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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03화
PAYLUA ORIGINAL · 제103화

103화. 은화 열한 닢짜리 겨울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33자

오프라인 책장
에르반에서 물건의 값은 날씨에 따라 달라졌다. 전날 밤 눈이 내려 창고 문이 얼어붙으면 삽과 기름값이 올랐고, 장작이 부족하다는 소문만 돌아도 외곽 시장의 난방석 가격은 뛰었다. 거리에 노점이 늘어선 까닭은 사람들이 늘 가난해서가 아니었다. 왕도의 사람들은 작은 돈으로 큰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물건을 끊임없이 찾았다. 서진혁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준 이는 경매원 직원이 아니라 여관의 늙은 주인이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 값으로 동화 여섯 닢을 받으며 말했다. “왕도에선 금화보다 겨울밤에 필요한 물건이 더 귀할 때가 있어요. 돈은 손을 데워 주지 못하거든.” 라일이 입김을 뿜었다. “금화가 많으면 좋은 난로를 사면 되죠.” “난로가 없어지는 밤이 오면 알게 될 게다.” 진혁은 그 말을 메모했다. 마레온에서 배운 기술은 경매품의 숨겨진 용도를 읽는 것이었다. 왕도에서는 그 용도가 언제 가장 절실해지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날 오전 왕립 경매원 북부 별관에서는 소규모 잔여품 경매가 열렸다. 겨울 정식 경매에서 떨어진 물건, 보존비가 너무 비싸 의뢰인이 처분을 요청한 물건, 그리고 오랫동안 분류를 기다린 잡동사니가 한꺼번에 출품됐다. 화려한 본관과 달리 북부 별관은 페인트가 벗겨진 벽과 울퉁불퉁한 마룻바닥이 특징이었다. 한쪽 창문은 잘 닫히지 않아 추운 바람이 경매사를 계속 괴롭혔다. “루멘에서도 저런 창문은 안 씁니다.” 진혁이 중얼거렸다. “우리 경매장 남관 창문부터 고쳐.” 세리아가 대답했다. 카렌은 기록청으로 가기 전에 잠시 입회했다. 그녀는 경매에 참석한 사람들을 살폈다. 대리인들은 새 외투와 얇은 장갑을 끼고 있었고, 작업복을 입은 기술자들은 물건의 길이를 먼저 재고 있었다. 수집가는 장식을 보지만 기술자는 연결구를 본다. 카렌도 이제 그 차이를 알았다. 17번 출품품은 유리 원통 여섯 개가 붙은 낡은 장치였다. 판매 장부에는 ‘실내 장식용 겨울 빛통, 사용 불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표면에는 녹이 슬었고, 한쪽 유리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있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경매사가 말했다. “시작가 은화 열 닢. 없으면 폐기물 상인에게 넘어갑니다.” 진혁은 손을 들지 않았다. 먼저 보존사에게 점검 기록을 요청했다. 유리 내부가 진공인지, 균열이 연결관까지 이어졌는지 확인하지 않고 샀다가는 병째 터질 수 있었다. 점검 기록은 짧았다. ‘현재 작동 안 함. 약한 압력 변화 확인.’ 진혁의 손바닥에 얇은 글씨가 떠올랐다. [대상: 온도차 회수관, 구형 모델.] [통상 용도: 난방 장치의 배기열을 실내 공기에 일부 환원.] [남은 기능: 6개 중 4개 정상.] [위험: 밀폐 공간에서 과열시키지 말 것.] [잠재 가치: 단열 불량 건물의 환기비 절감.] 그는 곧장 입찰하지 않고 마른 종이에 여섯 개 원통의 배열을 그렸다. 장치는 원래 난로에서 버려지는 뜨거운 공기를 돌려 쓰는 보조기였던 것이다. 유리를 통해 빛이 들어와 장식품이라고 불렸지만, 실제 가치는 빛보다 열에 있었다. “열한 닢.” 진혁의 손이 올라갔다. 옆자리 중개인이 고개를 돌렸다. “저렇게 금 간 걸 산다고?” “겨울이니까요.” 입찰 경쟁자는 폐기물 상인 한 명뿐이었다. 상대는 금속 무게만 계산했는지 열두 닢을 부르고 멈췄다. 진혁은 열세 닢에 낙찰받았다. 경매 수수료와 운반비를 합치면 은화 열여섯 닢이었다. 라일이 속삭였다. “은화 열한 닢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열여섯 닢이군요.” “제 수익 계산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 지출만 기억합니까?” “그게 제가 당신 돈을 훔칠 수 없는 이유죠.”