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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82화
PAYLUA ORIGINAL · 제182화

182화. 도착하지 않은 편지의 값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56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에르반의 우편국에는 같은 편지가 두 가지 길로 흘러갔다. 한쪽은 금빛 봉랍을 찍은 왕실 속달이었다. 수신자의 집안 문양만 확인하면 직원들이 알아서 상자를 옮겼고, 새벽에 접수한 서류도 정오 전에 귀족가의 현관에 도착했다. 다른 한쪽은 항구와 산촌으로 가는 민간 운송이었다. 수취 주소를 하나씩 대조하고, 도로가 끊기면 역참 창고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두 길의 차이는 창구 위에 붙은 요금표보다 직원들의 걸음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통합 정리 예비 고시가 붙은 다음 날, 서진혁 일행은 우편국의 뒤편 통로에서 기다렸다. 바닥에는 눈 녹은 물이 흘러 들어와 누런 줄을 만들었고, 수레바퀴가 젖은 종이 자루를 지나가며 바스락거렸다. 진혁이 먼저 확인한 것은 목록의 지역별 배달 기한이었다. 마레온까지는 이틀, 화령까지는 닷새, 북쪽 폐광 인근은 정상 운행 기준 아흐레. 백색 등대처럼 바다를 건너야 하는 곳은 출항 여부에 따라 날짜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 “스무 날 뒤에 시작하는 경매인데 열흘째 통지를 받으면 무슨 말을 하라는 겁니까?” 카렌이 물었다. 우편 감독관은 턱수염을 문지르며 설명했다. “우리가 발송 날짜를 정하는 게 아니에요. 받은 물량을 나르는 거죠. 왕실 속달로 바꾸면 빨라지겠지만...” “전국에 보내는 데 금화가 얼마나 들까요?” 벨라가 재빨리 물었다. 감독관이 계산서를 보여 주었다. 벨라는 종이를 보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루멘 경매장의 반년치 안전 설비 비용보다 큰 금액이었다. 라일은 그 표정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경매에서 돈을 벌려고 왔는데 우체국을 사야 할 판이네요.” “못 삽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살 필요도 없고. 지역별 공식 접수 시간을 남기면서 여러 운송망을 병행해야 해.” 그때 뒤쪽 수레에서 황동판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혁이 주워 들자 손끝에 이상한 진동이 남았다. 장식도 없는 얇은 판이었지만 가장자리에는 작은 홈이 네 개 뚫려 있었다. 감독관은 우편 가방의 번호표라며 돌려 달라고 했다. 진혁은 물건을 건네기 전에 용도를 물었다. “예전 철도 우편차에서 쓰던 도착 확인판입니다. 어느 역참에서 가방을 열었는지 홈 모양으로 찍는 방식이죠. 지금은 낡아서 거의 안 씁니다.” [감정 대상: 철도 우편 도착 확인판.] [표면 가치: 동화 세 닢.] [숨겨진 이력: 제4안전로의 수신 확인 규격과 호환.] [한계: 도착 여부만 확인. 수취인이 내용을 읽었는지는 증명할 수 없음.] 진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눈이 본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절대적인 열쇠가 아니라, 문제의 범위를 조금 좁혀 줄 도구였다. 비슷한 판이 아직 남아 있다면 고시문이 어느 지역까지 도착했는지 검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독관의 설명대로 판은 우편국 자산이었다. 진혁은 마음대로 가져갈 생각을 버렸다. “폐기품 경매는 언제 열립니까?” “금요일입니다. 그런데 고철 더미에 누가 관심이 있겠습니까?” “오늘부터는 제가 관심이 있습니다.” 우편국을 나온 뒤, 라일은 진혁을 놀리기 시작했다. “나라가 뒤집힐 판에 동화 세 닢짜리 판을 찾다니. 서 감정사다운 대응입니다.” “누가 동화 세 닢짜리를 쓸모없게 버리는지 계속 지켜봤더니 이 일까지 오게 됐으니까요.” 카렌은 진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판을 사면 모든 지역에 통지가 도착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나요?” “아뇨. 오히려 도착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할 겁니다. 반송 기록까지 모아 봐야겠죠.” “좋아요. 그럼 그 사실부터 설명해서 동의를 얻어요. 기적 같은 물건이 있다고 광고하지 말고.” 그날 오후에는 마레온에서 온 연락이 도착했다. 루멘의 직원들이 통합 정리 고시문 사본을 봤다는 소식이었다. 경매장에서는 당장 자기 일자리가 왕실 관리인에게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세리아는 편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오래전 같았으면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때까지 직원들을 기다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편지지 두 장을 꺼내 바로 답장을 썼다. '루멘 경매장은 현재 영업을 지속합니다. 안전 운용 권한의 이전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고시문에 대한 이의 신청을 진행 중이며, 각 직원의 근무 계약은 별개로 존중됩니다. 소문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질문을 모아 주세요.' 진혁은 그녀가 마지막 문장을 고치는 모습을 보았다. 세리아는 한참 고민한 끝에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을 지웠다. 그 대신 '질문을 모아 주세요'라고 썼다. 아무리 자신이 사장이라도 다른 사람의 불안을 명령 한마디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을 배운 듯했다. 반면 에르딘의 사무소는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오후 네 시 무렵, 왕도 곳곳의 매입상에게 특별 제안서가 배달됐다. 등록 상태가 불명확한 유물을 싸게 확보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매입 대상에는 오래된 선박 도선표와 광산 환기 장치, 심지어 작은 마을에서 공동 관리하는 종탑의 시계까지 포함돼 있었다. “법적으로 아직 누구 것도 빼앗기지 않았잖아요.” 진혁이 말했다. 벨라가 문구를 짚었다. “여기 보세요. '향후 발생 가능한 보관권 취득을 조건으로 하는 예약 거래'예요. 먼저 싸게 약속받아 두고, 나중에 대금을 나눠 지급하려는 거죠.” “그 약속에 서명하면?” “개별 소유자가 직접 동의한 부분만 유효할 겁니다. 