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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진품을 가려내는 사람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79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에서 가장 화려한 거짓말은 왕실 제1경매원 본관의 천장 아래에서 시작됐다. 중앙 경매실 천장에는 크고 작은 반사 유리들이 별처럼 박혀 있었다. 낮에 들어오는 빛이 유리 사이를 지나면 붉은 융단 위로 황금빛 조각이 쏟아졌다. 객석은 세 구역으로 나뉘었다. 앞줄은 왕실 구매 대리인과 공인 수집상, 중간은 일반 입찰자, 가장 뒤는 공개 방청석이었다. 사람들은 비싼 향수를 뿌리고 와서 서로의 귀에 더 비싼 숫자를 속삭였다. 진혁은 방청석에 앉았다. 가난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보증금을 아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장비 내고 입찰 보증금까지 걸면 월급이 아예 사라지겠는데요.” “그래서 더 벌 생각을 해야지.” 세리아가 웃었다. “사장님한테 월급 올려 달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 생각은 잠시 미뤄.” 라일이 객석을 훑었다. “저 앞줄 사람들이 나중에 서로 칼을 뽑아도 놀랍지 않겠네요. 눈빛이 물건보다 상대 지갑에 관심이 있어요.” 카렌은 이미 경비 배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왕실 경비의 은빛 어깨 장식과 민간 경호원의 검은 띠가 섞여 있었다. 경매실에는 정문이 세 개였지만 실제 비상 통로는 좌측 두 곳뿐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벨라에게 알려 줬다. 루멘에서의 사고 이후 일행은 어떤 행사장이든 빠져나갈 길부터 살폈다. 오전 경매에는 희귀 보석과 마도 도구가 올라왔다. 삼백 년 전 항해사가 쓰던 은제 나침반에 금화 사백 닢이 붙었고, 사라진 귀족가의 연회용 잔에는 그 두 배의 입찰이 들어왔다. 진혁이 보기에는 두 물건 모두 값어치가 있었다. 다만 사람들이 말하는 역사와 실제 물건의 기억은 조금씩 달랐다. 나침반은 왕실 선장의 것이라기보다 그의 부항해사가 사용한 물건이었고, 잔은 마지막 축배가 아니라 일반적인 봄 축제에서 쓰였다. 그때 열한 번째 출품품이 올라왔다. '제0호 감정대 구성품으로 전해지는 청백 유리 지침. 시작가 금화 이백 닢.' 검수원이 흰 천을 걷었다. 가느다란 유리 막대 끝에 은빛 구가 달린 물건이었다. 겉면에는 아주 정교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승낙의 방향을 가리키다.' 객석에서 탄성이 났다. 왕도 신문이 며칠째 떠들던 제0호 관련 물건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진혁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 문구가 이상했다. 제0호 기록에서 중요한 것은 승낙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거절을 훼손하지 않는 구조였다. 누군가 가짜 물건에 그럴듯한 역사를 붙이고 있었다. 하서린이 옆에서 속삭였다. “문양은 비슷해요. 그런데 오래된 왕실 유리는 저렇게 균일하게 빛을 반사하지 않습니다.” “직접 감정할 수 있습니까?” “앞줄 입찰 대리인에게만 접촉 감정권을 줬네요.” 진혁은 잠깐 주저했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도 규정을 무시해 물건을 만질 수는 없었다. 세리아가 조용히 법적 대안을 알려 줬다. 일정 금액 이상의 출품품은 공인 감정사 둘이 이상을 제기하면 공개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서린과 진혁이 공동으로 요청서를 썼다. 요청 이유는 막연한 예감이 아니라 반사율과 제작 방식의 불일치였다. 주경매사 권해성이 요청서를 받아 들었다. 그는 키가 크고 검은 턱수염을 정갈하게 다듬은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말끝이 객석 끝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왕실 보증 물품에 대한 이의입니다. 잠시 입찰을 중단하겠습니다. 다만 검증 결과가 틀리면 감정 신청인에게 보관비와 진행 지연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라일이 진혁의 소매를 잡았다. “그냥 눈 감으면 안 될까요? 