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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92화
PAYLUA ORIGINAL · 제192화

192화. 동화 세 닢의 분리판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57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북시장의 골목은 새벽에도 완전히 잠들지 않았다. 밤새 물건을 운반한 인부들이 국물에 빵을 적셔 먹었고, 금속 수리점의 작은 굴뚝에서는 새까만 연기가 올라왔다. 황실 제1경매원의 금박 천장과는 달리 이곳에는 녹슨 사슬과 젖은 마대자루가 천장 장식처럼 걸려 있었다. 부서진 유물도 가격이 맞으면 팔 수 있었고, 손잡이가 멀쩡한 고철은 다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서진혁은 북시장 임시 경매대 앞에 섰다. 출품 목록 가장 아래에는 오래된 신호판 열두 개가 묶음으로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금이 갔고 셋은 숫자 눈금이 닳아 있었다. 판매자는 수년 전 철거된 왕도 우편창고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시작가는 동화 세 닢. 입찰 전 기능을 시험할 수 없고, 낙찰 이후 고장이 발견돼도 반품은 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딱 당신 취향이군요.” 카렌이 말했다. “하찮은 걸 사서 고치느라 밤을 새우는 취향이요?” “당신이 스스로 말했네요.” “그런데 그 말엔 감탄이 조금 섞였다고 믿겠습니다.” 진혁은 경매대에 가까이 가지 않고 각 부품의 나사 위치를 살폈다. 한 장의 금속판 모서리에 작은 삼각 홈 두 개가 있었다. 루멘에서 봤던 보관실 완충 장치와 비슷했지만 방향이 반대였다. 손바닥이 따끔했다. [감정 대상: 우편 회신용 구식 분리판.] [상태: 균열 있음.] [본래 기능: 특정 회신이 중앙 장치에 합쳐지지 않도록 독립 표시.] [현재 회로 호환 가능성: 구조 검증 필요.] 그는 손가락을 떼고 잠시 생각했다. 깨진 판을 제대로 수리하지 않으면 안전 신호까지 끊을 수 있었다. 눈앞의 설명만 믿고 곧바로 경매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뒤편에서 윤담이 작은 자를 꺼내 판의 옆면 눈금을 쟀다. 경매 주최 측이 허락한 공개 검사 시간이 끝나자 둘은 물러났다. 윤담은 종이 위에 나사 구멍 네 곳의 간격을 적었다. “구조는 맞습니다. 다만 금 간 부분이 하중을 버틸지는 시험해야 합니다.” “그러면 일단 가져올까요?” “낙찰가가 문제죠.” “그건 제 전공입니다.” 윤담이 웃었다. “진혁 씨가 돈에 관해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때마다 저는 불안해집니다.” 경매인이 작은 망치를 쳤다. “철거품 회신판 열두 점, 시작가 동화 세 닢!” 뒤쪽에서 고물상이 네 닢을 외쳤다. 진혁은 바로 나서지 않았다. 경매장에는 침묵도 가격을 바꾸는 시간이 있었다. 고물상이 여섯 닢을 부르자 다른 수리공이 일곱 닢을 외쳤다. 곧 금속값 이상의 경쟁이 벌어질 조짐이 보였다. 진혁은 하나씩 사면 안 되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묶음이라는 판매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무시한다면 다음에는 어떤 출품자의 권리도 지킬 수 없을 터였다. “은화 한 닢.” 열 닢에 해당하는 가격이 나오자 손들이 내려갔다. 진혁은 열한 닢을 외쳤고, 고물상은 잠시 고민하다 물러섰다. 낙찰 후 벨라가 영수증을 받아 계산했다. 운반비와 수리비를 포함하면 예상보다 지출이 컸다. “이걸 재판매해서 남길 수 있는 돈은 얼마죠?” 벨라가 물었다. “잘되면 없고, 실패하면 손해입니다.” “최악의 답을 들었네요.” “대신 사람이 자기 거절을 되찾을 수 있다면요?” 벨라가 계산 장부를 덮었다. “그건 수익표에 적을 항목이 다릅니다. 그래도 정산은 정확하게 해야 해요.” 부품을 실은 손수레가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뒤쪽에서 날카로운 휘파람이 들렸다. 카렌은 먼저 앞을 막고 있는 운반 마차를 살폈다. 마차 운전사는 길을 비켜 주려다가 멈칫했다. 한 남자가 골목 끝에서 손을 흔들며 길을 막고 있었다. 허름한 코트를 입었지만 장갑에는 새 가죽이 덧대어 있었다. 그는 진혁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그 금속판을 원래 자리로 돌려주세요.” “누구시죠?” “원래 소유자의 대리인입니다.” 