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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67화
PAYLUA ORIGINAL · 제167화

167화. 값을 매길 수 없는 반사권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119자

오프라인 책장
백색 등대에서 돌아온 다음 날, 마레온의 신문마다 다른 제목이 실렸다. 한 신문은 ‘폐등대에서 불법 조작 장치 발견’이라고 썼고, 다른 신문은 ‘왕립정리위원회 직원들이 작업을 방해받았다’고 보도했다. 항만 노동자들이 구독하는 값싼 전단지에는 아예 ‘루멘 감정사가 등대를 훔쳤다’는 제목이 붙었다. 기자들은 서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었고, 사람들은 제목만 읽고 자기 생각에 맞는 소문을 골랐다. 진혁은 아침 빵을 뜯다가 전단지를 내려놓았다. “제 이름으로 등대를 사려면 대체 얼마가 있어야 합니까?” 세리아가 계산서를 들고 답했다. “등대 자체를 사는 것보다 고장 난 설비를 고치는 비용이 훨씬 크겠지. 그러니 넌 당분간 사는 얘기만 해.” “저는 은화 두 닢짜리 숙소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그건 내가 월급을 올려야겠군.” “정말요?” “항구 수수료 정산을 오늘 안에 끝내면 생각해 볼게.” 라일이 빵을 삼키다 웃음을 터뜨렸다. 카렌은 진혁이 기뻐할 기회를 주기 위해 한동안 웃지 않으려 애썼다. 농담을 나누는 사이에도 상황은 바뀌고 있었다. 왕립정리위원회는 백색 등대 설비의 소유권 정리를 위한 특별 경매를 마레온 회관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출품 대상은 ‘구형 등화 반사권과 유지관리 계약’이었다. 실제 건물이 아니라 앞으로의 신호 운영에 관한 계약을 거래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권리를 만든 사람이 누구죠?” 카렌이 물었다. 벨라가 공개 고시문을 펼쳤다. “출품 신청은 에르딘 대리인 명의입니다. 등대의 폐쇄 관리 비용을 회수하겠다면서요. 다만 시설을 다시 열 경우 조난 구조 신호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조항은 맨 뒤에 아주 작게 적혀 있습니다.” “유지관리 계약을 팔 수는 있겠죠.” 오렐이 말했다. “문제는 낙찰자가 비상 신호를 독점해서 다른 사람이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느냐예요.” 진혁은 고시문의 문장을 하나씩 밑줄 쳤다. ‘반사권’, ‘응답 요청권’, ‘정당한 보관인’. 마지막 용어는 정확한 정의가 없었다. 출품자 자신에게도 권리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해야 했다. 세리아는 정식 이의 신청을 제출한 뒤에도 경매장을 비우지 않았다. 마레온 회관은 루멘에서 도보로 십오 분 거리에 있었고, 경매 시간은 오후 두 시였다. 그 사이 아침 입찰품을 감정해야 했다. 직원들은 처음엔 사장이 도시의 운명이 걸린 사건 앞에서도 작은 경매를 진행한다고 놀랐으나, 곧 평소처럼 일하기 시작했다. 그날 루멘의 일반 경매에는 배의 수리를 위해 나온 조개 장식 가위와 낡은 나침반, 세탁용 마법석이 섞여 있었다. 진혁은 깨진 유리갓 한 점에 관심을 보였다. 대부분은 수리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파편 가장자리의 광택이 제4안전로 프리즘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감정 대상: 균열 있는 유리갓.] [본래 기능: 다중 신호의 방향 구분.] [손상: 외부 틀 파손, 중심부 보존.] [응용 가능성: 비교 시험용 프리즘.] “그러면 등대를 또 건드리지 않고도 시험할 수 있겠네요.” 오렐이 말했다. 진혁은 그 물건에 은화 한 닢을 제시했다. 조명 수리업자 한 명이 은화 한 닢과 동화 서른 닢을 불렀다. 진혁은 망설였다. 어쩌면 보존 상태가 더 좋은 다른 유리갓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안에 비교 실험을 준비하려면 이 물건이 유리했다. 그는 은화 두 닢을 불렀다. 더는 경쟁이 붙지 않았고 낙찰망치가 내려왔다. “저는 또 빚이 늘겠네요.” 진혁이 중얼거렸다. 세리아가 감정대 너머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건 회사 연구비로 처리해. 네 개인 돈으로 도시를 구하려고 할 필요 없어.” 이 짧은 말이 진혁에게 오래 남았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혼자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 결정을 승인하는 사람은 모두 다를 수 있었다. 경매에 들어갈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는 생각보다 길었다. 항만 구조조합은 금화 열 닢을 보증금으로 묶어 두어야 했고, 입찰에 실패하더라도 신용증명서를 다시 발급받는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최은비는 동료들이 모은 작은 자루를 접수대에 올려놓았다. 동전들이 무거운 소리를 냈다. 진혁은 그 소리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건 조합 자금 전부 아닙니까?” “전부는 아니죠. 그랬으면 지금 여기 올 수도 없었어요.” 은비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한테 큰돈인 건 맞아요.” 세리아가 조용히 제안했다. 유지관리 계약을 낙찰받더라도 민간 구조조합이 기술청의 허가와 안전 검사 비용까지 홀로 부담하지 않도록, 공공 보조금을 함께 신청하라고 했다. 당장 받을 수 있는 돈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한 조치였다. 은비는 한동안 종이를 들여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네요. 경매장이 우리더러 돈을 아끼라고 하는 건 처음이에요.” “돈을 못 버는 사람한테 무조건 물건을 팔면 다음 경매에 올 손님이 없어지니까요.” 세리아가 답했다. 진혁은 이 말을 수첩에 적었다. 멋진 격언이라서가 아니라 사장이 결국 매출과 책임을 함께 계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루멘에 취직했을 때는 사장의 모든 말이 수수료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수수료가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한 요소라는 것도 조금 이해했다. 대기실에서 만난 중년 어부는 백색 등대의 불이 꺼진 뒤 동생을 잃었다고 했다. 그 사건이 등대 폐쇄 때문에 발생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당시엔 안개가 짙었고 선박의 나침반도 고장 났다. 