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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25화
PAYLUA ORIGINAL · 제25화

25화. 만조에만 열리는 기록고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793자

오프라인 책장
염문으로 가는 길은 땅 위에 그려진 선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마레온 북쪽의 마지막 주택가를 벗어나면 낮은 소금밭과 갈대숲이 나타났다. 그 너머에는 검은 절벽이 두 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절벽 사이 좁은 바닷길을 지나면 염문 기록고의 작은 석조 지붕이 보였다. 오래된 지도에는 육로가 점선으로 그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물이 빠진 서너 시간 동안만 돌계단을 밟을 수 있었다. 만조가 되면 바닷물이 계단을 덮었고, 기록고는 섬처럼 고립됐다. 진혁은 짐수레에서 내려 신발끈을 다시 묶었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바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안내판이 길 입구에 있었다. 라일은 이미 바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렌은 검집을 마른 천으로 감아 소금기에서 보호했다. “여긴 직원들이 어떻게 출근했습니까?” 진혁이 물었다. “옛날에는 이 길보다 배가 편했다고 해요.” 이사벨이 답했다. “기록고의 사서들은 물때를 따라 일을 시작했죠. 바다가 문을 열어 주는 동안 기록을 쓰고, 문이 닫히면 안쪽에서 밤을 지냈고요.” 진혁은 고개를 들었다. 절벽 벽면에는 조개껍데기를 갈아 만든 작은 표지가 박혀 있었다. 무너진 표지 사이로 ‘서명 이전에는 물건을 옮기지 말 것’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바닷물이 지나간 자리마다 짙은 녹색 이끼가 매달려 있었다. 입구 옆에는 작은 어촌이 남아 있었다. 소금창고와 그물 수선소, 낮은 돌집 서너 채가 절벽의 그늘에 모여 있었다. 마을의 노파는 아침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적은 나무패를 문 앞에 걸어 두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때를 알려 주는 일이 그녀에게는 젊을 때부터 이어 온 습관이었다. “기록고 들어가나?” 노파가 물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낡은 구리 주전자를 들었다. 뜨거운 보리차에서 단내가 났다. “옛날엔 거기 사람 참 많았지. 섬에서 유물을 싣고 오면 자기 물건인지, 남이 맡긴 물건인지 확인하느라 밤새 줄이 길었어. 그때는 기록을 기다리는 게 장사에 손해라고들 했지.” “지금은 왜 안 씁니까?” “누군가 한 번에 확인해 준다고 했거든. 이름만 적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누가 그렇게 말했나요?” 노파는 기억을 더듬었다. “검은 장갑을 낀 관리인이었지. 사람마다 다른 인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와서부터 다들 같은 도장을 썼어.” 진혁은 수첩에 그 말을 적었다. 목격자가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물때나 집 수리 같은 개인적인 사건과 연결해야 시기를 좁힐 수 있었다. 그는 관리인이 나타났을 때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해 가을에 등대가 무너졌어. 섬 아이들이랑 밤새 돌을 옮겼지.” 아벨은 곧장 항만청의 등대 수리 기록을 확인했다. 날짜는 십이 년 전이었다. 기록의 변조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첫 지역 증언이었다. 진혁은 노파에게 인사하고 찻잔을 돌려줬다. 그녀는 절벽길을 올라가는 네 사람을 향해 마지막으로 말했다. “문을 열 때는 안에 있는 사람만 보지 말고, 나올 때 어디로 나오는지도 봐. 거기는 돌아오는 길이 늘 다른 곳이야.” 그 말은 단순한 충고처럼 들렸지만, 진혁은 오래 마음에 담았다. 기록고가 물류 시설이라면 들어가는 짐과 나가는 짐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사람의 이름까지 달라져서는 안 되었다. 함께 온 사람은 넷이었다. 진혁, 카렌, 라일, 그리고 이사벨의 감독을 받는 공증인 아벨. 이사벨은 시의회에 남아 보호 대상자 명단과 출입 명령의 적법성을 관리하기로 했다. 헥터는 멀리서 경비 병력과 연락을 맡았다. 인원이 많은 조사단은 증거를 보존하기에는 좋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닫아 버릴 수 있는 좁은 길에서는 오히려 위험했다. “바깥에 남을 두 명의 경비도 교대로 보고할 겁니다.” 