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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10화
PAYLUA ORIGINAL · 제110화

110화. 영번은 낙찰을 선언하지 않는다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10자

오프라인 책장
경매원 지하에서 울리는 소리는 종소리와 달랐다. 종은 한 번 울리면 잔향이 남았다. 그러나 지하 배관의 진동은 뼈를 타고 올라오는 듯한 낮은 소리였다. 철판이 부딪치고 오래된 압력계의 바늘이 튀어 오를 때마다, 지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치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서진혁은 난간을 붙잡고 수치를 확인했다. 오른쪽 배기관이 계속 흔들렸다. 기사는 밸브를 잠그려 했지만 진혁이 막았다. “그쪽을 막으면 압력이 다른 관으로 갑니다. 무대 밑이 더 위험해질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오?” “분리된 배기구가 남아 있나요?” “옛날 영번 감정대에서 쓰던 회수관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연결구가 없어서 폐쇄했소.” 진혁은 가방을 열었다. 지난 경매에서 은화 오십 닢에 낙찰받은 황동 접속구가 천에 싸여 있었다. 하서린의 감독 아래 치수만 측정했던 부품이었다. 그때는 검은 망치의 단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작업장의 압력을 안전한 방향으로 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럼 이게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설 기사는 연결구의 치수를 다시 쟀다. 금속 접합면이 완벽하게 맞지는 않았지만, 예비 패킹과 완충 링을 쓰면 낮은 압력에서 임시 연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책임 기사가 승인하고, 두 작업자가 고정 장치를 조정했다. 진혁은 경비병에게 사람들을 내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좁은 통로를 지키던 청소부와 하역 인부들이 안전문 너머로 이동했다. 멀리서 관객을 안내하는 직원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준비됐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예비 배기구가 조금씩 열렸다. 뜨거운 공기가 마른 겨울 공기와 만나 하얀 증기가 되었다. 압력계의 바늘이 처음으로 내려갔다. 진혁은 손을 움켜쥐었다. 작은 쇳조각 하나가 도시를 구한다는 말은 과장이었다. 그러나 어제까지 고철 취급을 받던 물건이 오늘 사람들에게 퇴로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열 닢짜리 온도계도 사둘 걸 그랬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기사가 피식 웃었다. “지금 농담할 여유가 있소?” “겁나서요. 농담을 안 하면 손이 더 떨립니다.” 바깥에서 무전관이 울렸다. 라일의 목소리였다. “진혁! 중앙홀은 대피 중입니다. 카렌이 안내 중이고 하서린 감독관은 중단 명령을 재확인했어요. 그런데 오스카가 옛 기록을 직접 공개하겠답니다!” “무슨 기록?” “유나가 자발적으로 실험을 철회했다는 서류요. 그걸 보여 주면 영번 감정대도 안전하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진혁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오래된 철회서가 장치 안전성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문제를 다른 이야기로 덮으려는 수작이었다. “그 서류는 출처 검증 전이에요. 카렌에게 그렇게 전해 주세요.” 본관에서는 관객들이 중앙 출입구를 통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손님들이 좁은 복도에서 서로 앞서려 하자 카렌이 길을 막았다. “한 줄씩 나가십시오. 뒤에서 밀면 앞사람이 넘어집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검사로서 훈련받은 명령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경비병들도 그녀의 안내에 따라 통로를 나눴다. 누군가는 귀한 모자를 떨어뜨렸지만 아무도 주워 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비싼 물건은 관객이 무사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였다. 오스카는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창백했지만 목소리는 침착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래된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외부인 때문에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모든 책임은 감독관과 외부 감정사에게 묻겠습니다.” 하서린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총감독관님, 현재 압력계의 위험 수치가 공식 기록에 남았습니다. 안전 중단 조치는 적법합니다.” 오스카는 서류를 들어 보였다. “유나의 철회서가 그 장치의 안전성을 증명하네.” “철회서는 안전 인증서가 아닙니다.” 주위에 남아 있던 관객 몇 명이 술렁였다. 하서린은 문서의 제목을 크게 읽었다. 실험 참여 철회서. 그것은 실험을 떠난 사람이 있다는 주장일 뿐, 기계가 안전하게 동작한다는 보증이 아니었다. 카렌도 앞으로 나왔다. “원본 확인 전에는 유나가 직접 서명했다고 확정할 수 없습니다. 오늘 발생한 위험과 이 문서를 혼동하지 마십시오.” 오스카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그는 비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비서는 망설이다가 작은 은빛 판 하나를 꺼냈다. 판의 겉면에는 검은 사자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오스카가 손가락을 대자 무대 뒤편에서 다시 낮은 진동이 일었다. 경매망치는 이미 잠겨 있었다. 그런데 무대 전력선이 켜졌다. “저 사람, 별도 스위치를 갖고 있어요!” 카렌이 소리쳤다. 라일이 음성관을 통해 지하에 알렸다. 진혁은 상황을 이해했다. 공식 망치 소리가 없더라도 숨겨진 전력판이 영번 감정대에 가짜 승인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기록상 거래는 성립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레온에서 보았던 위조 원부와 같은 방식이었다. “배기압은 내려갔습니다!” 