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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89화
PAYLUA ORIGINAL · 제89화

89화. 입금되었다고 적힌 돈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20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는 '입금 접수'라는 두 단어를 좋아하지 않게 됐다. 한국에서 살 때는 입금됐다는 연락이 오면 통장을 확인했다. 숫자가 찍혀 있으면 돈이 들어온 것이고, 찍혀 있지 않으면 아직 안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세계의 고대 금고는 달랐다. 어떤 문서에는 입금이 접수됐다고 쓰였는데, 실제로 누가 얼마를 받아 보관했는지는 다른 장부를 찾아야 했다. “은행 계좌가 아니라 수수께끼 상자군요.” 태오가 중얼거렸다. 세딘이 손에 든 서류를 바로잡았다. “정확히는 여러 종류의 신탁 기록을 합쳐 놓은 옛 보관 계정입니다. 현대식 금전 계좌와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말을 들을수록 더 불안해지네요.” “불안하다고 내용을 바꾸면 안 되니까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검토할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었다. [임시 신탁 입금 접수. 제7 우편함 통지 관련 보전 목적.] 그 아래에는 실제 수납 확인 칸이 따로 있었다. 그 칸은 검게 얼룩져 있어 읽기 어려웠다. “접수는 되었는데 돈이 들어왔는지는 모른다는 거군요.” “현재 자료만으로는 그렇습니다.” 세딘이 대답했다. 리네아는 장부의 좌우 칸을 살폈다. “제7 우편함은 처음엔 편지를 보관하는 서비스였잖아요. 통지를 맡긴 돈과 보증금 원금을 혼동할 수도 있겠어요.” 이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지적입니다. 보관료, 반송 보증금, 원금 신탁, 미지급 채무는 각각 다른 항목이어야 합니다.” 태오는 수첩에 다섯 줄의 표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종이 위에 숫자가 나오기만 하면 그것이 모두 돈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떤 숫자는 누군가가 받을 돈이 아니라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비용일 수 있었다. *** 오전 조사는 제4 확인석의 오래된 수납 이력에서 시작됐다. 세딘은 기록상 '임시 신탁 접수'가 등록된 날과 실제 금고 보관물 목록이 작성된 날 사이에 닷새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닷새 동안 아무 기록도 없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중간 기록이 훼손되었거나 다른 부서에 있을 수 있습니다.” “돈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들어오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오는 답답해졌다. 어디를 들여다봐도 확정되는 것보다 유보되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기록의 빈자리가 정확히 어디인지 보였다. 이벨은 두 가지 열람을 요청했다. 하나는 수납을 승인한 담당자의 회계 원부, 다른 하나는 보관 시설에 실제로 들어온 물건의 인계장부였다. 둘이 맞아야 돈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럼 결국 금고 안을 열어 봐야 하는 겁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금 실재를 검증할 수 있는 다른 경로도 있습니다. 당사자 자료 보호와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죠.” “또 절차네요.” “그게 싫습니까?” 태오는 웃었다. “싫은데, 필요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 오전 대조를 마친 태오는 기록실 뒤편의 작은 계단에서 잠시 쉬었다. 이벨이 가져온 차에서는 쓴 풀 냄새가 났다. “기록이 있으면 모든 일이 명확해질 줄 알았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어떤 기록은 질문의 위치를 명확하게 해 주죠.” 이벨이 답했다. “그게 전부일 때도 있겠네요.” “그렇죠. 기록은 약속을 대신 이행하지 못합니다.” 태오는 차를 내려놓았다. 자신의 장부에는 금화 180닢을 실제로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 숫자는 주머니와 확인서로 대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보조 장부에 적힌 '입금 접수'는 돈의 위치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럼 원금이 실제 보관되지 않았더라도 발카스는 임대계약에 따라 갚아야 한다는 거죠?” “당사자별 계약 책임을 따로 검토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회신은 그런 의무가 금고 처분 제한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였죠.” “제 몫은 분명하군요.” “이미 지급받은 180금화를 제외한 원금 120금화 청구는 남아 있습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안도했다. 