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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90화
PAYLUA ORIGINAL · 제190화

190화. 모든 거절의 시작가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430자

오프라인 책장
황실 제1경매원 앞의 긴 계단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정오에 열리는 예비 심사를 보기 위해 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누구는 마차를 갈아타며 사흘을 왔고 누구는 밤새 철도 객차에 서서 왔다. 보자기에 싼 서류와 직접 고친 신호기 부품, 작년에 납부한 공동 관리비 영수증이 그들의 짐이었다. 화려한 경매원을 처음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날은 아름다운 수정등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거의 없었다. 서진혁은 계단 아래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겁먹은 얼굴도 있었고 화가 난 얼굴도 있었다. 누군가는 아무 표정 없이 두 손을 꼭 맞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여기서 모든 사람의 일을 대신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이 각각 직접 대답할 시간을 얻어야 했다. 카렌이 건물 입구의 경비원에게 참석자 명단을 확인했다. 노해린이 조정한 안전 점검팀, 강유리가 이끄는 기록 보존팀, 윤담의 기술 감정팀, 지역별 대표가 서로 다른 줄에 서 있었다. 세리아는 처음부터 경매 운영진과 대표 사이를 오가느라 지친 기색이었다. 벨라는 영수증 상자를 두 팔로 안은 채 여전히 잔액을 계산했다. “이런 날에도 돈을 셉니까?” 라일이 물었다. “이런 날일수록 세야죠.” 벨라가 답했다. “사람들이 멀리서 오는 데 쓴 돈도 기록해야 하니까요. 나중에 누가 근거 없이 공짜로 와 줬다고 말하면 안 되잖아요.” 진혁은 속으로 웃었다. 돈을 사랑하는 이유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돈으로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려 했고, 어떤 사람은 돈을 정확히 계산해 다른 사람이 희생한 시간을 보이려 했다. 대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물품 경매가 아니라 통합 정리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공개 회의였다. 중앙 경매대 위에는 유물 대신 커다란 지도와 세 개의 잠금 서류함이 놓였다. 지도는 마레온에서 북쪽 폐광까지 이어지는 회신망을 가느다란 은실로 표시하고 있었다. 도시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작은 마을이 있는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진혁은 지도를 보는 순간 아찔했다. 그의 손으로 확인한 물건은 저 넓은 땅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권해성이 망치를 들었다. “이 회의에서 결정할 것은 모든 유물의 가격이 아닙니다. 왕실 통합 정리 본부가 미응답 대상을 하나의 관리권으로 묶는 절차를 계속할 수 있는지, 그 요건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앞줄의 법무 대리관은 얼굴을 굳혔다. 그는 입장 때부터 회의를 빨리 끝내려는 눈치였다. 바로 뒤에는 에르딘 사무소 관계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구체적인 구매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공익 시설 관리 예정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진혁은 그 말을 들으며 손가락을 천천히 접었다. 선한 목적을 말한다고 실제 소유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증언자는 북쪽 폐광의 배달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수첩을 펴서 여정 날짜를 설명했다. 길이 끊긴 날, 우편물이 되돌아온 날, 다시 출발하려다 실패한 날이 남아 있었다. 왕실 장부에는 그 중간 날짜에 '배송 완료'라는 표시가 있었다. 배달원은 목소리가 떨렸지만 날짜를 하나씩 짚었다. “저는 그날 이 편지를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대답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희가 아직 편지를 가져다주지 못한 겁니다.” 두 번째는 화령의 장인이었다. 그는 실제 관리자로 등록된 사람과 물건을 소유한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을 공방 기록으로 설명했다. 세 번째는 마레온의 항만 안전 담당자였다. 그는 루멘 심실과 백색 등대가 함께 사용하는 비상 회신망이 도시 전체의 안전과 연결돼 있으며, 어느 한 회사가 임의로 중단하거나 이전하면 안 된다는 점을 기술 자료로 보여 줬다. 상대 측은 반박했다. 통지 일부가 지연됐다는 사실이 전국 통지 전부를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진혁은 그 부분만큼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가진 기준 틀로 검사한 결과도 지역마다 달랐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불리해 보이는 정상 기록까지 함께 제출했다. “정상 배송된 곳은 정상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진혁이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이 나오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게 됩니다.” 윤담은 낡은 우편 도착 확인판의 기준 틀을 감정대에 올렸다. 동화 두 닢에 샀던 물건이 왕실 경매원의 수정등 아래에 놓이자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났다. 그러나 그는 그런 웃음에 동요하지 않았다. 부품의 홈 간격을 직접 보여 주고 최근 가공된 판과 정상 판의 차이를 비교했다. 시연에는 왕실 기술관도 함께 참여했다. 두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측정해 같은 차이를 확인하자 웃음은 멎었다. “이 틀은 거짓말을 잡는 마법 도구가 아닙니다.” 진혁이 설명했다. “다만 누군가가 오래된 도착 확인판에 최근 손을 댄 사실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다른 기록과 연결해야 조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법무 대리관이 질문했다. “당신은 그렇게 작은 도구 하나로 왕국의 통합 정리를 막으려 합니까?” “작은 도구 하나로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전달되지 않은 편지와 기록된 거절, 공동 관리권을 확인해 주는 여러 사람의 증언을 함께 보려는 겁니다.” 객석 뒤쪽에 앉아 있던 하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빼앗길 뻔했던 북시장 종탑의 관리 회의록을 들어 보였다. 이어서 보육원 원장이 자기 임차권을 확인한 서류를 제출했다. 낡은 펜을 팔지 않겠다고 했던 노인도 왔다. 그는 자기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았다. 