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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첫 망치가 울리기 전에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69자

오프라인 책장
루카는 왕립 경매원 뒤편의 작은 빵집에 있었다. 빵집은 본관과 달리 불빛이 낮았다. 새벽 배달을 준비하는 가게라 밤에도 아궁이에 불이 남아 있었고, 밀가루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반죽을 자르고 있었다. 루카는 빈 자루를 깔고 앉아 차가운 손을 입김으로 녹이고 있었다. 작은 배낭 하나가 그의 전부였다. 라일이 먼저 들어갔다. “이런 곳에 있었군.” 아이의 어깨가 움찔했다. “형,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알아. 그래서 찾으러 왔지.” “또 증언하라고요?” 라일은 아이의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빵집 주인이 따뜻한 물을 건네자 그는 동화 몇 닢을 탁자 위에 놓았다. “아니. 오늘은 빵을 사러 왔어.” 루카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마레온에서 라일이 처음 동료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자기 이야기를 다 꺼내기 전에 누군가 먼저 배고픈지 묻는 순간이 있었다. 그는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했다. 잠시 뒤 세리아와 카렌도 도착했다. 세리아는 빵집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루카의 수습 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낸 회사가 아직 숙식비 정산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카렌은 계약서와 근무 확인표를 확인했고, 세리아는 아이가 원한다면 루멘의 정식 견습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도망갈 때 창고 문은 꼭 잠가야 해.” 세리아가 말했다. 라일이 웃었다. “제가 좀 익숙한 업무죠.” 루카는 그제야 조그맣게 웃었다. 그러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왕도에는 아직 자신이 돌봐야 할 할머니가 있다고 했다. 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안전하게 일할 곳부터 찾아볼까. 네가 고르면 돼.” 이야기가 끝날 무렵, 빵집 주인이 오래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수습생들이 새벽 배달 때 쓰는 지름길 지도였다. 왕립 경매원 본관 아래에 화물 통로 하나가 표시돼 있었는데, 지금은 막혔다고 적혀 있었다. 루카가 그 길을 가리켰다. “이 통로는 오늘 새벽에도 열려 있었어요. 안에서 사람들이 큰 상자를 옮겼거든요. 은색 망치 그림이 붙은 상자요.” 카렌은 지도를 확인했다. 화물 통로는 영번 감정대와 지하 환기실 사이를 지나 중앙 무대 뒤편으로 이어졌다. 출입 허가는 시설팀만 받을 수 있는 구간이었다. “몇 명이었니?” “세 명. 두 명은 짐꾼이고, 한 명은 검은 외투를 입은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은 오른쪽 발을 조금 끌었어요.” 진혁이 물었다. “상자 크기는?” “제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컸어요.” 아이는 몸짓으로 크기를 설명했다. 진혁은 바닥에 그려진 선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영번 감정대의 보조 전력판이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카렌은 신고를 접수하기 위해 경비대와 시설팀에 연락했다. 하지만 담당 경비병은 처음에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겨울 경매가 한창인 날, 왕실 후원 장치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책임을 뒤집어쓸까 봐 두려워했다. 하서린이 직접 나섰다. “공식 안전 검사 요청입니다. 검사를 거부하면 그 사유를 서면으로 남겨 주세요.” 그제야 담당자는 출입 대장을 열었다. 점심 무렵 일행은 지하 화물 통로에 도착했다. 경매장의 화려한 중앙홀과는 전혀 달랐다. 거친 돌벽에는 습기가 차 있었고, 운반 수레의 바퀴가 남긴 검은 줄이 바닥을 따라 이어졌다. 