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소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루멘의 중앙 경매장은 오전부터 객석을 가득 채웠다. 바깥에서는 항구 축제에 쓰는 금속 종을 팔고 있었고, 지하 작업장은 교체한 냉각관을 갈아 끼우느라 망치질이 끊이지 않았다. 상인들이 가격을 외치고, 손님들이 물품의 흠을 지적하고, 아이들이 복도를 뛰어다녔다. 이처럼 평범한 하루의 소음이 오히려 심실 아래로 내려갈 때는 큰 장벽이 되었다.
“조용한 순간만 기다릴 수는 없겠군요.” 오렐이 말했다.
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없애려 들지 마세요. 어떤 소리가 어느 길로 들어오는지 구별하면 됩니다.”
그녀는 작업대에 검은 천을 펼치고 네 개의 작은 공명판을 올려놓았다. 사람 손바닥만 한 금속판에 길이가 다른 가느다란 홈이 패여 있었다. 홈마다 특정 음역만 오래 울렸다. 진혁은 평범한 악기처럼 보이는 물건에 손을 얹었다.
[고대 청각 보정판.]
[기능: 함께 울린 소리를 주파수별로 분리.]
[주의: 특정 기록 신호와 함께 사용할 경우 청취자의 반응을 입력값으로 삼을 수 있음.]
“이것도 함부로 듣기 어렵겠네요.”
“맞아요.” 해린이 말했다. “그래서 사람 대신 기계에 먼저 듣게 할 겁니다.”
실험 장치를 만들기 전 해린은 진혁을 밖으로 불렀다. 두 사람은 빈 경매석에 앉아 출품품 설명서를 보는 손님들을 바라봤다. 어떤 사람은 입찰 직전에 안내문을 처음 읽었고, 어떤 사람은 가격표만 사진처럼 눈에 담았다. 해린은 그 모습을 한동안 지켜본 뒤 말했다.
“감정사님이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모두가 똑같이 듣는다고 생각하나요?”
“그럴 리가요. 제가 분명히 위험하다고 말해도 그냥 싼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심실의 소리를 들었을 때도 같은 일이 생기겠죠. 누구는 경고라고 듣고, 누구는 초대라고 듣고, 누구는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겁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기록하는 기계와 말을 이해하는 사람의 차이는 이제 그의 일에서 가장 중요해졌다.
그날 오후에는 경매장 직원들을 위한 작은 안전 훈련이 열렸다. 예고 없이 울린 종소리에 놀라는 대신, 지정한 경로로 이동해 대피 명부에 자기 이름을 남기는 연습이었다. 도르는 젊은 직원들의 걸음을 따라가다 숨이 찼고, 라일은 앞장서서 비좁은 문을 지키다가 카렌에게 줄을 제대로 서라는 지적을 받았다.
“저는 원래 앞에서 길을 찾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뒤에 사람이 넘어져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죠.”
라일은 항복하듯 두 손을 들었다. 진혁은 그들을 보다가 웃었다. 오래된 경매장도 결국 이렇게 서툴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며 지키는 곳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 벨라는 실제로 대피에 걸린 시간을 기록했다. 첫 번째는 육 분, 두 번째는 오 분이었다. 여전히 좁은 북쪽 계단에서는 병목이 생겼고, 어린 견습 직원은 왼쪽 문과 오른쪽 문을 헷갈렸다. 모두가 피곤했지만 문제를 발견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이었다.
“안전이라는 게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인 줄 몰랐어요.” 진혁이 말했다.
“사고가 나면 훨씬 많이 듭니다.” 벨라가 답했다.
그녀는 장부를 덮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사람을 돌려놓는 비용은 계산할 수도 없고요.”
진혁은 그 말에 잠시 대꾸하지 못했다. 경매에서는 모든 물건에 시작가가 있었지만, 사람의 안전에는 시작가를 붙일 수 없었다.
그들은 여섯 시간에 걸쳐 시험 장치를 만들었다. 도르가 냉각 수로의 압력을 안정시키고, 오렐은 기록판을 병렬로 연결했다. 카렌은 바깥 출입문에 경계선을 표시했으며, 벨라는 직원들에게 시험 시각과 대피 위치를 알렸다. 세리아는 중앙 경매가 끝나기 전까지 주요 설비를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했다. 소리 하나 찾겠다고 장사를 망칠 수는 없었다.
진혁은 그 사이 정상 위탁품 감정 업무를 맡았다. 항구의 젊은 어부가 가져온 것은 작은 청동 종이었다. 바다 괴물의 비늘을 떼는 도구라며 비싸게 팔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는 기대 어린 어부의 얼굴을 보며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시험 결과 종의 진동은 특정 어종이 싫어하는 음역을 냈지만 사람에게도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었다. 장치를 그대로 팔기보다는 제한된 시험을 거쳐 안전한 용도를 찾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그럼 당장 돈은 못 받습니까?” 어부가 물었다.
“판매가 가능한 범위가 확인되면 가격도 달라질 겁니다. 원하시면 감정서에 현재 확인한 내용만 기록하겠습니다.”
어부는 잠시 고민하다 동의했다. 진혁은 수수료를 깎아 주지 않았지만 과장된 가치를 붙이지도 않았다. 어부가 돌아가며 말했다. “그래도 뭘 가진 건지 알게 됐으니 손해는 아니군요.”
그 말이 기분 좋게 남았다. 진혁은 감정실 문을 닫고 심실로 내려갔다.
해린은 수로 끝의 철문 앞에 서 있었다. 그곳은 제2심실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통로였다. 정확히 말하면 벽의 틈에 금속으로 된 좁은 문이 있었고, 그 뒤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지도에는 가느다란 배수관 하나로 표시된 부분이었다.