문제는 공동 관리 물품을 한 사람이 대표한다며 내놓는 경우예요.”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 일행은 북쪽 시장을 찾았다. 종탑 수리공 하빈은 열세 가구가 함께 돈을 모아 설치한 시계가 자기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며 당황하고 있었다. 수리공의 이름이 명부에 적혀 있는 것은 관리 책임자라는 뜻이었지, 시계 전체를 팔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매입상은 그 차이를 이용해 은화 쉰 닢을 제안해 왔다. 하빈은 손이 거칠고 나이가 마흔쯤 된 여자였다. 그녀는 작업대 위에 둔 작은 톱니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말했다. “저 돈이면 올겨울 아들 약값을 댈 수 있어요. 하지만 시계가 없어지면 시장 사람들까지 시간 맞춰 장사를 못 합니다. 제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요.” 진혁은 성급하게 올바른 선택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벨라는 공공 기금과 응급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알아봤고, 카렌은 조합의 회의록을 대조했다. 세리아는 유지 보수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았다. 진혁은 시계의 톱니를 들여다봤다. [감정 대상: 북시장 공동 종시계의 분리 톱니.] [숨겨진 결함: 한 달 안에 정지 가능성 높음.] [수리 가능: 부분 교체.] “이건 통째로 팔지 않아도 됩니다.” 그가 말했다. “고장 날 곳은 여기 하나예요. 부품을 바꾸고, 관리 계약을 공동 명의로 정정하면 됩니다.” 그는 수리공에게 마레온에서 이미 시험한 민간 안전 종추의 도면을 보여 줬다. 하빈의 눈에 잠깐 생기가 돌았다. 다만 정품과 호환되는지에는 추가 시험이 필요했다. 그녀는 진혁의 도면을 곧바로 믿지 않았고, 진혁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함께 벤치에 앉아 측정값을 다시 적었다. 진혁은 하빈의 허락을 받아 종탑 작업실에도 들어가 보았다. 이곳에는 시계의 무게를 잡는 돌추들이 천장에서 내려와 있었고, 작은 바퀴마다 손으로 긁어 넣은 번호가 붙어 있었다. 스무 해 가까이 부품을 고친 흔적이었다. 작업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기름이 묻어 있었고, 창가에 놓인 낡은 도시락에서는 삶은 감자 냄새가 났다. 하빈은 망치를 든 채 묵묵히 작은 축을 두드렸다. 진혁이 옆에서 도면을 가리키자 그녀는 곧장 반박했다. “여기서 지름을 줄이면 겨울에 금속이 수축할 때 톱니가 어긋납니다. 수도의 이론대로만 만들면 봄까지 버티지도 못해요.” 진혁은 재빨리 도면에 줄을 그었다. “맞네요. 제가 마레온의 온도만 계산했습니다.” “감정사가 자기 실수를 이렇게 빨리 인정하는 건 드물군요.” “그렇지 않으면 부품을 다시 사야 하니까요. 제 돈이 아깝습니다.” 하빈이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보조축에 달 작은 시험 부품을 만들어 보았다. 종추의 하중을 걸자 처음에는 바퀴가 걸렸지만, 하빈이 간격을 미세하게 조절하니 부드럽게 돌아갔다. 실제 설치에는 공인 점검이 필요했고 그날 바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다만 통째로 새 시계를 사는 것보다 훨씬 작은 돈으로 고칠 길이 보였다. 하빈은 작업실 장부에 시험 날짜를 적고, 진혁은 부품 제작비를 먼저 지불했다. 돈 몇 닢이 오간 뒤에도 종탑은 여전히 마을의 것이었다. 저녁이 되자 시장의 사람들은 회의장에 모였다. 하빈은 자신이 받은 제안서를 공개했고, 은화 쉰 닢이 절박하게 필요했던 사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는 비난보다 현실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수리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 종탑을 세울 때 돈을 낸 집이 지금은 이사 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위급한 의료비를 마을 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는지. 회의는 밤까지 이어졌다. 결국 대표 관리권과 소유권을 분리해 다시 등록하고, 공동 비용 중 일부를 응급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지 별도 심사하기로 했다. “사람 하나가 마을 전체의 물건을 팔지 않아도 되는 길이 있군요.” 하빈이 말했다. 진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길은 어려웠고 오래 걸렸다. 그러나 적어도 누군가에게 빼앗길 확률을 낮출 수 있었다. 여관으로 돌아오는 길, 라일이 길가에서 주운 매입상 전단을 읽었다. 그는 마지막 줄을 보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미응답 대상의 일괄 권리 정리 시, 제998호 원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라일의 손가락이 종이를 구겼다. 오래전 그는 그 원부 때문에 자기 이름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진혁이 이유를 묻자 라일은 웃으려다가 실패했다. “저 사람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같은 번호를 쓰네요.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실수일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인데.” 멀리 우편국의 마지막 차량이 철문을 지나갔다. 진혁은 그 바퀴 소리를 듣다가 다짐했다. 금요일 폐기품 경매에 꼭 가야겠다. 동화 세 닢짜리 판 하나가 어떤 지역의 침묵을 가려 낼 수 있다면, 그 값어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여관 문 앞에는 그보다 먼저 다른 편지가 와 있었다. 겉봉투에는 자신의 서명이 찍혀 있었다. 그는 이런 서명을 한 적이 없었다. 편지 안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서진혁 님은 통합 정리 대표 응답인 후보로 추천되었습니다. 사전 거절 기한: 오늘 자정.' 시계는 이미 열한 시를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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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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