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79화
PAYLUA ORIGINAL · 제179화

179화. 금화 백 닢짜리 장갑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94자

오프라인 책장
왕실 제1경매원의 공개 경매는 밤에도 열렸다. 왕도 사람들은 그것을 '별빛 경매'라고 불렀다. 서쪽 지붕의 유리판을 천천히 열면 달빛이 중앙 경매대에 내려앉았다. 금속에는 푸른 윤기가 돌고 흰 도자기에는 은빛 테두리가 생겼다. 사람들은 물건의 값보다 이야기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러 왔다. 어느 귀족은 자기 할아버지가 한 번 쳐다봤다는 이유로 오래된 항해도를 샀고, 어떤 상인은 금이 간 잔에 기적이 담겨 있다며 열 배 가격을 불렀다. 하지만 오늘 진혁이 경매실에 들어온 이유는 그런 낭만적인 밤과 거리가 멀었다. 중앙 보관동에서 사라진 배송 장부를 찾고, 누군가 자기 이름으로 제출한 출품품을 공식 절차에서 제거해야 했다. 동시에 그는 자기 소유의 낡은 감정용 장갑을 정식 출품 심사에 내놓을 예정이었다. 진혁은 객석이 아닌 출품자 대기실에 앉았다. 옆에는 살아 있는 화초를 담은 도자기 화분을 가져온 노부인이 있었고, 맞은편에는 부러진 검을 손질하는 젊은 검사가 있었다. 모두 자기 물건을 잃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었다. 가격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물건을 내려놓기 직전에 가장 오래 망설였다. “이 장갑은 제 첫 월급보다 먼저 샀습니다.” 진혁은 접수관에게 말했다. “구매 영수증은 잃어버렸지만 함께 일했던 창고 감독관의 확인서와 상점의 오래된 판매 명부를 가져왔습니다.” 접수관은 소유권을 확인했다. 양도 제한이나 권리 분쟁이 없고, 공개 출품할 의사를 충분히 설명받았다는 표시에 서명했다. 진혁은 장갑을 유리 진열대에 올려놓았다. 낡은 가죽에는 자기 손가락 모양으로 주름이 생겨 있었다. [감정 대상: 개인용 작업 장갑.] [현재 소유자: 서진혁.] [내역: 구매 후 사용, 양도 없음.] [숨겨진 가치: 개인의 경험. 재판매 가치와 별도.] [주의: 판매 시 기억을 이전하지 않음.] 진혁은 마지막 문장을 읽고 조금 웃었다. 장갑을 산 사람이 자신이 처음 겪은 모욕과 실수까지 가져가는 건 아니었다. 물건을 팔더라도 살아온 시간까지 팔리는 것은 아니었다. “시작가는 동화 다섯 닢으로 할까요?” 접수관이 물었다. “동화 한 닢이면 됩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첫 월급을 받을 때 저는 정말 그런 돈에도 울상이었거든요. 누구나 살 수 있는 값으로 놓고 싶습니다.” 대기실 밖에서는 별빛 경매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권해성이 주경매대에 섰다. 첫 출품품들은 예정대로 낙찰됐다. 진혁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한서겸의 서명과 윤서하의 수령 기록을 대조했다. 서도원은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놓고 있었다. 그에게는 오늘 밤 어떤 물건이 얼마에 팔리는지보다 한 사람의 이름이 제대로 남는지가 중요했다. 다섯 번째 출품품은 오래된 재봉틀이었다. 손잡이 끝이 조금 깨졌고 발판을 누르면 실이 자주 끊어졌다. 그래도 한 노파가 은화 서른 닢을 불렀다. 그녀는 어린 시절 그 기계와 같은 모델로 어머니가 가족의 옷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른 입찰자는 기계를 분해해 금속 부품만 쓰려 했지만, 노파는 고쳐서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노파가 낙찰받았다. 거래가 확정되자 그녀는 한동안 기계에 손을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여섯 번째 물건은 작은 봉인 상자였다. 초보 수집가는 그 상자에 엄청난 마법이 깃들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설명서에는 단순한 방수 기능만 적혀 있었다. 입찰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진혁은 그 장면에서 자신의 처음을 떠올렸다. 물건의 기능을 과장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물건은 누군가에게 잘 팔릴 수 있었다. 옆자리 도원이 물었다. “정말 장갑을 보내 줄 생각인가?” “네. 누군가 쓸모 있게 쓰고 싶어 한다면요. 처음엔 그저 규정을 지키려고 내놨지만 이곳에 오니 다른 마음도 생깁니다.” “어떤 마음?” “제가 아끼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한 물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그게 경매의 좋은 점이잖아요.” 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하도 그런 말을 하곤 했지. 비싼 물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인이 바뀌어도 물건의 쓸모가 남아 있는 거래가 좋은 거래라고.” 진혁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오래된 장갑 한 켤레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 장갑을 떠나보낼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작은 거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 일곱 번째 출품품으로 장갑이 나왔다. “낡은 작업용 장갑, 시작가 동화 한 닢. 출품자 서진혁. 출품 자격 확인 완료.” 처음에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런 물건은 왕도 시장에서도 흔했다. 라일은 객석 뒤에서 진혁을 향해 장난스럽게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하지만 입찰권이 없는 방청객이라 진짜 입찰은 아니었다. 진혁은 돌아서서 웃었다. 잠시 뒤 낡은 작업복을 입은 여자가 손을 들었다. “동화 두 닢.” 여자는 왕실 청소팀의 도구 관리인이라고 했다. 같은 재질의 장갑을 찾고 있었는데 낡은 실밥의 바느질이 견고해 보였다고 했다. 진혁은 자신의 장갑이 그렇게 평가받는 것이 왠지 기뻤다. 새로운 주인에게도 쓸모가 있다면 떠나보낼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앞줄에서 다른 입찰권이 올라왔다. “금화 백 닢.” 경매실에 술렁임이 퍼졌다. 