“세 번이 울리면 여기가 답하죠.” 해린이 말했다.
시험은 비교적 단순했다. 기록 장치에서 세 개의 짧은 신호를 보내고, 정해진 간격 뒤에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는 것이다. 공명판은 금속성 진동과 수압 진동을 분리해 작은 바늘로 기록했다. 같은 시험을 두 번 반복했는데, 첫 번째에는 아주 낮은 울림이 돌아왔고 두 번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 달라졌죠?” 진혁이 물었다.
오렐은 기술 기록을 살펴봤다. “첫 번째 시험 때 공용 창고의 수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두 번째에는 닫혔고요.”
그들은 창고 수문을 일부 열어 둔 상태에서 세 번째 시험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미세한 신호가 돌아왔다. 제2심실의 존재보다 먼저 수로 연결이 증명된 것이다. 진혁은 안도했다. 적어도 현상 하나는 마법이 아니라 구조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 번째 시험은 달랐다.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벽 안쪽에서 무거운 소리가 네 번 울렸다. 바닥의 먼지가 파르르 떨리고, 천장 모서리에 달려 있던 작은 금속 고리가 흔들렸다.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실험 중단!” 오렐이 외쳤다.
도르가 바로 외부 배기 밸브를 열었다. 큰 진동은 가라앉았지만 공명판 하나가 붉게 달아올랐다. 해린은 면포 너머로 정확히 그 장치의 방향을 바라봤다.
“이건 우리가 보낸 신호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카렌이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럼 누가?”
해린은 천천히 대답했다. “안쪽에서 먼저 보낸 거예요.”
벽의 틈에서 바닷물 냄새가 강하게 밀려왔다. 진혁은 돌기 위에 손을 얹으려다 카렌의 시선을 느끼고 멈췄다. 섣불리 접촉하면 장치가 자신의 반응을 기록할 수 있었다. 대신 도르에게 장갑을 낀 채 표면 온도만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상하군.” 도르가 말했다. “물은 차가운데 이쪽 금속만 따뜻해.”
진혁은 손바닥에 나타난 문구를 읽었다.
[제2심실의 독립 응답 확인.]
[신호 형식: 동의 또는 거절이 아님.]
[추정 의미: 접근 금지.]
그는 숨을 삼켰다. 장치가 보낸 경고가 곧 생물의 의사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것을 무시하고 문을 여는 것은 위험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라일이 그를 돌아봤다. “보통은 이럴 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주인공의 역할 아니에요?”
“그런 주인공은 꼭 다음 장면에서 천장이 무너지더라고요.”
해린이 피식 웃었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그들은 철문과 통로를 봉인하고, 외부 기술청에 정밀 조사 요청을 보냈다. 대피 안내도 강화했다. 시계를 볼 때는 아직 기한이 스물일곱 번의 일몰이나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시간이 넉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심실을 닫고 돌아가는 길에 라일은 해린을 따라 걸었다. 그는 눈을 가린 사람이 어떻게 복도의 모퉁이를 알아채는지 궁금했다. 해린은 지팡이로 벽을 가볍게 두드리고, 벽에서 돌아오는 소리와 발밑의 재질이 바뀌는 소리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그럼 저도 눈을 가리고 걸으면 배울 수 있을까요?”
“배울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 따라 하지는 마세요. 이 복도에는 벽에 튀어나온 쇠못도 있으니까요.”
라일은 민망하게 웃었다. 해린이 지팡이를 한 번 더 두드리자 멀리서 정리 작업 중인 직원의 발걸음이 들렸다.
“당신은 자꾸 남의 발자국을 찾으려 하네요.” 해린이 말했다.
“직업병입니다. 훔치지 않고 찾아야 하는 물건이 많아서요.”
“자기 발자국은 찾고 있나요?”
라일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잃어버린 어린 시절과 남관역의 반송함, 화령의 배달인 표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직 자신의 이름조차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이 때로는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늘 자신이 어디로 걸어왔는지는 알았다.
“그건 조금씩요.”
해린은 더 묻지 않았다. 지팡이의 작은 은방울이 조용히 한 번 울렸다. 라일은 그 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공명판의 시험값을 정리하던 해린은 진혁에게 한 가지 주의를 더했다. 감정 능력 때문에 눈앞에 떠오른 문장에는 언제나 대상의 이름이 붙지만, 기록 기계가 남긴 것은 사람의 말을 그대로 보존한 결과가 아닐 수 있었다. 특히 오래된 제0호 장치는 입출력 장치를 여러 번 교체한 흔적이 있었다.
“정확한 진실을 본다고 해도, 무엇에 관한 진실인지 모르면 위험합니다.” 해린이 말했다.
진혁은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시계가 보여 준 ‘응답 대기’가 사람의 동의를 기다린다는 뜻인지 기계의 정상 작동 신호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수첩의 가장 위에 새 문장을 적었다.
‘신호를 읽을 때는 먼저 신호를 보낸 대상을 확인할 것.’
그렇게 적어 놓자 머릿속의 복잡한 문구가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그는 신호가 도착한 시각뿐 아니라 그 신호를 누구의 장치가 만들었는지도 반드시 적기로 했다.
밤늦게 잠을 이루지 못한 그는 경매장의 작은 기록실에서 왕도에서 가져온 사진들을 다시 정리했다. 그중 43번 황동판의 뒷면 사진에 연필로 그려진 네 개의 점이 보였다. 세 점은 선으로 연결돼 있었고 네 번째 점만 따로 떨어져 있었다. 이전에는 수리 위치를 표시한 도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 번째 점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가 있었다.
‘이쪽의 문은 바깥에서 열 수 없다.’
그 아래의 서명은 뜻밖에도 카렌의 아버지, 레온이었다.
제14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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