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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9화
PAYLUA ORIGINAL · 제9화

9화. 집주인이 회의실에 들어오자 모두가 일어났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555자

오프라인 책장
파벨 상단회관의 가장 큰 회의실은 오래된 귀족들의 초상화로 가득했다. 김태오는 문 앞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었다. 평소라면 이런 건물에 들어올 일이 없었다. 납품 계약을 맡은 뒤 몇 번 방문한 적은 있지만, 회의실 안쪽까지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그를 안내하던 서기가 물었다. “초대받으신 분 맞습니까?” “김태오입니다.” “아, 그분이군요.” 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투에 미묘한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이제 도시에서 소문을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은 모양이었다. 회의실에는 발카스 측 대리인 둘과 등록관 마르셀, 리네아, 세입자 대표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토른은 창가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의 공구함이 의자보다 당당해 보였다. “드워프 장인까지 왜 왔습니까?” 발카스 측 대리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 “집 상태에 대한 기술 확인을 했습니다.” 토른이 대답했다. “이 집은 구조 문제가 있어요. 나중에 세입자 책임이라고 할까 봐 왔소.” 대리인은 무언가 반박하려다 말았다. 잠시 뒤 회의실 문이 열렸다. 검은 머리의 키 큰 남자가 들어왔다. 귀족들이 입는 짙은 코트를 걸쳤고, 금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사람처럼 보였지만 눈동자는 세로로 길게 갈라져 있었다. 회의실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리네아가 태오의 팔꿈치를 쳤다. “발카스 님이에요.” 태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동굴에서 보았던 거대한 몸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시선만은 같았다. 사람을 땅 위의 작은 돌처럼 바라보는 눈이었다. 발카스가 자리에 앉았다. “인간의 회의실은 좁구나.” 그가 말했다. 태오는 속으로 웃었다. 여기서도 집 크기 불평을 할 줄은 몰랐다. 마르셀이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은 보증금 지급 여부와 정산 계획을 확인하겠습니다. 양측 모두 발언을 기록하는 데 동의하십니까?” “나는 이 도시를 만든 자들보다 오래 살았다.” 발카스가 말했다. “그 기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마르셀은 펜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동의하시는 것으로 기재하겠습니다.” 태오는 그 순간 등록관을 조금 좋아하게 됐다. *** 발카스 측 대리인은 준비한 문서를 펼쳤다. “우선 임차인 김태오가 계약 종료 전 주택 구조물을 임의로 훼손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태오가 눈을 들었다. “훼손이라고요?” “계단 하부를 뜯어낸 기록이 있습니다.” 토른이 앞으로 나섰다. “안전 점검을 위해 임시 지지대를 설치했소. 구조물을 손상시키지 않았고, 복구 기록도 있소.” 그는 도면과 공사 기록을 책상에 놓았다. “오히려 기존 계단 연결부에 위험이 있었어. 집주인에게 통지해야 할 내용이지.” 대리인은 불쾌한 얼굴로 서류를 넘겼다. “그렇다 해도 임의 조사입니다.” 태오가 계약서를 펼쳤다. “계약서에 ‘거주자의 안전을 위한 긴급 수리 및 점검은 임대인에게 사후 통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는 조항을 가리켰다. “여기요.” 발카스는 태오를 노려봤다. “인간. 너는 왜 그토록 종이에 집착하느냐.” “저희 둘 다 서명한 약속이라서요.” “나는 약속을 잊지 않는다.” “그런데 보증금은 아직 안 주셨잖습니까.”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마르셀은 헛기침했다. “감정적인 표현보다 사실 확인을 먼저 하겠습니다.” 태오가 고개를 숙였다. “네. 죄송합니다.” 발카스도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마르셀이 먼저 이어 갔다. “임대인은 보증금 금화 삼백 닢을 수령했습니까?” “수령했다.” “현재 반환했습니까?” “아직이다.” “반환을 거절하는 이유는?” 발카스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계정이 잠겨 있다.” 태오는 펜을 멈췄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어떤 계정입니까?” “네가 알 필요 없다.” 마르셀이 고개를 들었다. “금전 반환을 하지 못하는 사유라면 관련이 있습니다.” 발카스가 턱을 굳혔다. “이 인간들의 작은 법으로 나를 재단하지 말라.” 태오는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바로 내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발카스를 화나게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발카스 님.” 그가 천천히 말했다. “계정이 잠겼다면 다른 자산으로 지급할 수는 없습니까?” 드래곤의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금화는 많으시잖아요.” “내 금화는 내 보물이다.” “저희 보증금은 저희 돈이고요.” 리네아가 숨을 삼켰다. 발카스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받은 비늘을 내놓아라.” “비늘이요?” “그걸 돌려주면 다른 보상을 생각해 주마.” 태오는 속으로 긴장했다. [47-B.] 