공증인 아벨이 말했다. “들어가면 바로 보관 상태를 기록해 주세요.” 문 앞의 돌계단에는 오래된 걸림쇠들이 박혀 있었다. 한때는 물이 차올랐을 때 출입문을 닫아 주는 철제 가로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가로대는 절반이 잘려 있었고, 최근에 손댄 듯한 절단면만 반짝였다. 카렌이 발끝으로 가까운 돌을 눌러 보자 녹슨 물이 배어 나왔다. “문을 부순 사람은 없군요.” 그녀가 말했다. “열쇠를 바꾼 사람이 있겠죠.” 진혁이 답했다. 아벨은 공식 허가증을 꺼내기 전에 바깥의 경비에게 출입 시각을 큰소리로 알렸다. 조사단이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이 닫혀도, 누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였다. 진혁은 그 단순한 확인이 든든했다. 이름을 훔치는 사람을 상대하려면 먼저 자신의 발자취부터 잃지 말아야 했다. 기록고 문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두꺼운 녹색 청동문에는 자물쇠가 아니라 긴 홈이 여러 개 파여 있었다. 아벨이 공식 출입 허가증을 넣고 이름을 읽자 홈들이 순서대로 밝아졌다. 그들은 좁은 현관을 지나 오래된 보관실로 들어갔다. 실내는 이상하리만큼 건조했다. 밖에서는 짠바람이 몰아쳤는데 안쪽의 양피지와 목판에는 습기가 거의 없었다. 천장에는 소금을 굳혀 만든 육각형 판들이 매달려 있었고, 판 사이로 푸른 빛이 흘렀다. 바닥은 네모난 돌기둥으로 나뉘었으며, 돌기둥마다 작은 놋쇠 서랍이 달려 있었다. 사람들은 서랍을 열고 장부를 꺼내 기록대에서 쓰도록 동선을 설계했던 모양이었다. “폐쇄된 곳치고 깨끗합니다.” 카렌이 말했다. “누가 최근까지 썼다는 거죠.” 라일은 바닥을 손끝으로 짚었다. 먼지가 적은 부분과 많은 부분이 뚜렷이 달랐다. 무거운 수레가 최근 출입했다는 자국이 문에서 안쪽 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흔적은 벽 앞에서 뚝 끊겼다. 진혁은 벽에 걸린 기록고의 옛 운영 규칙을 읽었다. 장부는 들어올 때의 이름과 나갈 때의 이름을 각각 확인하게 돼 있었다. 수입 금액이 아니라 책임자와 실제 소유권을 먼저 적으라는 내용이었다. “이걸 보면 여기 사람들은 꽤 조심스럽게 거래했네요.” 아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 전쟁 당시 유물을 빼앗은 사람들이 원래 주인의 이름까지 지웠다고 합니다. 전쟁 뒤에는 어떤 유물도 출처를 모르고 팔지 않도록 이런 시설을 만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출처를 지우는 데 쓰고 있으니 기막히네요.” 진혁은 안쪽 서랍에 꽂힌 명패를 읽었다. 열두 개의 항목 중 여덟 개가 비어 있었다. 남은 네 개는 모두 최근의 날짜로 수정돼 있었다. 한 칸에는 전날 화물선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검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가 짧게 능력을 사용하자 벽면 전체가 흐릿한 글자로 덮였다. [염문 기록고.] [원래 기능: 소유권 이전의 양측 기록 대조.] [현재 기능: 신원 대리 기입 통로.] [비정상 연결: 유리섬 방향의 보조 수로.] [경고: 폐쇄 시 기록 누락 대상의 기억이 일시 혼란할 수 있음.] 마지막 줄을 읽은 진혁은 손을 떼었다. 이 통로가 불법이라고 해서 곧장 부숴 버릴 수는 없었다. 기록을 되돌릴 방법과 이미 연결된 사람들을 보호할 절차가 필요했다. “아벨 씨, 지금 문을 봉인하면 안 됩니다.” “왜죠?” “이 기록고를 통해 등록된 사람들이 있어요. 통로를 끊기 전에 각 사람에게 원본을 돌려줄 방법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벨은 잠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법률상의 보존과 마법적 연결의 안전이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었다. 그는 서류에 임시 접근 제한과 연결 유지 조건을 함께 적었다. 그때 카렌이 먼 벽에서 소리를 들었다. 규칙적인 물방울 소리 사이로 바퀴가 굴러가는 듯한 낮은 진동이 섞여 있었다. 그녀가 돌판을 살펴보니 한 장의 가장자리에 다른 것보다 작은 틈이 있었다. 라일이 은색 꼬챙이로 틈을 벌리자 벽의 일부가 밀리며 안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드러났다. “이런 문이 있으면 출입 명부가 필요 없겠네요.” 라일이 말했다. “대신 들켰을 때 변명하기는 힘들겠죠.” 진혁이 답했다. 계단 아래에서는 신기하게도 파도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한 번 내려갈 때마다 바닷물이 돌벽 안쪽을 두드렸다. 끝에는 얕은 물길과 바닥에 고정된 평평한 배가 있었다. 배 위에는 작은 나무 상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노가 없는 배였다. 물길은 바다로 열린 것이 아니라 푸른 빛의 안개 속으로 이어졌다. 