환기구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흘러나왔지만 발목 높이의 바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온도 차가 심하다는 것은 공기의 흐름이 어딘가 막혀 있다는 뜻이었다. 시설 기사 두 명이 통로 안쪽을 검사했다. 진혁은 은화 오십 닢짜리 접속구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였다. 하서린은 부품을 실제 설비에 연결하는 건 금지하고 치수만 비교하게 했다. 기사들은 오래된 안전 고시를 펼쳐 바닥에 놓았다. 통로의 설비는 왕도 건물의 초기 규격으로 지어져 있었고, 현재 부품과 맞지 않는 곳이 많았다. 예전에는 구리 관의 이음새를 수작업으로 깎았지만 지금은 규격화된 황동 나사를 쓰고 있었다. 서로 다른 시대의 기술이 한 건물 안에서 억지로 이어진 것이다. “보세요.” 나이 많은 기사가 말했다. “이 선은 여덟 해 전에 폐기됐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아직 동력이 들어옵니다. 사람들이 몰랐던 거죠.” 진혁은 배관 벽면의 먼지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먼지가 쌓인 방향이 일정하지 않았다. 바람이 한쪽으로만 지나면 먼지 자국도 한쪽으로 쏠려야 했지만, 지금은 두 방향으로 갈라져 있었다. 기사가 얇은 천 조각을 환기구 앞에 가져가자 천 끝이 몇 초마다 반대로 흔들렸다. “역류합니다.” “누가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카렌이 물었다. “평소에는 사람이 적어서 괜찮았을 겁니다. 지금처럼 수천 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한계가 낮아져요.” 기사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그는 자신의 책임을 떠올리는 듯 장갑을 고쳐 꼈다. 하지만 진혁은 그가 겁을 낸다는 이유로 판단을 의심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의 두려움은 종종 가장 정확한 경고였다. 하서린은 검사 결과를 기록관에게 읽어 주게 했다. 경고 수치, 연결 위치, 사진 번호, 입회자의 이름. 모든 숫자가 같은 시간에 적혔다. 그 자료가 있어야 중앙 시연을 멈추는 결정을 나중에 누군가 뒤집지 못할 것이다. 진혁은 종이를 내려다봤다. 마레온에서 한 장짜리 감정서를 쓰던 자신이 이제 왕도 수천 명의 안전과 연결된 문서를 보고 있었다. 무게가 달랐다. 그러나 해결 방법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막힌 바람길을 찾고, 잘못된 연결을 끊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수치를 확인하면 됐다. 카렌이 진혁의 손목을 잠깐 잡았다. “진짜로 위험해지면 나와요.” “제가 위험해지는 건 계약 위반이라고 하셨잖아요.” “계약이 아니라 부탁이에요.” 그 짧은 말이 서류에 적힌 모든 경고보다 오래 남았다. “측면 홈의 간격이 정확히 맞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이건 오래된 압력 분배 장치의 교체 부품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끝의 철문을 열었다. 안에는 황동 관들이 커다란 수레바퀴처럼 연결된 방이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판 하나가 새롭게 설치돼 있었다. 새 판은 오래된 배관의 흐름을 두 방향으로 나누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몰아 주고 있었다. “이러면 무대 밑의 공기압이 올라갑니다.” 기사가 말했다. “관객석에서 들어오는 진동이 증폭판에 쌓일 수 있어요.” 진혁은 무대 위의 망치 소리를 떠올렸다. 영번 감정대가 낙찰 기록을 읽는 동안, 망치가 울릴 때마다 압력과 진동이 지하로 전달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기록을 잘못 읽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 있었다. 시설 자체가 압력을 견디지 못할지도 몰랐다. 하서린은 긴급으로 공개 시연 중단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압력 측정 수치가 명확했다. 그래도 본관의 무대 개시를 멈추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본관에서는 이미 첫 번째 망치 시연을 시작하려는 음악이 울리고 있었다. “연결선을 끊읍시다.” 