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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98화
PAYLUA ORIGINAL · 제198화

198화. 아홉째 날의 종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29자

오프라인 책장
아홉째 날의 새벽, 왕도 외곽 철도역은 부슬비로 흐릿했다. 플랫폼의 붉은 기둥마다 등불이 매달렸고, 객차 창문에는 먼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잠든 얼굴이 비쳤다. 마레온에서 발송한 최초 회신 원본을 실은 열차는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들어올 예정이었다. 전날 밤 산길의 교량을 점검하느라 속도를 줄였다는 연락이었다. 운송관은 신속 운행을 요구받았지만 사고를 감수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진혁은 경매원보다 먼저 역에 나와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구겨진 시간표가 끼워져 있었다. 원본이 도착하면 독립 입회인과 봉인 상태를 확인해야 했고, 그 뒤에도 황실 기록관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시간이 필요했다. 상대가 시작 시간을 앞당겨 놓은 탓에 여유가 거의 없었다. 카렌은 그의 옆에서 짧게 말했다. “열차가 늦는다고 당신이 선로를 달려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럴 생각까지 읽으십니까?” “표정을 보면 압니다.” “저는 뛰어도 열차를 못 따라잡아요.” “그걸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잠깐 웃음이 오갔지만 역에는 곧 다른 소리가 퍼졌다. 왕도 남부의 수문 경보가 두 번 울렸다. 전날 시험한 감지추의 독립 회선에서 이상 신호가 올라왔다. 중앙 회신망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표시돼 있었다. 서로 다른 두 기록이 또다시 충돌했다. 노해린이 보낸 연락은 짧았다. '남부 수문 실제 수위 상승. 독립 회선 이상 없음. 현장 확인 필요.' 카렌은 열차를 지키는 왕실 경비에게 공식 인계 절차를 확인한 뒤 수문 쪽으로 이동했다. 진혁은 그녀를 따라가려다가 멈췄다. 자신이 그곳에 가도 수문을 고칠 기술은 없었다. 대신 원본을 안전하게 인수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남아 있어야 했다. 카렌이 뒤돌아보았다. “여긴 당신이 지켜요.” “그쪽은요?” “제게도 할 일이 있습니다.” 그녀는 웃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진혁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 수문에서는 직원들이 밤새 모래주머니를 옮기고 있었다. 비 때문에 불어난 물이 낮은 주거지로 넘어올 수 있었다. 통합 정리 세력은 수문이 위험하다며 중앙에서 모든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지방 기술관들이 따로 만든 작은 감지추였다. 해린은 현장 담당자에게 권한을 넘겼다. 구조 신호는 정상 회선과 독립 회선 양쪽으로 전송했고, 수문을 여는 순서는 사람이 직접 확인했다. 카렌은 대피로를 확보하다 발을 헛디딘 아이를 붙잡았다. 물에 젖은 돌바닥이 미끄러워 두 사람 모두 넘어질 뻔했다. 근처의 인부가 손을 내밀어 아이를 받았다. 카렌은 손목에서 오래된 통증을 느꼈지만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그녀가 들고 있던 검은 한 번도 뽑히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검술보다 사람들을 안전한 계단으로 이끄는 목소리였다. 한편 왕도역에서는 원본을 실은 열차가 도착했다. 마레온에서 올라온 운송관은 봉인 상자를 들고 내리지 않았다. 서진혁과 기록관 입회인 두 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한 뒤 객차 안에서 인계 서류부터 작성했다. 진혁은 조급해졌지만 그 절차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서둘러 달라고 부탁하는 순간,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근거로 허술하게 인계받을 수도 있었다. “도착 시각은 지금입니다.” 진혁이 말했다. “원본을 가져온 건 마레온 운송관이고, 제가 받은 건 인계 확인서 사본 한 장입니다.” 기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그는 상자 위의 밀랍 표식을 살폈다. 두 군데 가운데 하나는 약간 색이 달랐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지만, 운송관이 건넨 경로별 보안 기록에 따르면 중간 역참에서 손상된 외부 보호 밀랍만 교체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안쪽 원봉인은 그대로였다. 강유리는 별도 장비로 인장을 대조했다. 두 확인인이 같은 결과를 말할 때까지 아무도 상자를 열지 않았다. 상자를 들고 왕도로 이동하는 길에 군중이 몰렸다. 에르딘 쪽 관리자가 접근해 긴급 안전 물품이라며 상자를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다. 그는 황실 위임장을 내밀었지만 문서의 내용은 시설 운용에 관한 것이었다. 원본 서류를 강제로 인수할 권한이 없었다. 라일은 그 문서의 봉랍 모양을 보고 웃었다. “이런 걸로 사람을 속이긴 좋죠. 종이 위에 황금색 도장을 찍으면 다들 글을 안 읽으니까요.” 관리인은 얼굴을 붉혔다. “당신이 누구길래!” “배달인입니다.” 라일이 말했다. “물건과 사람을 바꿔치기하는 건 지금은 안 합니다.” 그때 왕실 경비대가 도착했다. 강유리는 인수 분쟁을 정식 기록에 올렸고, 경비대는 사람들의 통행을 막지 않는 선에서 수송로를 확보했다. 정해진 절차를 지킨다는 것은 때로 답답하고 느렸지만, 강한 사람이 나타나 소리를 지른다고 권리를 가져갈 수 없게 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수송 행렬이 운하교를 건너기 전, 길 한가운데 작은 사고가 생겼다. 식료품을 실은 마차가 젖은 돌에 미끄러져 앞바퀴가 난간에 걸렸다. 운전사는 급히 말을 진정시키려 했고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은 위험하다며 소리를 질렀다. 왕실 경비는 가장 빠른 길을 확보하겠다며 마차를 옆으로 밀자고 했다. 하지만 무거운 짐 아래에는 열 살쯤 된 견습생이 발을 다친 채 주저앉아 있었다. 라일은 순간 원본 상자를 바라봤다. 시간을 지체하면 경매가 시작될 수 있었다. 몇 달 전이라면 그는 위쪽 난간으로 뛰어올라 상자부터 옮겼을 것이다. 