오래된 장부 속 돈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현재 청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복도로 돌아가며 작은 메모를 썼다. [계정의 돈을 찾는 일과 집주인이 채무를 갚는 일은 연결되지만 동일하지 않다.] 처음부터 이렇게 나누어 생각했다면 몇 달의 시간을 절약했을까. 태오는 금방 그 생각을 접었다. 지금 이 구별을 배운 덕분에 다른 사람의 계약에도 도움이 되고 있었다.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 발카스가 기록국에 도착했다. 그날 그는 뜻밖에 작은 낡은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 안에는 내가 일곱 해 전에 보관했던 일부 송달 영수증이 있다.” 태오는 상자를 바라봤다. “왜 이제 주십니까?” “처음에는 그것들이 금고를 여는 데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보증금 돌려주는 데도요?” 발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네 말이 맞다. 내가 계약 의무와 금고 처분권을 뒤섞었다.” 드래곤이 그런 말을 직접 하는 것을 들으니 태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처음 검은 산맥 동굴에서 만났을 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래도 영수증 원본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그래야겠지.” 발카스는 상자를 세딘에게 넘겼다. 안에는 각기 다른 시기에 발행된 송달증명 종이들이 있었다. 세딘은 외형과 보존 상태를 기록한 뒤, 관련 부서 기록과 대조하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진위나 효력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발카스가 문밖으로 나가려 할 때 태오는 그를 불렀다. “발카스 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됩니까?” “뭐냐?” “처음에 그렇게 무서운 드래곤이 왜 평범한 주택까지 사 모으셨습니까?” 드래곤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살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한, 땅은 사라지지 않는 재산이니까.” “투자하신 겁니까?” “인간들은 그렇게 부르더군.” “그럼 투자에는 책임도 따르는 거죠.” 발카스는 묘한 얼굴로 그를 돌아봤다. “너는 세상 모든 것을 돈의 약속으로 설명하려 드는구나.” “제 일생의 반 이상이 그 약속 때문에 묶여 있었으니까요.” “그렇군.” 그 한마디에는 처음보다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 세딘은 잠시 대조를 멈추고 보관소의 실제 수납 절차를 설명했다. 일곱 해 전에는 돈이든 귀금속이든 물건을 맡길 때 먼저 접수번호가 나왔고, 인계 담당자가 무게나 수량을 확인한 뒤 실물 보관 표식이 발행됐다. “그럼 접수번호만 있으면 어떻게 됩니까?” 태오가 물었다. “그날 맡길 예정이라는 절차가 시작됐다는 뜻이지요. 이후에 취소되었을 수도 있고, 다른 보관소로 옮겨 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물 인계 기록을 찾는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계정 47은 여러 계약을 묶어서 취급하는 부분이 있어서 각자 무엇을 맡겼는지 더 주의해야 합니다.” 리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택조합이 받은 세입자 보증금 전부가 그 금고 안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첫 계약에서 받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임대인과 수납 기관 기록을 각기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는 등록소에서 받은 열한 명의 계약 목록을 떠올렸다. 원금 합계 1,180금화라는 숫자는 각 세입자가 최초 맡긴 돈의 합계였다. 그것이 지금 금고에 든 현금이나 모두가 아직 돌려받지 못한 금액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보니 한 숫자에 너무 많은 뜻을 붙였네요.” 세딘이 대답했다. “기록의 문제는 빈칸만이 아닙니다. 채워진 칸을 잘못 읽는 것도 문제죠.” 태오는 그 말을 작은 글씨로 적었다. [입금 예정, 접수, 실물 인계, 반환, 잔여 의무. 각 항목은 별개.] 그는 처음에는 서류가 더 많아지는 것만 싫어했다. 지금은 항목을 더 나누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후에는 브라운이 조정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전에 태오의 채권을 할인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던 금고상회 대표였다. 최근에는 제7 우편함 설비의 소유권에 관해 여러 차례 자료를 냈다. “저희가 보관장치 일부를 인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브라운이 말했다. “그렇다고 서신 내용이나 개인 수익권을 인수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들으셨죠?” 이벨이 물었다. “그렇게 주장하지 않습니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들었다. 