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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66화
PAYLUA ORIGINAL · 제166화

166화. 첫 만조의 회신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144자

오프라인 책장
만조가 시작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이었다. 항만청의 조수표에는 ‘오후 여섯 시 사십 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조소담은 그 숫자를 믿고 느긋하게 기다리지 않았다. 바람이 북동쪽으로 불면 바닷물은 좁은 수로에서 예상보다 빨리 높아졌다. 등대 아래에 놓인 나무 부표가 벌써 한 뼘씩 올라오고 있었다. “서류대로면 안전한데 바다대로면 위험할 수 있어요.” 소담이 말했다. “제가 배를 대고 있는 동안엔 구조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뭘 고치겠다고 시간을 쓰면, 나중엔 배가 못 붙습니다.” 세리아는 등대를 봉인하고 모두를 데리고 나가겠다고 선언하려 했다. 그런데 류이든이 방수 수첩을 펼쳐 등대 내부의 옛 규정 한 줄을 가리켰다. ‘회신 반사판이 루멘 방향에 고정된 경우, 단순 폐쇄만으로는 회신을 차단할 수 없음. 수압 전달축을 중립으로 돌릴 것.’ “바깥문을 잠가도 기계는 돌 수 있다는 거군요.” 오렐이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위험한 건 등대 안의 사람이 아니라 멀리 있는 루멘일 수도 있어.” 세리아는 마레온 쪽을 바라봤다. “대피 명령을 내릴 증거는 부족하지만, 설비 쪽에서는 지금 바로 조치해야겠네.” 진혁은 선택지를 종이에 적었다. 첫째, 압력관을 깨서 수로의 물을 흘려보낸다. 문제는 오래된 벽이 무너질 수 있었다. 둘째, 프리즘을 떼어 낸다. 증거가 훼손되고 파편이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셋째, 결손 고리의 기능을 임시 고정구로 대신해 프리즘을 바다 쪽 안전 방향으로 돌린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구조상 가능한 선택이었다. “기술관님, 세 번째가 됩니까?” 오렐이 눈썹을 모았다. “정식 복구는 안 됩니다. 다만 잠깐 중립으로 고정할 수는 있어요. 그리고 그 고정이 실패하면 즉시 철수해야 합니다.” 백칠성이 오래된 장비함을 열었다. 안에는 등화관리국의 초기형 고정쇄 두 개와 녹슨 나사, 낡은 안내표가 들어 있었다. 처음 보는 장치인데도 노인은 각 부품을 잘 알고 있었다. 한때 등대의 모든 층을 혼자 관리했던 사람이었다. “네 갈래 중 하나가 비어 있지.” 그가 말했다. “빈 홈을 채우면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지금은 고리 자체가 없으니 제대로 걸리지 않아.” 진혁은 동화 아홉 닢짜리 청동 손잡이를 잠시 바라봤다. 이것은 문의 비상 개방용이었다. 무리해서 렌즈 고정구로 쓰면 부러질지도 몰랐다. 그는 억지로 유물의 숨은 능력이 튀어나오기를 바라지 않았다. 대신 도구함에서 왕도 등불 수리소의 남구현이 준 아주 가는 철사와 작은 쇠조각들을 꺼냈다. “이것도 쓸 수 있을까요?” 오렐은 하나하나 규격을 재 보았다. “쇠조각 두 개는 길이가 맞네요. 다만 이건 주 부품이 아니라 빠지지 않게 묶는 보조 장치로만 쓸 겁니다.” “그 정도면 됩니다.” 카렌은 장비를 조작할 사람과 대피를 맡을 사람을 나누었다. 도르에게 전보를 보내 루멘의 심실 접근을 막도록 요청했고, 세리아는 벨라에게 직원 명부와 대피 집결 장소를 다시 확인하라고 했다. 라일은 등대 안을 돌아다니는 대신 출입문에서 임시 표식을 남기며 통로를 감시했다. “감시라니. 제 경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시는데요.” “제 경력을 고려해서 맡기는 겁니다.” 카렌이 답했다. “당신은 누가 몰래 들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볼 테니까.” 라일은 잠시 뚱한 표정을 짓다가 웃었다. “그 말이면 일하죠.” 작업 전 마지막 안전 점검에서 의견이 갈렸다. 