시설 기사가 외쳤다. “이제 전력판을 점검할 수 있어요!” 진혁은 기술자와 함께 보존탑 쪽으로 이동했다. 통로 끝에는 작은 철문이 있었고, 그 안쪽에서 이상한 푸른 불빛이 새어 나왔다. 문 손잡이에는 낡은 주의문이 붙어 있었다. ‘장치의 기록은 사람의 의사를 대신하지 않는다.’ 진혁은 문구를 읽었다. 유나의 글씨와 닮았지만 서명은 없었다. 그는 철문을 함부로 열지 않고 기술자의 안전 점검을 기다렸다. 전력선이 차단 가능한 상태가 확인되자 기사 두 명이 손잡이를 돌렸다. 방 안에는 둥근 작은 탁자와 여덟 개의 홈이 있었다. 아홉 번째 자리에는 빈 철판이 놓였고, 그 뒤쪽에는 긴 종이띠가 매달려 있었다. 종이띠에는 오늘의 경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록된 거래들이 줄지어 있었다. ‘서진혁, 영번 최종 감정 수락.’ ‘유나, 증언 참여 완료.’ ‘레온, 보호자 권리 이전.’ 진혁은 숨을 삼켰다. 살아 있는 사람도, 실종된 사람도, 이미 죽은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동의한 것처럼 적혀 있었다. 이 종이가 원본 장부에 전달된다면 잘못된 거래를 나중에 따지기까지 수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었다. “이 기록을 어떻게 멈추죠?” 기사는 구형 설계도를 뒤졌다. “입력 장치는 여기 있지만 반송선이 잘려 있습니다. 정상적으로는 거절 기록을 원부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 말에 진혁은 가져온 접속구를 다시 봤다. 물건의 중심에 남아 있던 두 가닥 선과 둥근 점. 회수관에 연결하면 기계적인 통로가 열렸지만, 그것만으로 계약의 법적 효력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럼 종이띠를 물리적으로 멈추는 동시에, 공식 거절 사실을 별도 기록해야 합니다.” 하서린은 음성관 너머에서 그 판단을 승인했다. 기술자가 전력을 차단하고 기록띠의 회전을 멈췄다. 진혁은 자신이 동의한 적 없음을 명시한 문서를 작성했고, 카렌과 하서린이 입회했다. 루멘 경매장에서 온 세리아도 서명했다. “유나 이름은요?” 라일이 물었다. “우리가 그분 대신 거절하거나 동의할 수는 없어요.” 카렌이 말했다. “일단 무권한 기록으로 표시하고 원본 검증 전까지 효력을 정지시키는 겁니다.” 레온의 기록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사람의 뜻을 마음대로 바꾸지 않기로 한 카렌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하서린은 왕립감정청의 긴급 문서 보전 명령을 내려 기록띠와 별도 스위치를 압수했다. 그 순간 기계의 푸른 불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승리했다고 말하기에는 모두 너무 지쳐 있었다. 본관에서는 오스카가 경비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왕실 계약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계약서는 실제로 존재했고, 그의 행위가 범죄인지 행정상 위반인지 단정하기는 아직 어려웠다. 그럼에도 그가 별도 전력판을 임의로 작동시킨 사실은 여러 사람 앞에서 확인됐다. 그는 조사를 받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해 질 무렵, 경매원 정원에는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화려한 돔 아래에서 하루 종일 벌어진 소란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군데군데 카펫이 말려 있었고, 청소부들은 떨어진 입찰표를 주웠다. 관객들은 모두 돌아갔지만 시설 직원들만은 따뜻한 수프를 들고 계단에 앉아 있었다. 진혁은 그들 곁에서 수프를 받아 들었다. “사장님. 이번 출장은 적자일 것 같습니다.” “왜?” 세리아가 물었다. “은화 오십 닢짜리 물건을 안전 설비에 써 버렸잖아요. 제 경매 전적이 아깝습니다.” 세리아가 수프를 마시다 웃었다. “그게 감정사의 좋은 전적일 수도 있어.” 라일은 근처에서 루카에게 빵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아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하서린이 연결해 준 공공 견습 창구를 방문하기로 했다. 자신을 다시 배달 조합에 보내 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제는 선택지가 두 개 이상 있었다. 카렌은 기록청에서 온 편지를 펼쳤다. 아버지 레온의 사전 증언 목록 열람이 허가됐다는 통지였다. 그녀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아버지의 이름을 되찾는 길은 아직 길었지만, 다음 문 앞까지는 도착했다. 그리고 세리아에게도 작은 소포 하나가 전달됐다. 발신인은 없었고 봉인은 이미 오래전에 마른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 안에는 사진의 원본으로 보이는 작은 유리판과 녹색 실 한 가닥이 들어 있었다. 유리판을 등불에 비추자 열두 해 전의 사진이 더 넓게 드러났다. 세리아와 유나의 옆, 잘려 있던 어깨가 이번에는 얼굴까지 드러났다. 젊은 남자였다. 그는 왕립감정청 구형 제복을 입고 있었다. 옷깃의 붉은 별 단추가 반짝였다. 세리아는 그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이 사람은…… 그날 장치를 멈춘 사람이야.” 진혁이 물었다. “제0호 감정사입니까?” “몰라. 하지만 이름은 기억해.” 세리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 사람은 열두 해 전, 우리가 본 적도 없는 아홉 번째 증인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때 진혁의 손바닥에 뜨거운 문장이 떠올랐다. [원본 대조 대상 변경.] [대상: 사람의 이름이 아닌 최초의 거절 기록.] [다음 감정 장소: 왕립 기록청 지하 봉인실.] 진혁은 서둘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본 문장이 실제 장소와 일치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다만 그날 밤, 왕도의 가장 비싼 경매장에 대해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영번은 경매를 끝내는 망치가 아니었다. 누군가 원하지 않는 거래를 시작하지 못하게 막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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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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