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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44화
PAYLUA ORIGINAL · 제144화

144화. 동화 마흔 닢짜리 보조축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288자

오프라인 책장
루멘 경매장이 오래된 시설 장비를 처분하는 날에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몰렸다. 금화 수십 닢짜리 보석은 귀족들만 관심을 가졌지만, 낡은 쇠붙이는 항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곳을 찾아냈다. 고장 난 권양기에는 새 줄을 걸 수 있었고, 구식 압력계는 바늘을 바꾸면 염전의 증기솥에 쓸 수 있었다. 어부들에게 중요한 것은 왕실 인증보다 파도와 소금을 얼마나 견뎌 냈느냐였다. 작업용 장갑을 낀 사람들이 경매장 뒤뜰에 모여 흥정을 시작하면, 루멘은 화려한 유물 시장보다 거대한 공구 상점에 가까워졌다. 진혁이 뒤뜰에 나온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날 경매 물품에는 심실의 오래된 배관 부속들이 섞여 있었다. 시설 책임자 도르는 폐기 승인서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세리아도 처분 명령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목록에는 ‘루멘 소유 자산, 노후 교체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물건을 올렸는지 모르겠다고요?” 카렌이 되물었다. 벨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전자 원부에는 사흘 전에 접수된 걸로 되어 있어요. 수기로 쓴 위탁증에는 관리자 이름이 지워져 있고요. 그래도 누군가 정식 도장을 찍었습니다.” “도장만 있다고 정식 처분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출품을 보류했죠. 그런데 오늘 손님들에게 보여 줄 일반 정리품에도 비슷한 부속이 들어 있습니다.” 진혁은 공구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쇠테를 두른 작은 바퀴와 일자형 핀, 녹슨 나사 여러 개가 한 꾸러미로 묶여 있었다. 표준 감정가는 동화 여덟 닢. 구형 배관에 쓰던 부품이라 이제는 맞는 설비가 없다고 적혔다. 그가 맨 아래 깔린 은회색 축을 만지자 손바닥이 따뜻해졌다. [무명 보조축.] [표면 용도: 폐기된 수로 밸브 연결부.] [실제 기능: 역류 압력과 신호 압력을 물리적으로 분리.] [제작자 표식: 유나, 도르.] [마지막 시험: 열두 해 전, 성공.] 진혁은 눈을 크게 떴다. 심실의 반사 반응과 기록 장치가 만든 신호를 혼동하지 않으려면 분리 장치가 필요했다. 오렐은 새로운 설비를 주문하자고 했지만, 제작비와 운송비를 합치면 은화 서른 닢 이상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오래된 해결책이 낡은 공구 더미에 묻혀 있었다. “저거 출품할 수 있습니까?” 그가 벨라에게 물었다. “일반 정리품은 출품 승인됐어요. 다만 당신이 내부 직원이라는 사실은 고지하고, 직접 감정에 참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제가 가진 정보는요?” “안전과 관련된 정보는 경매원과 모든 입찰자에게 공개해야죠. 소유자에게 불리한 걸 숨기고 싸게 사면 부당합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정보 일부를 공개하면 입찰가가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자신이 그동안 비판해 온 위조 감정사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는 기능을 재시험할 때까지 출품을 미루자는 의견을 냈다. 정작 벨라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시험 결과를 조건부 감정서로 붙이고 정리품 경매를 진행하죠. 지금은 소유권이 확실한 물품만 팔 거예요. 당신이 살지, 다른 사람이 살지는 공개 입찰로 결정하면 됩니다.” 도르가 정리품을 팔게 된 경위를 확인하는 동안 진혁은 입찰표를 유심히 살폈다. 항만의 소액 경매는 중앙홀의 귀족 경매와 규칙이 조금 달랐다. 값비싼 보증금을 미리 맡길 필요는 없지만, 낙찰 즉시 대금을 내고 물건을 가져가야 했다. 한번 팔린 고철에는 작동 보증이 붙지 않았고, 매각 후 발견된 고장은 구매자 책임이었다. 그 때문에 항구 사람들은 경매 시작 전에 물건을 몇 번이고 뒤집어 봤다. 