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스가 또 돈을 보내겠다고 했을 때, 김태오는 먼저 영수증 양식을 꺼냈다.
“이번에는 얼마입니까?”
“스무 닢.”
“금화 스무 닢이요?”
“그렇다.”
“그리고 어디에서 나온 돈인지요?”
발카스의 대리인 바렌이 서류를 펼쳤다. 북쪽 목재 보관창고의 단기 임대료와 창고 사용권 정산 중 발카스에게 귀속되는 몫을 확인한 자료였다. 계정 47과 무관한 개인 자산 수익이라는 것이 이번 지급의 전제였다.
“사용료 가운데 수선 적립과 관리비를 제외한 실수령이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태오 씨에게 스무 닢을 지급하겠습니다.”
태오는 서류를 읽고 세딘에게 자금 출처 대조가 가능한지 물었다. 그는 누군가의 말을 그냥 믿고 금화를 받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오래된 채무를 줄이는 일에서 무엇이 실제로 움직였는지 기록하고 싶었다.
마르셀은 지급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바렌이 금화 스무 닢을 가져왔고, 태오는 하나씩 세어 보았다. 금화가 손끝에 닿을 때마다 처음 받았던 보증금의 무게가 떠올랐다.
“열아홉, 스물.”
“확인됐습니까?” 발카스가 물었다.
“예. 실제로 받았습니다.”
태오는 원금 정산표를 펴서 한 줄을 추가했다.
[9~10화 30 / 44화 40 / 58화 20 / 68화 25 / 79화 30 / 88화 35 / 금번 20.]
총 반환액 200금화. 남은 원금 100금화.
숫자는 명확했다. 아직 전체의 3분의 1이 남았지만, 첫날에는 상상도 못 했던 곳까지 왔다.
***
바렌이 영수증을 내밀었다. 태오는 서명하기 전에 문서 제목을 다시 확인했다.
[일부 변제 수령 확인서.]
그 아래에는 남은 원금 100금화가 기재되어 있었고, 계정 47 조사 권리나 세입자 공동 진정 참여를 포기한다는 문구는 없었다.
“좋습니다.”
바렌은 어깨의 힘을 풀었다.
“드래곤 님이 이번에는 문구를 직접 검토하셨습니다.”
“정말요?”
“그분은 처음에 '황금의 반환이 곧 신뢰의 증명이다'라고 적으려 하셨죠.”
태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 문장은 어디에 적혀 있습니까?”
“삭제했습니다.”
“잘하셨네요. 사람들 놀라겠습니다.”
발카스가 못마땅하게 말했다.
“인간들은 모든 문장을 짧게 만들어 버리는군.”
“그 대신 오해가 줄어듭니다.”
“내가 네게 스무 닢을 준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느냐?”
“충분합니다. 오늘 건은요. 아직 백 닢은 남았지만요.”
발카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이젠 그의 침묵이 위협인지 계산인지 태오도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
지급 소식을 들은 다른 세입자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사람은 축하했고, 어떤 사람은 왜 김태오만 계속 받는지 물었다. 태오는 자기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서운함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저도 계약에 따라 신청하고, 받은 돈의 근거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조정실에서 자신의 정산표를 필요한 범위만 공개했다.
“다만 여러분의 계약과 지급 순서는 각각 다릅니다. 제 사례가 여러분의 채권이 없어졌다는 뜻도 아니고, 제가 대신 결정할 권리가 생긴 것도 아닙니다.”
헤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로벤은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는 아직 기다리기만 하는데.”
태오는 반박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그래서 발카스 측에 각 계약별 반환 가능 금액과 날짜를 다시 묻겠습니다. 제가 보증할 수는 없지만 같이 확인은 할 수 있어요.”
리네아는 사람들을 개인 상담 시간으로 나누었다. 누구는 소액 선지급이 시급했고 누구는 권리 관계를 먼저 바로잡기를 원했다. 그녀는 동일한 양식을 나눠 주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른 계약서와 다른 사정이 있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자기 보증금만 되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때를 떠올렸다. 여전히 남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남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으면서 도울 방법은 있었다.
***
발카스는 조정실을 나서려다가 태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네게 준 돈을 합치면 이제 이백 닢이군.”
“그렇습니다.”
“기뻐해야 하지 않겠느냐?”
“기쁩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얼굴이 심각하냐?”
“숫자를 틀리면 안 되니까요.”
드래곤은 그를 한참 바라봤다.