저 유리는 우리가 살 것도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사겠죠. 값이 틀리면 그 사람한테 피해가 가요.” “오늘은 왜 제 양심까지 야근시키는 겁니까.” 검수대 앞에 선 진혁은 유리 지침을 건네받기 전, 자신의 장갑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기름 한 방울이 묻으면 표면의 가짜 코팅을 판독하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는 지침의 은색 구를 만졌다. [감정 대상: 청백 유리 지침.] [제작 시기: 열여섯 달 전.] [본래 용도: 일반 관측용 방향계.] [추가 가공: 제0호 문양 모사.] [기능: 일부 기록과 공명하지 않음.] “복제품입니다.” 권해성의 눈썹이 움직였다. “확신할 수 있습니까?”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걸 증명하려면 더 확인해야 합니다.” 서린이 표면의 미세한 기포 배열을 확대 렌즈로 비췄다. 왕실의 오래된 유리에는 특정한 광물 불순물이 남지만 이 물건에는 최신 정제법의 흔적이 있었다. 두 자료를 비교하자 객석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출품 대리인이 항의했지만 기술관은 중립 검수 의견에 서명했다. 권해성은 망치를 내려놓았다. “출품 설명에 중대한 오류가 확인됐습니다. 해당 물품의 진품 주장과 추정 연대를 삭제하고 재감정할 때까지 매각 보류합니다.” 앞줄의 늙은 수집가가 입을 비죽였다. “가짜면 어때. 모양이 아름답지 않나.” 진혁은 그 말에 웃었다. “아름답다는 이유로 사는 건 자유죠. 하지만 진품 가격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경매가 다시 시작되자 관객들은 안도하면서도 아쉬워했다. 누군가 금화 이백 닢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보다 유명한 출품품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더 실망한 사람도 있었다. 진혁은 그 차이를 눈여겨봤다. 거래는 언제나 물건에 대한 욕심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뒤섞이는 자리였다. 모조 유리 지침을 둘러싼 소란이 끝나자 경매실 바깥에서 사람들이 진혁을 둘러쌌다. 누군가는 그가 왕실 물건을 모욕했다고 꾸짖었고, 누군가는 돈을 벌 수 있는 감정 비법을 알려 달라고 졸랐다. 한 장인은 진혁이 검사한 유리를 실제로 살 사람이라며 감정료를 제안했다. 그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직 물건의 출품권 자체가 재심사 중이었다. 이때 옳은 가격을 안다고 하더라도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끼어 몰래 거래를 중개할 자격은 없었다. 그 대신 진혁은 오전에 봤던 수리함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야외 검수대로 갔다. 밤새 공방의 오래된 장부가 발견됐다고 했다. 수리함을 임금 대신 받은 노인은 손으로 작성된 공방 폐업 정산표와 당시 감독자의 증언을 제출했다. 왕실 납품품이었다는 주장은 부품 일부에만 해당했고, 보관함 전체는 공방의 개인 자산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검수원은 물건을 곧바로 매각하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이의 신청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먼저 게시했다. 노인은 답답한 얼굴이었다. “며칠 더 기다리면 내 여관비가 없어. 그래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어.” “제가 그냥 빌려드린다고 말하면 오히려 곤란할까요?” 진혁이 물었다. “넌 장사할 사람이지 자선가가 아니잖니. 나도 공짜로 받는 건 싫다.” 그들은 정식 기록이 정리된 뒤에만 거래하기로 약속했다. 대신 노인은 자기 노동으로 만든 일반용 공구 손잡이를 진혁에게 동화 셋에 팔았다. 소유권 문제와 무관한 물건이었다. 진혁은 그 손잡이를 직접 시험해 보았다. 오래된 나사에 잘 맞고, 손바닥에 피로가 적게 왔다. 그는 그것을 루멘 직원들에게 추천할 품목으로 수첩에 적었다. 노인은 진혁이 원칙을 지키려고 하자 조금 서운해하다가도 자기 사정을 숨기지 않아 고맙다고 했다. 