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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50화
PAYLUA ORIGINAL · 제150화

150화. 회신을 훔친 사람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514자

오프라인 책장
루멘 경매장의 모든 종을 멈춘 새벽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항구 쪽에서 아침을 알리는 종이 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외항의 어선은 여전히 출항했고, 빵집 화덕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골목을 따라 흘렀다. 다만 루멘 내부에서는 경매 개시 종도, 직원들의 근무 교대 종도 울리지 않았다. 작은 소리라도 제0호 회신 장치에 잘못된 신호로 들어가지 않도록 임시 중단한 것이었다. 진혁은 출근할 때마다 지나던 중앙홀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빈 객석의 붉은 의자에는 흰 천이 덮여 있었고, 높은 천장에서는 새벽 햇빛이 먼지 사이로 내려왔다. 평소라면 출품품을 쌓아 놓을 무대에는 안전 점검용 줄자와 기록판만 놓여 있었다. 그는 오늘이 경매가 없는 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슬퍼 보이네요.” 카렌이 말했다. “장사하는 곳이 장사 못 하니까요.” “그래도 잠깐 닫는 게 낫겠죠.” “네. 거래가 사람보다 앞서면 안 되니까.” 진혁은 그 말을 하고 스스로 조금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해고당하지 않는 것이 목표인 말단 직원이었다. 그러다가 남들이 버리는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힘을 얻었고, 언젠가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경매장을 닫고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에다 아주머니가 따뜻한 수프 한 솥을 들고 왔다. 그녀는 심실 입구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직원들이 새벽부터 굶고 일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좁은 식당에서 수프를 나누어 먹는 동안 누구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하지 않았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밥을 끓이는 일밖에 없어서요.” 에다가 말했다. 세리아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이 건물을 쓰는 사람들이 오늘도 힘을 낼 수 있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니에요.” 진혁은 작은 빵 조각을 수프에 적시며 생각했다. 왕도의 금화 일만 닢짜리 계약에는 이런 시간과 얼굴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경매장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있었다. 그것을 시장에 내놓을 수는 없었다. 도르는 몇 숟갈을 먹고 먼저 일어섰다. 오래전 자신의 손으로 설치한 부품이 다시 문제를 일으킬까 봐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진혁은 그가 조용히 문 쪽으로 걷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혼자 책임지지 마세요. 우리가 같이 확인할 거니까요.” 노인은 잠시 서 있다가 머리를 숙였다. “그 말이 참 오래 걸렸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이는 복도에서 장갑을 끼었고, 어떤 이는 수첩의 첫 장을 다시 읽었다. 작은 아침 식사가 끝나자 경매장에는 다시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대 괴수의 비밀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은 이런 평범한 발소리였다. 심실로 들어가기 전, 오렐은 작업자 전원에게 서명받았다. 이번 작업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외부에서 조작된 회신 시계를 멈추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심실 자체의 반응을 훼손하지 않는 것. 제2심실의 문은 열지 않았다. 위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공간을 탐험하는 일은 나중 문제였다. 먼저 외부 장치가 장치의 침묵을 다른 사람의 동의로 바꾸지 못하게 해야 했다. 해린은 네 개의 공명판을 차례로 설치했다. 도르는 진혁이 동화 마흔 닢에 낙찰받은 보조축을 기록 분리 회로에 연결했다. 