대신 그 물건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아직 이전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분명히 말했다. 소란스러웠던 심사장이 조금씩 조용해졌다. 비싼 물건을 다투는 자리에서 이런 사람들을 본 적 없는 관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빈자리가 얼마나 많은 사정을 품고 있는지 처음 보는 듯했다. 오후 세 시, 중요한 결론 하나가 내려졌다. 통지 미도달 지역과 공동 관리권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을 일괄 매각 대상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미 접수된 이의 신청은 등록을 보류한 채 개별 심사를 받아야 했다. 서류 한 장을 고쳤을 뿐이지만, 그것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물건이 즉시 넘어갈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승리했다고 외칠 마음이 없었다. 아직 심사장은 끝나지 않았고, 에르딘 쪽 사람들이 너무 조용했다. 그때 법무 대리관이 새로운 서류함을 경매대에 올렸다. 황금빛 봉인 끈이 둘러져 있었다. 그는 왕실에서 긴급 권한 위임을 받았다며 별도의 결정을 요청했다. 해당 서류는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공공 회신망의 임시 운영권'을 위한 것이었다. 이름만 보면 앞선 결정과 다른 문제처럼 보였다. “지금까지의 이의를 존중합니다.” 대리관이 말했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이 시설을 누가 운영할지 결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응답 지연이 계속되는 동안 통합 관리인 한 사람에게 임시 권한을 맡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세리아가 낮게 말했다. “저게 진짜 목적이었나 봐.” 진혁은 봉인 끈을 바라봤다. 그는 임시 운용권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다리가 무너지면 누구든 우선 사람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임시라는 말 속에 얼마나 긴 시간이 숨겨져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카렌이 문서 열람을 요청했다. 법무 대리관은 긴급 절차라며 일부 조항의 공개를 미뤘다. 강유리는 보관 책임자의 권한으로 정본과 공개 사본의 대조를 요구했다. 잠시 긴장이 흘렀다. 그때 방청석 중간에서 서도원이 일어났다. “제0호 원본 보관실에는 그와 비슷한 조항이 보관돼 있습니다. 열두 해 전에 사용을 멈춘 양식입니다.” 윤서하도 그 옆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공개 동의서에 명시한 범위 안에서만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경매원 운영진은 그녀에게 발언 시간을 주었다. “이런 문구가 있었죠.” 서하가 말했다. “‘응답이 오지 않은 대상은 임시 관리인의 판단에 따른다.’ 하지만 제0호 장치는 원래 그 다음에 붙는 문장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사자의 거절이 확인되면 임시 판단을 중단한다.’ 이 둘이 분리되면 임시는 영구가 됩니다.” 진혁이 눈을 감았다. 그제야 왜 누군가 몇 년 동안 그 장치를 뒤집어 놓으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의 침묵을 재산으로 만들려면, 마지막에 거절이 들어오는 통로부터 막아야 했다. 법무 대리관은 결국 문서의 전체 공개를 허락했다. 봉인이 풀리자 얇은 종이 세 장이 나왔다. 첫째 장에는 안전 운용의 책임이, 둘째 장에는 임시 관리자 선임 방식이, 셋째 장에는 권리 회신을 중단할 수 있는 조건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셋째 장만 종이 색이 조금 달랐다. 진혁의 손바닥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감정 대상: 공용 회신망 임시 운영권 약정서 제3부속.] [재질: 최근 제작된 인쇄지.] [원래 서류와의 제작 시차: 확인 필요.] [숨겨진 연계: 제998호 원부의 자동 응답 변환 기능.] 그는 곧바로 원본을 만지겠다고 하지 않았다. 강유리에게 종이 섬유 검사와 제본 흔적을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동화 열셋 닢에 낙찰받았던 구식 제본기와 같은 원리의 장비가 활용됐다. 왕실 감정관은 부속서류가 최초 원본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잠정 결과를 냈다. 심사장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대리관은 이를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행정 문서는 나중에 수정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수정되었다면 수정 사실과 정당한 승인 기록이 있어야 했다. 보관 책임자 강유리는 해당 승인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위원회는 임시 운영권 약정서의 강제 집행도 정지시켰다. 왕궁 바깥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진혁은 어깨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카렌이 짧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막았네요.” “오늘 것은요.” 진혁이 대답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매원 깊숙한 곳에서 낮고 긴 종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세 번 반복되자 강유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정지된 제0호 원본 보관실의 비상 호출이었다. 정상이라면 누구도 그 장치를 움직일 수 없었다. 권해성이 급히 측면 문을 열었다. 경비원이 뛰어왔다. 보관실의 빈 의자에 어떤 이름도 없는 새 출품표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출품표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 대신 단 한 줄이 쓰여 있었다. '경매품 0: 모든 거절을 잠시 보관할 권리.' 진혁은 잠깐 숨을 잊었다. 그들은 방금 임시 소유권을 막았지만, 상대는 더욱 교묘한 물건을 경매대에 올렸다. 다른 사람의 거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잠시 맡는다'는 이름으로 지워 버리려는 것이었다. 세리아가 그의 팔을 잡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알아요.” 진혁은 빈 의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 상대가 뭘 팔려고 하는지 압니다.” 그는 손바닥을 폈다. 오래된 문구가 다시 나타났다. [본질을 본다.] 그 문장은 그에게 소유권을 주지 않았다. 다만 잘못된 가격표를 알아볼 기회를 줄 뿐이었다. 진혁은 검은 장갑을 고쳐 끼고 멈춘 망치가 놓인 곳으로 걸어갔다. 앞으로 남은 아홉 날 동안, 누군가가 망치를 다시 들기 전에 진짜 주인들의 목소리를 그곳까지 데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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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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