거래가 늦어지는 것은 답답한 일이지만, 훗날 누군가 자기 물건이라고 주장하면 노인에게도 더 큰 손해가 생길 수 있었다. 진혁은 작은 공구 손잡이를 가방에 넣고, 정식 매각 허가가 나오면 먼저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점심 무렵 권해성이 진혁을 따로 불렀다. 그는 고가의 물품을 둘러싼 소동에 피곤한 표정이었다. “요청하신 제0호 원본 열람에 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출품 물건으로서의 자격 심사는 내일 열립니다.” “아직 물건을 못 골랐습니다.” “출품자는 본인이어야 하고, 대리 출품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규정은 반드시 지켜 주십시오. 최근 출품 위임장이 이상하게 많이 접수됐거든요.” 진혁은 접수대의 조작 흔적을 떠올렸다. “누가 사람의 신분을 물건에 붙이고 있습니까?” 권해성은 답 대신 낡은 장부에서 종이를 한 장 빼냈다. 석 달 전 접수된 위임 출품 목록이었다. 거기에는 같은 공증인이 다섯 명의 서로 다른 사람에게 서명한 것처럼 표시돼 있었다. 날짜와 시간마저 똑같았다. “이상하지요. 사람은 동시에 다섯 곳에 갈 수 없는데 서류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만들더군요.” 그 순간 바깥에서 은제 나침반 낙찰을 축하하는 종이 울렸다. 진혁은 창문 너머의 웃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경매의 수익과 권리의 위험은 한 건물 안에서 너무 가까이 있었다. 권해성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서 감정사. 진품을 보는 눈은 좋아 보입니다. 이제 누가 진짜 주인인지까지 알아낼 수 있겠습니까?” 진혁은 대답을 미뤘다. 누군가의 소유를 마음대로 정하는 눈은 애초에 갖고 싶지 않았다. 해가 기울자 진혁은 왕도 경매원의 낮은 담벼락에 기대어 수첩을 펼쳤다. 오늘 자신이 실제로 쓴 돈과 피할 수 있었던 손해를 적었다. 수리함에서 정당하게 매입한 작은 계측추는 분명 동화 열두 닢보다 더 큰 쓰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아직 돈을 벌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늘은 수익이 아니라 손실 방지의 날이었군요.” 카렌이 말했다. “잘못 감정된 유리를 사는 사람이 없었으니 누군가는 손해를 피했겠죠.” “그럼 당신도 조금 쉬어야겠네요.” 진혁은 그녀의 손을 보았다. 하역장 조사 때 생긴 손등의 작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다. 카렌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장갑을 끼는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 진혁은 가까운 약방에서 소독약을 사 왔다. 싸구려 물건만 잘 고르는 남자가 다른 사람을 위해 정가를 지불하는 일에는 유독 계산이 느렸다. 카렌은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건 수사 비용에 넣지 말아요.” “안 넣을 겁니다. 이건 제 돈으로 산 거니까요.” 진혁은 손등의 소독약 냄새가 가시기 전에 왕실 검수관에게 오늘 공개한 반사율 검증표 사본을 보냈다. 자신이 틀렸을 때라도 다른 감정사가 검증할 수 있도록 근거와 한계를 함께 적었다. 화려한 능력만큼 평범한 기록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세리아가 묵는 숙소로 낡은 유리관 하나가 배달됐다. 안에는 아무 글씨도 없는 흰 종이와 오래된 동전이 들어 있었다. 동전 가장자리의 홈은 황실 경매원의 첫 수집품 기록과 같은 모양이었다. 종이에는 잠시 후 글자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진품을 가려냈으니 당신은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다만 내일 경매에는 감정사가 아니라 출품자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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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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