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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96화
PAYLUA ORIGINAL · 제196화

196화. 금화 오만 닢의 거짓 보증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192자

오프라인 책장
일곱째 날, 왕도의 날씨는 맑았지만 사람들은 하늘을 볼 여유가 없었다. 황실 제1경매원 앞에는 새로 세운 임시 게시대가 광장 끝까지 이어졌다. 게시대마다 서로 다른 언어로 된 통지서와 이의 신청서가 걸려 있었고, 글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인 낭독인이 근무했다. 이곳에서 들리는 것은 값비싼 보석의 자랑이 아니라 자기 밭을 누구에게 빌려줬는지, 어머니가 남긴 작업대를 누가 관리해 왔는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였다. 에르딘은 그날 오후 공개 설명회에 직접 나타났다. 검은 마차에서 내린 그는 장갑을 낀 채 계단을 올라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허리를 약간 숙여 인사했다. 그가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알려진 것보다 소문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오늘 진혁이 알고 싶은 것은 그의 악명이나 자산 규모가 아니었다. 그가 무엇을 사겠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무엇을 넘겨받으려 하는지였다. “저는 왕국의 안전망을 지키려고 합니다.” 에르딘이 말했다. “통신선 하나가 멈추면 수천 명이 위험해집니다. 중앙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는 편이 안전하지 않습니까?” 방청석 몇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쪽 폐광의 환기 경보가 늦어졌던 일을 아는 주민들은 그 말이 완전히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혁 역시 그들의 불안을 무시할 수 없었다. 책임자가 없어서 구조가 지연되는 상황은 실제로 존재했다. “안전 책임자를 정하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진혁이 말했다. “다만 그 책임자가 주민들의 거절까지 대신 보관해야 할 이유는 듣지 못했습니다.” 에르딘은 잔잔하게 웃었다. “당신은 장치를 다룰 만큼 경험이 있습니까? 감정사 보조 출신의 청년이 말입니다.” “없습니다. 그래서 기술관을 불렀고, 기록관과 지역 대표도 함께 왔죠. 그게 혼자 책임지겠다는 사람과 다른 점입니다.” 회의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에르딘은 진혁이 자신보다 큰돈을 내놓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신 그는 돈의 힘으로 회의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의 불안을 자기 쪽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 에르딘 측은 공용 회신망의 ‘거절 임시 보관권’에 금화 오만 닢 상당의 보증을 제시했다. 시설 사고가 발생하면 그 돈으로 피해를 메우겠다는 설명이었다. 거대한 숫자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벨라는 계산서를 들고 발언대에 섰다. “그 보증은 현금 예치입니까, 유물 평가액입니까?” 법무 대리관이 당황했다. “왕실이 인정한 담보입니다.” “질문은 담보가 현금으로 바뀌는 시점이에요. 사고가 난 날 바로 지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잖아요.” 서류가 공개되자 보증금의 절반 이상은 아직 거래되지 않은 미래 회신권의 예상 평가액이었다. 지금 얻으려는 권리를 담보로 지금의 권리를 사겠다는 순환 구조였다. 윤담이 그 부분을 짚어 말하자 객석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에르딘은 금세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거짓말이 들통나더라도 준비해 둔 설명이 더 있다는 태도였다. 진혁은 이 싸움이 길어질 것을 알았다. 상대를 악당이라고 부르면 사람들은 잠깐 환호할지 몰라도 계약서는 그대로 남는다. 그가 요구한 것은 보증의 분리, 기간의 제한, 운영자의 해임 절차, 그리고 당사자의 거절이 도착하면 자동으로 권한을 정지하는 장치의 공개 검증이었다. “그렇게 모든 조건을 붙이면 누가 운영을 맡겠습니까?” 에르딘이 물었다. “맡을 수 없는 사람은 맡지 않으면 되죠.” 카렌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뒤편까지 분명하게 들렸다. 회의장 벽에는 오래된 거울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누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두 볼 수 있었다. 에르딘의 뒤편에 선 수행원이 몰래 문서를 바꾸려다 강유리에게 제지당한 것도 그 거울 덕분이었다. 강유리는 서류를 압수하지 않았다. 보관 책임자로서 출처와 변경 이력을 적고 즉시 위원회에 대조를 요청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 진혁은 에르딘의 대리인에게 작은 물품 경매 목록을 건네받았다. 에르딘 사무소는 동화 세 닢짜리 낡은 감지추 여러 개를 폐기 대상으로 분류해 팔고 있었다. 진혁의 손바닥에 익숙한 열이 느껴졌다. 오래된 감지추는 거절 회선에만 쓰는 부품이 아니라 수문 압력의 비상 변화를 나타내는 도구였다. 공식 사용 이력에는 없었지만, 제작 방식은 백색 등대 안전로의 부품과 일치했다. “이걸 왜 파나요?” “가치가 없으니까요.” 대리인이 대답했다. “그럼 정식 경매에서 사겠습니다.” 진혁은 공개 소품 경매에서 감지추 두 개를 은화 한 닢과 동화 여섯 닢에 낙찰받았다. 에르딘 쪽 입찰자가 마지막까지 따라붙었지만 세 번째 물건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자 물러났다. 서진혁은 예전처럼 끝까지 싸우지 않았다. 얻은 두 개로 검증은 충분했다. 나머지는 돈을 아껴 구조 비용으로 쓰는 편이 나았다. 설명회가 끝난 뒤 특별석에 앉았던 북쪽 지방의 상인이 진혁을 찾아왔다. 그는 에르딘의 말을 지지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마을 다리가 무너졌을 때 왕실 지원을 기다리느라 겨울 장사를 거의 망쳤고,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게 중앙 운영은 남에게 자유를 빼앗기는 문제가 아니라, 위험할 때 책임지고 돈을 낼 사람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진혁은 그 상인을 무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준비한 계획이 그 질문에 충분히 답했는지 되돌아봤다. 주민이 거절할 권리는 지켜야 하지만 위험한 다리를 고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 권리만으로 배를 건널 수는 없었다. “어떤 시설부터 고쳐야 하는지 목록을 주십시오.” 