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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07화
PAYLUA ORIGINAL · 제107화

107화. 입찰표를 훔치지 않은 도둑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01자

오프라인 책장
경매장의 낮과 밤은 서로 다른 소리를 냈다. 낮에는 수천 명의 구두 굽과 망치 소리가 돌벽을 두드렸다. 그러나 관객이 떠나고 청소부가 마지막 카펫을 털고 나면, 밤의 경매원에서는 배관을 흐르는 물과 지하 기계들의 낮은 진동만 들렸다. 그 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은 건물이 잠들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혁은 그 밤소리를 들으며 별관 검사실에 앉아 있었다. 감정청의 허가를 받아 보존사 두 명과 함께 은화 오십 닢짜리 접속구의 재질을 조사하는 중이었다. 둥근 황동 핀은 화령에서 제작된 것과 같았지만, 연결면은 더 오래된 방식이었다. 하서린이 확대경으로 인장을 살폈다. “영번 감정대 환기실 부품과 규격이 유사하군요. 그런데 거기에 설치된 적이 있는지는 기록이 없습니다.” “없는 기록을 찾으러 왕도까지 온 거잖습니까.” “그러니 기록이 없다는 말부터 정확히 해야죠.” 진혁은 피식 웃었다. 그녀의 엄격함은 조금 피곤했지만 믿을 만했다. 그때 복도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 카렌이 검사실 문을 열었다. 평소보다 숨이 가빴다. “라일이 경비대에 붙잡혔어요.” 진혁은 장갑을 벗었다. “이번엔 정말 뭘 훔쳤대요?” “입찰표를 훔쳤다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본관 귀빈실에서.” “그런데?” “라일은 자기가 훔치지 않았대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자체는 증거가 아니었다. 라일은 세상에서 가장 재빠른 손을 가졌고, 오랫동안 훔치는 일로 살아왔다. 자신조차 그 친구의 모든 과거를 알지는 못했다. “가 봅시다.” 귀빈실은 본관 서쪽 계단 두 개를 올라야 닿을 수 있었다. 두꺼운 적색 카펫과 향나무 장식이 깔린 복도에는 고급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다. 경비병 두 명이 문 앞을 막고 있었고, 안에서는 한 남자가 큰 소리로 누군가를 꾸짖고 있었다. “외부인 하나 때문에 정식 입찰을 망칠 수 없단 말이오!” 라일은 구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망토는 반쯤 젖었고, 양손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를 체포한 병사가 옆에 서 있었다. 라일은 진혁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카렌은 경비병에게 라일의 상태를 먼저 물었다. 정식 체포는 아니고 분실 신고의 관련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비병은 그를 곁에 앉혀 두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주변 시선은 마치 이미 범인을 정해 놓은 것처럼 차가웠다. “혹시 물리적으로 제압했습니까?” “저항은 없었습니다.” “수색은요?” “겉옷을 확인했습니다. 금속 도구 하나와 동전 몇 닢이 전부였어요.” 라일이 말했다. “열쇠 따는 도구로 보이셨겠지만 제 빵칼입니다.” 진혁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오른쪽 광대뼈에 작은 긁힌 자국이 있었다. 라일은 경비병 때문이 아니라 복도에서 청소 수레를 피하다 부딪쳤다고 했다. 진혁은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라일의 모든 행동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믿음은 조사 자체를 생략하는 이유가 아니었다. 카렌이 그를 천천히 달래며 질문을 정리하는 동안, 진혁은 오히려 라일의 눈이 계속 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눈치챘다. “뭘 찾습니까?” 라일은 대답을 망설였다. “저 문장 때문입니다.” 문 옆의 황동 장식에는 오래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자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배달 조합의 격언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라일이 기억하는 말은 정반대였다.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는 배달인이 마지막에 결정한다.’ 그 짧은 기억은 귀빈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이 물건을 잃었다고 외치고, 다른 사람은 그 옆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둑이 됐다. 진짜로 무엇을 옮긴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도 죄를 확정할 수 없었다. 라일은 손가락 끝으로 의자 모서리를 몇 번 두드렸다.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 진혁은 그제야 친구의 장난스러운 말투 뒤에 숨은 두려움을 보았다. 이번 일에 무죄라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도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라일을 의심할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이번에는 정말 안 했습니다.” 진혁이 대답했다. “아직 아무 눈도 안 했습니다.” 분실된 것은 17번 은색 가면 여자의 비밀 입찰표였다. 경매원 규정상 지정 유물의 입찰자는 사전에 보증금과 최고 한도를 제출할 수 있었는데, 이를 적은 청색 입찰표를 누군가 사라지게 한 것이다. 피해를 주장한 남자는 여자의 대리인으로 등록된 귀족 수행비서였다. “이 사내가 우리 방 앞을 서성였소.” 라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성였죠. 방 안에 들어간 적은 없습니다.” “왜 서성였나?” 카렌이 물었다. 라일은 입술을 다물었다. 진혁은 그 침묵이 거짓말을 찾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보일지 알았다. “이유를 얘기하세요.” “벽 장식에 배달인 조합의 옛 문양이 있었어요. 아홉 개의 홈이 파인 금속 고리요. 제 황동표와 닮아서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비서는 헛웃음을 쳤다. “도둑이 벽 장식을 감상했다고?” “생각보다 제가 교양이 있습니다.” 상황은 더 나빠질 뻔했다. 