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출품품 반환 감정회는 황실 제1경매원에서도 가장 조용한 행사였다.
고가 경매가 열리는 주 경매실에는 천장에 커다란 수정등이 달렸고 금박을 입힌 의자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반환 심사장은 북쪽 복도 끝의 낮은 방이었다. 돌바닥에는 오랫동안 끌린 상자의 자국이 남아 있었고, 창문 아래에는 주인을 찾지 못한 우산과 외투, 작은 철제 도구들이 줄지어 있었다. 접수 직원들은 물건을 꺼낼 때마다 이름을 두 번 불렀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으면 검수원이 서류에 '현장 응답 없음'이라고 적었다.
서도원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깨를 움찔했다. 진혁은 그가 그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열두 해 전부터 대답하지 못한 사람 하나가 남아 있었다.
“윤서하 씨 이름이 석 달 전에 기록됐다고 해서 본인이 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카렌이 다시 확인했다. “기록 작성자의 필체와 입장 장부를 먼저 대조해 보죠.”
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라일은 그 옆에서 반품 수수료 표를 읽으며 농담을 삼켰다. 아무 상황에서나 웃음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겼던 그도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강유리는 심사장 안쪽 유리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신청서 두 장, 부식된 저울 받침, 오래된 일련번호표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먼저 모두에게 장갑을 끼도록 했다. 원본에 붙은 미세한 흑연 가루가 손에 묻으면 과거의 필체를 판독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윤서하라는 신청인이 정말 석 달 전에 여기에 왔습니까?” 도원이 묻자 유리는 대답 대신 장부를 펼쳤다.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어요. 제게 전달된 건 창구로 들어온 위임 서류였습니다.”
“위임인의 이름은요?”
“한서겸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진혁은 그 이름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열두 해 전 사건에서 몇 차례 등장했던 감정관. 그가 남긴 보상금 기록과 반송 지시가 남관역 사건의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그러나 문서가 있다고 해서 지금도 본인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겸 씨가 직접 제출했나요?”
“아니요. 서명만 있었어요. 문제는 더 있습니다.”
유리는 저울 받침의 밑바닥을 빛에 비추었다. 바깥에서는 평범한 삼각형 주철 조각으로 보였다. 하지만 안쪽을 돌리자 엄지손톱만 한 흰 자국이 드러났다. 오래전 사람이 물건을 손으로 쥐고 똑같은 위치에 실을 묶으면 생길 법한 마모였다.
“이건 출품했던 물건이 아닙니다. 보관실에 있던 첫 물건이 사라지고, 누군가 석 달 전에 비슷한 물건을 놓고 갔어요.”
“그렇다면 감정회 자체가 함정일 수 있겠네요.” 세리아가 말했다.
진혁은 금속의 옆면을 조심히 스쳤다. 문구가 떠올랐다.
[감정 대상: 대체 저울 받침.] [제작 시기: 최근 4개월 내.] [내부 재료: 옛 저울 받침에서 떼어 낸 쇳가루 일부 혼합.] [용도: 오래된 물건처럼 감정 결과를 유도.] [최초 물건의 소재: 판별 불가.]
“이건 복원품이 아닙니다. 일부러 과거 흔적을 섞어 감정사를 속이려 한 모조품이에요.”
진혁이 설명하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반품 신청을 수리할 수 없었죠. 제가 윤서하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신이 없었습니다.”
“연락처가 있어요?” 도원이 급히 물었다.
유리는 잠깐 시선을 피했다. “전달 주소는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해서는 안 되는 보호 대상 주소일 가능성이 있어요. 본인 동의나 정당한 심사 없이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도원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오랜 세월 찾던 사람의 흔적이 몇 걸음 앞에 있는데도 문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 문은 나쁜 사람이 만든 장애물만은 아니었다. 누군가 안전하게 살도록 보호하려고 만든 장벽일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가 힘겹게 말했다. “그 사람에게 제가 살아 있다고 전달해 주실 수는 있습니까?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유리가 조용히 종이를 꺼냈다. “그건 가능합니다. 본인의 말을 직접 적어 주세요.”