진혁이 말했다. “제가 전부 약속할 순 없지만, 통합 경매에서 파생된 적법한 안전관리 비용과 비교할 수는 있습니다.” 상인은 의외라는 듯 그를 보았다. “당신이 우리 편이 아니라서 안 만나 줄 줄 알았어요.”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고 같은 왕국의 사람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둘은 여관의 좁은 탁자에 앉아 숫자를 적었다. 다리의 수리비, 겨울철 자재 운반비, 임시 목조교 유지비가 하나씩 나왔다. 벨라가 현금 지출 가능성과 장래 예상 수익을 구분했다. 상인은 계산이 틀린 곳을 직접 고쳤다. 결국 마을이 원하는 것은 모든 거절을 맡길 관리인이 아니라, 수리 책임과 비용 지급이 분명한 계약이었다. 그런 계약은 통합 보관권이 없어도 체결할 수 있었다. “그러면 나중에 우리가 또 동의해야 합니까?” 상인이 물었다. “예. 필요할 때마다요. 그게 번거롭긴 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조건을 고칠 기회가 생기는 거죠.”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겠지만 처음보다 분명한 설명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 마을의 동의를 미리 보장하겠다는 서류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새 계약의 내용을 주민 회의에 가져가 검토하겠다고 했다. 진혁은 그에게 감사했다. 타인에게 판단을 넘기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설명회는 조금 나아졌다. 그날 오후 에르딘 측 소품 경매에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흘렀다. 아름다운 상자에 담긴 감지추들은 대부분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았다. 진혁이 낙찰받은 두 점도 겉모습은 보잘것없었지만, 기술관은 작은 균열과 용접 부위의 차이를 꼼꼼히 확인했다. 인근 귀족이 호기심에 감정 과정을 지켜보다 왜 그 많은 사람을 불러서 고철을 재느냐고 물었다. 윤담이 답했다. “비싼 물건이면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선 가장 값싼 물건일수록 잘못 쓰면 위험해집니다.” 그는 균열을 가리켰다. “이걸 감추고 정상이라고 팔면 사용자가 사고를 당하겠죠. 반대로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고 수리해서 쓰면 값싼 물건이 사람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진혁은 귀족이 무심코 내려놓은 물건 목록을 보았다. 겉면에 '폐기 예정'이라고 찍힌 물건들이 아직 많았다. 언젠가 정말 평화로운 날이 오면, 그는 이런 장소를 하루 종일 둘러보고 싶었다. 누구의 생명도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싸게 산 물건을 고치고 정당한 이익을 남기는 즐거움. 지금까지 너무 오래 미뤄 둔 꿈이었다. 밤의 시험실에서 해린은 감지추를 왕도 수문 모의 장치에 달았다. 분리판이 정상 안전 신호를 가로막으면 추가된 감지추가 다른 회선을 통해 구조 경보를 보냈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다만 중앙 장치를 직접 멈추지 않고도 위조된 임시 보관 명령을 감시할 수 있었다. 기술자들은 두 시간 동안 여러 조합을 시험했다. 실패할 때마다 이유를 기록했고, 성공한 순간에도 정식 운용 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때 왕궁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에르딘 측은 보관권 경매를 다음 날로 앞당기겠다고 통보했다. 아홉 날의 시한보다 하루 빠른 결정이었다. 법무 대리관은 공공 안전 위험을 이유로 들었다. “마지막 날을 당길 수 있습니까?” 카렌이 물었다. 권해성이 얼굴을 굳혔다. “정식 통지 없이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긴급 심사를 열면 그 자리에서 싸워야 합니다.” 진혁은 책상 위 영수증을 접었다. 작은 감지추 두 개가 오늘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돈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거절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뒤집을 도구는 아직 손에 있었다. 시험실 밖에서는 왕도 경비대가 중재 회의의 방청 인원을 다시 정하고 있었다. 원래는 돈을 많이 낸 특별석 구매자에게 더 좋은 자리가 돌아갔지만, 오늘은 지역별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한 별도 줄이 생겼다. 표를 가진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의 증언을 막는 행동을 하면 퇴장할 수 있다는 안내가 붙었다. 진혁은 그 안내를 읽으며 자기가 제일 좋아했던 경매장의 소음을 떠올렸다. 가격을 올리는 번호패와 망치 소리가 뒤섞이면 심장이 빨리 뛰곤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정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가격표가 도움이 되는 순간과 가격표를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을 구분하는 것이 감정사의 또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벨라는 시험 기록과 남은 예산을 비교하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본전은 못 뽑겠어요.” 진혁이 대답했다. “한번쯤은 그렇게 써도 되는 장부 아닐까요.” “한번쯤은요. 대신 내일은 적자를 줄일 방법도 같이 찾으세요.” 진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이야말로 이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그날 밤 마레온에서 세리아의 연락이 도착했다. 유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고, 최연묵이 그 목소리의 출처를 검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 중요한 문장이 뒤에 붙어 있었다. '제7봉인을 열어도 모든 회선은 안전하게 멈추지 않는다. 안전한 교대에는 원본 회신 한 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혁은 창밖의 불빛을 바라봤다. 이 싸움에서 마지막으로 값이 매겨질 물건은 금화 오만 닢짜리 권리가 아니라, 아직 어느 누구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못하는 종이 한 장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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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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