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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고장 난 아홉 번째 칸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39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 배송조합 유산 경매는 오래된 우체국의 마당에서 열렸다. 마당 한쪽에는 수백 개의 나무 상자가 천으로 덮여 있었고, 다른 쪽에는 시계를 고치는 노점과 고물 수집상들이 줄지어 섰다. 이름을 잃은 물건들이 모이는 곳이라 사람들은 이곳을 ‘마지막 주소’라고 불렀다. 편지가 닿지 못한 집의 문패,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보석함, 오랫동안 열지 않은 책꾸러미가 줄지어 있었다. 귀족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입찰자는 물건을 고쳐 파는 소상인과 과거의 흔적을 찾으러 온 가족들이었다. 라일은 입구의 녹슨 철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바닥에 박힌 푸른 돌의 문양이 낯익었다. 고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닫힌 문에 소리가 전달되고, 왼쪽으로 돌리면 안쪽에서 잠금이 풀리는 옛 조합의 장치였다. 그는 한때 이것을 사용한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괜찮습니까?” 진혁이 물었다. “괜찮다고 하면 또 혼자 들어갈까 봐 걱정하겠죠?” “정확합니다.” 라일이 억지로 웃었다. “그럼 같이 갑시다. 오늘만큼은 도둑이 안내할게요.” 조합 경매에서는 물건의 종류에 따라 경매장 두 곳이 나뉘었다. 일반 짐은 손수레에 싣고 공개 마당에서 팔았다. 편지나 개인 기록은 안쪽 작은 방에서 소유권과 개봉 권한을 먼저 확인했다. 종이에 글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든 읽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규정 때문에 일부 수집상들은 불평했지만, 경매사는 언제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물건의 주인이 사라져도 그 사람의 사적인 말까지 팔 수는 없다.’ 진혁은 그 말을 듣고 세리아를 바라봤다. 그녀가 운영하는 루멘 경매장에도 이 규정을 명문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리아는 그의 표정을 읽은 듯 말했다. “돌아가면 계약서를 고치자고 할 거지?” “사장님이 먼저 말씀하셨으니 비용은 사장님 부담입니다.” 카렌이 웃음을 참았다. 라일은 장부의 출품 순서를 읽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열두 해 전 자신이 무엇을 배달하지 않았는지 이제부터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입찰 등록을 하려는 줄에서 노부부가 작은 소동을 벌였다. 두 사람은 오래전 해외로 떠난 아들의 편지함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안내 직원은 기록번호가 없으면 조회할 수 없다며 돌아가라고 했다. 노부인은 오래된 우편 봉투를 꺼내 보였지만, 적힌 주소는 이미 사라진 골목이었다. 카렌은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소가 없어졌을 때 이름으로 찾는 절차는 없습니까?” “있습니다. 다만 수수료가 붙고, 여러 해의 보관 목록을 찾아야 합니다.” 진혁은 노부부가 빈손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대신 수수료를 내주려다가 그들이 원치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멈췄다. 그는 먼저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노부인은 한참 망설인 끝에 숫자가 희미하게 적힌 우표 뒷면을 내밀었다. 라일이 우표를 뒤집어 보았다. 조합에서 예전에 쓰던 분류번호였다. 그는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밀치지 않고 안내 직원에게 그 번호를 보여 주었다. 곧 잊힌 주소의 변환표가 나왔고, 직원은 오후 열람 시간에 해당 서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부인이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이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만이라도 알면 좋겠어요.” 진혁은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은 우편물의 값을 종이와 잉크로 계산했지만, 어떤 종이는 오랫동안 소식 없는 사람을 기다린 시간을 품고 있었다. 오늘 그가 찾는 ‘거절’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그만큼 소중할 것이었다. 오늘의 문제는 ‘반송되지 않은 편지’였다. 공고에는 미상 수신인의 기록물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판매하는 것은 편지 자체가 아니라 발송 불능 판정을 받은 봉투의 외함이었다. 내용물은 소유권 확인 전 열람할 수 없었다. 한쪽 벽에는 별도의 소유권 이의신청 창구가 설치돼 있었다. 하서린은 출품 전에 이의를 신청했다. “열두 해 전 왕립 기록청에서 발송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제9입회 관련 물증과 연결되므로 정식 확인을 요청합니다.” 경매 책임자는 서류를 확인하고 출품을 일시 보류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품목에 놓인 고장 난 편지분류기는 아직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저건 파는군요.” 진혁이 말했다. 커다란 철제 상자에는 슬롯 아홉 개가 나란히 있었다. 겉면에는 녹이 심했고, 받침대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은 고철로 재활용하는 값보다 운반비가 더 나올 것 같다고 수군댔다. 시작가는 동화 여덟 닢이었다. 진혁은 직원에게 물었다. “기계 내부를 조사해도 됩니까?” 직원은 지정된 검사구만 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철제 판에 긁힌 자국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 안전 장갑을 낀 상태로 손잡이를 움직였다. 레버가 완전히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아홉 번째 슬롯이 다른 슬롯보다 깊었다. 그 아래에는 작은 공기 통로가 있었다. [대상: 제9회 우편분류기의 반송 보조장치.] [표면 가치: 고철값 이하.] [숨겨진 용도: 수령 거절 시 편지를 원 발송자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분리 장치.] [주의: 강제 배송이 아닌 반송 절차의 일부.]