오렐이 시험값을 확인하고 카렌이 공용 기록지에 시각을 적었다. 세리아는 마지막으로 기술관의 중단 권한을 확인했다. “어떤 신호가 와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누구도 오늘의 결과를 위해 자기 목숨을 담보로 걸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래된 회신 장치를 작동시켰다. 종시계의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다가 열세 분 지점에서 멈췄다. 벽 안에서 세 번의 신호가 울렸다. 여느 때라면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해린이 청각 보정판의 네 번째 홈을 열자, 지금까지 들리지 않던 아주 약한 떨림이 따로 기록됐다. “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네 번째가.” 그것은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된 종이 한 장이 바람에 흔들릴 때처럼 낮고 가벼운 마찰음이었다. 기계의 기록 바늘은 그 부분에서 한동안 맴돌다가 작은 점 하나를 찍었다. [미확인 응답: 거절 신호 1건.] [자동 직무 배정에 대한 원본 이의 발견.] 진혁은 손바닥에 떠오른 문구를 보며 숨을 멈췄다. 자신이 거절을 선언하면 충분한 일이 아니었다. 원래 요청을 받은 사람, 혹은 그 자리 자체에 관한 오래된 이의가 존재했다. 그것을 외부 장치가 듣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것이다. “기계 기록은 확보했습니다.” 오렐이 말했다. “이제 원본과 대조해야 합니다.” 그때 전령통에서 거친 긁힘이 들렸다. 누구도 명령하지 않았는데 장치의 외부 전력판이 켜졌다. 벽의 황동판이 붉게 달아오르며 낯선 목소리가 흘렀다. ‘수취 거절은 무효. 예정된 임명 절차를 진행한다.’ 라일이 출입문 쪽으로 뛰어갔다. 외부 전력 공급을 통제하는 작업자가 이미 현장에 없었다. 누군가 사전 승인 없이 원격 회로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오렐은 설계도를 뒤적이며 전력 차단 순서를 외쳤다. 만약 한꺼번에 차단하면 냉각 수로의 보호 장치까지 멈출 수 있었다. 도르가 분기 레버를 잡았다. “남쪽 회수관부터 끊겠소. 그동안 예비 펌프를 돌리시오!” 진혁은 달려가 그를 돕고 싶었지만 카렌이 앞을 막았다. “당신은 기록을 보세요. 지금 어디가 먼저 꺼져야 하는지 알려 줄 사람이 당신밖에 없어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도에서 낙찰받은 종시계의 기록 코어를 살폈다. 외부 회신선과 냉각선의 접점이 겹치는 곳에 가느다란 구리 고리가 보였다. 열두 해 전 유나와 도르가 만든 보조축은 그 접점을 분리하기 위한 장치였다. “동쪽 분기판의 두 번째 단자입니다. 외부 회신선만 끊을 수 있어요!” 오렐은 측정값을 확인하고 승인했다. 도르와 기술자들이 단자를 분리하자 붉은 불빛이 한순간 크게 빛났다. 곧 전령통의 소리가 멎었다. 그러나 심실 바닥에서 깊은 진동이 다시 시작됐다. 새로 들어온 신호가 아니라, 그동안 눌려 있던 반응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느낌이었다. [제2심실: 독립 응답 대기.] [현재 요청: 외부 회신선의 영구 차단 여부 확인.] [주의: 생체 반응을 계약 의사로 간주할 수 없음.] 진혁은 눈을 감았다. 손바닥에 나타나는 문장은 유용했지만, 최종 답을 대신해 주지 않았다. 그는 세리아를 돌아봤다. “사장님, 이 장치의 사용권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입니까?” “우리가 관리하는 외부 기록 장치까지야. 심실 자체를 마음대로 폐기하거나 팔 권한은 없어.” “그럼 그 부분만 멈춥시다.” 세리아는 즉시 시설팀의 권고와 자신의 관리 권한을 확인해 정식 중단서를 작성했다. 해린은 네 번째 신호의 원본 파형을 독립 보관 장치에 복사했다. 카렌은 참관인과 함께 위조 임명 기록을 증거로 남겼다. 그 누구도 유나나 레온의 이름으로 새 동의를 작성하지 않았다. 마지막 잠금쇠를 채우자 심실의 진동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밖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벨라가 중앙홀의 직원들에게 안전 점검이 끝났다고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그들이 막은 것은 사람의 이름을 마음대로 임명장에 넣는 장치의 한 갈래였다. 그 장치를 만든 사람과 이용한 사람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유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제2심실의 안쪽에서 무엇이 반응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장치가 멈춘 뒤에도 직원들은 곧바로 환호하지 않았다. 먼저 화재가 나지 않았는지, 배수구에 역류가 생기지 않았는지, 기계실에 남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카렌은 비상 출입 기록을 받아 열한 명의 기술자와 네 명의 경비원이 모두 돌아왔는지 세었다.