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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21화
PAYLUA ORIGINAL · 제121화

121화. 남관역의 반송 우편함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359자

오프라인 책장
남관역에 도착했을 때, 서진혁은 기차역에도 서로 다른 냄새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왕도 에르반의 중앙역은 석탄 연기에 향유와 따뜻한 빵 냄새가 섞여 있었다. 여객들이 타고 내리는 넓은 승강장에는 꽃다발을 든 시종이 있었고, 붉은 모자를 쓴 직원들은 시계에 맞춰 호각을 불었다. 반면 남관역의 승강장은 젖은 삼베 자루와 식은 쇳물, 오래 쌓인 목재 가루 냄새가 진했다. 여객열차가 잠시 멈추는 동안에도 반대편 화물선로에서는 철제 바퀴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왕도의 남쪽 문이라고 하더니, 문보다는 창고에 가까운데요.” 진혁이 목도리를 고쳐 매자 카렌이 숨을 흰 입김으로 내뿜었다. “물건이 먼저 지나가고 사람이 나중에 지나가는 곳이니까요.” 남관역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세 갈래 철도의 분기점이었다. 서쪽 선로는 바닷가의 마레온으로, 동쪽 선로는 화령의 금속 공방 지대로, 남쪽 선로는 오래된 군수 창고와 왕실 비축소로 이어졌다. 지도만 보면 교통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열차에서 내려 보니 부서진 차륜을 임시로 받쳐 둔 선로와 세월에 기울어진 신호탑이 먼저 눈에 띄었다. 번쩍이는 왕도와 달리 이곳 사람들은 옷깃에 묻은 기름때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세리아가 역사를 훑어보았다. 그녀는 여행용 외투 위로 검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루멘 경매장의 사장으로 일할 때와는 달리 수행원도, 이름을 알리는 깃발도 없었다. “남관역의 화물 원부는 오래된 게 많아. 왕립 경매원에서 출품했다가 회수한 물건도 여기서 갈아 실었지.” 라일은 말없이 북쪽 화물 출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열두 해 전 한서겸이 설계한 분류기 명패에 적힌 바로 그 장소였다. 문 양옆에는 철제 우편함이 두 개 매달려 있었는데, 한쪽에는 ‘수취’가, 다른 한쪽에는 ‘반송’이 음각되어 있었다. ‘반송’ 상자는 위쪽 경첩이 떨어져 가느다란 철사로 묶여 있었다. “눈에 익나요?” 카렌이 물었다. “익숙합니다. 정확히는 저 글자 아래 난 상처가요.” 라일이 우편함의 모서리를 가리켰다. 누군가 작은 칼날로 비뚤어진 별 모양을 새겨 둔 흔적이었다. “어린 시절에 비슷한 표식을 남긴 기억이 있어요. 그걸로 내 물건이라는 걸 표시했거든요. 그런데 왜 여기에 새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진혁은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낡은 시설물에 함부로 손대면 보존해야 할 흔적을 지울 수 있었다. 그는 대신 수첩을 꺼내 모양과 위치를 그렸다. 정면에서 보이는 별은 다섯 갈래였지만 아래쪽에 묻힌 먼지를 피해서 보면 여섯 번째 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남관역의 중앙 통로에는 사람과 수레가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두 줄의 노란 도료가 칠해져 있었다. 진혁은 그것이 오래돼서 거의 지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장정들은 누구도 선을 넘지 않았다. 물품을 끌고 가는 쪽과 돌아오는 쪽이 다르면 큰 수레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가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 다만 외지인은 이 질서를 몰랐다. 여행 가방을 든 손님이 선을 가로지르자 멀리서 기관사가 짧게 호각을 불었다. 진혁은 깜짝 놀라 선 밖으로 물러났다. 허름한 역에는 그 나름의 질서가 있었다. 그는 루멘 경매장의 창고를 떠올렸다. 귀한 물건은 잘 보관했지만 위험한 물건을 나르는 사람의 통로가 충분히 넓었던가. 