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들이 계속 ‘아홉 번째 증인’이라 부르던 것이 원래는 사람을 추가하는 절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홉 번째 슬롯은 강제로 물건을 받을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거절된 거래를 되돌려 보내는 경로였다. “동화 여덟 닢.” 진혁이 말했다. 고물상이 동화 열 닢을 불렀다. 진혁은 열두 닢을 불렀다. 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무거운 기계를 옮기고 수리하는 데 필요한 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건에 담긴 정보는 그 계산과 달랐다. “동화 열두 닢! 더 없습니까?” 경매사가 외쳤다. 세 번의 망치 소리 뒤 진혁은 고장 난 분류기를 낙찰받았다. 실제 지불 금액은 운송 보증금과 창고 사용료까지 합쳐 은화 두 닢이 넘었다. 라일은 영수증을 보고 머리를 감쌌다. “또 고물을 사셨어. 이젠 배까지 있어야겠군요.” “이건 운송비가 문제입니다. 물건보다 비싸요.” “알면서 샀다고요?” “가끔은 배운 내용을 물건으로 확인해야 하니까요.” 경매장 한쪽에서는 오래된 우편 마차의 바퀴가 출품됐다. 낙찰받으려는 사람은 둘뿐이었지만 서로 금액을 낮추려고 버티지 않았다. 한 사람은 수리를 맡은 목수였고, 다른 사람은 그 바퀴가 필요했던 작은 운송조합의 대표였다. 두 사람은 바퀴를 놓고 마찰하다가 결국 같이 고쳐 쓰기로 했다. 경매사는 낙찰자의 이름을 하나만 적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둘은 공동 보관 계약을 제출해 문제를 해결했다. 진혁은 그 모습을 흥미롭게 봤다. 경매는 늘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싸움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같은 물건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세리아는 계약서의 문구를 확인하고 그가 생각에 잠긴 것을 보았다. “그 방식이 마음에 들어?” “물건을 가진 사람이 꼭 한 명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네요.” “대신 책임을 나누는 일은 어려워. 쓰다가 망가지면 누구 돈으로 고칠 건지까지 미리 정해야 하거든.” 진혁은 공동 보관 계약에 적힌 수리비 분담 비율을 읽었다. 숫자는 아주 작았지만, 서로의 말을 신뢰하기 위해 필요한 약속이었다. 훔치지 않고 함께 쓴다는 생각은 라일에게도 낯설지 않은 변화였다. 조합의 한 노인이 다가와 그들이 낙찰받은 분류기를 흘끗 봤다. 그는 한때 이곳에서 분류기를 다루었다고 했다. 아홉 번째 슬롯이 막혔던 날에는 편지들이 분류함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고 기억했다. 다만 그 사고가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새벽이었어요. 사람들이 몰려왔고, 누군가 자꾸 기계를 돌리라고 소리쳤죠. 편지를 꺼내 읽을 권한도 없는데, 다들 발밑에서 종이를 밟았어요.” 하서린은 그에게 진술 요청서를 건넸다. 노인은 며칠 생각해 보고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진 기억은 중요했지만, 기억을 남길지 결정하는 일 역시 그의 것이었다. 그들은 조합 측에 기계의 임시 보관과 검사 입회를 요청했다. 진혁이 사적으로 뜯었다면 정보가 모두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관리자가 보는 앞에서 검사용 레버만 돌려 작동 상태를 확인했다. 아홉 번째 슬롯을 조작하자 안쪽의 작은 문이 열렸고, 그 아래에 길게 얇은 구리판이 나타났다. 구리판에는 물건의 이름이 아닌 절차가 새겨져 있었다. ‘일곱 명 입회, 한 명 보관, 한 칸 반송.’ 라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는 고리의 아홉 홈을 손끝으로 셌다. 일곱, 여덟, 아홉. 지금까지 누군가 아홉 번째 증인을 말할 때마다 사람 하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구조에서 아홉 번째 칸은 사람이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는 통로였다. “그럼 누가 그 칸을 사람이라고 말한 거죠?” 카렌이 물었다. “사람을 넣으면 편지가 돌아갈 곳이 사라지죠.” 진혁이 답했다. “되돌려야 할 문구를 받아들였다고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하서린은 조합의 장치 제작 기록을 조사하기로 했다. 그들은 아홉 칸의 의미를 기술적으로 확인해야 했다. 구리판 하나만으로 열두 해 전의 사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구조가 달랐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에는 충분했다. 경매가 끝날 무렵 눈이 그쳤다. 마당에서는 사람들이 낙찰품을 짐수레에 싣고 있었다. 한 아이가 오래된 풍향계를 사서 기뻐했고, 수리공은 부러진 톱날을 두 개나 낙찰받아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갔다. 진혁은 그 모습을 보며 경매라는 일이 가진 두 얼굴을 떠올렸다. 버려진 물건이 다시 쓸모를 찾기도 했고, 권리가 남은 물건이 모르는 사이 다른 주인에게 넘어가기도 했다. 라일은 낡은 분류기의 레버를 쓰다듬었다. 작은 동작에 불과했지만 그에게는 오래전 멈췄던 기억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건 사람이 서야 할 자리가 아니었군요.” “그럴 가능성이 커요.” 카렌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누구에게 어떤 편지를 전달하지 않았는지는 아직 모르죠.” 라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확신에 찬 대답보다 확인해야 할 질문을 갖는 편이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 그날 저녁 조합 창고에서 놀라운 물건 하나가 발견됐다. 분류기를 옮기려고 바닥을 들어 올리던 인부가 바닥판 안쪽에 붙은 구리 명패를 발견한 것이다. 명패에는 제작자의 이름과 작업장이 적혀 있었다. ‘왕립감정청 보조 설계 한서겸. 반송 경로는 누구도 점유할 수 없다.’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검수: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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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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