그러나 카렌은 다툼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문 앞 경비일지와 입찰표를 보관한 서랍의 봉인 상태, 청소 담당자의 작업 시각을 차례로 확인했다. 라일의 결백을 믿고 싶은 마음과 조사 결과를 섞지 않으려 했다. “입찰표가 사라진 시간은요?” 비서는 서류를 뒤졌다. “오후 일곱 시부터 일곱 시 반 사이일 거요.” “그때 라일은 본관 1층 기계실 앞에 있었습니다. 정비 기술자 두 명이 봤어요. 이 방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립니까?” “빠르면 사 분.” “그럼 어느 시간대에 있었는지 대조할 수 있겠군요.” 진혁은 탁자 위의 서랍을 살폈다. 도구를 쓰지 않고 열었다 닫은 흔적이 있었다. 잠금 장치가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열쇠를 사용한 사람의 손길이었다. [대상: 청동 열쇠 구멍.] [최근 움직임: 정상 열쇠 삽입 세 차례.] [외부 강제 훼손: 없음.] 그는 눈에 보이는 손상 기록만 설명했다. 봉인이 깨진 방향과 먼지의 자국으로 보아 서랍은 열쇠를 가진 사람이 열었을 가능성이 컸다. 라일이 고급 도둑이긴 해도 이 방의 열쇠를 복제할 이유는 없었다. 하서린이 별도 조사를 요청하자 비서는 입찰표 보관용 예비 열쇠 두 개를 내놓았다. 하나는 비서가 갖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경매원 관리실에 있었다. 관리실 열쇠가 잠시 비서에게 대여된 기록이 발견됐다. 비서의 얼굴빛이 변했다. “제가 대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입찰표를 빼돌리지 않았소!” “아직 어느 누구도 당신이 범인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카렌이 말했다. 그녀는 대여 기록의 필체와 시각을 다시 적었다. 나중에 확인할 증거였다. 복도 끝에서는 한 아이가 청소 수레를 밀고 있었다.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진혁이 멀리서 손을 흔들자 아이가 겁을 먹고 멈춰 섰다. 하서린은 그 아이가 견습 수습생이며 귀빈실 복도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일이 조용히 말했다. “저 아이가 아까 방 앞에서 울고 있었어요. 제가 물어보니 자기 배달표를 잃어버렸다고 하더군요.” 아이 이름은 루카였다. 그는 수습생이지만 아직 정식 배달원 등록을 받지 못했다. 숙식비를 갚으려면 계약 기간을 채워야 했다. 귀빈실 대리인이 심부름을 시켜도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카렌은 아이에게 범인이라는 듯 질문하지 않았다. 관리자의 입회 아래 차분히 물었다. 루카는 서랍을 연 적은 없지만, 비서가 청색 종이 하나를 얇은 편지봉투에 넣어 보관함에 옮기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비서는 이마에 땀을 흘렸다. “정식 문서 전달을 준비했던 것이오.” “그렇다면 보관함 위치를 알려 주십시오.” 편지봉투는 실제로 있었다. 입찰표도 그 안에 있었다. 서류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분실 신고가 잘못 접수된 것이었다. 비서는 체면 때문에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복도에 있었다는 이유로 라일을 지목했다. 카렌은 피해자 진술을 정정하는 과정도 지켜봤다. 비서는 분실 신고를 철회하면서 자신의 착오였다고 짧게 썼다. 그러나 라일을 의심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말에는 얼굴을 굳혔다. 옆에 있던 경비병이 조용히 말했다. “분실품이 발견됐으니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겠습니다.” 라일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그 기록에서 용의자 표시가 지워지는 일이 자신에게는 이렇게 낯설었다. 진혁은 비서에게 강제로 사과를 요구하기보다, 공식 정정 문서 사본을 라일에게 건넸다. 적어도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기면 억울함을 설명할 근거가 하나 생긴 셈이었다. 귀빈실 밖으로 나온 뒤 진혁은 라일에게 말했다. “말로만 결백하다고 했으면 곤란했겠네요.” “그러게요. 저도 훔친 적 없다는 말을 누가 믿을 줄은 몰랐습니다.” 라일이 웃었지만 어딘가 쓸쓸했다. 오랫동안 도둑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남은 신뢰는 그가 가장 늦게 훔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카렌은 그의 어깨를 쳤다. “이제 적어도 오늘 일은 기록에 남겠죠.” 루카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아이는 잃어버린 배달표 대신 낡은 황동 고리를 내밀었다. “형, 아까 찾던 문양이 이거죠?” 라일은 몸을 굳혔다. 고리에는 아홉 개의 홈이 있었고 그중 여덟 번째 홈 안쪽에 아주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열쇠를 훔치지 말고, 거절할 사람에게 전달할 것.’ 루카가 말했다. “여기 견습 배달원들은 다 알아요. 옛날에 누군가 그 말을 어기고 사람 하나를 잃었대요.” 라일은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졌다. 아직 이름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기억 저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 물건은 전달하지 마. 네가 먼저 살아야 해.’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아이는 다시 수레를 밀고 있었다. 카렌과 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기억이 진실인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라일은 처음으로 자신의 손이 무엇을 훔쳤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전달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황동표를 주머니 깊이 넣었다. 어떤 날에는 빠른 손이 사람을 살렸지만, 어떤 날에는 그 손을 멈추는 일이 더 어려웠다. 오늘 그가 증명한 것은 도둑질을 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억울한 상황에서도 기다리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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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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