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빛통을 운반하던 짐꾼이 미끄러져 내려놓는 바람에 원통 하나가 탁자 모서리에 부딪쳤다. 유리에서 뚜렷한 소리가 났다. 세리아가 다가와 말했다. “멈춰. 이 상태로는 숙소에 들이지 마.” 진혁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값싼 유물을 비싼 사고로 바꾸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감정이었다. 그들은 북부 별관 뒤편의 공공 수리소로 장치를 옮겼다. 수리소에는 젖은 외투를 말리는 난로가 세 개 있었지만 벽 사이로 틈바람이 들어왔다. 노인 기술자 노웰은 유리관을 몇 번 두드린 뒤 고개를 저었다. “하나만 제대로 붙어도 쓸모는 있겠지. 그런데 오래된 물건이야.” “네 개가 정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압력 분산판을 먼저 검사할 수 있습니까?” 노웰은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다가 천천히 장갑을 꼈다. 진혁이 겉으로 본 균열과 내부 연결관을 나눠 설명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장치를 분해하는 데 세 시간을 썼다. 유리관 세 개를 분리하고 녹슨 조절 나사를 교체한 다음, 충분히 낮은 출력의 시험용 배기구에서 온도 차를 쟀다. 수리소 안쪽의 냉기가 조금씩 누그러졌다. “오.” 노웰이 말했다. 한쪽 난로에서 빠져나가던 열기가 회수관을 돌아 복도 쪽으로 흘렀다. 눈에 띄는 기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개의 난로를 같은 연료로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었다. 노웰은 직접 측정한 표를 여러 번 확인했다. “정말이네. 작동 가능한 관이 네 개나 있어.” 진혁은 수리비와 부품비를 계산했다. 새 장비를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쌌지만, 전부 합하면 구매가의 몇 배였다. 재료값과 작업 시간, 시험 기록까지 넣자 큰 이익은 남지 않았다. 그때 수리소 관리자가 말했다. “혹시 저걸 저희에게 팔 생각은 없습니까? 난방 연료가 올라서요. 북쪽 대기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손이 얼어 가고 있습니다.” 진혁은 잠시 생각한 뒤 장비 한 세트와 유지보수 방법을 함께 판매했다. 관리자는 시험 성적을 확인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산 결과는 은화 아흔두 닢. 수리비와 구매비를 제하고 남은 이익은 은화 스물여덟 닢이었다. 라일이 감탄했다. “오늘도 큰돈을 버셨네요.” 관리자는 겨울 동안 연료가 얼마나 절약될지 계산하고 싶어 했다. 진혁은 섣불리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 건물의 틈바람과 난로의 출력, 출입문을 여닫는 횟수에 따라 효율은 얼마든지 달라졌다. 노웰과 함께 대기실 문을 닫고 열며 온도 변화를 다시 측정했다. 문 앞에는 출근을 기다리는 작업자 다섯 명이 서 있었다. “먼저 들어가서 몸 좀 녹이시죠.” 진혁이 말했다. 중년 여자가 손가락을 펴 보였다. 작업 장갑의 엄지 부분이 헤져 있었다. 그녀는 난로 앞에 앉자마자 종이봉투에서 작은 콩빵을 꺼냈다. 진혁은 왕도의 사람들도 마레온의 부두 인부들과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른 유니폼을 입었지만 매일 손가락을 쓰고, 하루가 끝나면 작은 방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저 장치 덕분에 따뜻해지는 겁니까?” 여자가 물었다. “아직 시험 중입니다. 난로가 더 오래 버티는지 며칠은 기록해야 정확합니다.” “그럼 시험 끝나기 전에 고장 나면요?” “수리 계약에 그 조건을 넣겠습니다.” 관리자가 난감하게 웃었다. “그런 조건까지 넣으면 판매자에게 손해 아닌가요?” “이런 장비는 한 번 팔고 도망치면 다시 못 팝니다. 오래 쓰게 만들어야 다음 손님도 생기죠.” 노웰이 허허 웃었다. “젊은 감정사가 장인 말을 다 하네.” 진혁은 수리소에 남은 예비 유리관 두 개를 따로 보관하고, 압력계가 일정 범위를 넘으면 누구든 구동을 멈출 수 있게 손잡이에 붉은 표시를 붙였다. 