소담은 즉시 전원 철수해야 한다고 했고, 오렐은 보호 장비가 있는 범위에서는 최소한의 기계적 고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백칠성은 원래 설비 구조를 아는 자신의 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리아는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루멘 쪽에서 실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잘못 움직여 더 큰 피해를 만든다면요?” 진혁이 물었다. 오렐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 책임을 검토받아야죠. 내가 전문가라고 해서 그 책임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누군가 마법 같은 정답을 알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혁의 능력은 물건이 무엇인지 보여 줄 뿐, 사람들이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결정해 주지 않았다. 그는 책상에 네 가지 기준을 적었다. 인명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 무리한 압력 증가를 유발하지 않을 것, 원상 복구 가능한 범위에서 시험할 것, 중단 신호가 나오면 즉시 철수할 것. 카렌은 모두에게 그 기준을 읽어 주고 확인을 받았다. 라일은 세 번째 조건을 들으면서 피식 웃었다. “나쁜 일을 하러 들어올 때도 이런 약속을 했으면 도둑질이 참 힘들었겠네요.” “그래서 당신이 잡히지 않았던 겁니까?” 카렌이 물었다. “아니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덜 훔치려고요.” 백칠성은 그들 사이의 농담을 들으면서 낡은 등화실 바닥을 바라봤다. 열두 해 전에는 누가 더 높은 직책인지에 따라 명령을 받았다. 위험하다고 말한 수습 직원의 목소리가 기록에 남지 않았고, 자신은 상부의 지시를 따르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앞에 선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적고 서로의 말을 들었다. “나도 그날처럼 침묵하지 않겠네.” 그가 말했다. “저 고리는 내 손으로 관리하던 것이니까, 위험한 부분이 있다면 분명히 말하겠어.” 진혁은 노인을 바라봤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못된 쪽으로 돌리려고 하면 꼭 막아 주세요.” 백칠성은 처음으로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담은 대피선과 통신줄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그녀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부표 네 개가 서로 같은 간격으로 흔들리는지 살폈다. 한 개라도 갑자기 깊이 잠기면 파도 방향이 바뀐 것이다. 등대 바깥에서는 수면의 변화가, 안쪽에서는 수압의 변화가 모두 사람의 움직임을 결정했다. 진혁은 오렐이 건네준 장갑을 끼며 문득 왕도 등불 수리소의 남구현을 떠올렸다. 노인은 싸구려 철사 몇 가닥을 주면서도 부러진 등불 하나를 고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길을 살펴야 하는지 알려 줬다. 그때는 지나친 잔소리라 여겼다. 지금은 그 철사의 규격이 사람의 안전과 직접 연결될 수 있었다. “고장 난 등불 세 개를 고쳐 주기로 했는데, 오늘은 그 전에 이걸 고치게 됐네요.” 카렌이 웃었다. “외상으로 배운 기술이라 그런가 봐요.” 그 짧은 농담 뒤에 그들은 각자 맡은 자리로 향했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등화실 위로 올라가자 낮은 철계단이 수압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떨렸다. 바깥의 바다는 회색에서 검푸른색으로 바뀌고 있었고, 소담의 배는 파도에 밀려 줄을 한 번 더 조여야 했다. 오렐이 회전축을 손으로 붙잡자 진혁이 안전 쐐기를 끼웠다. 백칠성이 나사를 고정하는 동안 프리즘 안의 푸른 선이 느리게 돌아갔다. 루멘 방향을 향했던 렌즈가 조금씩 외항 너머로 돌았다. [감정 대상: 제3반사판 조정 상태.] [현재 신호 방향: 루멘에서 외해로 변경 중.] [주의: 반사판 근처 비인가 장치가 남아 있음.] “멈추지 마세요.” 진혁이 말했다. “방향은 맞아요. 하지만 아직 안쪽에 붙은 게 있습니다.” 그들이 뒤판을 열자 손가락 길이만 한 황동 어댑터가 드러났다. 공식 제조 인장이 아니라 왕립정리위원회가 사용한 서류 고정용 문양이 찍혀 있었다. 