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각의 황금 망치는 공중에서 멈췄다.
경매장의 천장 아래에는 값비싼 수정등이 켜져 있었고, 관객석을 둘러싼 붉은 벽에는 거울이 달려 있었다. 수백 명의 손님은 거울 속에서도 동시에 서진혁을 바라봤다. 평범한 말단 감정사 하나가 금화 수만 닢이 오가는 경매의 흐름을 끊은 것이었다.
민도겸은 망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출품품에 손상을 입혔다는 주장입니까?”
“원본과 다른 모서리가 붙어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확인한 옛 검수 장치와는 맞지 않습니다.”
“근거가 있습니까?”
“공증인 앞에서 확보한 비교 기록이 있습니다.”
서진혁은 가죽 수첩을 폈다. 윤상화가 봉인한 등화관리국 참조표 사본과 네 방향 검수 도장의 압흔을 함께 제시했다. 청동각의 경비가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객석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졌다.
“우리가 사려는 물건이 진품인지부터 확인하자는 건데 왜 막는 겁니까?”
“청동각이 원본 보증을 하지 않았습니까?”
민도겸의 얼굴이 굳었다. 경매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이었다. 높은 가격에 팔리기로 한 물건이 그 자체의 신뢰를 잃는 순간, 돈을 가진 손님들도 등을 돌린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을 들었다.
“정식 감정 보류를 선언합니다. 전문 감정인의 공개 검증을 받겠습니다.”
에르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정 변경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 경매장에서 파는 물건입니다.” 민도겸이 말했다. “제가 가짜를 팔았다는 기록을 남길 순 없지요.”
진혁은 그 말에서 처음으로 이해관계의 틈을 보았다. 민도겸 역시 이 사건의 모든 것을 알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닐지 몰랐다. 적어도 자신의 명성을 지키려는 이유만큼은 분명했다.
유리 진열함의 잠금이 풀렸다. 감정청에서 파견된 기술자들이 장갑을 끼고 서류를 살폈다. 청동각 측의 감정인도 참석했고, 양쪽 기록은 같은 시각에 작성되었다. 진혁은 손바닥에 보이는 진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대신 누구나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검수 표시를 요구했다.
“첫째, 원본의 섬유 방향이 이 모서리에서 달라집니다. 둘째, 네 방향 압흔 중 마지막 방향이 없습니다. 셋째, 이 부분의 잉크가 주변보다 훨씬 새것입니다.”
세리아는 실험 결과가 나온 순서대로 공개 기록에 서명했다. 윤상화는 참조표와 직접 대조했다. 얼마 뒤 기술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 모서리는 원래 서류의 일부가 아닙니다. 최소한 한 번 교체된 흔적이 있습니다.”
청동각 안이 크게 술렁였다. 진혁은 이상하게 승리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계약서가 잘못된 상태로 경매에 나왔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 사라진 부분의 위치나 누가 교체했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에르딘은 단상으로 걸어 나왔다. “일부 수리가 있었다고 해서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맞습니다.” 진혁이 말했다. “그렇다고 수리한 부분을 원본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요.”
에르딘이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때 객석 뒤에서 작은 비명이 났다. 수행원 하나가 문을 밀고 들어오려다 경비에게 막힌 모양이었다. 라일은 이미 그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회색 장갑을 낀 남자의 손목에서 운송조합의 특수 매듭을 알아봤다. 물품 봉투를 빼돌릴 때 쓰던 묶음이었다.
“저 사람이 어제 등불을 부순 마차에 탔던 사람입니다!”
경비가 남자를 붙잡았다. 그는 거칠게 몸부림쳤고 소매에서 작은 칼이 떨어졌다. 카렌이 다가가 칼을 발로 밀어 떨어뜨렸다. 관객들이 뒤로 물러나며 의자가 쓰러졌다.
하지만 그 사람이 노린 것은 진열함이 아니었다. 경매장 뒤편의 문을 열면 바로 이어지는 기록 보관실이었다. 거기에는 출품 전 검수 장면을 기록한 종이 필름이 있었다.
“필름을 지우려던 거예요.” 라일이 말했다.
민도겸은 곧바로 보관실 봉쇄를 명령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자신의 경매장이 누군가의 거래 도구뿐 아니라 증거 인멸 장소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공식 입회인이 필름을 확보하는 동안 진혁은 잠깐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카렌이 그의 팔을 살폈다.
“다친 데 없어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입부터 먼저 다칠까 봐 걱정했죠.”
“그건 늘 위험합니다.”
둘은 짧게 웃었다. 그 순간 진혁은 하루 종일 가슴을 누르던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검수 필름에는 계약서를 진열하기 전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사라진 네 번째 모서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긴 핀셋으로 원본의 끝부분을 들어 올리고, 그 자리에 새 종이 조각을 덧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업자의 옷소매에는 왕립정리위원회 기술팀의 표식이 있었다.
“이걸로 충분합니까?” 진혁이 물었다.
윤상화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누군가 서류를 바꿨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는 됩니다. 다만 지시자가 누구인지는 별도로 밝혀야 합니다.”
그 말에 에르딘은 억울하다는 듯 두 손을 벌렸다. “우리 위원회 물품이니까 기술팀이 보관한 겁니다. 교체 작업에 문제가 있었다면 조사하겠습니다.”
“조사하십시오.” 세리아가 말했다. “그리고 조사하는 동안 집행권 이전 광고부터 철회하세요.”