대기실 관리자는 설명을 듣고 직원 두 명에게 조작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제야 계약서가 완성됐다. 노웰은 마지막으로 서명 아래에 작은 문구를 하나 넣었다. '겨울 종료 후 재점검.' 낙찰받은 물건이 본래의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새 물건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진혁은 계약서를 다시 읽고 선뜻 동의했다. 보수비가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장비를 오래 쓸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다음 겨울에도 추위를 덜 겪을 것이다. 값싼 물건을 산 행운보다, 그 가치를 제대로 돌려주는 과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돈을 받는 일은 의외로 빨랐다. 그러나 진혁은 장부 끝에 자기 이름과 함께 작업에 참여한 노웰의 이름도 적었다. 노웰은 장갑 낀 손으로 종이를 여러 번 고쳐 잡았다. 예전에는 이런 중고품 수리를 해도 대개 '기타 잡역'으로 기록됐다고 했다. “오늘은 누가 이 물건을 살렸는지 남겨야죠.” 진혁이 말했다. “저 혼자 손댔다면 유리가 터졌을 겁니다.” 창문 밖에서는 겨울빛이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 대기실의 유리에는 추운 거리와 따뜻한 방이 동시에 비쳤다. 진혁은 그런 차이를 몇 닢의 부품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왕도 물가로 빵 사흘치와 위험수당 반나절치입니다.” “사장님 들으시면 슬퍼하겠어요.” 세리아는 오히려 만족스러워 보였다. “잘했어. 물건의 능력을 증명하고 가격을 받았잖아. 막연히 보물이라고 우긴 게 아니라.” 진혁은 따뜻해진 대기실에서 손을 비비는 노동자들을 봤다. 아무도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그들은 오늘 밤 조금 덜 추울 것이다. 금화가 아니라 그런 결과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경매장을 나서려는 순간 하서린이 그를 찾아왔다. 그녀는 수리소의 측정 자료와 경매 출품 장부를 나란히 들고 있었다. “장치는 정상 거래입니다. 다만 저 장치가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어느 폐창고겠죠.” “왕립 경매원 지하, 영번 감정대의 구형 환기실입니다.” 진혁은 웃음을 멈췄다. 장비가 오래돼 버려졌다고 기록됐는데, 그 장비를 관리하던 감정대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새벽 출입 기록에는 영번 감정대가 이미 가동됐다고 적혀 있었다. 하서린이 출품 표에 찍힌 도장을 가리켰다. “그리고 처분 승인 시각이 오늘 아침 여섯 시로 되어 있네요. 해당 창고의 문은 지난 석 달 동안 개방 허가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잠든 시설을 청소하고 있었다. 영번 감정대가 다시 움직이기 전에, 그 시설을 기억하던 오래된 물건부터 치우는 것처럼. 진혁은 경매원 뒤편 눈 덮인 굴뚝들을 바라봤다. 굴뚝 아래에는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기계 정비공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막기 위해 판자를 세우고, 교대 시간을 적은 종이를 벽에 붙였다. 경매장에서 버린 부품 하나가 쓸모를 되찾는 동안, 누군가는 계속 그 부품을 만들어 온 시설을 지키고 있었다. 진혁은 다음에 영번 감정대를 조사할 때도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수많은 굴뚝 중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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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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