진혁도 어쩔 수 없이 예산을 계산했다. 출장 정산 뒤 주머니에는 은화 세 닢과 동화 예순 닢이 남았다. 축 한 점에 동화 마흔 닢 이상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 돈을 쓰면 이번 주 식비와 보관비를 줄여야 했다. 그가 자신의 잔돈을 탁자 위에 늘어놓자 라일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을 구할 유물을 사는 사람처럼 굴더니 지금 동전 세는 겁니까?” “세상을 구하는 비용을 누가 대신 내 줍니까?” “나라에서 보조금 같은 건 없나요?” “그런 게 있으면 제가 가장 먼저 신청했죠.” 카렌은 피식 웃으며 진혁이 계산한 종이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이름을 적지 않은 자금 지원을 제안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공동으로 쓰는 물건과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물건을 구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려면 당신 이름으로 사요. 공공 조사에 사용할 때는 별도 임대계약을 쓰면 되니까.” “그렇게 하면 제가 드디어 정식 임대인이 되겠군요.” “임대료 때문에 또 싸울 거겠죠.” “싸움은 안 하겠습니다. 서류로만 따지죠.” 카렌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게 미소 지었다. 서로 위험한 일을 함께하는 동안 생긴 친밀감이, 평범한 돈 계산을 앞에 두고 조금 다른 모양이 되고 있었다. 뒤뜰에서는 선박 수리공들이 눈대중으로 부품을 고르고 있었다. 어느 노인은 진혁이 유심히 보던 축을 들어 햇빛에 비춰 봤다. 금속 표면의 작은 흠집마다 소금이 끼어 있었지만 중심은 놀랍도록 깨끗했다. 노인은 그것이 값싼 고철만은 아닐 수 있다는 눈치를 챘다. 진혁은 그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지 않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시험 예정 사항을 다시 알려 줬다. 결국 이 경매가 단순한 행운이 아니게 된 건 그 때문이었다. 누구나 같은 정보를 들은 뒤 서로 다른 용도를 생각해 가격을 불렀다. 진혁은 자신이 더 절실하게 이 물건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으로 특혜를 받을 수 없었다. 오렐은 축을 분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격을 측정했다. 두 가닥의 압력 통로가 내부에서 서로 닿지 않는 구조가 확인되었다. 완전한 시험을 위해서는 맞는 설비에 장착해야 했으므로 작동 여부는 보증하지 않았다. 경매장 안내판에 그 사실이 함께 붙었다. “기계에 쓰는 물건이라더니 왜 감정사가 직접 산대?” 키 큰 선박 수리공이 물었다. “제가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 진혁이 솔직하게 답했다. “그럼 나도 필요하지. 여기서는 뭐든 값이 있는 거라고.” 경매사의 망치가 첫 번 울렸다. 시작가 동화 여덟 닢. 진혁은 열둘을 불렀다. 수리공은 열다섯. 뒤에서 누군가 스무 닢을 올렸다. 작은 동전들이 오가는데도 관객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서로가 감춰 둔 기술과 필요를 가격으로 드러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동화 서른.” 진혁이 말했다. 라일이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쪽이 계속 올리면 어떡해요?” “그러면 포기해야죠. 제 월급은 무한하지 않으니까.” “정말 평범한 사람이 된 기분이군요.” 회색 장갑을 낀 경쟁자가 서른다섯 닢을 불렀다. 진혁이 잠시 망설이다가 마흔 닢을 제시하자, 마지막 경쟁자는 더 올리지 않고 손을 내렸다. 그는 진혁을 노려보며 낡은 축 하나에 그만한 돈을 쓸 줄 몰랐다고 투덜거렸다. 진혁도 속으로 동의했다. 원래 싼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은 고철값으로 보물을 사는 데 있었으니까. “낙찰, 동화 마흔 닢!” 망치가 세 번 내려왔다. 주변에서 박수가 나왔다. 큰 경매에서는 상상도 못 할 소액이었지만, 진혁은 손에 받은 작은 영수증이 유난히 묵직했다. 그러나 뒤뜰 경매가 끝나려던 순간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보류된 심실 부품 꾸러미를 실은 손수레가 출입문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운송표에는 ‘긴급 파손물 처리’라고 쓰여 있었고 운송인들은 누가 보냈는지 몰랐다. 