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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05화
PAYLUA ORIGINAL · 제105화

105화. 두 장의 감정서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58자

오프라인 책장
겨울 첫 경매를 하루 앞둔 에르반 경매원은 축제장이자 군영이었다. 본관 현관에서는 손님을 맞는 음악가들이 바이올린 활을 맞췄고, 같은 시각 지하에서는 화재 대피선을 점검하는 직원들이 땀을 흘렸다. 붉은 카펫을 펴는 사람과 카펫 아래 통신선을 묻는 사람이 서로 부딪혀 욕을 했다. 유리돔 안쪽에서는 먼지를 닦아 내는 청소부들이 밧줄에 매달려 있었다. 진혁은 높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푸른 유리 조각마다 겨울 햇빛이 부서져 내렸다. 의자 수천 개가 부채꼴로 펼쳐진 중앙 경매장은 사람이 가득 차지 않았는데도 숨소리가 크게 울렸다. 무대 위에는 눈꽃 모양의 황동 장식과 왕실의 검은 사자 문장이 걸려 있었다. “돈이 이렇게 많이 모이면 사람이 겸손해져야 하는데.” “왜요?” 라일이 물었다. “저 천장을 망가뜨리면 제 평생 월급으로도 못 갚을 것 같아서요.” 카렌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러니까 천장에 올라갈 생각은 하지 마요.” 하서린의 안내를 받아 일행은 뒤편의 예비 시연실에 들어갔다. 시연실은 중앙 무대와 높이가 같았지만, 벽 전체가 관람석이 아닌 구리판으로 덮여 있었다. 중앙에는 낮은 원형 탁자가 있고, 그 위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탁자를 따라 난 작은 홈에는 오래된 먼지가 쌓여 있었다. “영번 감정대의 모형입니다.” 하서린이 설명했다. “실물은 지금 시설팀이 안전 검사 중입니다. 감독관 허가 없이 가동하지 못합니다.” 세리아는 원형 탁자에서 몇 걸음 떨어져 멈췄다. 유나와 함께 이 건물에 왔던 기억이 점점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이 방이 소품 창고였다. 웃으며 사진을 찍던 장소였고, 몇 시간 뒤 처음으로 서로에게 화를 냈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때 저 홈에서 물이 샜어.” 세리아가 말했다. “유나가 습기를 걱정했지.” 하서린이 시설 점검표를 펼쳤다. “지금은 건조합니다. 그런데 이 홈은 장식용이 아닙니다. 중앙 무대의 낙찰 기록을 시연실로 보내는 구형 기계선이 연결돼 있어요.” “낙찰 기록이라면 금액과 낙찰자?” “원래 설계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영번은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을 때 거래를 멈추는 보조 장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진혁은 원형 탁자의 표면을 바라봤다. 눈에 보이는 글씨가 떠올랐다. [물체명: 영번 감정대 모형.] [원형 감정대의 일부 동작 재현.] [판정 능력: 계약 성립 이전의 오류 표시.] [주의: 원형 감정대와 기능이 같지 않음.] “이걸 왜 시연하죠?” 하서린은 종이를 넘겼다. “왕실 후원자들이 요청했어요. 오래된 유물 감정 기술을 공개한다는 홍보 목적입니다. 특히 거래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싶어 하죠.” “공정성을 강조하려면 사람을 초대하기 전에 통행증부터 제대로 발급했어야죠.” 감독관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시연 담당자는 두 장의 감정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첫 번째 종이에는 오래된 청동 열쇠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용 가능한 정품, 출처 왕립 창고.’ 두 번째에는 같은 열쇠에 대한 다른 평가가 쓰여 있었다. ‘복제품, 출처 불명.’ “어느 쪽이 맞는지 판별하는 시연을 하겠습니다.” 진혁은 두 서류를 차례로 살폈다. 첫 번째 종이의 인장은 훌륭했다. 잉크의 번짐도 고르고 필체도 전문 기록관의 손처럼 단정했다. 그러나 청동 열쇠의 사진에서 이상한 점이 보였다. 열쇠의 이빨 하나가 닳은 방향이 실제 금속 마모와 반대였다. 두 번째 서류는 종이가 싸고 글씨도 흔들렸지만 실물의 긁힌 부분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었다. “두 번째가 더 신뢰할 만합니다.” 시연 담당자가 눈썹을 올렸다. “감정대가 확인해 줄 겁니다.” 장치가 작게 울렸다. 원형 탁자 아래에서 톱니가 움직이며 두 장의 감정서를 읽는 듯 얇은 은빛 선이 올라왔다. 잠시 뒤 녹색 불이 첫 번째 서류 위에 켜졌다. 관객석에 있던 몇몇 감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셨죠? 왕실 인증 감정서입니다.” 진혁은 선뜻 박수 치지 않았다. 그가 읽은 물건의 흔적은 첫 번째 서류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모든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는 감정서를 가까이서 보겠다고 요청했다. “시연 중입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바로 그래서요. 판정 결과가 관객에게 영향을 주기 전에 확인하고 싶습니다.” 하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두 종이를 건넸다. 진혁은 손바닥으로 진짜 열쇠를 감정했다. 문장은 간결했다. [청동 문서함 열쇠.] [왕립 창고 물품이었던 적 없음.] [최근 복제 흔적: 없음.] 그는 자신이 본 결과를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능력은 단서일 뿐, 다른 감정사가 검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다. “첫 번째 서류에 붙은 사진은 물건의 좌우가 바뀌어 있습니다. 감정인은 실제 물건을 오른쪽에서 본 것처럼 썼지만 긁힌 자국은 왼쪽에만 있어요. 사진을 잘못 붙였거나 다른 물건의 보고서입니다.” 기술 감정사가 확대경을 대더니 얼굴을 굳혔다. “맞습니다.” 하서린은 원형 탁자 아래에 꽂힌 표를 확인했다. 두 서류의 아래쪽 모서리에는 서로 다른 번호가 적혀 있어야 했지만, 둘 다 같은 기계 등록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장치는 종이가 진짜인지 판별한 게 아닙니다. 이미 등록된 번호가 있는지 확인했을 뿐이에요.” 시연실이 조용해졌다. 관람석 맨 뒤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있었다. 