진혁이 말했다. 시설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무작정 끊으면 환기 계통이 멈춥니다. 사람들이 모인 중앙홀의 배기가 역류할 수도 있어요.” 카렌이 물었다. “안전하게 멈추려면?” “무대 개시를 중단하고 압력을 천천히 빼야 합니다. 그런데 총감독관 승인 없이 중앙 시연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기사는 하서린을 바라봤다. “시설 긴급 중단권은 있습니다.” 그녀가 답했다. “문제는 중앙홀과 지하가 같은 시간에 반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혁은 시계를 봤다. 개시까지 남은 시간은 칠 분. 본관으로 돌아가는 계단을 달려도 관객석 입구에서 검문을 받아야 했다. “카렌, 무대 쪽으로 가세요. 하서린 감독관님은 공식 중단 명령을 내리고요. 저는 여기서 기술자분들과 압력부터 살피겠습니다.” “당신이 남겠다고요?” 카렌이 물었다. “여긴 제 전문 분야잖아요. 비싼 물건이 망가지기 전에 쳐다보는 거요.” 라일이 손을 들었다. “그럼 저는 어디로?” “통신 담당. 제발 아무것도 훔치지 말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세요.” 라일이 웃으며 벽의 음성관으로 뛰었다. 첫 번째 망치가 울리기 삼 분 전, 경매원 전체에 짧은 경고음이 퍼졌다. 하서린이 시설 긴급 중단권을 발동한 것이다. 중앙홀의 조명이 조금 어두워졌다. 일부 관객은 그것을 공연 연출로 착각해 박수를 쳤다. 안내원이 양팔을 벌리고 비상구 방향을 가리킨 뒤에야 사람들은 상황이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가 먼저 통로에 들어갔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그 뒤를 따랐다. 보안 요원은 재빨리 출입문 옆의 카펫을 걷어 바닥의 미끄러운 부분을 드러냈다. 돈 많은 사람이 앞자리를 차지하던 장소에서, 대피하는 순간만큼은 가장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했다. 본관에서 웅성거림이 터졌다. 몇몇 귀족은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했다. 오스카는 무대 가장자리에서 명령문을 확인한 뒤 얼굴을 붉혔다. “누가 이런 소동을 허락했나!” 카렌이 앞으로 나왔다. “관객 보호를 위한 공식 안전 중단입니다. 시연 전에 장비를 확인해야 합니다.” 오스카는 차갑게 말했다. “내 경매장을 네가 멈추겠다는 건가?” “당신의 경매장이 아니라 사람들의 안전이 걸린 장소입니다.” 무대 아래에서는 압력 수치가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시설 기사들이 예비 배기구를 열었기 때문이다. 진혁은 철판의 진동이 잦아드는 것을 바라봤다. 그러나 한쪽 관은 여전히 심하게 떨렸다. 새 판 뒤쪽에서 누군가 별도의 동력원을 연결해 둔 것이었다. “저쪽도 아직 움직입니다!” 기사가 소리쳤다. 그때 철문 너머에서 둔탁한 굉음이 울렸다. 오래된 보존탑 방향이었다. 곧 통로의 등불이 두 번 깜박이더니 반쯤 꺼졌다. 영번 감정대는 공식 시연이 멈춘 뒤에도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위쪽 홀에서 박수 소리가 멎었다. 밖으로 나가는 관객들의 발소리와 지하에서 작동하는 기계음이 서로 다른 박자를 만들었다. 진혁은 그 차이를 들으며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누군가 기계의 소리로 사람들의 동의를 위조한다면, 그 소리를 멈추는 것만큼 그 사실을 모두에게 남기는 일도 중요했다. 진혁은 손바닥을 판에 가까이 댔다. [원본 영번 보조 장치.] [주요 기능: 거절 기록 반송.] [현재 상태: 반송 경로 차단.] [경고: 잘못된 기록을 확정하려는 외부 입력 감지.] 그는 깨달았다. 누군가는 겨울 경매의 망치를 이용해 거짓 거래를 완성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망치가 울리지 않아도 거래가 끝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가짜 기록을 이미 흘려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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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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