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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38화
PAYLUA ORIGINAL · 제138화

138화. 물 아래의 제0접수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53자

오프라인 책장
43번 황동판이 붙은 화물차는 비축고 북측 문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바퀴가 돌바닥의 홈을 지날 때마다 덮개 아래에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마부는 비를 막으려고 목까지 올라오는 외투를 입었고, 운송 경비는 두 명뿐이었다. 카렌이 무심코 발을 내디뎠지만 세리아가 막았다. “뛰어가서 잡으면 뭐라고 할 건데? 우리한테는 수로 점검 허가밖에 없어.” “분실 물건을 운반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공식 신고로 움직여야지.” 라일은 화물차의 바퀴 간격과 위쪽 깃발을 확인해 두었다. 지붕 끝의 붉은 마름모는 왕실 계약 운송업체 ‘청안 운송’의 표식이었다. 화물차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출고대장과 목적지는 남아 있을 것이다. 하서린은 곧바로 분실 품목 관련 보존 요청과 운송 중단 여부 판단을 경비대에 넘겼다. 현장에 있던 누구도 허가받지 않은 추격을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조사관은 그날 밤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비축고 수로의 이상 작동으로 공공 안전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시설 본부와 공동으로 북측 이송 설비의 외부 조사 범위를 확장한다는 것이었다. 제0보관실의 원본 문서 열람은 여전히 허가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 중인 장치의 위치와 위험을 확인하는 일은 시설 안전 점검의 일부가 되었다. 해가 지자 에르반 외곽의 창고 지대에는 불빛이 드문드문 켜졌다. 전시장 뒤편 수리 공방은 밤에도 붉은 화로를 피우고 있었고, 물을 운반하는 인부들은 장화를 말리며 내일 작업 순서를 의논했다. 지백 총괄관은 비축고의 보안 사고가 도시 전체의 소문으로 퍼지는 것을 막고 싶어 했지만, 이미 시장에는 ‘왕실 지하에 귀신 창고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귀신이면 통행료를 얼마나 받을까요?” 진혁이 말했다. 카렌은 얼굴도 돌리지 않았다. “적어도 당신보다 덜 받겠죠.” “저 오늘 감정 수당도 못 받았거든요.” 일행이 찾은 곳은 북측 이송설비의 외부 조작실이었다. 작은 벽돌 건물 안에는 길이가 각기 다른 레버와 둥근 압력계, 오랫동안 쓰지 않은 전신기가 놓여 있었다. 창문의 습기를 닦아 내자 저편으로 비축고의 거대한 벽이 보였다. 벽 아래에는 검은 물이 흘렀고, 수면 위로 낮은 철제 입구가 반쯤 드러났다. “저기가 제0보관실입니까?” 진혁이 물었다. 재휘는 고개를 저었다. “물건이 들어가는 이송 창구일 가능성이 높아요. 보관실과 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동화 여섯 닢짜리 고리로 측정한 작동 파형이 다시 나타났다. 오늘 낮 수문이 이상 작동했을 때와 같은 파형이었다. 윤담은 입술을 깨물며 수치 세 개를 비교했다. 첫 번째는 열두 해 전 잔향석의 파형, 두 번째는 최근 황동판 분실 시각, 세 번째는 새벽 점검 중 기록한 이상 움직임이었다. “세 번 모두 같은 간격으로 움직였어요. 누군가 이송 설비를 반복해서 작동한 겁니다.” “왜 하필 열두 해 전 기록과 같죠?” 카렌이 물었다. “같은 장치를 계속 쓰고 있거나, 옛 신호를 복제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시설팀장은 안전을 위해 상부 조작실의 자동 신호 입력을 끊고 수동 상태로 전환했다. 그 즉시 벽 안쪽에서 낮은 종소리가 한 번 났다. 오래된 금속이 긴장을 푸는 소리 같았다. 그러나 압력계 바늘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다른 곳에서 압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하부에 별도 펌프가 있군요.” 재휘가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움직이면 이 조작실을 멈춰도 완전히 차단되지 않아요.” 경비병이 외부 통로를 점검하는 동안 세리아는 구석의 오래된 안내판을 발견했다. 먼지를 닦자 ‘제0접수: 물품 인도 전 원권리자 확인’이라는 문장이 드러났다. 그 아래에는 열두 해 전까지만 쓰였던 작은 칸 세 개가 있었다. 첫 번째는 발송자, 두 번째는 보관자, 세 번째는 수취 의사 확인이었다. “유나가 이걸 봤다면…” 세리아가 중얼거렸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진혁이 물었다. “누구 한 사람에게도 이 세 칸을 전부 맡기지 않으려 했겠지.” 윤담은 장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작은 나무판 세 개를 작업대에 놓았다. 하나는 물건을 보낸 사람, 하나는 물건을 잠시 맡아 둔 장소, 마지막 하나는 실제로 받는 사람이었다. 중간에 있는 보관소가 물건을 받았다고 해서 마지막 사람도 받아들였다고 적어 버린다면, 물건과 결정이 뒤섞인다. “경매장에서 물건을 팔았다고 해도 낙찰자가 대금을 내지 않거나 인수를 거절할 수 있잖아요.” 윤담이 말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누군가 중간 보관 장소를 최종 구매자로 적어 버린 셈이군요.” 세리아는 문서를 가리켰다. “유나가 남겼다는 마지막 기록도 그 문제를 막으려 한 것일지 몰라. 다만 유나 혼자 만들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겠지. 설계와 운영은 여러 사람이 했을 테니까.” 라일은 조작실 바닥에서 어린 시절 본 것 같은 황동 바퀴 자국을 발견했다. 바퀴 간격은 넓지 않았고, 사람 한 명이 밀 수 있는 화물 손수레용 규격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를 떠올렸다. 끼익, 하고 짧게 울린 뒤 누구의 발소리가 뒤따랐던가. 잠깐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저 바퀴를 닦던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라일이 말했다. 카렌이 대답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물어볼 기회가 있을 거야.” “죽었다면요?” “그럼 그 사람이 남긴 말을 찾아야겠지.” 