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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88화
PAYLUA ORIGINAL · 제188화

188화. 붉은 수문의 거짓 신호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115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 안전망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은 시장의 노란 깃발보다 빠르게 퍼졌다. 왕도 운하를 따라 세워진 비상 신호탑에는 보통 푸른 불빛이 켜졌다. 배가 지나갈 때는 한 번, 수문에 문제가 생기면 두 번 깜빡였다. 그런데 오후 다섯 시부터 서쪽 신호탑 세 곳이 연달아 붉게 변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뛰기 시작했다. 수문이 열리면 낮은 골목부터 물이 차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상품을 높은 선반으로 올리고, 가게 주인들은 가장 가까운 피난 계단을 확인했다. 카렌은 먼저 사람들을 안전한 길로 보내는 데 힘을 썼다. 손목의 오래된 상처가 찌릿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벨라는 지역별 대피 안내도를 들고 길목에서 외쳤다. “남쪽 시장 사람들은 북쪽 계단으로! 수문 관리소에서 확인하기 전에는 운하 다리 아래로 내려가지 마세요!” 진혁은 나침반을 쥔 채 윤담을 따라 관리소로 향했다. 나침반의 바늘이 왕궁 쪽으로 떠는 것은 분명했지만, 원인까지 알려 주지는 않았다. 운하 옆 철제 계단은 비에 젖어 미끄러웠다. 아래에서 제복을 입은 기술자 두 사람이 물 높이를 재고 있었다. 다행히 실제 수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상 계측판에는 위험 수위보다 높은 숫자가 기록되고 있었다. “이상 신호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담이 말했다. “그런데 실제 수문도 이 기록을 기준으로 자동 동작할 수 있어요.” “허위 신호라도 계속 두면 진짜 사고가 나는군요.” “그래서 정식 차단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 임의로 배관을 끊으면 더 위험해요.” 관리소 책임자는 외부 방문자에게 기계 조작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진혁은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검사 항목을 제시했다. 서쪽 신호탑의 압력계, 동쪽의 실제 수위, 구식 회신소의 종추 반응을 동시에 기록하면 문제의 시작점을 좁힐 수 있었다. 책임자는 현장 기술자들에게 임무를 나누어 주었다. 검사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겨울 저녁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운하 주변에는 등불이 줄지어 켜졌다. 진혁은 계단 위에서 물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위험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왕궁의 장부가 어떻게 작성되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 장부가 잘못되면 자기 발밑의 수문이 열릴 수 있었다. 그때 진혁의 눈앞에 붉은 문구가 나타났다. [감정 대상: 왕도 서쪽 신호탑의 회신 전환판.] [최근 작동: 정상 수위 입력 수신.] [외부 출력: 위험 수위 신호로 변환.] [이상 부위: 제2회선 분기함.] “여기입니다.” 진혁이 회신 전환판의 위치를 가리켰다. “수문 자체는 아직 정상이에요. 값을 바꾸는 분기함이 문제입니다.” 기술자들은 안전 규정대로 전원을 격리한 뒤 전환판을 분해했다. 안에는 회신소에서 발견했던 검은 판과 비슷한 얇은 막이 끼워져 있었다. 정상 신호가 지나가면 위험 신호로 바뀌도록 만들어진 장치였다. 윤담이 시료를 봉인하면서 말했다. “이건 낡아서 생긴 고장이 아닙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치했어요.” 관리소 책임자는 즉시 감사청에 연락했다. 붉은 신호는 곧 푸른빛으로 돌아왔다. 도로를 막고 있던 경비원들이 통행을 재개했고, 가게 주인들은 물건을 원래 자리로 옮겼다. 사람들은 안도했지만 혼란 중 유리가 깨지고 다친 사람이 있었다. 안전망에 일부러 이상을 만들었다면 그 피해를 숫자로만 적을 수 없었다. 안전 신호를 정상으로 돌린 뒤에도 현장에는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기술자들은 비상 수문이 실제로 닫히는지 시험했고, 경비원들은 우회 도로에 서 있던 사람들을 천천히 본래 길로 돌려보냈다. 진혁은 관리자에게 조작된 판을 임의로 옮기지 말고 현장에서 봉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누군가 소란을 이용해 같은 부품을 바꿔 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하 옆에서 작은 생선 가게를 운영하던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붉은 신호를 보자마자 가게 문을 잠그고 두 아이를 데리고 뛰었다고 했다. 그 사이 쌓아 놓은 얼음이 녹아 물건 일부가 상했다. 그녀는 배상을 요구하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서 정확한 안내를 들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진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도 신호탑의 모든 규정을 외우고 있지 않았다. 관리소 책임자가 대신 공식 안내 장소와 비상 종소리의 뜻을 설명했다. 그녀는 그 내용을 적은 작은 종이를 받아 아이들의 외투 주머니에 하나씩 넣었다. 누군가 위험에서 도망친 뒤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면 이런 설명이 필요했다. “안전망이란 게 정말 거창하네요.” 진혁이 말했다. 윤담은 배관 덮개를 닫으며 대답했다. “거창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평소처럼 살게 하는 장치예요. 고장 나기 전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잘된 설비의 특징이죠.” 진혁은 붉은 불빛이 푸른빛으로 돌아온 탑을 바라봤다. 장부에는 동화 몇 닢짜리 금속판으로 적혀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 작은 물건 하나 때문에 가게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의 밤이 얼마나 길어졌는지는 계산하기 어려웠다. 누군가 그 설비를 자기 권리로 만들려는 이유를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된 기분이었다. 관리권이란 값비싼 기계를 가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상을 멈출 수도 있는 버튼을 쥐는 일이었다. 왕궁에서는 그때 이미 통합 정리 예비 등록의 조기 마감이 선포돼 있었다. 