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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97화
PAYLUA ORIGINAL · 제197화

197화. 유나가 남긴 한 장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140자

오프라인 책장
마레온의 루멘 경매장에서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는 세리아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유나의 목소리와 아주 비슷했다. 그러나 비슷하다는 사실과 살아 있다는 사실은 달랐다. 최연묵은 기록을 공개하기 전에 두 가지 검증을 요청했다. 하나는 장치에서 출력되는 음성의 제작 시각을 확인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출입 장부를 독립 기록과 대조하는 일이었다. 세리아는 그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한 번도 지하실을 떠나지 않았다. 직원이 가져온 따뜻한 차가 두 번 식었다. 평소라면 손님 한 명에게 물품을 보이기 위해 삼십 분도 기다리게 하지 않던 사람이, 오늘은 열두 해 전의 문장 한 줄 앞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진혁은 왕도에 있었으므로 그녀 곁에 갈 수 없었다. 대신 안전 점검을 맡은 해린의 조수와 연락을 유지했다. 누구도 자신의 바람을 증거로 바꾸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정오가 조금 지난 뒤 지하 보관실 문 옆에 붙은 기록판에서 날짜가 확인됐다. 음성은 열두 해 전에 녹음된 것이었다. 유나가 그날 남긴 여러 문장 가운데 일부가 작업 단계에 따라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세리아는 고개를 숙였다. 예상했던 결론이었지만 직접 듣는 일은 달랐다. “살아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군요.” 벨라가 말했다. “응.” 세리아는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들을 수는 있겠지.” 최연묵은 오래된 철함을 열었다. 안에는 세 종류의 서류가 있었다. 원본 회신 접수대장, 교대 요청서, 그리고 얇은 종이에 적힌 개인 편지. 개인 편지는 수신인이 확인하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세리아는 그것을 바로 뜯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편지의 겉면에 적힌 이름은 자기 것이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읽을 수 있었다. 유나는 열두 해 전 루멘의 제7봉인 외곽에서 마지막 회신을 보존하고 있었다. 왕실 일부 관리들은 거절이 쌓이면 거래가 느려진다며 회신을 하나로 묶는 시험을 요구했다. 당시 유나는 반대했지만, 출품인과 접수인 권한을 혼동한 승인 서류가 내려왔다. 그녀는 중앙에서 보낸 삭제 지시를 그대로 실행하지 않고, 원본 회신 한 장을 독립된 금속함에 보관했다. 그 문서는 ‘모든 거절의 시작가’를 정할 수 없다는 최초 시험 결과였다. “그게 무슨 뜻이죠?” 벨라가 물었다. “이런 거야.” 세리아가 설명했다. “거절을 얼마 동안 보관할 수 있는지 가격을 붙이려면, 애초에 그 거절을 맡길 권리가 있어야 해. 그런데 최초 시험에서 아무도 그 권리를 양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거지.” 금속함의 표면에는 아주 작은 열쇠 구멍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첫 번째는 제7봉인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를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원본을 보호한 접수인의 동의 또는 정식 교대 절차를 위한 것이었다. 세리아는 첫 번째만 가지고 있었다. 최연묵은 두 번째를 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마지막 교대 신청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임의로 모두 대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다른 기록관이 입회한 상태에서 문을 열기로 했다. 진혁은 왕도의 시험실에서 그 과정을 원격 기록으로 지켜봤다. 통신은 자주 끊겼고 바다 쪽 장치의 응답은 느렸다. 사람들은 짜증이 날 만큼 차근차근 이름과 시간을 확인했다. 그는 조급함에 손을 쥐었다 폈다 했지만 누구에게도 서두르라고 말하지 않았다. 바로 그런 조급함을 이용해 에르딘은 오랫동안 거절을 생략해 왔다. 마침내 금속함이 열렸다. 안에는 보석도 금화도 없었다. 젖지 않도록 밀랍 처리를 한 종이 한 장과 손바닥만 한 유리판이 들어 있었다. 원본 회신에는 접수인의 서명이 아닌 여러 사람의 확인 표시가 있었다. 각 표시에는 원래 자기 이름으로 말한 사람의 기록을 참조할 수 있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유리판은 그 번호를 대조하는 도구였다. 화면을 통해 보관함의 옛 점검표가 비쳤다. 유나가 직접 작성한 항목들이었다. '감정 대상: 최초 회신 원본 보호함.' '본래 기능: 당사자가 직접 제출한 거절의 독립 보존.' '보관 책임자에게 원권리자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음.' '봉인을 연 사람은 회신 내용의 권리자가 될 수 없음.' 진혁은 그 문장을 보자 깊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손이 아니라 공식 기술 검사를 통해 같은 구조를 확인해야 했다. 왕도에서는 강유리가 원격 인수 절차를 준비했고, 세리아는 운송 방법을 검토했다. 원본을 급히 들고 달리는 대신 봉인 상태를 유지한 채 안전한 수송과 독립된 보관 기록을 남겨야 했다. 원본을 봉인한 날의 보관일지에는 평범한 하루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새벽에 밸브를 교체한 정비공의 이름, 식사를 전달한 직원의 서명, 오후에 잠깐 중단된 환기팬의 수리 기록. 유나의 마지막 접수 시각이 적힌 줄 바로 위에는 누군가 뜨거운 차를 가져다줬다는 짧은 메모도 있었다. 세리아는 그 메모를 오래 읽었다. 거대한 비밀 속의 사람을 찾느라, 정작 그 사람이 배고프고 지치고 동료의 차를 고마워하던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그녀가 처음 유나를 만난 날도 특별하지 않았다. 경매장 창고 문이 잘 닫히지 않아 수리공을 불렀고, 유나는 기름 묻은 장갑으로 손잡이의 뒤틀림을 고쳤다. 그날 세리아는 수리비를 깎으려 했고, 유나는 한 푼도 깎아 주지 않았다. 결국 차 한 잔을 더 주는 조건으로 합의했던 기억이 났다. 최연묵은 유나의 근무일지를 넘기며 말했다. “그 사람이 마지막에 남긴 건 완벽한 설계도가 아니야. 중간에 틀린 계산도 있고 고칠 수 없었던 부품도 있지. 그래도 누군가 나중에 와서 확인할 수 있게 남긴 거야.” 