라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잃어버린 이름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누구의 비밀을 훔치지 않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은 무심코 손수레가 지나간 길을 따라갔다. 몸이 기억하는 길이 마음보다 빨랐다. 세리아는 그에게 수첩을 내밀었다. “기억나는 소리를 적어 봐. 나중에 다른 기록과 대조할 수 있도록.” 라일이 웃었다. “사장님, 제 글씨는 읽기 어렵습니다.” “아무도 안 읽을 글이면 더 쉽게 쓸 수 있지.” 진혁은 두 사람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그는 가끔 자신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꼈다. 하지만 유물의 주인과 쓰임을 알아도 그 유물을 둘러싼 사람의 기억까지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었다. 이 일이 마무리되면 각자 다시 자기 자리에서 오래된 이름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바로 그때 조작실 밖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비축고 담장 밑의 철제 통로가 갑자기 아래로 꺼졌다. 경비병 한 명이 바닥을 붙잡고 매달렸고, 검은 물이 통로 끝으로 소용돌이쳤다. 카렌이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그녀는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허리의 밧줄을 난간에 감아 경비병에게 던졌다. “두 손으로 잡아요! 발부터 움직이지 말고!” 라일은 뒤쪽에서 밧줄을 당겼다. 진혁과 재휘가 함께 힘을 보탰다. 겨우 경비병을 끌어 올리자 기둥 아래에서 거대한 금속판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통로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오래된 이송 갑판이 예고 없이 내려간 것이었다. 시설팀장은 즉시 모든 인원을 안전 건물로 퇴피시켰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갑판이 내려간 순간 수면 아래에서 넓은 돌벽이 드러났고, 그 안쪽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세 번 울렸다. 진혁은 손을 움켜쥐었다. [대상: 제0접수 이송 갑판.] [원래 기능: 반송 대상물의 임시 보관 및 수취 거절 시 회송.] [현재 상태: 물품 이송 신호와 소유권 수취 신호가 혼선 중.] [주의: 이송 갑판 위의 물건은 주인 여부와 상관없이 수취 완료로 오인될 수 있음.] “제0보관실이 물건을 쌓는 금고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물건을 어디로 돌려보낼지 결정하는 접수 구역이었어요.” 서린은 그의 말을 바로 기록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확인한 기계 구조와 옛 안내판을 먼저 대조했다. 진혁은 자신이 본 정보를 실증할 방법을 찾았다. 수문을 열 필요는 없었다. 갑판 상부의 표시등과 외부 통행 기록을 함께 측정하면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참 뒤 지백이 현장으로 왔다. 그의 젖은 외투에서는 매캐한 등유 냄새가 났다. 그는 무너진 통로를 보더니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이렇게 되면 정리 경매 수익도 다 수리비로 들어가겠군요.” “수리비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왜 사람이 있는 시간에 갑판이 내려갔습니까?” 진혁은 지백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정리품 매각을 서두르는 관리로만 생각했지만, 지금의 그는 젖은 작업 바닥을 마주한 채 눈앞의 사고를 견디는 사람으로 보였다. 예산을 관리하는 일과 시설이 왜 있는지 이해하는 일은 다르다. 그 차이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제0접수라는 이름으로 월급을 받은 직원이 있었습니까?” 하서린이 물었다. 지백은 고개를 저었다. “정확한 기록은 모르겠지만 정식 부서 명단에는 없었습니다. 장치가 움직이는 동안은 북측 수로 보수팀의 야간 인력을 썼습니다.” “그럼 이곳이 접수 기능을 이어 오면서도 아무도 책임을 맡지 않았다는 뜻이군요.”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담당자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장부에 있던 건 오래된 배수 설비로만 보였습니다.” 카렌은 손가락에 묻은 진흙을 닦으며 짧게 말했다. “누가 몰랐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남겨 둬야 했는지도 조사해야겠어요.” 지백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곧 범행의 인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시설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이유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졌다. 지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작실의 오래된 안내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확실한 놀람이 드러났다. “그 판은 철거됐어야 했는데.” 진혁이 물었다. “누가 철거하라고 했습니까?” 지백은 입술을 다물었다. 곁에 있던 직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리고 잠시 뒤, 지백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제가 아니라 제 전임자가요. 그날 이후 제0접수는 없는 부서가 됐습니다.” “그날이 언제죠?” “열두 해 전. 왕실 비축고에서 운하로 사람을 보냈다는 소문이 돌던 밤입니다.” 세리아의 얼굴이 굳었다. 유나의 실종 시기와 겹쳤다. 그러나 지백은 이어서 말했다. “소문에는 빠진 부분이 있어요. 그날 여기에서 내보낸 것은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수령을 거절한 기록이었습니다.” 그 순간 조작실의 고장 난 전신기가 짧게 떨렸다. 기사가 전원을 확인했지만 연결선은 끊겨 있었다. 낡은 종이테이프에 문장이 한 줄 찍혔다. ‘접수 대기: 서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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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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