민도겸은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특별 경매의 제1호 출품을 중지하고, 실제 매각 가능한 대상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권리를 분리해 재등록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만 금화짜리 호가를 불렀던 입찰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검증 절차가 끝나자 청동각은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야 했다. 관객들에게 낙찰 취소 사유를 하나씩 설명하고, 유리 진열함에서 물건을 꺼내 다시 봉인해야 했다. 원본과 덧붙인 두 장을 분리하면 흔적이 더 훼손될 수 있었으므로 각기 다른 보관 표식을 달아 같은 함에 넣기로 했다.
금화 만 오천 닢을 불렀던 입찰자는 불쾌한 얼굴로 항의했다. “내가 오늘 산 물건은 뭐란 말이오? 종이인가, 권리인가?”
민도겸은 망치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 어떤 권리도 낙찰되지 않았습니다. 출품 설명을 다시 검증하겠습니다.”
그 말은 청동각의 평판에 흠집을 남기겠지만, 적어도 다음 거래에서는 분명한 기록이 될 것이다. 진혁은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옳은 선택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사람은 꼭 선한 마음에서만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계단 아래에는 낮에 넘어졌던 작은 상인이 다시 램프를 팔고 있었다. 진혁이 안부를 묻자 그는 깨진 물건의 배상금으로 새 유리를 샀다고 했다. 세리아는 그 장부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자네가 일만 금화짜리 물건을 멈췄는데, 그 사람은 램프 세 개를 다시 팔았군.”
“오늘의 확실한 매출은 저쪽이네요.” 진혁이 말했다.
“경매장 사장이 들으면 서운하겠어.”
“이미 듣고 계시잖아요.”
두 사람은 잠시 웃었다. 짧은 농담 뒤에도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왕립정리위원회가 왜 서류의 모서리를 바꿨는지, 북관의 등불을 부순 사람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서도원의 행방이 왜 열두 해 동안 지워졌는지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누군가의 가족을 입찰품처럼 부르지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을 함께 인정하고 싶었다.
한편 서도원은 공증인 앞에서 오래된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는 자신이 그날 긴급 보상 조항에 서명한 기술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무표와 공방 기록을 제시했다. 다만 자신의 생사와 가족 관계를 둘러싼 지난 열두 해의 공백은 여전히 남았다.
“진혁아.”
사람들이 흩어지고 청동각의 조명이 하나둘 꺼질 때, 노인이 그를 불렀다.
“미안하다. 그때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정말 절 데리고 나온 사람이 당신입니까?”
“그 아이를 데리고 나온 건 나야. 하지만 그 아이가 네가 맞는지는 우리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진혁은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앞에 있었다. 동시에 잘못된 확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흔들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럼 확인합시다.”
“원망스럽지 않으냐?”
“원망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먼저 알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 가늘게 말했다.
“그때 루멘의 안쪽에는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장치가 있었어. 그것을 멈출 수 있는 열쇠가 필요했지. 나는 아이 하나를 그 장치에서 빼냈다고 믿었다.”
진혁은 그 이상을 묻지 않았다. 노인은 아직 모든 것을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진실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오니 왕도는 저녁이었다. 상점가에는 등불이 켜졌고, 청동각 계단 아래에서는 낮의 소란을 치운 관리인들이 바닥을 닦고 있었다. 세리아는 직원들에게 보내야 할 보고서를 적으며 걸었다. 라일은 아이에게 약이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운송조합 사무소로 향했다. 카렌은 진혁과 나란히 천천히 걸었다.
“오늘은 가족을 찾았나요?” 카렌이 물었다.
진혁은 한참 생각하다가 웃었다.
“아직요. 대신 가족이라고 써 놓고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은 막은 것 같네요.”
“그것도 꽤 중요한 일이죠.”
“그리고 이상하게 일만 금화보다 값진 걸 하나 얻었어요.”
“뭔데요?”
“누구도 제 이름을 대신 써 줄 수 없다는 사실이요.”
카렌은 잠시 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왕도로 온 지 나흘째 되는 밤, 진혁은 여관 방에서 검수 참조표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었다. 소란 때문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뒷면에 작은 주소가 남아 있었다.
‘제4등불시설 긴급 기록 이관처: 마레온 외항 북쪽, 폐쇄된 백색 등대.’
그 아래에는 낡은 표식 하나가 찍혀 있었다. 루멘의 제7봉인 열쇠와 닮았지만, 한쪽이 열린 모양이었다.
[감정 대상: 이관처 기록 표식.]
[의미: 보호 대상에게 남긴 귀환 경로.]
[보관 상태: 미확인.]
진혁은 종이를 천천히 접었다. 오래된 계약서를 둘러싼 경매는 끝났지만,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창문을 열었다. 왕도의 등불들이 낮은 별처럼 이어져 있었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면 가장 먼저 무얼 하겠느냐는 질문에, 예전에는 최고급 마법 검을 사고 싶다고 답했을 것이다.
지금은 달랐다.
누군가 어둠 속에 남겨 놓은 길을 찾아서, 그 길의 끝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때 여관 문 아래로 작은 종이봉투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겉에는 낯익은 네 가닥 흰 실이 묶여 있었다.
‘백색 등대에 들어가는 날, 루멘의 심장이 다시 움직일 것입니다.’
진혁은 봉투를 손끝으로 들었다. 협박인지 경고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갈 길을 남이 정하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좋습니다.” 그가 낮게 말했다. “이번엔 제가 가격부터 매기죠.”
제16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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