하지만 어부는 자기 가족이 돌아오지 못한 수로를 누군가 영리 목적으로 독점하겠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구조 신호는 부자 배만 보라고 켜는 게 아니잖소.” “그렇습니다.” 진혁이 답했다. “오늘은 그 신호를 실제로 팔 권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어부는 진혁의 손을 붙잡았다. 거칠고 차가운 손이었다. “당신은 마법을 쓴다며? 그런 사람이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소?” 진혁은 자신에게 그만한 힘이 없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대신 눈앞의 문제를 정확히 설명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유물의 기능을 감정하고 의심스러운 계약의 내용을 질문하는 일이었다.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건 끝까지 확인하겠습니다.” 어부는 그 대답을 듣고 손을 놓았다. 기대한 기적의 말은 아니었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알아차린 듯했다. 진혁은 누군가의 사연을 경매장 안의 수식으로 바꿔 버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두 시 마레온 회관에는 상인과 기술자, 왕립정리위원회 직원들이 모였다. 회관은 바다를 향한 커다란 창문을 가졌고, 의자에는 젖은 외투를 거는 철제 고리가 달려 있었다. 객석 한쪽에는 조난자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 등대는 수익 사업이 아니라 누군가 집에 돌아올 가능성이었다. 민도겸이 경매 진행자로 단상에 섰다. 그는 청동각에서의 논쟁 이후 신중해진 듯했다. 시작 전에 계약서에 ‘모든 응답 권리의 법적 귀속은 최종 확정 전까지 보류’라는 문구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에르딘은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보류 사항이 많으면 누가 입찰하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그게 정리되지 않았으면 팔 수 없는 거죠.” 카렌이 대답했다. 첫 번째 입찰이 시작되자 예상 밖의 경쟁자가 등장했다. 항만 구조조합의 대표 최은비였다. 그녀는 낡은 작업복을 입은 채 번호패를 들고 말했다. “우리는 구조 신호 유지 보수 계약에 입찰합니다. 등대의 신호를 파는 게 아니라 구조 업무를 맡겠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술렁였다. 구조조합은 부자가 아니었다. 그들이 내놓은 금액은 금화 열 닢에 불과했다. 반면 에르딘의 대리인이 속한 투자조합은 금화 이백 닢을 불렀다. 금액만 보면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진혁은 두꺼운 계약서를 들어 객석 쪽으로 보여 주었다. 글씨가 너무 작아 마지막 줄은 앞쪽에 앉은 사람조차 잘 읽지 못했다. 그는 그 부분을 크게 확대해 다시 게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입찰자는 돈을 내기 전에 무엇을 사는지 알 권리가 있었다. 민도겸은 잠시 망설이다 직원에게 새 게시판을 가져오게 했다. 회관 뒤쪽에서 글자를 읽고 있던 어부들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응답 정보의 독점 활용’이라는 말이 크게 보이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 우리가 구조를 요청한 것도 돈 주고 사야 합니까?” 에르딘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지만 계약서에는 그 말을 보장하는 문장이 없었다. 진혁은 그 모순을 천천히 짚었다. 투명한 거래란 판매자를 무조건 믿으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때 진혁이 손을 들었다. “서류에 적힌 권리 두 개가 서로 다른 물건입니다. 유지관리 용역과 응답 정보의 독점 통제권을 같은 묶음으로 팔고 있어요.” 민도겸이 잠시 말을 멈췄다. 진혁은 아침에 낙찰받은 비교 유리갓과 백색 등대의 공개 점검 사진을 제시했다. 하나는 등대를 유지하기 위한 물리적 설비였고, 다른 하나는 특정 신호의 보존 기능이었다. 유지관리 계약을 취득했다고 해서 사람의 거절 의사나 조난 신호까지 소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합 대표 은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불을 닦고 배를 보내겠습니다. 누가 구조를 요청했는지 숨길 권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에르딘은 발언대 앞으로 나왔다. “좋습니다. 그럼 독점 통제권은 따로 경매하겠습니다.” “그 권리부터 존재하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세리아가 맞섰다. 논쟁 끝에 경매는 두 항목으로 분리됐다. 유지관리 용역 입찰은 법적 요건 검토 후 별도 진행하기로 했고, 응답 정보 통제권은 출품 근거 불명으로 보류됐다. 큰돈을 제시했던 투자조합은 어느 쪽에도 망치를 내려받지 못했다. 진혁이 회관을 나서려는데 에르딘이 길을 막았다. 그는 평소의 매끄러운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차가웠다. “서 감정사님은 왜 항상 물건의 가치를 떨어뜨립니까? 높은 값이 붙어야 세상도 발전할 텐데.” “가치가 없는 물건을 비싸게 팔면 발전이 아니라 손해가 늘어날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제0호 감정대의 진짜 가격을 알게 됐을 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에르딘은 얇은 명함 한 장을 건넸다. 뒤에는 ‘특별 심사 예정일: 사흘 뒤’라고 적혀 있었다. 수신인은 서진혁, 심사 장소는 루멘 경매장. 진혁은 등 뒤의 세리아를 바라봤다. 그는 더 이상 상대가 준비한 무대에 무심코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사흘이면 충분하겠네요.” 진혁이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출품 목록을 확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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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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