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그는 회의실에 남아 전보를 보내고 있었다. 카렌은 이름 옆에 작은 표시를 하고 나서야 숨을 내쉬었다. 바깥에서는 임시 통제선 너머의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다 아주머니는 식당 문을 연 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비워 뒀다. 벨라는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과 오늘 당장 위험한 구역을 안내하는 정보를 함께 전했다. 어떤 상인은 언제 경매를 다시 시작하느냐고 물었고, 다른 상인은 맡긴 물건의 보관 상태가 궁금하다고 했다. “순서대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벨라가 말했다. “물건은 그대로 있고, 손님들의 위탁권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진혁은 그 모습을 보며 겨우 손에서 힘을 뺐다. 거대한 신호를 멈춘 것보다, 손님들이 자신의 물건을 돌려받을 수 있게 만든 사실이 그에게는 더 실감 나는 승리였다. 오후 늦게 기술청은 루멘 내부 기록 회선의 긴급 가동 중단을 승인했다. 공공 안전을 위한 냉각 설비는 유지하되, 원본 회신을 외부로 전송하는 회로는 동결하기로 했다. 왕도 항만위원회에도 같은 통지가 전달됐다. 에르딘의 독점 수신권 신청은 조사 종료 전까지 유보됐다. 진혁은 마침내 중앙홀로 돌아왔다. 벨라가 계산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사용한 부품, 실험 비용, 기술관 수당을 정산해야 합니다.” “얼마나 나왔습니까?” 벨라는 아주 친절한 얼굴로 종이를 내밀었다. 진혁은 숫자를 보고 입을 벌렸다. “동화 마흔 닢짜리 물건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이요?” “부품 값은 싸도 사람의 시간은 공짜가 아니거든요.” “그러면 다음 경매에서 꼭 이익을 내야겠네요.” 세리아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웃었다. “그게 자네 본업이지.” 카렌은 진혁에게 어깨를 부딪쳤다. “오늘은 일단 식사부터 해요.” 네 사람은 문을 나섰다. 마레온의 저녁은 주황색이었다. 부두 끝에서 고깃배들이 돌아왔고,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빛이 낡은 창고의 벽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어느새 루멘 앞에 작은 시장이 열려 사람들이 그날 잡은 생선을 흥정하고 있었다. 진혁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여전히 이곳의 감정사라는 사실을 느꼈다. 그날 밤, 해린은 복원한 필름의 마지막 부분을 세리아에게 전달했다. 이제까지 누구도 듣지 못했던 아주 짧은 음성이 있었다. 목소리는 유나의 것과 닮았지만, 음성 감정 결과만으로 신원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회신을 받을 사람을 찾지 마. 회신을 훔친 사람을 찾아.’ 세리아는 편지를 접고 한동안 창밖을 바라봤다. 그 말은 새 출발 같기도, 오래된 경고 같기도 했다. 한편 에르반 왕도의 깊은 지하에서는 은색 장갑을 낀 남자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루멘 회신선이 차단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그는 조용히 종이를 찢었다. 책상 뒤의 벽에는 일곱 개의 봉인과 아홉 개의 빈자리를 그린 도면이 붙어 있었다. “제7의 열쇠가 스스로 거절하는 법을 배웠군.” 남자는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사라진 구리 반지와 똑같이 생긴 모형이 놓여 있었다. 진품인지 사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손가락으로 상자를 두드리자 안쪽에서 짧은 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다음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걸 보내지.” 왕도의 외부 경매 게시판에 다음 날 올라갈 특별 출품 목록이 놓였다. 제1호 출품품. ‘루멘 경매장 설립 이전의 첫 번째 계약서.’ 시작가. 금화 일만 닢. 그리고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계약 상대: 서진혁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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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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