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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88화
PAYLUA ORIGINAL · 제88화

88화. 삼십오 닢은 입금돼야 돈이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03자

오프라인 책장
발카스의 대리인 바렌이 금화 서른다섯 닢을 들고 왔을 때, 김태오는 하필 새 작업장 후보의 배수로를 청소하고 있었다. “김태오 씨!” “잠깐만요! 손에 진흙이 묻었습니다!” 태오는 물통에서 손을 씻었다. 다 씻고 보니 바렌의 옷자락에도 진흙이 튀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당신의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러 왔는데 제 외투가 피해를 입었군요.” “수리비 청구하실 겁니까?” 바렌이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농담입니다.” “요즘 당신 농담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괴롭습니다.” 바렌은 검은 가죽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봉인된 주머니 두 개와 금전 지급 근거가 적힌 확인서가 있었다. “북부 창고 두 곳의 실제 임대수익에서 세금과 확정 유지비를 공제한 뒤, 발카스 님의 자유로운 개인 재산으로 확인된 금액입니다. 이 가운데 서른다섯 금화를 당신에게 지급하라는 승인입니다.” 태오는 주머니보다 문서를 먼저 받았다. “계정 47에서 나온 돈은 아니죠?” “아닙니다. 기존 왕실 단독 처분 제한과 무관한 자산이라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다른 세입자 몫이 섞인 건 아니고요?” “적어도 이번 임대수익의 소유·부담 관계를 검토한 기록에는 그렇다고 적혀 있습니다.” 태오는 금화를 세지 않았다. 어차피 공식 지급 현장에서 확인해야 했다. 보증금 때문에 이세계의 드래곤과 법률 문서까지 상대해 온 사람이 길거리에서 돈을 세고 끝낼 수는 없었다. “마르셀 등록관 앞에서 수령하겠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바렌이 말했다. “예상하셨다면 진작 거기로 가져오시지.” “당신이 일하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태오가 놀라자 바렌은 웃지도 않고 덧붙였다. “이렇게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 바렌은 등록소로 이동하기 전 현금의 출처를 보여 주는 증빙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창고 두 곳의 임대계약과 그 임대인 명의는 발카스 개인으로 확인됐고, 미납된 창고 유지비를 뺀 잔여액만 오늘 지급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왜 이것까지 설명하시는 겁니까?” 태오가 물었다. “예전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렌이 답했다. “지금은요?” “설명을 해야 다음 달에도 같은 오해를 반복하지 않겠죠.” 태오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임대 수익 전체가 아니라 확인된 부분만 지급 재원으로 잡는 이유를 다시 물었다. 바렌은 수익의 일부가 창고 보수에 쓰였고, 일부는 납세 의무에 남겨 두었다고 했다. 태오는 원본을 가진 담당자가 별도로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 다른 세입자 채권 변제에 쓸 계획은요?” “지금 검증 중입니다. 태오 씨 몫을 지급했다고 모두의 지급 계획이 확정된 건 아닙니다.” “그걸 꼭 회의록에도 남겨 주세요.” “당신도 참 쉬운 인간이 아니군요.” “반대로 보시면 편합니다. 제가 지불한 원래 돈을 받는 데 오래 걸린 것뿐이죠.” 그 말에 바렌은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가방을 닫고 마차에 올랐다. 태오는 처음 바렌이 자신을 겁주려던 날을 떠올렸다. 상대방이 변했는지, 자신이 변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로 무엇을 보여 줘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등록소의 금전 확인실에는 리네아, 마르셀, 바렌이 함께 앉았다. 봉인된 주머니는 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열렸다. 금화는 종류와 중량이 일정했고, 별도 장부에는 지급 재원과 지급자가 표시됐다. “우선 받으신 액수를 확인해 주십시오.” 마르셀이 말했다. 태오는 하나씩 금화를 세었다. 열, 스물, 서른, 서른다섯. 그는 마지막 동전을 놓고 다시 셌다. 바렌이 한숨을 쉬었다. “정말 두 번씩 세는군요.”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처음부터 많이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태오는 지급 확인서의 항목을 살폈다. 최초 보증금 300금화. 기존 누적 실제 반환 145금화. 이번에 받은 35금화. 현재까지 누적 실수령 180금화. 남은 미환급 원금 120금화. 마르셀이 숫자를 한 줄씩 읽었다. [원금 300 - 수령 180 = 잔액 120.] “이의 없습니까?” 