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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85화
PAYLUA ORIGINAL · 제185화

185화. 북쪽을 가리키지 않는 나침반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48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남부의 사설 경매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양복점이었다. 낮에는 재단사가 서랍에서 줄자를 꺼내고, 손님들은 거울 앞에서 코트 길이를 재 봤다. 하지만 오후 여섯 시가 되면 상점 뒤편의 넓은 홀에 작은 경매대가 세워졌다. 낡은 등불과 귀족의 수집품, 조각난 던전 유물들이 촘촘한 선반 위에 놓였다. 이곳은 황실 제1경매원에서 내놓기 어려운 저가 물품을 거래하는 합법적인 시장이었다. 규모가 작을 뿐 거래 규정은 명확했다. 출품인은 본인의 소유를 증명해야 했고, 물건에 저주나 마법적 위험이 있으면 그것을 입찰 전에 고지해야 했다. 진혁이 그곳에 찾아간 이유는 라일이 알아본 백란의 장식 때문이었다. 백란은 여기에 주기적으로 물건을 위탁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진혁은 누군가의 이름을 듣자마자 경매장을 뒤질 생각은 없었다. 입장료를 내고 공개 출품 목록을 받은 뒤 관련 물품이 있는지 확인했다. “오늘은 꼭 물건을 사야겠어요.” 라일이 말했다. “왜?” “제가 아는 사람이 여기 올지도 모르잖아요. 빈손으로 왔다고 하면 체면이 서겠습니까?” “도둑에게 체면이 있었나?” 카렌이 물었다. “정정합니다. 은퇴한 도둑에게는 아주 중요한 재산이죠.” 세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체면을 사러 온 게 아니니 지출은 조심해.” 홀 안에는 작은 종이 세 번 울렸다. 앞줄에는 장인과 수리공들이 앉았고 뒤쪽에는 물건을 되팔려는 상인들이 모였다. 실내는 구운 밤과 기계 윤활유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경매사는 단정한 머리를 한 노파였다. 그녀는 출품 번호를 부르기 전마다 결함을 하나씩 읽었다. 누군가 그것을 길게 느꼈는지 투덜거렸지만, 노파는 서두르지 않았다. “고장 난 것은 고장 났다고 말해야 합니다. 나중에 잘못 샀다며 제 집 유리창을 깨는 일이 없도록요.” 라일이 진혁에게 속삭였다. “저런 분이 황실 경매원에 가야 해요.” “황실 경매원에는 유리창이 더 비싸서 안 가실지도요.” 일곱 번째 출품품으로 부러진 나침반이 나왔다. 양쪽 테두리가 구겨졌고 바늘은 북쪽을 가리키지 않았다. 진혁은 손을 대기 전에 기존 감정서부터 읽었다. '금속 변형, 방향 검출 불가, 장식용.' 그는 물건의 표면에 남은 작은 파도를 보듯 시선을 움직였다. 바늘을 고정한 핀이 이상하게 반듯했다. 마법 능력의 문구가 뜨기 전부터 수리한 흔적이 눈에 보였다. [감정 대상: 제3수로 신호 나침반.] [표면 가치: 동화 다섯 닢.] [원래 용도: 북쪽이 아닌 긴급 회신 방향 표시.] [현재 상태: 외장 손상, 내부 신호 잔류.] [주의: 현용 안전망에 직접 연결 금지.] 그는 물건이 왜 북쪽을 가리키지 않았는지 이해했다. 고장 난 나침반이 아니라 애초에 다른 방향을 찾는 도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 구조 신호에 쓸 수 있는지는 별도의 실험이 필요했다. 진혁은 현장에서 입찰 한도액을 적었다. 은화 두 닢. 그 이상이라면 비슷한 구조의 실험품을 새로 만드는 편이 안전했다. “시작가 동화 다섯 닢.” 진혁이 여섯 닢을 불렀다. 맞은편의 상인이 여덟 닢을 냈다. 잠시 후 입찰은 은화 한 닢까지 올라갔다. 진혁은 경쟁자의 손을 보았다. 그 상인은 특별한 표정이 없었지만, 나침반이 움직일 때마다 얼굴을 가까이 댔다. 돈벌이 목적의 되팔이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은화 한 닢하고 동화 다섯 닢.” 진혁이 불렀다. “은화 두 닢.” 상인이 대답했다. 진혁은 패를 내렸다. 은화 두 닢이 자신이 정한 한도였다. 그 자리에서 상대를 속이거나 규칙을 구겨 가며 이겨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경매사는 상인의 입찰을 보류했다. 등록된 위임장이 없는 대리 입찰이라며 당사자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 상인은 머뭇거리다 서류를 내놓지 못했고, 결국 입찰은 이전 유효가로 돌아갔다. 진혁은 은화 한 닢과 동화 다섯 닢에 물건을 낙찰받았다. 라일은 조용히 박수를 쳤다. “돈을 더 안 썼는데 이겼네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경매사가 규칙을 지킨 덕분입니다.” 경매사는 진혁에게 나침반의 파손 상태와 인수 서명을 두 번 확인시켰다. 물건을 받자마자 진혁은 벨라에게 비용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는 값이 오른 뒤의 상상보다 지금 실제로 나간 돈을 우선 적는 편이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밖으로 나온 직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낙찰되지 못한 상인이 골목 반대편에서 진혁에게 다가왔다. 그는 주머니에서 은화 세 닢을 꺼내 내밀었다. “그 나침반을 제게 넘겨 주십시오. 사정이 있어서 그 물건이 꼭 필요합니다.” “어떤 사정이죠?” “집안의 유품입니다.” 진혁은 돈보다 상인의 얼굴을 살폈다. 거짓말을 확정할 수는 없었지만, 유품을 찾으러 왔다면 위임장을 준비하지 않은 이유가 이상했다. 진혁은 소유권 이력이 확인되면 정식 반환 심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상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졌다.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저도 모르고 물건을 넘겼다가 남의 것을 잃어버릴 수는 없어요.” 상인이 한 걸음 다가왔다. 카렌이 옆으로 이동해 진혁과 그 사이에 섰다. 위협할 이유가 없다는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골목 끝에서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연기가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코와 입을 가리며 가게 쪽으로 몰렸다. 마법 독이 아니라 자극적인 염료를 태운 연기였다. 다만 좁은 골목에서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했다. “건물 안으로!” 카렌이 외쳤다. 라일은 가게 문을 열고 사람들을 들어보냈다. 진혁은 뒤쪽에 남은 어린 배달원의 팔을 잡아 안쪽으로 밀었다. 누군가 그의 가방을 낚아챘다. 순간적으로 팔이 뒤로 당겨졌다. 