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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55화
PAYLUA ORIGINAL · 제155화

155화. 도둑에게 가격을 묻는 여자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246자

오프라인 책장
철문 너머에는 오래된 물건이 가득했다. 낮은 천장에 매달린 유리등은 한쪽만 켜져 있었고, 벽을 따라 쌓인 나무 상자에는 옛 운송조합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바닥에는 물기가 남아 구두 굽마다 작은 원이 생겼다. 창고라고 하기에는 출입구가 너무 적고, 은신처라고 하기에는 물건들이 지나치게 질서 정연했다. 검은 장갑을 낀 여자가 큰 작업대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가리는 대신 짙은 갈색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다. 나이는 마흔 안팎으로 보였고, 왼쪽 뺨에는 희미한 흉터가 있었다. “당신이 도장을 가져갔습니까?” 카렌이 물었다. “가져왔습니다. 누구에게서 가져왔느냐는 질문이 먼저일 줄 알았는데.” 여자는 구리 도장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경매장에서 보았을 때보다 깨끗했다. 가장자리의 홈에는 검은 먼지가 끼어 있었다. 진혁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아이에게 도장을 훔쳐 오라고 시킨 건 당신입니까?” “아니요. 그 아이에게 접근한 사람은 내가 찾는 자들입니다. 내가 도장을 빼앗은 건 그다음 일이지요.” “증명할 수 있습니까?” 진혁은 미조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동안 그가 만난 사람들은 언제나 두세 가지 이유로 거짓말을 했다. 돈이 필요해서,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려워서, 혹은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 믿고 싶어서였다. 미조 역시 어느 쪽도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민 작업대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세세한 관리 기록이 남아 있었다. 공구의 위치를 표시한 선, 교체 날짜가 적힌 표찰, 부러진 손잡이를 버리지 않고 따로 담아 둔 상자까지. 진혁은 그런 버릇을 알고 있었다. 오래 기계를 고친 사람들은 사소한 부품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언제 같은 고장이 다시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당신이 왜 여기서 기다렸는지도 설명해 주십시오.” 카렌이 덧붙였다. 미조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도장을 가져간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면 반드시 이 길의 쓰임새를 물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찾아올 사람을 기다린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죠.” 진혁은 그 말이 지나치게 완벽한 답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기록을 더 요구했다. 좋은 이야기 하나로 마음을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여자는 대답 대신 작업대 아래에서 긴 종이띠를 꺼냈다. 출입 시간과 운송품의 무게가 기계식으로 기록된 종이였다. 종이띠에는 도장을 들고 왔던 아이의 입장 시간, 그리고 그 직후 두 명의 남성이 들어와 물건을 요구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저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일만 금화짜리 계약서와 관련되어 있습니까?” “둘 다요.” 카렌이 검 손잡이에 손을 댔다. “이름부터 말씀하시죠.” “윤미조. 예전에는 왕도 등화관리국에서 기록을 복구했습니다. 지금은 해고된 기술자예요.” 진혁이 눈을 깜빡였다. “등화관리국이라면 항로 등불을 관리하던 곳입니까?” “왕도의 거리등과 철도 신호등도 그곳에서 맡았어요. 사람들은 불빛을 켜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두울 때 누가 어느 길로 움직일 수 있는지 정하는 일에 가까웠죠.” 미조는 도장의 네 번째 홈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서씨 기술자들이 만든 건 정확한 서명 도장이 아니었습니다. 고장 난 기록 장치가 사람을 안에 가두지 못하도록, 비상 탈출로를 표시하는 검수 도장이었어요.”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그 기술자들과 같이 일했으니까.” 진혁은 숨을 삼켰다. 자신이 알고 싶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나 너무 쉽게 만난 증인을 믿는 일은 위험했다. 지금까지 그들을 속인 사람들도 진실을 조금씩 섞어 말했다. “어떤 기술자였죠?” 미조는 서랍에서 낡은 작업복 사진을 꺼냈다. 사진은 얼룩져 있었지만 세 사람이 커다란 항로 등불을 둘러싼 모습은 보였다. 한 사람은 어깨가 넓은 노인이었고, 다른 사람은 젊은 여성이었다. 마지막 사람은 사진의 가장자리에서 절반쯤 잘려 있었다. “서도원. 열두 해 전 왕도 등화관리국의 계약직 수리공.” 미조가 말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 그의 조수였어요.” 그녀는 젊은 여성을 가리켰다. 진혁은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 익숙한 듯 낯설었다. 사진 속 사람의 얼굴은 자신의 어린 시절 어느 장면과도 분명하게 겹치지 않았다. “저분이 제 가족입니까?” “그건 내가 증명할 수 없어요.” 미조가 말했다. “사람을 닮았다는 이유로 가족이라 정하면 안 되겠지요.” 진혁은 오히려 그 대답 때문에 그녀를 조금 믿을 수 있었다. 카렌은 사진 뒷면을 살폈다. ‘제4안전로 시험, 등화관리국 북관, 열두 해 전 겨울.’ 잉크는 오래되어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미조는 시험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근무표도 제시했다. 세리아에게 가져갈 수 있도록 복사본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왜 도장을 훔쳤습니까?” 진혁이 물었다. “오늘 밤 그 도장이 청동각의 특별 경매 준비실에 들어가면, 최초 계약서에 찍힌 검수 표식까지 바뀔 수 있어요.” “도장으로 원본을 위조한다는 말인가요?” “단순한 위조는 아니에요. 저 도장은 원본의 네 번째 길이 있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걸 없애면 기술자가 만든 탈출 조항을 계약서에서 분리할 수 있죠.”