이것만으로 설치자를 확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원래 등대의 장비가 아니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오렐은 어댑터를 해체하지 않고 봉인만 했다. 장치 안에는 작고 단단한 수첩 모양의 코어가 있었다. 누군가를 강제로 감정대에 앉혀 동의 기록을 대신 작성하는 과정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든은 자기 수첩에 남아 있던 연결도와 대조하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이게 오늘 밤 작동했다면, 저쪽에서 ‘보관인이 응답했다’고 보고했을 겁니다.” “보관인이 누군데요?” 진혁이 물었다. 이든은 그를 똑바로 보았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바뀌었겠죠. 하지만 이 어댑터에 등록된 임시 번호에는 당신 이름이 있습니다.” 진혁은 어쩐지 놀라지 않았다. 자신을 제0호의 자리에 앉히려던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매번 서로 다른 사람이 다른 계약서로 접근했지만, 그들이 노린 것은 똑같았다. 사람의 이름으로 장치의 결정을 합법화하는 일. 오렐은 마지막 고정쇄의 장력을 다시 확인했다. 금속이 생각보다 부드럽게 휘어지자 그는 곧바로 한 단계 힘을 줄였다. 부품을 단단히 묶는다고 언제나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래된 축에는 어느 정도 움직일 여유가 필요했다. 진혁이 서두르려 하자 백칠성이 그를 붙잡았다. “서두를수록 조심해야 하는 나사가 있네.” 진혁은 짧게 숨을 고르고 손을 놓았다. 축이 고정되는 소리를 듣는 것과 안쪽 부품이 견뎌 주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때 건물이 크게 한 번 울렸다. 등화실 바닥에 놓인 작은 나사가 굴러 떨어졌다. 아래에서 라일이 소리쳤다. “배 쪽에 사람 둘! 우리 일행 아니에요!” 세리아가 난간 너머를 보았다. 회색 장화를 신은 남자들이 상륙판에 올라오고 있었다. 한 명은 도구함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공식 봉인 절차를 무시한 채 등대 내부로 뛰어들었다. 카렌이 계단 중간에서 그를 막았다. “출입 목적을 밝히세요.” “왕립정리위원회 지시다. 원래 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지시서와 안전 계획은요?” 남자는 답 대신 손을 뻗었다. 카렌은 그 손을 비틀어 난간에서 떼어 냈지만 칼을 뽑지 않았다. 좁은 계단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면 모두 위험해졌다. 그녀는 반대손으로 그의 장비 가방을 아래로 밀어내고, 라일에게 출입문을 지켜 달라고 외쳤다. 진혁은 선택해야 했다. 자신을 향한 위협을 막으러 내려갈 것인가, 프리즘을 안전 방향으로 고정할 것인가. 그는 옆의 오렐이 축을 간신히 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카렌 씨를 믿습니다. 저는 이쪽 끝내겠습니다.” 오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나사를 한 번만 더.” 세리아의 손끝에서 마지막 고정쇄가 걸리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바닥 아래의 수압이 높아졌다. 프리즘이 한차례 떨리더니 바다 쪽으로 멈췄다. 등대의 유리가 희미한 흰빛을 내보냈다. 그러나 그 빛은 루멘을 향하지 않았다. 검푸른 수면 위에 긴 길 하나를 그리며 멀리 뻗었다. 이든이 작은 수신계를 보았다. “오늘 밤 회신은 멈췄어요. 적어도 지금은요.” 안도의 숨이 흘렀다. 그러나 진혁은 수신계 마지막 줄에서 다른 정보를 읽었다. ‘다음 응답 예정: 왕도 경매권 심사일.’ 누군가는 등대를 강제로 움직이게 만들지 못할 경우,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일을 계속할 준비를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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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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