아벨이 숨을 삼켰다. “저건 기록 운반선인가요?” 진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금고에 적힌 운송 일정과 데브가 말한 ‘기록이 움직이는 배’가 여기서 연결되는 것 같았다. “종이에 적힌 배가 아니고, 기록 자체가 건너가는 배.” 라일은 바닥의 발자국을 추적하며 계단과 배 사이의 통행량을 계산했다. 바닥에는 수레바퀴 흔적이 넓게 나 있었지만, 사람이 걸어 들어온 발자국은 절반밖에 없었다. 상자에 실려 이동한 물건이 사람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하자 그조차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상자 둘이 있는데 수레는 한 번만 들어왔어요.” 그가 말했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여기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죠.” 진혁이 대답했다. 카렌은 상자의 측면을 살폈다. 오래된 금속 고리 아래에는 최근 못질한 자국이 있었다. 그녀가 손끝으로 표면을 두드리자 한쪽은 빈 나무 울림이 났지만 다른 쪽에서는 낮은 금속 진동이 들렸다. 빈 상자처럼 꾸며 놓은 이중 바닥이 있을지 몰랐다. 진혁은 아벨의 증거 봉인지에 구조상 차이를 적었다. 그러나 봉인을 뜯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원본을 훼손하면 나중에 검은 상회가 ‘조사단이 증거를 바꿨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는 한쪽에 작은 측정 눈금을 세우고, 동일한 위치에서 상자의 무게와 마력 반응을 두 번 확인했다. “도둑인 저는 아주 답답합니다.” 라일이 말했다. “한 번 열면 끝나는 걸 이렇게 빙빙 돌아야 하다니.” “열어 보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겁니다. 그러니까 누가 열었는지 남겨야죠.” 카렌은 진혁의 기록장을 들여다봤다. 그는 날짜와 시각만 적은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측정할 때 물이 어느 높이까지 차올랐는지도 적어 두었다. 바닷물로 움직이는 마법 장치라면 물높이가 달라졌을 때 결과도 변할 수 있었다. 단순한 기계로 보고 검사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정말 감정사답네요.” 카렌이 말했다. “오늘만 두 번째 칭찬입니다.” “두 번째는 취소할까요?” “아니요, 가능하면 서면으로 남겨 주세요.” 라일은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보더니 혼자 웃었다. “이러다가 제일 비싼 경매품이 저 둘의 대화가 되겠는데.” 그는 배 옆에 박힌 놋쇠 명판을 읽었다. ‘염문 제2항로. 서명 완료물만 운송.’ 라일이 배에 올라서려 하자 카렌이 어깨를 붙잡았다. “아직 아니에요.” “제가 도둑이라 위험한 건 빨리 발견하거든요.” “그 위험에 먼저 빠지는 것도 빠르죠.” 진혁은 나무 상자에 붙은 물품 패를 읽었다. ‘잃어버린 이름 여섯 건.’ 그 아래에는 낯익은 글씨가 있었다. ‘031—서진혁.’ 상자를 만지자 손바닥 문양이 저릿해졌다. [운송 허가 대기.] [목적지: 유리섬 지하 보관소.] [서명 확인을 기다리는 이름: 제31후보.] 그는 뒤로 물러났다. 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끌어안고 달아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른 다섯 사람의 이름까지 함께 들어 있다면 함부로 손댈 수 없었다. “여기서 기록을 복사하고 배를 잠시 고정하죠.” 진혁이 말했다. “제가 타야 한다면 제 의사로 타겠습니다. 물건이 부른다고 따라갈 생각은 없어요.” 아벨이 봉인지를 준비하는 동안 바깥에서 세 번째 조류 경고 종이 울렸다. 만조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고 있었다. 계단 위에서 경비병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절벽길이 잠깁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몇 시간은 갇힙니다!” 진혁은 배를 봤다. 푸른 물길은 오히려 선명해지고 있었다. 염문 기록고의 진짜 문은 육지가 잠길 때 열리는 것 같았다. 라일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 출장, 숙박비 청구할 수 있겠죠?” 진혁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마도요. 다만 어디에 묵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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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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