평범한 작업 장갑에 금화 백 닢이라니. 입찰권을 든 남자는 에르딘 측 변호인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미소를 지었다. “물건의 가치는 수요가 정합니다. 우리 고객은 그 장갑에 특별한 관심이 있습니다.” 진혁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장갑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린 뒤 '특수 능력을 가진 감정사의 유물'로 포장하려는 속셈이 보였다. 하지만 입찰 자체를 금지할 근거는 아직 없었다. 권해성이 진혁에게 물었다. “출품자님, 입찰 진행에 이의가 있습니까?” 진혁은 망설였다. 동화 두 닢과 금화 백 닢의 차이는 자신에게도 엄청났다. 그 돈이면 루멘 창고의 낡은 펌프 하나를 통째로 고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월급 인상을 요구하던 자신이 이 기회를 거절해도 되는 걸까. 그러나 장갑을 파는 것과 남의 능력을 팔게 만드는 일은 달랐다. 그는 권해성에게 공식 중지를 요청했다. “입찰자에게 물어볼 게 있습니다. 저 장갑을 산다고 해서 제 감정 능력을 얻는다고 믿으십니까?” 변호인은 말을 돌렸다. “소유자는 자기 물건을 파는 것이고 구매자가 그 가치를 판단하는 건 자유입니다.” “가치를 판단하는 것과 물건에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주장하는 건 다릅니다.” 세리아가 옆에서 자료를 내밀었다. 에르딘 측은 이미 낮에 '서진혁의 감정 능력'을 별도 출품품으로 등록하려 했다가 반려됐다. 그런데 그와 같은 날 같은 대리인 명의로 장갑의 입찰 보증금을 낸 것이다. 목적을 확정하는 증거는 아니지만, 장갑과 능력을 억지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의심할 근거가 있었다. 권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 경매원은 출품 설명에 기재된 권리만 이전을 보장합니다. 이 장갑의 낙찰자는 작업용 장갑을 받게 됩니다. 감정 능력이나 사람의 신원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거액을 불러 놓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오래된 장갑 한 켤레뿐이라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변호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금화 백 닢의 입찰을 철회하려 했다. 그러나 정식 입찰에는 정당한 사유 없는 철회 시 보증금 일부가 몰수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권해성이 철회 사유를 묻자 변호인은 결국 출품 설명이 불분명했다고 주장했다. 검수 책임자는 처음부터 작업 장갑이라고 명시돼 있었다고 확인했다. “출품 설명이 바뀐 적 없습니다.” 권해성이 말했다. “입찰자께서는 말씀하신 금액으로 장갑 자체를 살 의사가 있는지 확정하십시오.” 순간 객석이 조용해졌다. 진혁은 금화 백 닢이 탐나지 않는다고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 그 돈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러나 이 거래가 성공하면 에르딘이 장갑을 근거로 새로운 억지를 만들 것이 분명했다. 그는 매각 절차가 확정되기 전이라는 규정에 따라 출품을 철회하고, 정당한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요청했다. 출품자의 철회권을 인정하는 심사위원들의 표결이 이어졌다. 결과는 철회 승인. 출품은 끝났고 장갑은 진혁에게 돌아왔다. 동시에 그의 원본 열람 자격은 '자발적 출품 사실 확인'으로 인정됐다. 경매원 규정상 그는 팔 수 있는 물건을 내놓았고, 팔지 않을 자유도 사용한 사람이었다. 라일이 박수를 쳤다. “금화 백 닢을 눈앞에서 보내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진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손실로 따지면 오늘 제 인생 최대 기록이에요.” 카렌이 그에게 장갑을 건넸다. “그러니까 더 분명하죠. 돈을 몰라서 거절한 게 아니라, 뭘 지켜야 하는지 알아서 거절한 거니까.” 진혁은 망치가 내려오기 전까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숨을 참았는지 몰랐다. 그의 옆에서 세리아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사장으로서는 금화 백 닢의 거래가 무산된 것이 아쉬웠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장갑을 뺏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듯 진혁의 손을 바라봤다. 카렌 역시 말없이 가까운 자리에 남았다. 저 거대한 액수가 자신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 권해성이 경매대 아래의 오래된 망치를 들어 보였다. 정식 경매는 중지됐지만 영수증 검증에 관한 공개 심사는 남아 있었다. 강유리가 그날 발견한 원본 영수증의 사본을 벽에 투사했다. 백 년 동안 쓰였던 경매원 첫 규정의 문장이 붉은 조명 아래 나타났다. '지불한 자가 반드시 주인은 아니다. 받지 않겠다는 의사는 거래를 멈출 수 있다.' 변호인은 얼굴을 굳혔다. 이 원칙이 인정되면 에르딘이 제출한 대리 출품 신청 상당수가 무너질 수 있었다. 그는 소란을 틈타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카렌이 길을 막았다. 체포할 증거는 없었다. 대신 그녀는 그의 출입 기록 보존을 경비에게 요청했다. 진혁은 주먹을 폈다. 자기 손바닥에 남은 문구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본질을 본다.] 그때 경매실 뒤편의 오래된 종이 하나 울렸다. 일반 경매가 끝난 뒤에는 울리지 않아야 할 종이었다. 벽의 비상 표시판이 켜졌다. '제0호 원본 보관실 개방 준비. 보관인 권한 확인 실패. 자동 이전 예정.' 강유리가 얼굴을 돌렸다. “안 돼. 저 경고는 물건의 이동을 알리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뭘 옮긴다는 겁니까?” “원본을 맡은 사람의 자리를요.” 경매장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7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7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