진혁은 영수증을 들어 보였다. “여기에는 오늘 적법하게 출품한 철거창고가 출품인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원소유권에 문제가 있다면 경매 주최 측에 이의를 제기해야죠.” 남자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경매인은 사흘 뒤에야 조사할 겁니다. 그 전에 문제가 생겨요.”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말해주세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카렌의 허리춤에 걸린 검을 보고 한 발 물러섰다. 그 순간 골목의 반대편에서 마차 바퀴가 갑자기 빠졌다. 목재 상자가 쏟아졌고 주변 상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핀을 빼놓은 흔적이 보였다. 카렌은 뒤따르던 인부들을 안전한 곳으로 물렸다. 진혁과 윤담은 손수레를 끌어 골목 벽에 붙였고, 라일은 높은 담을 넘는 대신 바퀴가 빠진 마차의 운전사를 먼저 도왔다. 소란 속에서 코트 남자는 사라졌다. 그러나 영수증과 물건은 남았다. 누가 노렸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달아나는 사람을 붙잡겠다고 무리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작업장은 북시장 끝자락에 있었다. 구리 냄새가 밴 창고 안에서 노해린과 화령 장인 두 명이 판을 시험대에 올렸다. 깨진 부분에는 새로운 용접 대신 교체 가능한 지지대를 끼웠다. 진혁은 이것이 꼭 필요한 조치인지 물었다. 해린은 부품이 부서질 때 안전망에 어떤 영향이 생길지 설명해 주었다. 한 회선을 구분하는 판이 전체 통신을 막아 버리면 안 됐다. 오후 늦게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됐다. 윤담이 모의 거절 신호를 보내자 붉은 전구가 들어왔다. 중앙 회선은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고 독립 기록기에는 발신자가 정한 말이 그대로 찍혔다. '거절합니다.' 서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음 신호에는 문제가 있었다. 다른 회선에서 정상적으로 전송된 구조 요청이 분리판에 걸려 멈춰 섰다. 해린이 즉시 시험을 중단했다. “작동합니다. 그래서 더 위험하네요.” 그녀가 말했다. “거절만 골라 분리하지 않으면 사람이 다칩니다.” 성공이면서 실패였다. 진혁은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 부품은 에르딘의 장치를 거꾸로 이용해 모든 것을 차단하는 지름길이 아니었다. 세리아는 첫 시험 기록에 실패라고 쓰라고 지시했다. 진혁은 그 말에 순순히 따랐다. 다음 시험이 성공하려면 첫 번째 실패가 남아 있어야 했다. 시험이 중단된 뒤 해린은 작업장 칠판에 두 개의 긴 선을 그었다. 윗선에는 구조 경보, 아랫선에는 거절 회신이라고 적었다. 신호는 같은 길로 달려왔지만 도착지에서 해야 할 일은 달랐다. 구조 경보는 몇 초가 늦어도 사람이 다칠 수 있었고, 거절 회신은 당사자 확인 없이 조작되면 삶을 바꿀 수 있었다. “같은 문으로 들어오니까 같은 물건인 줄 착각하는 겁니다.” 해린이 말했다. “문을 두 개로 만든다고 안전해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서로를 가로막지는 않게 할 수 있어요.” 윤담은 노후 분리판을 원래대로 다시 끼우려다가 손을 멈췄다. 누군가 모서리 홈에 남긴 작은 칼자국 때문이었다. 단순한 수리 흔적이라고 생각했던 표식은 일정한 간격을 갖고 있었다. 그는 기계 눈금으로 그 간격을 재고 오래된 기술서에서 같은 무늬를 찾았다. 이 판이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신호를 구분하는 용도로 쓰였음을 뒷받침하는 흔적이었다. 그날 작업장 주인은 시험에 사용한 구리선 값을 청구했다. 비용이 예상보다 높았고 벨라는 눈썹을 찌푸렸다. 진혁은 수리공이 밤늦게까지 남아 작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다. 시간과 재료를 정확히 지불하는 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권리를 지키겠다며 다른 사람의 노동을 공짜로 쓰고 있다면 목표부터 틀린 셈이었다. “장부에 적어 주세요.” 진혁이 말했다. “나중에 수익이 생기면 우선 변제하도록.” “수익이 안 생기면요?” 