표를 발급한 기관 칸에는 왕도 중앙 비축고의 임시 인장이 찍혀 있었다. 카렌이 앞을 막았다. “보류 품목입니다. 옮길 수 없습니다.” 운송인들이 멈칫하는 사이 회색 외투를 입은 남자가 걸어왔다. 그는 자신을 왕립정리위원회 대리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름은 에르딘. 남자는 아주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루멘 경매장은 왕실과 오래전 계약을 맺었습니다. 일정 기간 미회수된 시설 부속은 중앙 비축고의 보관물로 전환됩니다. 출고를 거부하면 계약 위반입니다.” 세리아가 서류를 받아 읽었다. “이 조항은 임시 보관에 관한 거예요. 소유권 양도 조항이 아닙니다.” 에르딘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면 왕도에서 판단할 일이겠군요. 다만 회신 기한을 놓치면 곤란해질 겁니다.” 진혁은 그가 방금 사용한 말에 시선이 멈췄다. “무슨 회신 기한이죠?” “오래된 계약도 시간이 지나면 대답을 요구하는 법입니다.” 남자는 마차에 오르기 전 진혁을 돌아봤다. “저는 서른다섯 닢까지 불렀습니다. 감정사님이 가진 축은 값보다 쓰임이 커 보이더군요. 다음번에는 그쪽이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제야 진혁은 마지막 입찰자가 쓰고 있던 짙은 회색 장갑을 떠올렸다. 얼굴이 가려져 몰랐지만, 경매 중 가장 마지막에 손을 내린 사람이 바로 에르딘이었다. 에르딘이 떠난 뒤 벨라는 정리품 목록 전체의 결재 흐름을 확인했다. 보류된 심실 부품이 언제 일반 출고 대장으로 복사됐는지 알아야 했다. 세리아는 목록을 통째로 없애 버리지 말고 감사용 복사본을 먼저 남기라고 했다. 누군가 권한 없이 처리했음을 밝혀내려면 원래 잘못된 기록도 필요했다. “사장님께서 다 지우라고 하시면 더 쉽긴 합니다.” 벨라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나중에 누가 책임졌는지 알아야지.” 도르는 부속품의 실제 수량을 조사했다. 오래된 장치라고 해서 모조리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외부 수로에 쓰는 단순한 손잡이는 직원 교체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심실과 직접 연결되는 신호판은 어떤 형태로든 출품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오렐은 각각의 장치를 빨간색, 노란색, 흰색 꼬리표로 나눠 걸었다. “이런 작업이 쓸데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어요.” 오렐이 말했다. “그런데 오래된 산업 시설에서 가장 위험한 건, 누군가가 더 이상 쓸모없다고 생각한 물건을 허락 없이 꺼내 가는 겁니다.” 진혁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동화 마흔 닢짜리 축을 다시 봤다. 누군가 그것을 폐기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장으로 흘러나왔다. 그 덕분에 필요한 도구를 싸게 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갔다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세리아는 마지막 꼬리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날부터 루멘에서 나가는 시설 장비에는 기술 책임자와 소유 관리자의 서명이 모두 필요했다. 매우 평범한 새 규정이었다. 그러나 세계의 운명을 다루는 전설적인 봉인보다, 당장 사고를 줄이는 데는 그런 규칙이 더 직접적일 때도 있었다. 그날 밤 도르와 오렐은 낙찰받은 축을 시험 장치에 걸었다. 임시 수로에 압력을 낮게 걸자 서로 섞여 있던 두 신호가 처음으로 선명히 나뉘었다. 하나는 기계의 응답, 다른 하나는 건물 안쪽에서 나오는 미세한 자발적 떨림이었다. “작동합니다.” 오렐이 말했다. “적어도 이 범위에서는요.” 진혁이 웃으려는 순간, 수신 부표 한쪽에서 전혀 다른 파형이 나타났다. 분리된 신호 한쪽에 사람이 남긴 음성 정보가 기록돼 있었다.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 그 말은 유나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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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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