울렸다. 등불의 불꽃이 흔들렸고, 통로 바깥에서 헥터가 외쳤다. “물이 올라옵니다! 상부 수문에서 역류가 시작됐습니다!” 돌문의 검은 사각형에 한 줄이 더 떠올랐다. ‘남은 입장 시간: 일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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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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