벨라가 물었다. “그 경우도 미리 정해야죠.” 그들은 대금 지급 계획을 문서로 남겼다. 세리아가 보증할 수 있는 금액과 직원들이 위험 없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분리했다. 큰 사업을 한 번에 떠맡는 대신 실험용 한 세트를 완성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다음에 증설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화려하지 않은 회의였지만 진혁은 그것이 중요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작업장의 어린 견습생 하나가 시험대를 닦다가 물었다. “저 판을 만들면 모든 거절을 받아 줄 수 있나요?” 해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누군가 거절했다고 말한 사실을 사라지지 않게 돕는 일이야. 거절을 받아들이는 책임은 그 물건을 팔거나 관리하려는 쪽에도 남아 있지.” 견습생은 조금 실망하다가 웃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었다고 우기는 사람은 줄겠네요.” 진혁은 그 말에 힘을 얻었다. 능력이 대단한 영웅 하나를 만드는 대신, 누구나 비슷한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고 투박한 도구를 만드는 일. 아마 이 이야기의 끝은 그런 도구들이 곳곳에 놓이는 모습일지도 몰랐다. 저녁에는 백란이 작업장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확인한 옛 배달인 명부와 회신 경로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서 일곱 회선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각자 마을의 옛 공중 게시대와 이어져 있었다. 그 장소들에는 정식 접수인을 별도로 둘 수 있었다. 중앙 회선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도 사람들이 스스로 거절을 기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기록을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진혁이 물었다. “최소 두 곳에서 대조하면 위조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전달할 사람이 필요해요.” 백란이 대답했다.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자기 일을 해야 합니다.” 라일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예전 이름을 묻지 않았다. 둘 사이에 풀리지 않은 일이 많다는 것을 진혁도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옛 배달인 조직의 노하우가 사람을 숨기는 데 아니라 그 사람의 목소리를 도착시키는 데 쓰이고 있었다. 그날 밤 작업장에 남아 있던 진혁은 금속판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싸게 산 물건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대로는 거절도 구조 요청도 한꺼번에 멈춘다. 누군가를 지키려면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때 해린의 조수가 작은 봉투를 가져왔다. 북시장에서 만났던 코트 남자가 남긴 편지였다. 짧은 글과 함께 낡은 설계도 한 장이 있었다. '분리판의 마지막 톱니는 경매인이 아니라 접수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골라 막는 장치로 만들지 마세요.' 도면의 맨 아래에는 마레온의 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루멘 경매장, 무명 반지 최초 접수인.' 진혁은 편지를 접으며 일주일 전이 아닌 아주 오래전 지하 창고의 냄새를 떠올렸다. 처음 자신에게 구리 반지를 내밀었던, 손등에 열쇠 구멍 모양의 화상이 있던 노인. 그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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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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