“내가 사과한다면 받아들이겠느냐?”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먼저 듣고 싶습니다.”
“내가 금고 문제를 이유로 네 계약을 오래 미룬 일. 너를 하찮은 인간으로 여긴 일.”
태오는 숨을 들이켰다. 발카스의 사과가 진심인지 지금 이 순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잘못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그 말은 듣겠습니다. 다만 보증금 반환은 계속해야 합니다.”
“스무 닢을 줬는데도?”
“사과는 공짜여도 됩니다. 원금은 돈으로 갚으셔야죠.”
발카스는 두 눈을 감았다. 복도에 있던 바렌이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참는 사람의 어깨는 왜 그렇게 잘 움직이는지, 태오는 이날 처음 알았다.
***
그날 태오의 기록방에는 두 번째 유료 의뢰가 들어왔다. 상단 창고에서 물건을 맡길 때 쓰는 표를 정리해 달라는 일이었다. 그는 일을 맡기 전 소유 물품과 보관 장소, 반환일, 보관료를 구분한 견적서를 만들었다.
“표 하나 만드는 데 이렇게 많은 질문이 필요합니까?” 손님이 말했다.
“나중에 표 한 칸 때문에 사람을 찾는 일이 더 비쌉니다.”
손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견적서에 서명했다. 태오는 작은 금액을 매출 장부에 기록했다. 그것은 발카스가 돌려준 보증금과 별개의 돈이었다. 자신이 일을 해서 번 첫 정기 수입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리네아는 그 사실을 듣고 작은 케이크를 사 왔다.
“금화 이백 닢 돌려받은 기념이에요?”
“그것도 좋지만 기록방에 두 번째 손님이 온 기념이요.”
“첫 손님은요?”
“로벤 씨. 오늘 돈을 낸 두 번째 손님은 이 상단이죠.”
“그럼 축하를 두 번 해야겠네요.”
리네아는 케이크를 반으로 잘랐다. 태오는 순간 그녀가 작은 조각을 자기에게 줄 줄 알았지만, 그녀는 더 큰 조각을 내밀었다.
“오늘 고생했잖아요.”
“당신도요.”
“그럼 내일은 당신이 사 주세요.”
“예산부터 알려 주세요.”
그녀가 웃었다. 태오는 그녀의 웃음이 서류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
바렌이 지급 내역을 정리하는 동안 태오는 발카스의 개인 임대수익 내역을 제한된 범위에서 확인했다. 그 기록은 계정 47과 연결된 주택조합 자금이 아니었다. 사용권 계약에 따른 별도 수익에서 관리비와 확정 비용을 빼고 남은 금액의 일부였다. 이벨은 설명문을 읽고 채무 변제와 관리비 청구가 별개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철회된 수리비 청구를 슬쩍 다시 올리지는 않으셨죠?” 태오가 물었다.
바렌은 얼굴을 굳혔다.
“계단 손상 86금화, 방화 56금화, 봉인 오염 70금화 주장은 이전에 철회된 상태로 유지됩니다. 안전 대기 관리비 126금화 징수도 보류 중입니다.”
“좋습니다. 그 금액이 제 잔액에서 빠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이번 일부 변제의 원금 잔액과 그런 항목은 자동 상계되지 않습니다.”
발카스가 듣고 있다가 지루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너희는 숫자를 나누는 데 목숨을 거는군.”
“제 목숨만큼 큰 돈이니 그렇습니다.” 태오가 답했다.
“남은 백 금화가 내게는 작은 숫자다.”
“제게는 새 작업장 몇 달을 버틸 돈입니다. 사람마다 돈의 무게가 다르죠.”
발카스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오는 바로 그 침묵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꼈다. 드래곤이 인간의 작은 금액을 별것 아닌 것으로 말한 뒤에도, 이제는 그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돌아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세딘은 금화 하나하나의 수량을 확인했다. 소유권과 지급 재원 설명은 별개 문서에 첨부했고, 실제 수령 여부는 태오 본인의 확인을 받았다. 태오는 금화를 가방에 넣기 전 손바닥 위에서 잠시 굴려 보았다.
처음 발카스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던 날에는 이 소리가 평생 다시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은 돈이 실제로 손에 닿을 때마다 묘한 불안과 안도가 함께 왔다. 아직 백 금화가 남았다는 걱정, 어쨌든 또 스무 금화를 받았다는 기쁨.
리네아는 복도에서 기다렸다가 태오의 표정을 보았다.
“이번에는 진짜 받았죠?”