세리아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매장이라는 거대한 껍질의 비밀을 아는 일과 그 안에서 일하는 보조 직원의 무릎을 보호하는 일은 별개였다. 돌아가면 운반 동선을 먼저 점검하자고 두 사람은 약속했다. 그때 작은 수레가 일행 앞을 가로막았다. “그 문에서 비켜요! 구경하다 깔리면 화물값보다 병원비가 더 비싸요!” 수레를 밀던 여자는 진혁과 비슷한 또래였다. 회색 제복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였고, 손목에는 발송 시각을 적은 종이띠가 세 개나 감겨 있었다. 뒤에서 수레를 잡아당기는 소년은 수레보다 마른 것처럼 보였다. 세리아가 먼저 물었다. “북쪽 화물 기록을 확인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구 기록실이면 두 번째 굴뚝 밑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안 열어요. 배수관 얼어서 지하 서고가 물바다가 됐거든요.” “그러면 시설 책임자는요?” “역장님은 고장 난 분기기를 보고 있어요. 급한 민원은 남쪽 사무실. 안 급하면 내일.” 여자는 그제야 카렌의 외투에 걸린 임시 조사 협조 표식을 보고 눈을 좁혔다. “왕도에서 왔어요?” “기록 조사차 왔습니다.” 카렌이 말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창고 한가운데서 떠들지 마세요. 여기선 종이보다 사람부터 다칩니다.” 여자는 수레를 밀고 떠났다. 진혁은 그녀가 끌고 간 목재 상자에 적힌 출발지와 목적지를 읽었다. 왕도에서 보낸 약품이 마레온으로 가야 했는데, 선로 수리를 이유로 사흘째 이곳에 묶여 있었다. “말투는 사납지만 틀린 말은 없군.” 세리아가 말했다. “저런 분이 이 역을 움직이는 겁니다.” 진혁은 짐을 쳐다봤다. “우리가 찾는 기록도 저 사람들에게는 일의 일부겠죠.” 역 북쪽에는 가족들이 모여 사는 작은 주택가가 있었다. 승강장 지붕에서 흘러나온 물이 도랑을 따라 내려가면 그 끝에서 아이들이 판자를 세워 종이배를 띄웠다. 점심시간을 맞아 노동자의 가족들이 도시락을 가져왔고, 장정들은 나무 상자 위에 앉아 따뜻한 콩죽을 먹었다. 반대편의 상인들은 싣지 못한 물건의 운임을 계산하느라 언성을 높였다. 이 역의 시계가 삼십 분만 늦어져도 바다로 떠나는 배 한 척이 짐을 놓칠 수 있었다. 진혁은 그 사실을 듣고 오래된 장부를 조사하는 일이 남관역 사람들의 생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렌은 작은 게시판 앞에 섰다. 통근표와 사고 예방 수칙 사이에 다친 작업자 가족을 돕는 모금 공고가 붙어 있었다. 그녀는 읽다가 손을 떼었다. 검사였던 아버지 레온이 먼 곳으로 떠나던 날에도 이런 역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올 때마다 자신의 검은 사람을 베는 도구라기보다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길을 지키는 도구여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았다. “무슨 생각해요?” 진혁이 물었다. “아버지요. 중요한 일이란 언제나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저 집에 저녁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일도 중요하다고요.” 진혁은 공고의 금액을 기억해 두었다. 경비가 남는다면 소액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물론 지금 그의 주머니는 그 생각을 실행하기에 많이 가벼웠다. 일행은 역 구내 작은 식당에서 빵과 버섯 수프를 주문했다. 낮은 창으로 열차의 차륜만 보이는 자리였다. 솥 뚜껑이 열릴 때마다 후추와 삶은 양파 냄새가 퍼졌고, 노동자들은 수프에 빵을 적셔 먹으면서 다음 화물 편성을 논의했다. 진혁은 값싼 식사에 만족했지만, 장부를 펼치자 한숨이 나왔다. 왕도에서 지출한 복사비와 열차표 값을 제외하면 일행의 공동 비용은 넉넉하지 않았다. 라일이 숟가락을 들고 물었다. “오늘은 돈 되는 물건도 감정합니까?” “그런 게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저도 소문으로만 듣고 있어요.” “감정사가 말하면 왜 이렇게 슬프지.” 카렌이 웃음을 참다가 창밖을 가리켰다. 북쪽 출입구의 우편함을 관리하는 사람이 도착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이 바닥에 떨어진 봉투들을 작은 삽으로 건져 올리고 있었다. 일행이 밖으로 나가자 여자는 봉투 하나를 털며 말했다. “여긴 편지 찾는 곳이 아니야. 