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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75화
PAYLUA ORIGINAL · 제175화

175화. 동화 열 닢짜리 안전장치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2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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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제1경매원에서 돈을 버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진혁은 하루 동안 경매장에 앉아 있으면서 금화 천 닢짜리 보석이 두 개나 거래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주머니에 금화가 들어온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관비와 식비, 왕도 체류 수수료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벨라가 숙소 식탁에 계산서를 펼치자 숫자들이 빽빽하게 줄을 이었다. “오늘까지 교통비, 숙박비, 문서 복사비, 감정 신청비 합쳐서 금화 여덟 닢하고 은화 셋입니다.” “왕도의 기념품은 안 샀는데도요?” 진혁이 물었다. “당신이 역에서 산 찐빵이 세 개 포함됐습니다.” “그건 업무상 조사비입니다.” “서류에 올리면 기각할 겁니다.” 세리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우리도 거래를 해야 해. 진혁, 네가 돈을 벌 능력이 있다는 건 알지만 공금을 지키는 능력도 보여 줘야지.” 진혁은 반박하지 않았다. 루멘을 지키려면 정의감만으로는 부족했다. 작업자들에게 줄 급여와 낡은 방벽을 고칠 부품값도 필요했다. 수익을 얻는 일이 언제부터 부끄러운 일이 되었을까. 문제는 돈이 아니라 그 돈을 버는 방식이었다. 점심 장사에 들어간 식당의 벽에는 오래된 경매 상인들이 남긴 숫자가 빼곡했다. 한 번 낙찰에 성공할 때마다 누군가 날짜와 가격을 남겨 놓는 풍습이었다. 어떤 기록에는 평범한 빗자루가 금화 셋에 팔렸다는 말이 있었고, 다른 줄에는 고장 난 제분기가 금화 하나에 유찰됐다는 글이 있었다. 진혁은 벽의 기록을 읽다가 목덜미를 긁었다. “돈 버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가장 웃긴 거래를 오래 기억하네요.” 벨라가 고개를 들었다. “성공한 거래보다 실패한 거래가 기술을 더 많이 알려 주거든요. 손익 계산서를 써 보세요. 창고비와 출장비를 빼면 화려한 낙찰도 적자일 수 있어요.” “이번엔 정말 경매에서 번 돈이 비용을 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게 제가 매일 하는 일이랍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자신은 유물에 대한 진실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익까지 자연히 따라올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수익은 감정만으로 생기지 않았다. 손상된 물건을 고칠 사람, 유통할 사람, 적정한 사용료를 계산할 사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그 사이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손해는 누군가의 생활비로 돌아왔다. 그날 오후, 경매원 뒤편에 '수리된 잡화 정리품' 작은 경매가 열렸다. 입찰자는 귀족 대신 공방주, 소형 상점 주인, 중고상들이었다. 검수품 중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금속 고리, 관측 소매시계, 손잡이가 부러진 진동계가 있었다. 사소한 물건처럼 보였지만 진혁은 이런 자리가 좋았다. 입찰자들이 기계의 일련번호를 묻고, 서로 손을 빌려 부품 길이를 재 주는 모습에서 진짜 시장의 냄새가 났다. 경매 안내서를 훑다가 진혁은 '소리 없는 종추'를 발견했다. 둥근 황동판에 구멍이 세 개 뚫린 작은 물건이었다. 감정서에는 '장식품, 작동 불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작가는 동화 여섯 닢. 진혁이 표면을 스치자 문장이 떠올랐다. [감정 대상: 회신 방지용 종추.] [본래 기능: 사용자가 허가하지 않은 반복 울림을 늦춤.] [민간 용도: 오래된 종탑 및 급수 신호기 보정.] [출력: 미세. 대형 장치 단독 차단 불가.] [수리 상태: 축 교체 필요.] “이거네.” “또 싸구려 물건 발견했습니까?” 라일이 곧장 곁으로 왔다. “이번엔 팔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를 향해 윤담이 다가왔다. 황금도시 화령에서 만난 경쟁 감정사였다. 윤담은 전보다 깔끔한 회색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손끝의 금속 가루는 그대로였다. 그가 진혁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하필 이번 경매에서도 만나네요. 난 수리용 부품을 사러 왔는데, 당신도 비슷한 걸 보는 것 같군요.” “왕도까지 출장 오셨습니까?” “화령에 일감이 줄어서요. 그리고 어느 천재 감정사가 나오는 경매는 구경할 가치가 있죠.” “천재라니, 제가 듣기엔 칭찬처럼 들립니다.” “그건 경매가 끝나 보고 결정합시다.” 입찰이 시작됐다. 진혁은 동화 일곱 닢을 불렀다. 윤담이 여덟 닢을 불렀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진혁은 열 닢까지 올렸다. 윤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싸게 사면 유용한 부품도 손해가 됩니다. 전 다른 걸 찾죠.” 진혁은 망치가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낙찰, 동화 열 닢.' 아예 싸게 낙찰받는 것보다 자신이 정한 한도 안에서 구매한 것이 더 기분 좋았다. 물론 벨라는 곧바로 수수료를 계산했다. “낙찰가 동화 열 닢에 매수 수수료 한 닢. 지금 당장은 동화 열한 닢이 나갔습니다.” “알아요. 그래서 이제 이걸 제대로 써야죠.” 잡화 경매가 끝난 직후 한 상인이 진혁에게 다가왔다. 자신이 물건을 두고 입찰가를 다섯 배로 부르며 광고해 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경매실 끝에서 몰려오는 사람들 앞에 서면 아무도 작동하지 않는 종추를 '왕실 봉인을 멈춘 전설의 유물'이라 소개할 수 있다고 했다. 매출의 삼 할을 나눠 주겠다는 말까지 붙였다. 진혁은 종추의 작은 세 구멍을 바라봤다. 수리도 안 된 부품이었다. 거창한 설명을 붙여 팔 수는 있어도 그 뒤에 불량품을 받은 사람이 생기면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그는 상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전설이 아닙니다. 