그는 왕도의 오래된 감정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젊은 시절 왕립 창고에서 같은 모양의 열쇠를 수십 개 보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감정하는 건 금속만이 아니오.” 노인이 말했다. “누가 언제 이 물건을 만졌는지도 거래의 일부가 되지.”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이 남긴 기록을 그대로 믿으면, 기록을 만든 사람이 거짓말했을 때 물건까지 거짓말하게 되니까요.” 그는 두 번째 서류의 가장자리도 확인했다. 종이에는 손으로 급히 붙인 얇은 보강지가 있었는데, 그 위에 오래된 검사 번호가 남아 있었다. 다른 번호였다. 반대로 첫 번째 서류에는 정식 직인이 있었지만 그 아래에 붙은 번호가 원래 종이의 길이와 맞지 않았다. 누군가 서류를 다듬어 가짜 접수번호를 붙였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 무엇을 믿어야 하죠?” 한 여성 감정사가 물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요.” 하서린은 별도의 무게 저울을 가져오게 했다. 청동 열쇠의 두께와 밀도, 마모 방향을 측정했고, 옛 창고의 열쇠 목록에서 같은 규격을 찾았다. 열쇠는 왕립 창고에서 만들어진 것과 비슷했지만, 그 창고의 설비에 쓰였다는 증거는 없었다. 판단은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진혁은 그 미확정이라는 말이 오히려 반가웠다. 전에는 그가 진실을 조금 보기만 하면 당장 모든 비밀이 풀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쓰는 감정서는 실물을 다시 검사할 수 있어야 하고, 판정을 내리지 않는 용기도 필요했다. 시연 담당자가 들고 있던 대본에는 '영번 장치가 왕실의 확실한 진실을 증명한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하서린은 펜을 빼 들고 그 부분을 두 줄로 그었다. “기계는 등록번호를 읽습니다. 진실을 판결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을 마치자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앞줄의 경매원 운영 직원은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급히 전갈을 보냈다. 단순한 시연의 오류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진혁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누군가 미리 준비해 놓은 결말이 틀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그럼 이름만 바꿔도 통과한다는 얘기입니까?” 라일이 물었다. “지금 상태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서린이 말했다. “하지만 원형 장치까지 똑같다고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세리아는 두 장의 종이를 바라봤다. 오래전 유나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자신과 다퉜다. 기계는 사람이 남긴 기록을 믿는다. 기록에 오류가 있다면 기계도 잘못된 믿음을 반복한다. 그 사실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유나는 주장했다. “정식 경매에선 이 시연을 취소해야겠네요.” 카렌이 말했다. 하서린은 관리 책임자의 서명을 받기 위해 나갔다. 그 사이 진혁은 무대 뒤편의 벽을 살폈다. 환기구 옆에 두 가닥 선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한쪽 선은 잘린 상태였다. 누군가 일부러 절단한 것인지, 오래된 마모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갑자기 옆문이 열리며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진회색 예복에 은빛 사슬을 걸고 있었고, 장갑에는 금색 실로 왕립 경매원의 문장이 수놓여 있었다. 마른 턱 아래에는 작은 점이 하나 있었다. “시연이 지연된다던데.” “오스카 르벨 총감독관님.” 담당자가 급히 인사했다. 오스카는 먼저 장치를 보고, 다음으로 진혁을 봤다. “루멘 경매장의 젊은 감정사군. 소문보다 꼼꼼하네.” 진혁은 고개를 숙였다. “칭찬이라면 영수증을 끊어 주셔도 좋습니다.” 오스카는 웃었다. “왕도에선 재치보다 정확한 가격이 더 중요하네.” “그럼 이 감정대는 가격을 얼마로 매기시겠습니까?” “값을 붙일 수 없는 물건이지. 왕도의 신뢰를 지키니까.” “신뢰라면 값을 붙이지 말아야 할 이유도 있겠군요.”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부딪쳤다. 오스카는 대답 대신 담당자에게 내일 시연을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하서린이 돌아와 반대했지만 그는 손바닥을 들어 말을 막았다. “결함은 보완하면 되네. 시연 취소는 왕실 후원 계약 위반이야.” 진혁은 그 말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사람이 아니라 서류가 먼저 움직이는 곳에서 언제나 나타나는 냄새였다. 시연실을 나서는 순간 그는 탁자 아래에 떨어진 작은 황동편을 봤다. 표면에는 ‘거절’이라는 글자가 반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그것을 떼어 낸 자리에 새로운 금속판을 끼워 넣으려 한 흔적이 보였다. 모형의 오류가 우연이라면, 이 절단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혁은 하서린을 불러 그 조각을 가리켰다. 그녀는 사진을 남기고 봉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날 저녁 겨울 경매의 첫 행사 일정표가 공개됐다. 가장 앞줄에 짧은 문장이 추가되어 있었다. ‘영번 감정대의 신뢰를 증명할 최종 감정사 — 서진혁.’ 그는 자신이 그런 역할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자기 이름부터 크게 읽었다. 낙관보다 먼저 사람이 있었다. 종이에 적힌 그의 이름은 진짜였지만, 그 종이가 말하는 동의는 거짓이었다. 그 단순한 차이가 왕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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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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