살아 있는 주소부터 찾고 와.” “우리가 뭘 찾는지도 모르시잖아요.” 진혁이 답했다. “다들 옛날 편지를 찾으러 와. 남관역에 묻힌 이름이 얼마인 줄 알아?” 그녀의 이름은 배옥선이었다. 과거 철도 신호를 관리하다 은퇴했고, 지금은 역의 안내 표지와 반송 우편함을 자원해서 손봤다. 세리아가 한서겸이라는 이름을 꺼내자 옥선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러나 놀라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올 질문이 드디어 도착했다는 표정이었다. “그 청년은 열두 해 전에 여기서 밤기차를 탔어. 아니, 타려고 했지.” “실제로 탔습니까?” 카렌이 물었다. 옥선은 빗자루를 벽에 기대고 조용히 말했다. “내 눈으로 객차에 오른 건 못 봤어. 대신 그날 분명히 봤지. 어떤 아이가 서류 봉투를 안고 신호탑으로 달려왔거든. 아이의 오른손에는 흉터가 있었고, 봉투에는 두 가닥 선이 찍혀 있었어.” 라일이 오른손을 감쌌다. 세 손가락 사이로 희미한 흉터가 지나갔다. 그는 흉터가 왜 생겼는지 오래전부터 떠올리지 못했다. “그 아이가…… 나였을까요?” “내가 알던 아이는 자신을 다른 이름으로 불렀어. 그리고 혼자 오지 않았지.” “누구와 함께였습니까?” 옥선은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멀리서 화물 기관차가 세 번 경적을 울렸고, 신호탑의 종은 답하지 않았다. “검은 외투를 입은 여자가 뒤따랐어. 아이를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따라가던 걸음이었지. 그 여자는 내게 부탁했어. 만약 봉투가 돌아오면 수취인이 다시 선택하게 해 달라고.” 세리아의 얼굴이 굳었다. “혹시 그 여자의 이름이 유나였나요?” “이름은 못 들었어. 다만 목소리가 아주 낮고 침착했지. 그 밤에 사람들은 다 소리를 질렀는데 그 여자만 아이에게 ‘서두르지 마’라고 말했으니까.” 진혁은 열차 좌석에서 받은 금속판을 꺼냈다. 두 가닥 선 아래 점 하나가 새겨진 작은 표식이었다. 옥선은 그 모양을 보고 안색이 달라졌다. “그건 발송표가 아니야.” “그럼 뭡니까?” “수취인이 없을 때, 누가 반송을 책임질지 정하는 임시 보증 표식이지. 그런데 아래 점이 하나 더 생기면 뜻이 달라져.” 그녀는 금속판을 만지지 않고 진혁의 손바닥 위에서 방향만 돌려 놓았다. 역 구내 시계가 여섯 번 울렸다. “그때부터는 반송이 완료됐다는 기록을 아무도 마음대로 찍지 못해. 마지막으로 받겠다고 말할 사람이 남아 있다는 뜻이거든.” 진혁은 표식에 눈을 고정했다. 손바닥의 글씨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대상: 제9반송 책임표.] [수취인의 거절권: 보존 상태.] [유효 경로: 남관역 하부 분기.] [소유권: 확정 불가.] 그는 순간 기대했지만, 글씨는 거기까지였다.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 권리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옥선은 그 표식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게 돌아왔다는 건 누군가 오래 묶어 둔 편지가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다는 소리야. 문제는 그 길을 지우려는 사람도 함께 움직일 거라는 거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북쪽 출입구 너머에서 무거운 쇠문이 닫혔다. 수레를 밀던 회색 제복의 여자가 누군가와 다투고 있었다. “기록실 폐쇄는 안전 점검 때문이라고요? 그럼 왜 오늘 아침에만 장부 여섯 상자를 밖으로 빼 갔죠?” 낯선 남자는 단정한 모자 아래서 차갑게 대답했다. “외부 감사용 자료입니다. 직원이 알 필요 없습니다.” 진혁은 남자의 장갑 끝에서 은빛 실 한 올이 풀려 나온 것을 보았다. 오래전 침묵함 경매에 나타났던 중개인의 장갑과 색이 같았다. 그는 수첩을 덮었다. 남관역에 도착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반송 기록을 지우려는 움직임은 벌써 그들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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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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