상회에서 이백오십 닢을 부른 물건이었다. 그것을 내놓으라는 건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었다. “먼저 반환 금액과 날짜를 문서로 주십시오.” “인간,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저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태오는 가방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받기 전에 증표부터 포기할 수는 없어요.” 발카스의 장갑에서 금색 불꽃이 흘렀다. 천장 장식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태오도 도망치고 싶었다. 그때 토른이 조용히 말했다. “발카스. 네가 약속한 보관 시설은 아직 내 선조들이 만든 그대로 있더군.” 발카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드워프.” “그 시설에 사람들 돈이 묶여 있다면, 봉인을 고쳐야 할 거 아니냐.” “네가 무엇을 안다고.” “돌이 어디서 버티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 토른은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그 돌이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것도.” 태오는 두 사람 사이를 바라봤다. 드래곤이 처음으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 회의 도중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몇 번이나 높아졌다. 특히 열두 해 동안 보증금을 기다린 마부가 발카스를 향해 일어섰을 때 그랬다. “전하인지 대공인지 모르겠지만, 내 돈을 돌려주시오!” 마부의 목소리가 떨렸다. 발카스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네가 누구냐.” “십이 년 전 서쪽 마차길의 집에 살았던 로벤이오.” “모른다.” “모르는 게 무슨 자랑이오!” 리네아가 놀라 마부의 팔을 붙잡았다.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발카스의 손끝에서 불꽃이 튀었다. 태오는 로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잠깐만 앉으세요. 지금 화내시는 이유는 압니다.” “자네는 몰라! 열두 해를 기다렸는데 저자는 내 얼굴도 모른다잖아!” 태오는 잠시 말을 잃었다.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열두 해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 돈을 돌려줄 의무만큼은 져야 한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태오가 낮게 말했다. “이제는 모른다고 넘어가지 못하게요.” 로벤은 한참 숨을 고르다가 자리에 앉았다. 마르셀은 회의록에 마부의 이름과 계약 날짜를 정확히 적었다. “증인 로벤. 계약금액 및 반환 청구 사실 기록.” 그제야 로벤의 주름진 손이 조금 풀렸다. 발카스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세상의 많은 것을 기억한다. 인간 하나의 이름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습니다.” 드래곤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뜻이냐?” “많이 가진 사람이 모든 일을 직접 기억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장부가 필요한 겁니다.” 토른이 낮게 웃었다. “그건 맞는 말이군.” 태오는 발카스를 똑바로 바라봤다. “기억 못 하는 건 이해합니다. 다만 잊어버린 책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회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발카스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오는 자신의 손바닥에 땀이 찬 걸 느꼈다. 겁이 없어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마부가 긴 세월을 버틴 끝에 여기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보고도 입을 다물 수는 없었다. 잠시 뒤 마르셀이 발언 순서를 넘겼다. “그럼 각 계약의 원금과 정산 여부를 확인하겠습니다.” 대리인이 반발했다. “오늘 회의의 목적을 벗어납니다.” “오늘은 미반환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이미 제출된 계약서는 모두 관련됩니다.” 마르셀은 서류를 펼쳤다. “발카스 측은 임차인별 정산 명세를 제출할 수 있습니까?” 대리인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내역은 중앙 금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럼 담당자에게 사본을 요청하십시오.” “금고가 잠겨 있습니다.” “금고가 잠겼다고 기록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겠죠.” 태오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금고가 닫혀 있어도 임대인이 받은 돈은 계약서에 남아 있었다. 임대인 쪽은 개별 거래의 수령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반환이 늦어지는 사유와는 별개로, 받은 원금이 얼마인지부터 서로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마르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제안입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모든 금액의 지급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이해합니다.” 태오는 로벤을 바라봤다. 마부는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금액을 확정한다고 바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 회의가 잠시 중단되자 태오는 복도로 나왔다. 