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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19화
PAYLUA ORIGINAL · 제119화

119화. 동의를 사고파는 법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7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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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가 열린 날, 왕립감정청 회의장에는 왕도 사람들보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더 많았다. 광산 조합의 대표와 물품 운송인, 기록청의 서기, 경매장에서 일하던 노년의 청소부까지 낡은 외투를 입고 복도에 줄을 섰다. 벽에는 붉은 천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의자는 모자랐다. 일부 참석자는 창가에 서서 서류를 읽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겨울 빛에 종이 먼지가 반짝였다. 회의장 앞의 난로는 작은 공간에 비해 지나치게 뜨거웠고, 복도는 여전히 추웠다. 서진혁은 가장 뒤쪽 의자에 앉아 질문을 정리했다. 이번 청문회는 재판이 아니었다. 강제 시연 중단과 동의 기록 조작 의혹을 검토해 임시 보전 조치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누군가를 범인으로 확정하거나 오래전 계약을 즉시 모두 무효로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장치가 다시 작동하지 못하게 하고, 관련 기록의 보존을 명령할 수 있었다. “오늘은 말을 좀 줄여 주세요.” 하서린이 속삭였다. “전문가답게 해야죠.” “바로 그게 걱정입니다.” 카렌이 옆에서 피식 웃었다. 라일은 복도에 서 있는 루카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해고된 견습생은 이번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름받았다. 그는 긴장해 손잡이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왕립 경매원은 아직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일자리 역시 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진술서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쫓겨나는 일은 막아야 했다. 회의장 복도에서는 오전 내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오갔다. 검은 사자 문장이 새겨진 외투를 입은 경매원 경비원들이 입구에 서 있었지만, 하서린은 증인 보호를 위해 별도의 출입선을 확보했다. 루카 같은 어린 견습생이 고용주와 같은 줄에서 기다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진혁은 기록사 유담에게 조용히 물었다. “기술 설명이 너무 복잡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텐데요.” 유담은 작은 종이에 두 개의 화살표를 그려 주었다. 들어온 말이 되돌아가는 길과 억지로 완료 처리되는 길이었다. 그림은 간단했지만 서로 갈라지는 지점이 분명했다. “좋은 감정사는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오.” 유담이 말했다.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 주는 사람이오.” 진혁은 그 문장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신비한 문장을 남들이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늘 답답했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상대를 믿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직접 확인한 규격과 수치, 기록만 말하기로 했다. 회의는 세 명의 위원이 진행했다. 가운데 앉은 위원장이 조사 범위를 설명한 뒤 오스카 벨턴을 불렀다. 오스카는 며칠 전과 같이 단정한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는 영번 감정대 강제 시연의 목적이 왕도 경매의 신뢰 회복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장치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운영진은 고의로 누구의 동의를 조작하지 않았습니다.” 위원장이 물었다. “그럼 서진혁 감정사의 이름이 사전 동의 기록에 기입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실무자가 시범 입력한 자료일 수 있습니다.” “그 실무자 명단을 제출하십시오.” 오스카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실무자들의 명단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위원장은 제출 기한을 정하고 다음 증인으로 넘어갔다. 하서린은 가짜 동의 기록의 사본과 영번 감정대의 접속구 사진을 제시했다. 시설 기술자는 구형 반송 경로가 막혀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의 증언은 복잡했지만 핵심은 분명했다. 장치가 사람의 반대를 되돌려 보내는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진혁은 기술 설명만으로는 위원들이 문제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다. 그의 차례가 오자 그는 작은 종이 두 장을 들어 보였다. “첫 번째 종이는 제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적은 종이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동의했다고 적힌 종이입니다. 두 장 모두에 제 이름이 있습니다.” 그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두 장의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두 번째 종이를 믿으면 첫 번째 종이는 어디로 갑니까? 원래 반송 장치는 그런 종이가 사라지지 않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오래된 장치가 낡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거절을 보존하던 길을 막아 놓았다는 점입니다.” 위원장은 직접 질문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진혁은 자신의 능력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았다. “낙찰받은 접속구의 규격과 실제 배기관의 연결 위치를 대조했습니다. 시설 기사의 측정 기록, 감정청의 검사 조서가 있습니다. 저 혼자만 확인한 사항이 아닙니다.” 라일이 뒤에서 엄지를 들어 보였다. 진혁은 못 본 척했다. 일단 말을 마치고 나니 목이 말랐다. 다음으로 기록사 유담이 나섰다. 그는 봉인실의 조작된 출입 신청과 없어진 침묵함, 공탁소의 반환 장부를 설명했다. 지하에서 관리관이 쓰러진 사건은 별도의 안전 조사로 남겨 두었다. 