왕실 본부는 긴급 이상이 있었으므로 응답 지연을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카렌은 조사 기록과 발표 시각을 나란히 놓았다. “이상 신호가 시작되기 스무 분 전에 조기 마감 명령이 작성됐어요.” 세리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고를 예상했다는 건가, 사고를 미리 준비했다는 건가.” “둘 다 가능하죠. 증거가 더 필요해요.” 일행은 늦은 밤 황실 제1경매원 별관의 긴급 공개 심사장에 참석했다. 방청석에는 안전망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젖은 작업복 그대로였고, 어떤 사람은 시장에서 가져온 물건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주경매사 권해성은 이번에는 망치를 들지 않았다. 대신 심사장 한쪽 벽에 중단 절차와 이의 접수 시간을 큰 글씨로 써 붙였다. 왕실 통합 정리 본부에서 나온 남자는 자신을 법무 대리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길고 매끈한 말로 안전망 사고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응답 대상의 관리권을 일괄 이전하는 것이 시민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당장 무너지는 둑이 있다면 누군가는 그 둑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아직 무너지지 않은 둑에 일부러 금을 낸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카렌이 입회인 자격으로 발언을 요청했다. “고시문에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임시 운용권과 소유권 이전이 구분돼 있습니다. 응답할 기회를 빼앗는 통합 경매까지 승인된 것이 아닙니다.” 법무 대리관이 웃었다. “위험 앞에서 절차만 따지다가 시민들이 다치면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방금 실제 신호 조작이 발견됐습니다.” 카렌이 대답했다. “그 사실을 조사하는 것이 시민들을 보호하는 일이죠. 조사도 하지 않고 누군가의 권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진혁이 기술 감정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는 자기 능력으로 본 문장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윤담과 관리소 직원이 확인한 수치와 검증 가능한 장치의 변형만 설명했다. 법무 대리관은 감정사의 출신과 직급을 문제 삼았지만, 보고서에는 다른 공인 기술자의 서명도 있었다. 그것이 진혁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심사는 잠시 중단됐다. 그 사이 복도 끝에서 고성이 났다. 한 배달원이 통합 정리 본부에서 보낸 우편 자루를 들고 들어오려다가 제지당했다. 그의 옷은 먼지투성이였고 손목에는 거친 로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반송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러 왔다고 외쳤다. 그러나 자루에는 황실 지정 통지용 봉인이 찍혀 있어 임의로 뜯을 수 없었다. 백란이 그를 알아봤다. “북쪽 폐광으로 가는 마지막 역참의 배송 기사예요.” “왜 여기까지 왔습니까?” 진혁이 물었다. 배달원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통지가 도착했다고 장부에 찍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자루는 폐광역 창고에서 발견됐어요. 누구도 편지를 받지 못했어요.” 심사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응답을 동의로 간주하려는 장부의 바탕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권해성은 정식 증거 인수를 위한 보관함을 준비하도록 했다. 카렌은 배송 기사에게 확인 가능한 이동 경로와 장부 시각을 차분히 묻고,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 바로 그때 복도 끝 창문이 요란하게 깨졌다. 누군가 밖에서 돌을 던졌다. 사람들이 놀라 의자를 밀쳤고, 검은 천에 싸인 작은 물체가 바닥을 굴렀다. 라일이 먼저 그것을 발견하고 외쳤다. “손대지 마세요! 연막 장치입니다!” 경비원들이 사람들을 다른 출구로 유도했다. 카렌은 배달원과 증거 자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진혁은 허리를 숙여 무너지는 작은 나무 선반을 받았다. 그 아래에 있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선반이 생각보다 무거워 팔이 떨렸지만, 다른 사람이 함께 붙잡아 준 덕분에 아이를 꺼낼 수 있었다. 연막은 빠르게 빠져나갔다. 한순간의 소란이 지나고 심사장은 다시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다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가 놀랐다. 법무 대리관은 이제 더 이상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해성은 회신소의 안전 규정을 가리켰다. “안전을 확인한 뒤 심사를 다시 열 수 있습니다. 누군가 창문을 깼다는 이유로 모든 시민의 진술까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자리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진혁은 손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자신은 여전히 고작 말단 감정사였다. 그러나 오늘 그의 옆에는 각자 자기 일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사람의 영웅보다 그런 사람들의 협력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심사는 자정을 조금 넘겨 끝났다. 긴급 통합 이전 절차는 정식 감사가 끝날 때까지 일부 유보됐다. 다만 왕실 본부는 다음 날 더 높은 권한을 가진 최종 경매 심사를 신청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온 일행 앞에서 강유리가 봉인된 서류를 보여 줬다. 제4안전로 전환판의 설치 지시는 정상 부서의 공문이 아니었다. 작성 권한이 오래전에 폐지된 자리에서 발행된 명령이었다. 명령자 코드에는 단 하나의 숫자만 남아 있었다. '000.' 진혁은 자신이 읽었던 유리판의 문장을 떠올렸다. 제0호는 마지막으로 망치를 멈추는 자리였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자리를 이용해 왕국 전체의 경매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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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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