그는 놓치지 않으려고 버텼지만 카렌의 외침이 귀에 들어왔다. “가방보다 손을 놓으세요!” 진혁은 이를 악물고 손잡이를 놓았다. 가방은 누군가의 품에 안긴 채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진혁은 뒤로 물러서다 계단 모서리에 정강이를 부딪혔다. 통증 때문에 눈앞이 하얘졌다. 카렌이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다쳤어요?” “좀요. 나침반이...” “사람이 먼저예요.” “알아요.” 진혁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알아요.” 연기가 걷힌 뒤 가게 앞에는 엎어진 과일 수레와 깨진 병 두 개만 남아 있었다. 상인은 보이지 않았다. 경비대가 현장을 보존하는 동안 일행은 피해자를 확인했다. 배달원은 기침이 심했지만 걸을 수 있었고, 상점 주인은 깨진 진열장 값을 걱정했다. 세리아는 먼저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고 나중에 책임자를 찾으면 청구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겼다. 가게 주인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물을 나눠 주었다. 작은 찻잔이 덜컥거리는 소리 사이로 경비대가 유리 조각을 모았다. 카렌은 진혁의 무릎에 난 상처를 확인했다. 바짓단이 찢어졌고 피가 조금 배어 나왔다.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통증이 찾아왔다. “오늘은 더 걸으면 안 돼요.” “저걸 가져간 사람이 멀리 못 갔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우리가 아무 준비 없이 골목을 뛰어다니면요? 다음에는 저 연막 말고 진짜 독이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진혁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에게는 상대가 훔쳐 간 물건을 되찾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 나침반은 동화 몇 닢짜리 장식품이 아니라 멀리 있는 응답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이 모든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붕대를 감으면서 잠깐 눈을 감았다. 가게 안의 배달원은 이 일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막이 터지는 순간 물건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라일이 다가가 앉았다. 그는 큰소리로 위로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 어린 시절에도 물건을 잃어버리면 무섭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때는 물건을 지키려고 사람을 속였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물건이 저보다 귀할 리 없었는데.” 배달원은 라일을 올려다봤다. “아저씨도 혼났어요?” “아저씨는 좀...” 라일이 어깨를 으쓱했다. “네, 아주 많이요.” 진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라일이 자기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남에게 먼저 해 주는 일은 드물었다. 낡은 숫자와 원부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으면서도, 지금 눈앞의 아이에게 남길 말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세리아는 가게 주인에게 피해 신고 내역과 수리 견적을 물었다. 그녀는 무조건 보상하겠다고 약속하지 않고, 현장 사고에 따른 임시 안전 비용을 먼저 지원한 뒤 책임 범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가게 주인은 그 말이 의외로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큰소리로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말보다 작은 계산서 한 장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가방을 빼앗긴 진혁은 낙담했다. 그러나 라일이 낯선 표정으로 다가왔다. “도둑이 그 가방을 가져갔다는 건, 도둑이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요?” “우리는 밖에서 나침반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어요. 대상을 정확히 알고 훔쳤다는 말이죠.” 라일은 가게 경비원이 기록한 인수 목록을 확인했다. 가방 자체는 회색 가죽에 평범한 잠금쇠가 달린 것이었다. 진혁은 그것만으로 누가 훔쳤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입찰에 실패한 상인과 연막을 터뜨린 사람이 서로 연결됐을 가능성은 높았다. 그날 밤 뜻밖의 소식이 왔다. 낙찰품을 훔친 자가 왕실 우편국의 반송함에 물건을 다시 넣어 놓은 것이다. 가방은 없어졌지만 나침반과 영수증은 남아 있었다. 대신 그 옆에 짧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방향을 잘못 잡았군. 저 나침반은 길을 가리키지 않는다. 누가 길을 막았는지 가리킨다.' 쪽지에는 백란의 장식과 같은 뒤집힌 원형 표식이 찍혀 있었다. 라일은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백란이라면 훔치지 않았을 거예요.” 그가 낮게 말했다. “물건을 가져갔다가 돌려준 건 경고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저 나침반을 노리고 있어요.” 진혁은 시험대 위에 나침반을 올렸다. 부러진 바늘은 북쪽을 가리키지 않았다. 대신 왕도 서쪽의 희미한 방향으로 떨렸다. 그쪽에는 오래전 왕실의 물류 시설이 있었고, 지금은 폐쇄된 봉인 회신소가 있었다. 마침 그 방향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침반 아래에 마지막 문구가 나타났다. [잔류 신호 발신처: 왕도 제4안전로 회신소.] [신호 종류: 응답 지연 경보.] 그곳에서는 누군가의 대답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누군가는 그 지연을 경매의 시작가로 바꾸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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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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