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품자가 일만 금화짜리 서류만 내놓은 것이 아니라, 그 서류를 읽는 방법까지 통제하려 하고 있었다. 미조는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오래전 시험이 있었던 겨울밤을 떠올렸다. 감정청은 모든 기록을 숫자로 남기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기록 장치가 내리는 판정은 때때로 사람이 하는 말을 대신했다. 기술자들이 ‘중지’라고 외쳐도 장치에는 ‘응답 대기’라는 글만 남는 날이 있었다. “첫 번째 사고 때는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미조가 말했다. “기록은 매끄러웠고, 시험을 담당한 윗사람들은 성공이라고 적었죠. 그러나 문 안에 갇혔던 청소부는 사흘 동안 잠을 못 잤어요. 자기가 밖으로 나가 달라고 소리쳤는데 어느 기록에도 그 말이 남지 않았다고 했거든.” 진혁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서도원 씨가 네 번째 길을 만든 건가요?” “그도 참여했죠. 하지만 혼자 만든 건 아니에요. 야간 경비, 수리공, 젊은 사무원이 같이 제안했어요. 어떤 신호가 들어오더라도 마지막에 사람이 직접 멈출 길이 있어야 한다고.” 미조는 자신의 손바닥을 폈다. 손가락 사이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 장치가 처음 멈춘 밤 내가 이걸 만졌어요. 전기가 끊긴 줄 알고 건드렸다가 화상을 입었죠. 그때 서도원은 먼저 내 손을 찬물에 넣어 줬어요. 관리자에게 보고하기 전에 말이에요. 그래서 기억합니다. 그는 규정보다 사람이 먼저인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어요.” 카렌은 그 증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이야기를 기록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다만 내가 목격하지 않은 일까지 내 말로 채우지는 말아 주세요. 특히 사라진 아이에 관해서요.” “약속하겠습니다.” 진혁은 사진 속 젊은 여성을 다시 살폈다. 여자의 손은 작업대 앞에서 작은 등불을 붙잡고 있었다.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려 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족을 찾는 동안에도 이 사람의 이야기가 누락되어서는 안 됐다. “그분 이름은요?” “원하예요. 하지만 성은 기록마다 달랐어요. 당시 배달인들은 신원을 바꿔 다니기도 했으니까.” 라일이 작게 숨을 삼켰다. 이름이 바뀌어 기록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혹시 그 여자가 누군가를 구했나요?” 미조는 대답 전에 잠시 생각했다. “적어도 한 명은요. 하지만 누구였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 대답으로 모든 비밀이 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물음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그 물음을 견디는 일이었다. 미조는 도장을 상자에 넣고 봉인했다. “나는 이걸 혼자 보관하지 않을 겁니다. 공증인이 있는 곳으로 가져가죠. 당신이 필요한 건 영웅적인 탈취가 아니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비교 기록이에요.”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낡은 철문이 두 번 흔들렸다. 카렌이 곧장 몸을 돌렸다. “누가 옵니다.” 미조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창고 안쪽의 두 번째 출입문을 가리켰다. “비상로는 네 번째 길이라고 했지요? 여기서 첫 번째는 저 문, 두 번째는 계단, 세 번째는 배수구예요. 네 번째는 사람들이 잘 안 보는 곳에 있습니다.” 진혁은 실내를 살폈다. 커다란 작업대 아래에는 낡은 이동식 램프가 하나 놓여 있었다. 램프의 받침에는 네 개의 작은 구멍이 있고 마지막 구멍만 아래로 이어졌다. “밑입니다.” 카렌이 램프를 옮기자 마룻바닥 아래에 작은 손잡이가 드러났다. 미조가 그것을 돌렸다.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수직 통로가 열렸다. “저쪽으로 내려가세요. 나는 경비에게 기록을 설명하겠습니다.” “혼자 남겠다고요?” 진혁이 물었다. “이곳은 내 작업장입니다. 잘못한 것도 없고, 도망칠 생각도 없어요.” 카렌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 저도 남겠습니다. 진혁, 기록 상자를 먼저 위로 올려 보내세요.” 진혁은 망설였다. 카렌과 미조를 두고 떠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미조가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서도원은 마지막까지 사람보다 물건을 먼저 빼내는 걸 싫어했어요. 대신 사람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증거는 절대 잃지 말라고 했죠.” 그는 상자를 받아 들었다. 막연한 불안과 달리, 이 말은 수리공의 성격을 떠올리게 했다. 고장 난 물건에 집착하면서도 사람의 안전부터 생각하는 마음. 자신의 마음속에도 그런 습관이 있었다. 막 통로로 내려가려는 순간 철문이 열렸다. 회색 제복을 입은 남자 둘이 들어왔다. 앞선 남자는 왕립정리위원회 인장을 달고 있었다. “윤미조, 왕실 재산 은닉 혐의로 조사를 요청합니다.” 카렌이 한 발 앞으로 섰다. “정식 영장과 압수 목록을 보여 주십시오.” 남자는 입술을 비틀었다. “당신은 이 건물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그렇죠. 하지만 당신도 아닙니다.” 그들이 말씨름하는 동안 진혁은 통로 아래의 서늘한 공기 속으로 내려갔다. 아래쪽에는 긴 석조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벽에 박힌 작은 유리판 하나가 자신의 모습과 함께 낯선 얼굴을 잠깐 비췄다. 진혁은 걸음을 멈췄다. 유리 속 사람은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서 있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정 대상: 비상로 기록 유리.] [잔류 기억: 미등록 방문자 1명.] [기록 시각: 오늘 오전.] 그는 손바닥을 뗐다. 누군가 이미 자신보다 먼저 이 길을 지나갔다. 유리 아래에는 흐린 글씨가 남아 있었다. ‘서도원이 마지막으로 이 문을 연 이유: 그의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그 아이가 누구였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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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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