그러나 카렌이 수문에서 사람을 먼저 대피시키고 있다는 연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가까운 수레 운반인들에게 목재 지지대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기록관 입회인이 말했다. “여기서 사고가 나면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집니다.” 라일이 대답했다. 진혁도 손을 내밀었다. 그의 눈에는 이제 물건의 숨겨진 강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리공에게 바퀴 하중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리공은 바퀴를 무턱대고 들어 올리면 차체가 넘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렛대 두 개를 맞춰 차체를 조금씩 받치고, 사람들이 직접 손을 잡아 견습생을 끌어냈다. 아이의 발목은 부어 있었지만 의식은 멀쩡했다. 주변의 여관 주인이 마차를 대신 보관하겠다고 했고, 의료 담당자가 도착해 아이를 데려갔다. 사고 수습 내용을 기록하는 동안 진혁의 눈은 자꾸 시계로 향했다. 하지만 그가 경매를 막기 위해 지금 한 아이를 모른 척 지나쳤다면, 이후 어떤 원칙을 말해도 자신을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교량 통행이 다시 시작되자 라일은 진혁에게 속삭였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물건을 실어 나르는데 보통은 제일 빠른 사람이 칭찬받지 않습니까?” “오늘은 제일 늦게 도착한 사람이 칭찬받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직업이라면 제가 조금 소질이 있을지도.” 진혁은 웃었다. 먼 거리에서 달려온 원본을 아홉째 날 마지막 시각까지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방금 구한 아이가 다시 자기 발로 돌아다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확실했다. 수송로가 열리자 관리인이 황실 경매원의 긴급 명령을 다시 내밀었다. 그는 예비 종이 울렸으니 모든 기록을 곧바로 공식 감정대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유리는 권한 조항을 검토하고, 이동은 허용하되 독립 입회인 둘을 그대로 동행시키겠다고 했다. 문서에 쓰인 ‘경매원 안으로 옮긴다’는 표현은 ‘왕실 대리인 한 사람에게 독점 인계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관리인은 마지못해 물러났다. 진혁은 경비원에게 감사했다. 경비원 역시 불쾌한 표정이었다.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을 것 같은 순간에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이 쌓여야 저 거대한 상자가 안전하게 도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실 제1경매원에 도착했을 때 최종 경매의 예비 종이 울리고 있었다. 에르딘은 이미 특별석에 앉아 있었다. 광장에는 수문 사고 소식까지 퍼지면서 중앙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진혁은 상자를 곧장 경매대에 놓지 않았다. 먼저 수문 현장 보고가 사실인지 확인했다. 해린에게서 연락이 왔다. 실제 수위 상승은 있었지만 독립 경보와 현장 조치로 대피가 끝났고, 중앙 관제의 임시 보관 명령은 오히려 첫 경보를 늦췄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실을 듣자 진혁은 고개를 들었다. 서둘러 거래를 끝내면 안전하다는 에르딘의 주장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상대의 권리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었다. 정식 감정이 필요했다. 강유리는 원본 상자를 공인 보관대에 올렸다. 윤담이 외부 표식을 검사하고, 제0호 완충 장치의 설계도와 함께 봉인 시각을 비교했다. 원본을 만져 내용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제한돼 있었다. 진혁은 그 과정에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의 거절을 지키기 위해 만든 절차를 자신만 예외로 하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위원회의 의장이 선언했다. “최초 회신 원본의 긴급 공개 검증을 허락합니다. 단, 이 검증은 현재의 권리자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혁은 기다리고 있던 답을 들은 것 같았다. 과거의 종이 한 장으로 현재 사람들의 뜻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잘못된 계약이 어떤 거짓 위에 서 있는지 보여 줄 수는 있었다. 진혁은 잠깐 하늘이 비친 창문을 올려다봤다. 수문에서 온 마지막 연락에는 구조 대상 전원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적혀 있었다. 카렌의 이름은 현장 입회인 명단 맨 아래에 있었다. 그녀가 무사하다는 뜻이었지만 직접 얼굴을 보기 전까지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는 지금 당장 그녀를 찾으러 뛰어나가지 않았다. 누구나 각자의 일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할 때였다. 강유리가 원본의 첫 페이지를 들었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사본과 원본의 잉크 색은 조금 달랐고 오래된 종이 가장자리는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기록관은 이 종이가 단독으로 법적 결론을 만들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대 추가된 보관권 조항이 최초 설계의 필수 조항이었다는 주장과 맞지 않는다는 점은 증명할 수 있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검증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울렸다. 그 순간 경매원 지하에서 또 다른 종이 거칠게 울렸다. 제0호 원판의 비상 작동 신호였다. 중계소를 통해 모아 둔 거절들이 한꺼번에 자동 보관함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서명보다 기계의 망치가 빨랐다. 진혁은 출입문 앞에서 멈췄다. 마지막 아홉째 날, 이제는 값을 매기기 전에 망치를 멈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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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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