한 페이지에는 붉은 잉크로 실패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회신을 분리하는 첫 시험에서 안전 경보까지 지연된 일이 있었다. 유나는 거절 신호만 보존하는 방법을 찾으려다가 두 신호를 혼동한 실수를 했다. 그러나 그 일 때문에 시험을 중단하고 새 안전로를 설계했다. 지금 해린이 작업장에서 같은 실수를 기록하며 부품을 수정한 것과 닮아 있었다. “실패도 남겨 놓았네요.” 벨라가 말했다. “그게 그 사람의 방식이었어.” 세리아가 대답했다. “남이 나중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유리판의 제작번호를 비교하던 기술관은 오래전 녹음된 소리가 왜 지금까지 반복됐는지 설명했다. 장치에는 안전 작업 순서를 안내하는 음성판이 설치돼 있었고, 교대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의 안내가 계속 남아 있었다. 그 안내의 주인이 살아 있다는 증거도, 죽었다는 증거도 아니었다. 다만 열두 해 전 작업이 어떤 이유로 멈췄는지 다시 확인할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세리아는 기록관에게 원본의 교대 미완료 표시를 바로 삭제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일단 사실을 확인한 뒤에 정정해야 했다. 그 표시를 없애 버리면 다음 사람이 유나의 마지막 경로를 추적할 단서마저 잃을 수 있었다. 세리아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일은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먼저 써 넣지 않는 것이었다. 잠시 후 기록실에 있던 어린 견습생이 문 앞에서 물었다. “사장님, 누군가를 오래 찾으면 끝내 못 찾더라도 찾은 시간이 의미가 있나요?” 세리아는 창밖을 바라봤다. 바다 너머에는 곧 저녁 안개가 내려올 것이다. “의미가 있지. 그동안 내가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게 되거든. 그리고 내 옆의 사람한테는 그 말을 너무 늦게 하지 않으려고 하게 돼.” 그녀는 견습생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기록을 보관해 준 직원들에게 일일이 수당을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찾아야 할 사람은 여전히 멀리 있었지만 지금 고마운 사람들은 바로 앞에 있었다. 개인 편지는 마지막으로 세리아가 열었다. 유나는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사람처럼 쓰지 않았다. 그날의 허기와 불안을 아주 평범하게 적었다. 밤새 장치가 울려서 귀가 아팠다는 투정도 있었다. 마지막 문장은 유난히 짧았다.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경매장이 사람들의 말을 지우는 곳으로 변하지 않게 해 줘.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지 마.' 세리아는 오래도록 편지 위에 손을 올려 두었다. 유나의 마지막 날 이후의 행방은 이번 기록만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원본의 존재와 그날 그녀가 했던 선택은 확인할 수 있었다. 세리아는 편지를 봉투에 돌려 넣었다. 찾지 못한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하는 일과, 새로운 단서가 나왔을 때 다시 찾는 일은 모순되지 않았다. 왕도에 있던 진혁에게 세리아의 연락이 도착했다. 그녀는 울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원본의 운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개 검증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사장님, 루멘은 어떻게 합니까?” 진혁이 물었다. “원본을 보내면 임시로 영업을 더 멈춰야 할지도 몰라요.” “그럼 멈추지.” “돈은요?” “벌면 되지.” 그녀는 잠깐 웃었다. “단, 앞으로 네 월급에서 못 빼니까 회사가 알아서 벌어야겠네.” 진혁은 그 웃음 속의 떨림을 들었다. 가볍게 넘어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원본이 출발하기 직전 최연묵은 유리판의 뒷면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판 가장자리에 작게 새긴 글씨가 있었다. 열두 해 동안 거의 닳지 않은 문장. '최초 감정인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다. 마지막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다.' 진혁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자신이 능력을 얻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물건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이제는 반대였다. 무엇을 알아도 자신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지 구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원본이 상자에 들어간 뒤 세리아는 마지막으로 지하실을 한 바퀴 돌았다. 바닥의 낡은 기계에는 기술관이 붙인 새 표찰이 있었다. 어떤 장치는 안전 점검을 마쳤고, 어떤 장치는 작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유나가 남긴 빈 작업대에는 도구 몇 개만 남아 있었다. 세리아는 그 도구들을 기념품처럼 챙기지 않았다. 그것들의 소유 관계와 보존 가치부터 확인해 별도 목록에 적었다. 최연묵이 물었다. “아직도 그 사람을 찾겠습니까?” “네. 다만 기록이 말해 주지 않는 결론을 먼저 만들지는 않을 거예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서 울렸다. 이번에는 누군가 영원히 갇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이 일했던 자리를 정확히 기억하고, 다음 사람이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닫는 문이었다. 원본 회신은 두 명의 운송관과 독립 입회인의 감시 아래 왕도로 출발했다. 유나가 지켰던 한 장의 종이가 마침내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그러나 왕실 경매원에서는 에르딘 측이 이미 최종 입찰의 사전 개시를 신청한 상태였다. 원본이 도착하기 전에 망치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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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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