전에는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던 사람이다. “그럼 왜 원 권리자 동의서 묶음 반출 요청과 비슷한 양식을 보내셨습니까?” 브라운은 얼굴을 굳혔다. “우리 회사가 그 요청을 보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그렇다면 같은 문양이 있다고 연결하지 마십시오. 그 조합의 옛 장비를 인수한 곳은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마르셀이 말을 끊었다. “양수 계약의 범위를 서류로 제출해 주십시오. 감정적인 추측은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브라운은 잠시 태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만 저희가 맡고 있는 보관 설비의 유지비 문제도 검토해 주십시오.” “그 비용과 세입자의 보증금 원금은 자동으로 상계되지 않습니다.” 이벨이 답했다. 태오는 그 대화를 들으며 브라운의 의도가 아직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심만으로 누군가를 죄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했다. ***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태오는 리네아와 강변을 걸었다. 강가에서는 아이들이 납작한 돌을 던져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다. “오늘은 좀 지쳤어요.” 태오가 말했다. “표정에 다 보여요.” “한 발짝 앞으로 가면 새로운 빈칸이 나옵니다.” “그래도 분명 앞으로 가고 있잖아요.” 리네아가 그의 팔짱을 꼈다. “당신은 예전보다 잘 웃어요. 돈을 다 받은 것도 아닌데요.” “그건 당신 덕이죠.” “그 말을 바로 하네요?” “연습했습니다.” “누구와요?” “혼자요.” 리네아가 웃었다. 그녀는 조용히 태오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물소리만 들었다. “바다에 가면 이런 물소리가 더 크겠죠?” 태오가 물었다. “훨씬요.” “계약서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해변에 도착해도 모래 소유권부터 확인할 거면서.” “그럴 것 같습니다.” 그녀는 웃다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 기록국을 나서기 직전, 태오는 구 보관소 관리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예전 보관 제도에는 실제 금속화폐 대신 보관 증권을 옮겨 주는 방식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입금'이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현금 반입을 뜻했는지도 살펴야 했다. 이벨은 시대별 용어표를 확인하자고 했다. “같은 단어가 다른 절차를 뜻할 때도 있죠. 옛 규칙을 지금 규칙으로 읽으면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럼 원금이 실제로 이동한 기록은 어디 있습니까?” “그 질문을 답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태오는 웃었다. 듣기에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라 헤매지 않았다. 남은 원장과 보관물 목록을 어떤 순서로 대조할지도 알았다. 그는 모서리가 닳은 수첩을 쓰다듬었다. 새 장부를 마련해 준 리네아의 선물이 떠올랐다. 자신도 언젠가 누구에게나 알아보기 쉬운 기록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저녁에는 세딘의 대조 결과 일부가 도착했다. 임시 신탁 입금 접수 장부의 글씨층 중 하나가 실제 수납 기록보다 늦게 작성된 흔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뒤늦게 쓰였다고 곧장 위조는 아니었다. 그러나 두 기록을 동시에 만들어진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이제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있겠군요.” 태오가 말했다. “일부만요.” 세딘이 답했다. “원본 회계 원부와 보관물 인계장을 더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 새로운 기록 위치가 적혀 있었다. [제4 보전 통로 원판 보존갑과 별도 보관된 회계 대조 원장.] 태오는 눈을 크게 떴다. 원판 보존갑은 그동안 안전 문제와 제삼자 정보 때문에 열지 않았던 자료였다. 이제 그것과 별도로 같은 보전 통로에 회계 대조 원장이 있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금고를 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겠네요.” “원장에 무엇이 적혔는지에 따라 다르겠습니다.” 태오는 그날 마지막으로 적었다. [입금 접수는 입금 확인이 아니다. 보관한 돈은 보관물 인계가 있어야 한다. 지급은 실제 수령이 있어야 한다.] 그때 책상 위 지급 확인서가 눈에 들어왔다. [누적 반환 180금화. 잔액 120금화.] 그 숫자만큼은 오늘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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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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