도원은 글씨를 쓰다가 몇 번 멈췄다. 열두 해 전에 못 했던 말을 한 장의 종이에 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는 결국 세 줄만 적었다. '도원입니다. 내가 떠난 그날의 일을 묻고 싶습니다. 대답하지 않아도 당신을 탓하지 않겠습니다.'
진혁은 그 종이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의 진짜 값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타인의 침묵까지 함부로 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유리는 도원이 쓴 편지를 방수 봉투에 넣어 보호 주소 전달함에 보관했다. 확인 절차가 끝날 때까지 그 봉투의 존재도 공개 신청 기록에는 남기지 않았다. 누군가 수신인의 주소를 알아내려고 접수 내역을 뒤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원은 잠시 바깥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진혁이 따라나서자 그는 심사장 뒤편의 작은 정원에 서 있었다. 높은 벽 안쪽에서만 자라는 나무가 있었고, 잎사귀 아래에 오래된 우물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겨울이 막 지나려는 계절인데도 우물가에는 푸른 이끼가 남아 있었다.
“윤서하는 복원공이었지만 제일 싫어한 말이 '원래대로'였어.” 도원이 말했다. “남의 기억을 고쳐 주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았거든. 부러진 손잡이는 새로 고치면 되지만, 사람이 다른 선택을 했던 날은 없던 일로 만들면 안 된다고 했지.”
진혁은 우물의 물결을 보았다. “그때 두 분은 무엇을 고치고 있었나요?”
“루멘으로 돌아가야 할 기록. 아주 긴 장부였지. 이름과 서류가 서로 뒤바뀌는 문제 때문에 여러 도시가 얽혀 있었어. 우린 기술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결정을 기록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어.”
“그래서 제0호를 멈추려 했습니까?”
“난 처음엔 그 장치를 지키려 했어. 기록이 너무 많이 깨져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믿었거든. 서하는 그보다 먼저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했지. 결국 누가 옳았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어.”
도원은 손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내가 지금 가장 무서운 건 그 사람이 나를 원망한다는 사실보다, 내가 여전히 같은 실수를 할까 봐야. 오늘도 서류를 보고 성급하게 그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으니.”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찾진 못했죠. 하지만 누군가의 말을 듣기 위해 기다릴 수는 있잖아요.”
도원은 멀리서 들려오는 경매 종소리를 들었다. “그래. 이번에는 중간에 말을 끊지 말아야지.”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정원에 서 있다가 안으로 돌아왔다. 심사장의 돌바닥은 그대로 차가웠지만, 아까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조금 더 잘 들렸다.
오후에는 반환 감정회의 실제 입찰과 보전 절차가 진행됐다. 물건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 경매원은 법적으로 매각 가능한 물품만 별도 분류해 공개 매각할 수 있었다. 주인에게 돌려줄 권리가 남은 물건은 출품 금지였다. 진혁은 그 목록을 훑다가 목이 부러진 황동 제본기를 발견했다. 제작자는 오래전 서류 복원 공방에서 일하던 장인으로 표시돼 있었다. 수리 불가 판정을 받은 물건이라 시작가는 동화 여덟 닢이었다.
진혁의 손끝에 글자가 비쳤다.
[감정 대상: 접철식 제본기.] [표면 가치: 고철.] [숨겨진 기능: 서로 다른 날짜에 붙인 봉인 실의 장력을 비교.] [한계: 실의 재질이 같아야 함.] [현재 상태: 복원 가능.]
낡은 제본기 자체에는 엄청난 비밀이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 오래된 문서를 새것처럼 꾸몄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주 유용했다. 그는 벨라와 대조표를 확인했다. 매각 가능 물품이라는 판정은 이미 끝나 있었고, 보류된 물건과는 섞여 있지 않았다.