물을 한 잔 마시려는데 발카스의 대리인 중 하나가 다가왔다. “당신이 김태오군.” “그렇습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해결해 줄 수도 있어.” 태오는 잔을 내려놓았다. “어떤 방식인데요?” “당신에게 금화 삼백 닢을 한 번에 지급하는 거지. 대신 공동 진정에서 이름을 빼고, 비늘을 돌려주면 돼.” 태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금화 삼백 닢. 바로 그가 원했던 돈이었다. 이 돈만 받으면 새 가게를 다시 구할 수 있었다. 길게 끌어 온 싸움도 끝낼 수 있었다. “다른 세입자들은요?” “그건 그들의 문제지.” 태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자기 돈을 돌려받기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남의 문제를 전부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자기에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공동 진정에서 빠지는 조건에 비늘까지 내놓으라는 제안은 이상했다. 그냥 돈을 돌려줄 생각이라면 그런 조건이 필요 없었다. “서면 제안으로 보내 주세요.” “여기서 결정하면 되잖아.” “전부 검토하고 싶습니다.” 대리인은 혀를 찼다. “당신 같은 인간은 참 피곤하군.” “저도 피곤합니다.” 태오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정확하게 끝내고 싶어요.” 대리인은 더 말하지 않고 돌아갔다. 태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회의장 앞에서는 소피가 아이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로벤은 지팡이를 짚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태오는 손바닥을 폈다 오므렸다. 금화 삼백 닢은 여전히 절실했다. 하지만 비늘이 무엇인지 모른 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결정이 정말 자기 몫의 돈만 가져오는 일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회의실로 돌아가기 전, 그는 리네아에게 짧게 말했다. “방금 개인 합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문서부터 받아 보려고요.” 리네아가 작게 웃었다. “역시 태오 씨답네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좋은 제안이면 계약서를 보여주는 게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 회의는 한 시간 더 이어졌다. 큰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발카스는 금고 계정이 잠겨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대리인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태오는 작은 사실 하나를 확인했다. 발카스는 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하지 않았다. 어딘가에 묶여 있다고 했다. 마르셀은 회의록을 마무리했다. “임대인의 금전 수령 및 미반환 사실을 확인합니다. 계정 봉인과 반환 불능 사유에 대한 추가 자료를 제출해 주십시오.” 그녀가 종이를 뒤집었다. “그리고 당장의 생계 곤란을 겪는 임차인들이 있으므로, 일부 지급을 위한 임시 조정안을 제안합니다.” 대리인이 벌떡 일어났다. “그런 의무는 없습니다!” “의무가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모인 자리입니다.” 마르셀이 차분히 대답했다. “제안에 동의하시면 오늘 중으로 지급 가능한 금액부터 논의하겠습니다.” 발카스는 창밖을 바라봤다. 태오는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거대한 동굴에서 만났을 때보다 이 작은 회의실의 발카스가 더 낯설었다. 한참 뒤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삼십 닢.” 태오가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요?” “네 몫에서 삼십 닢을 먼저 주겠다.” “나머지 이백칠십 닢은요?” “봉인을 확인한 뒤.” 마르셀이 곧바로 말했다. “임시 지급 사실과 잔액을 회의록에 남기겠습니다.” 발카스가 불쾌하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태오의 손끝이 떨렸다. 돈이 전부 돌아온 건 아니었다. 시작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가슴 어딘가가 조금 뜨거워졌다. 누군가 끝없이 미뤄 왔던 약속을 처음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그때 발카스가 태오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인간. 그 비늘을 함부로 쓰지 마라.” “왜요?” “금고는 단순한 창고가 아니다.” 발카스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태오는 자신에게 건네진 지급 확인서를 한참 내려다봤다. 보증금 금화 삼백 닢. 선지급 금화 삼십 닢. 미지급 잔액 금화 이백칠십 닢. 숫자는 정확했다. 그런데 문서 맨 아래, 다른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아주 작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공동 보관 계정 47. 임시 지급 승인.] 태오는 비늘을 떠올렸다. 이제 거의 확실했다. 그 물건은 단순한 보상 증표가 아니었다. 금고의 문을 여는 열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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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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