경고음을 조금 늦추는 소형 보정 장치예요.” “그런 설명으로는 아무도 금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래도 고장 난 종이 제대로 울리게 만들면 수리비는 받겠죠.” 상인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경매원에 와서 수리비나 벌겠다는 사람은 처음 보네.” 그 말은 진혁을 웃게 했다. 세상 모든 가치가 금화 수천 닢으로 환산돼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작은 도시에선 동화 열 닢을 아끼는 기술이 더 절실할 수 있었다. 그는 상인이 떠난 뒤 수첩에 종추의 예상 수리비와 검사 시간을 적었다. 수익이 실제로 나는지 확인하려면 노동비까지 포함해야 했다. 윤담은 숫자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재미있군요. 비밀을 독점해서 비싸게 팔 생각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부품을 만들 생각이라니.” “윤담 씨도 장사하려면 제 비법을 다 따라 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럼 먼저 공개 검수 기준부터 만들죠. 품질 기준이 없으면 모조품이 금방 나오니까.” 두 사람은 옆 공방에 설치된 작은 종 두 개를 비교했다. 하나는 이미 고장 난 소형 신호 종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도 정상적으로 울리는 종이었다. 보정 장치를 끼우기 전에 두 종의 출력 차이를 기록했다. 이 과정은 한 시간 이상 걸렸다. 라일은 다섯 번이나 간식을 사러 다녀왔고, 벨라는 그의 영수증 중 하나가 개인 심부름이었다며 업무비 청구를 거절했다. “이것도 조사입니다.” 라일이 억울하다고 했다. “빵을 다섯 개 드셨잖아요.” “맛이 달랐으니 다섯 종류의 표본입니다.” 진혁은 웃다가도 기록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작은 기술을 큰돈으로 바꾸는 것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여러 사람이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더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그는 그 노력을 자기 능력의 새로운 사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후 늦게 그는 윤담이 운영하는 임시 작업대에서 종추를 열었다. 작은 축이 닳아 황동판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 대체 부품은 방금 경매에서 산 일반 규격 축으로 끼울 수 있었다. 윤담이 연마 도구를 빌려 주었고, 진혁은 고철을 오해한 감정서의 이유를 설명했다. 불빛을 가리는 겉칠이 종추의 실제 용도를 숨겼던 것이다. “저한테도 배울 게 있네요.” 윤담이 말했다. “제 장사 비결을 너무 쉽게 알려 드리는 걸까요?” “그러면 다음에는 제가 당신보다 먼저 발견하겠죠.” “경쟁자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겠군요. 아, 역시 손해네.” 둘은 웃었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경쟁자가 적이 아니라 동료 기술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진혁에게 조금 새로웠다. 종추를 정상 상태로 고친 뒤 인근 수도원의 오래된 종에 연결해 성능을 시험했다. 작업 책임자는 종이 정해진 횟수보다 더 울리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금속판의 위치를 조절하자 종은 네 번째 잔향에서 부드럽게 멈췄다. 신부와 수리공이 함께 울림 횟수를 확인했다. 진혁은 기록지에 허용 오차와 유지보수 방법을 적었다. “왕실 안전청에 판매할 수 있겠군요.” 윤담이 말했다. 진혁은 잠깐 생각했다. 같은 구조를 복제하면 꽤 좋은 수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0호 장치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아무 검증도 없이 팔 수는 없었다. 그는 종추의 민간 안전 기능만 분리해 장인조합에 시험 사용을 제안했다. 조합은 시범 설치 비용으로 은화 두 닢을 지급했고, 향후 성능이 확인되면 소규모 공급 계약을 협의하기로 했다. 벨라가 장부에 수입을 적었다. “처음으로 왕도 체류비 일부를 벌었네요.” “그럼 찐빵 조사비도 인정하실 겁니까?” “그건 다른 항목입니다.” 같은 날 저녁, 세리아는 경매원 규정을 다시 검토하다 한 문장을 발견했다. 신청자의 원본 열람 자격에 필요한 출품 물건은 반드시 낙찰까지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공공 입회 심사를 거쳐 '출품 의사와 소유권'만 입증하면 자격은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처음 접수한 뒤 타인이 낙찰을 요구할 경우 별도 이의 절차가 있었다. “그러니까 반드시 장갑을 팔 필요는 없다는 거군요.” 진혁이 말했다. “응. 중요한 건 네가 스스로 내놓았다는 사실이고, 그 다음에 스스로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 말에 진혁은 잠깐 묘한 감정을 느꼈다. 자기가 팔 수 있는 물건을 골라 내놓고, 마음이 바뀌면 거둬들일 자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경매원이 오히려 그 단순한 권리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때 숙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밖에는 장갑을 낀 어린 배달원이 서 있었다. 배달원은 서류를 건넨 뒤 이름을 묻지도 않고 돌아섰다. 봉투에는 붉은 왕실 인장이 찍혀 있었다. '임시 출품 접수 알림. 출품품: 서진혁의 감정 능력. 평가 시작가: 산정 중.' 진혁은 봉투를 다시 살폈다. 아직 누구에게도 능력을 팔거나 맡긴 적이 없었다. “이번엔 누가 제 손바닥까지 팔려고 합니까?” 세리아가 종이를 빼앗듯 받아 들었다. 인장의 모양은 진품이었다. 그러나 인장이 진짜라고 해서 그 안에 적힌 계약까지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봉투 아래에는 제출자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출품 대리인: 에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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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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