“동화 아홉 닢.” 진혁이 손을 들었다.
상대 입찰자는 종이상자를 만드는 젊은 장인이었다. 그는 동화 열두 닢을 불렀다. 진혁이 열셋을 불렀다. 장인은 제본기를 다시 살피더니 손을 내렸다. 망치가 두 번 울렸다. 마지막 한 번을 내려치려는 찰나, 출입문이 벌컥 열렸다.
“그 물건 낙찰시키지 마세요!”
장갑도 끼지 않은 청년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심사관에게 구겨진 공방 영수증을 내밀었다. 제본기는 자신이 일하던 가게에서 최근 분실된 물건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물건의 표면에는 세월의 마모가 남아 있었고, 영수증의 날짜는 일주일 전이었다.
“저 사람 말이 거짓일 수도 있잖아요.” 라일이 속삭였다.
“맞아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진혁이 손을 내렸다. “입찰을 멈추고 대조합시다.”
심사관은 즉시 낙찰을 보류했다. 청년의 영수증에는 제본기 전체가 아니라 수리 부품의 주문 내역이 적혀 있었다. 최근 파손을 수리할 계획이었던 공방의 부품이 분실된 것이지 제본기 자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공방주와 보관 명부의 기록을 확인한 뒤에야 물건은 다시 합법적인 매각 대상으로 돌아왔다.
진혁은 다시 입찰권을 받았다. 최종가는 동화 열셋 닢이었다. 비싼 물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검증 때문에 두 시간이나 더 걸렸다. 라일은 어깨를 주물렀다.
“고철 하나 사고 하루가 갔네요.”
“하루 일해서 두 시간 더 믿을 수 있는 물건을 사는 거죠.”
“감정사답게 재미없는 말을 하시네요.”
도원이 그 대화를 듣다가 아주 조금 웃었다. 눈가의 깊은 주름이 펴졌다. 오래 묻어 둔 과거가 오늘 바로 풀리진 않았지만, 아직도 내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낙찰받은 제본기를 들고 숙소로 돌아온 진혁은 손잡이를 한 번 조심히 눌러 보았다. 금속이 움직일 때마다 종이 표면의 작은 섬유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눌렸다. 아주 오래된 봉인 실은 힘을 주면 자연스럽게 부서졌지만, 최근에 다시 붙인 실은 그보다 탄력이 강했다. 그는 성급하게 원본을 대지 않고 일반 종이로 여러 번 시험했다.
카렌이 결과를 보며 말했다. “기계가 위조를 증명할 수는 있겠지만 누가 위조했는지까지 말해 주진 않겠군요.”
“맞아요. 그래서 다른 기록과 대조하는 게 중요하죠. 만약 이걸 근거로 누군가를 몰아세웠다가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
라일이 탁자에 팔꿈치를 괴었다. “결국 아주 비싼 수사 장비를 동화 열셋 닢에 샀다는 거네요.”
“검증이 끝나면 그렇겠죠.”
“아, 또 그놈의 검증.” 라일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녁 무렵 강유리에게서 짧은 회신이 왔다. 윤서하에게 보낸 편지는 접수됐으나 열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유리는 다른 자료의 열람을 허용했다. 열두 해 전 황실 제1경매원의 관객 수용 및 대피 명부. 개인 이름은 가렸지만 시설과 사고 날짜, 당시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사본이었다.
진혁이 첫 장을 펼쳤다. 거기에는 이상한 문장이 있었다.
'정식 경매 중단 사유: 물건의 결함 아님. 출품인의 신원 확인 불능.'
그날 모두가 찾아 헤맨 것이 제0호 감정대의 가격이 아니라 출품인 한 사람의 실종 때문이었다면, 사건의 시작부터 다른 곳을 봐야 했다.
그리고 명부 가장 아래, 붉은 펜으로 쓰인 문구.
'첫 낙찰자의 영수증은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
제17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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