“네.”
“그럼 오늘은 조금 웃어도 되잖아요.”
태오는 마침내 활짝 웃었다. 그녀는 그 웃음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손을 내밀었다.
“축하해요. 금화 백 닢만 남은 사람.”
“그렇게 부르면 기쁘면서 슬픈데요.”
“그럼 다른 이름을 붙일까요? 기록방 사장님.”
“그게 더 좋습니다.”
***
작업장에 돌아온 뒤 태오는 은행이나 왕실 금고가 아니라 자기 영업 장부 앞에 앉았다. 이번에 받은 20금화는 보증금 원금 반환 항목에 넣고, 오늘 기록방에서 받은 상담료는 영업 매출 항목에 따로 넣었다. 두 숫자를 구분하는 일이 그에게는 기묘하게 뿌듯했다.
그는 인생에 처음으로 '미래 계획'이라는 제목의 종이를 작성했다. 남은 원금 100금화가 언제 들어올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지출 계획은 현재 가진 자금만으로 만들었다. 장부용 종이와 밀랍, 촛불, 월세, 토른에게 지급할 남은 설비비. 리네아와 짧게 다녀올 여행을 위해 조금씩 따로 모을 돈도 적었다.
“그 여행 경비는 제가 반 낼게요.” 리네아가 말했다.
“당신이요?”
“저도 일을 하잖아요. 당신에게만 부담시키기 싫어요.”
태오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독립적인 삶을 존중하기로 한 약속이었다.
“그럼 숙박은 제가 찾아볼게요.”
“또 계약서부터 보실 거죠?”
“당연하죠. 이번에는 바닷가 여관 주인이 바다 드래곤일 수도 있잖아요.”
리네아가 크게 웃었다.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웃었다. 세상 모든 드래곤을 의심하며 살 필요는 없겠지만, 앞으로는 어떤 계약이든 끝까지 읽을 생각이었다.
***
스무 금화를 받은 뒤 태오는 새 기록방 고객들에게 보증금 반환 사건을 자랑처럼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먼저 묻는 경우에만 확인된 범위에서 설명했다. 실제로 받은 200금화와 남은 100금화를 구분하는 일이 그에게는 이제 습관이었다.
로벤이 찾아와 물었다.
“저 늙은 용이 결국 다 갚을 것 같소?”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실제로 갚아 온 금액이 있으니 다음에도 요청할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언제 얼마를 지급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답이 시원하지 않군.”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시원하게 대답한다고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니까요.”
로벤은 웃었다. 그는 태오가 준비한 다음 문의서 초안을 확인했다. 다른 세입자들을 대신해 일괄 서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희망하는 지급 방식과 긴급한 사유를 독립적으로 적는 방식이었다.
“내 이름은 내가 적겠소.”
“좋습니다. 필요한 부분은 읽어 드릴게요.”
태오는 로벤이 자기 계약의 반환 요구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예전이라면 서류를 대신 만들어 주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무엇을 청구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바렌은 각 세입자의 지급 계획을 별도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다른 이들을 대표하는 척하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공통 질문을 만들었다. 지급 재원은 확인됐는가. 지급 날짜는 문서에 적혔는가. 미지급 잔액은 정확한가. 그것은 드래곤의 기분과 관계없이 누구나 물을 수 있어야 하는 질문이었다.
***
밤에 태오는 수첩을 펼쳐 한 장을 통째로 원금 장부에 썼다. 최초 보증금 300금화. 실제 받은 돈 200금화. 미지급 100금화. 이 숫자 안에는 발카스의 사과도, 금고의 비밀도, 브라운의 제안도 들어 있지 않았다. 순수하게 계약상 아직 돌려받을 돈이었다.
그 아래에는 다른 줄을 적었다.
[사과가 지급을 대신하지 않는다. 지급이 진실 확인을 대신하지 않는다.]
그가 펜을 내려놓자 리네아가 옆에서 손뼉을 쳤다.
“이제 돈 얘기 끝났어요?”
“오늘은요.”
“그럼 오늘 남은 시간은 제 겁니다.”
태오는 손을 들어 항복했다.
“그 계약은 언제 했습니까?”
“아까 케이크 먹을 때요. 묵시적 동의.”
“저는 서명하지 않았는데요.”
“그럼 지금 물어볼게요. 오늘 밤 산책 같이할래요?”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건 기꺼이 동의합니다.”
두 사람은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 파벨시의 골목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적어도 그날 태오의 마음은 전날보다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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