누가 그를 다치게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그 사실을 섣불리 특정인에게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의장이 술렁인 것은 배송조합의 구형 분류기와 구리 명패가 등장했을 때였다. 원로 기술자 박로진이 아홉 칸의 역할을 설명했다. 일곱 입회 기록, 한 보관 권한, 한 반송 통로. 마지막 칸은 사람이 서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스카가 즉시 반박했다. “그 장치는 민간 조합의 배송 장치일 뿐입니다. 왕립 경매원의 장치와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박로진이 대답했다. “같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설계의 파생형이라는 제작 기록이 있으므로 원본 규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대답에 오스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정확히 말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기는 어려웠다. 위원장은 오래된 설계 변경 서류를 살폈다. 거기에는 ‘반송 구획을 증인석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 승인 책임자는 공용 인장뿐이었다. 누가 그 지시를 내렸는지 확정할 수 없지만, 복원 장치를 계속 운영하기에는 충분히 위험했다. “왕립 경매원의 영번 감정대 가동을 잠정 중지합니다.” 위원장이 말했다. “관련 공문서의 원본과 사본은 공동 보전하고, 승인 절차와 장치 변경 내역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청문회장 뒤쪽에서 누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작은 승리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열두 해 전 잃어버린 사람의 이름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회의는 계속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임시 구제와 증인 보호 조치가 남아 있었다. 루카의 차례가 오자 아이는 목이 잠긴 채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입찰표를 어디에서 봤는지만 말했다. 누가 나쁜 사람인지 추측하지 않았고, 해고된 뒤 어떤 협박을 받았는지도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진술을 바꾸라고 요구받은 사실은 분명히 적었다. 위원장은 경매원 측에 견습생에 대한 불이익 조치의 사유와 절차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서린은 별도 보호 신청을 접수했다. 루카는 말을 마치자마자 라일에게 달려왔다. 라일은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네가 제일 잘했어.” “진짜요?” “응. 도둑질하지 않고도 다들 나를 봐 준 날은 오늘이 처음이야.” 아이는 피식 웃었다. 라일도 함께 웃었다. 회의가 한 차례 휴정되자 참석자들은 복도로 나왔다. 광산 조합 대표는 오래된 빚 문서를 들고 있었다. 그의 마을에서는 기계가 보내 온 ‘동의 완료’ 통지 때문에 공동 창고의 임대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처리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누구도 서명하지 않았지만, 계약은 몇 년 동안 이어졌다. 아직 이 사건과 영번 감정대가 직접 연결된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럼에도 대표는 최소한 원부를 보전하고 확인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혁은 그의 손에 들린 종이를 만지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입은 손해와 자신이 조사하는 장치의 관계는 앞으로 밝혀야 할 문제였다. 하서린은 별도 사건 접수처를 안내하며 당장의 생계 문제를 먼저 신고할 수 있는 절차를 알려 줬다. 카렌은 복도 끝에서 늙은 청소부와 대화했다. 여자는 오래전 영번 감정대의 환기실에서 자주 울리던 종소리를 기억한다고 했다. 그 소리는 누군가 실수로 기계를 건드렸을 때만 나는 소리라고 들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에는 종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제가 물어봤으면 누군가 답했을까요?” 여자가 말했다. 카렌은 쉽게 위로하지 않았다. “지금 말씀해 주신 내용은 중요해요. 다만 기억하신 소리와 날짜를 차례로 적어 주시면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은 거창한 비밀 대신 오래된 소리와 종이, 누군가의 해고 이유를 들고 왔다. 그 사소한 조각들이 얼마나 어렵게 이 자리에 모였는지 진혁은 보았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접속구 하나보다, 그것을 증명해 줄 사람들의 말이 더 무겁다는 사실을 알았다. 청문회가 끝나갈 무렵, 오스카는 진혁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피로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당신들은 왕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세리아가 대답했다. “사람의 동의가 없는데도 있다고 적는 경매장이 신뢰를 세운다고 생각해요?” “왕도의 경매는 수천 명의 생계와 연결되어 있어요. 멈추는 순간 피해가 생깁니다.” “그래서 멈추기 전에 검사해야 했죠.” 카렌이 말했다. 오스카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돌아서며 짧게 말했다. “당신들이 붙잡고 있는 것은 고장 난 기계 한 대뿐이 아닙니다. 누군가 오래전에 시작한 거래예요.” 진혁은 그 말이 협박인지 경고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오스카가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다가, 정작 승인 실무자의 명단은 내놓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날 저녁, 청문회가 끝난 회의장은 의자 소리조차 잠잠해졌다. 남은 것은 수백 장의 회의록과 사람들의 발걸음 자국이었다. 누구도 그 종이들만으로 진실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세리아에게 익명의 편지가 하나 도착했다. 종이는 낡았고 봉투에는 왕도 남관역의 화물 인장이 찍혀 있었다. 짧은 문장 하나가 들어 있었다. ‘한서겸의 돈은 받지 않았지만, 그의 거절은 남관역에서 한 번 반송되었습니다.’ 마지막 줄에는 서명이 없었다. 대신 구리 명패와 같은 모양의 두 가닥 선이 있었다. 진혁은 편지를 접지 않은 채 세리아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가격표보다 발송 기록을 먼저 보러 가야겠습니다.” 세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도에서는 기계가 멈췄지만, 원본 기록이 흘러간 길은 아직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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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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