바렌과 태오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아는 태오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처음에 금화 삼백 닢이란 숫자에 질려 있던 사람이 이제 하나하나 돌려받고 있었다. 아직 끝은 아니지만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 “수령 확인서에 덧붙일 말씀이 있습니까?”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이번 변제는 다른 세입자의 채권이나 공동 자료 조사 참여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을 적어 주세요.” 바렌이 대답했다. “발카스 님도 그 조건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마르셀이 별도 조항을 적었다. 태오는 그제야 금화 주머니를 자기 가방 안에 넣었다. 실제 무게가 느껴졌다. 언제나 머릿속의 숫자로만 존재하던 돈이었다. 오늘은 손바닥에서 묵직하게 흔들렸다. *** 등록소 밖에서 발카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 형태로, 지난번보다 간소한 옷을 입었다. 마치 오래 기다리는 일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사람 같았다. “인간. 숫자가 맞느냐?” “서른다섯 닢 맞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백스무 닢이군.” “네.” 드래곤이 잠시 태오의 가방을 바라봤다. “내가 네게 돈을 주는 일이 이렇게 큰 구경거리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 제때 주셨으면 아무도 구경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숨이 막히느냐?” “조금요.” 발카스가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는 등록소 건물 벽에 기대지 않았다. 조금만 잘못 기대도 오래된 돌벽이 무너질까 봐 조심하는 듯했다. “계정 47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기록 가운데 너희가 보지 못한 것이 더 있을 수 있다.” “그럼 검증 가능한 범위에서 내주시죠.” “그러겠다.” 태오는 잠시 드래곤을 바라봤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던 처음의 발카스였다면 상상하지 못할 대답이었다. 그를 선량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행동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었다. “발카스 님.” “뭐냐?” “오늘은 감사합니다.” 드래곤의 눈썹이 올라갔다. “네가 내게 감사하다고?” “원래 주셨어야 할 돈이라도, 실제로 재원을 마련해 지급하셨으니까요.” “그것을 칭찬이라고 하는 것이냐?” “칭찬이라기보다는 확인입니다.” 발카스는 잠시 웃을 듯한 얼굴이 됐다가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네놈은 참으로 피곤한 인간이다.” “그 말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 지급 절차가 끝난 뒤 태오는 돈의 일부를 작은 여행용 가방에 나누어 넣었다. 리네아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왜 주머니를 세 개로 나눠요?” “반환받은 원금과 생활비, 앞으로 작업장에 쓸 돈을 구분하려고요.” “마음대로 써도 되는 자기 돈인데요.” “맞아요. 그런데 한 번에 전부 써 버리면 또 누군가의 지갑 사정에 매여 살지도 모르잖아요.” 리네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제 중개 수입은 따로 관리할래요. 앞으로 우리 계획을 같이 세우더라도 각자 책임질 돈이 있잖아요.” “좋습니다.” “그럼 바다 여행비는 어떻게 해요?” 태오는 대답을 미뤘다. 둘은 서로를 보다가 웃었다. 작은 저금통을 하나 만들어 공동 여행 비용으로 쓰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태오가 '공동 관리 계정'이라고 적으려 하자 리네아가 얼른 손을 잡았다. “계정 47 같은 이름은 절대 안 돼요.” “그럼 뭐라고 하죠?” “그냥 바다 여행.” 태오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아무런 비밀 금고도 봉인도 없는 돈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쓸 돈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오후에 태오는 새 작업장 임대 후보를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토른과 집주인이 배수로 보수 범위와 비용 부담을 서면으로 합의했다. 계약금은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 보증금으로 돌려받은 돈을 생활비와 사업 자금으로 나누는 일도 신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계약할 건가?” 토른이 물었다. “조건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면요.” “지난번 집 때문에 겁먹은 거냐?” “겁도 나죠. 그렇지만 집을 못 구한다고 평생 일도 못 할 수는 없잖습니까.” 토른은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게 맞다. 집이 무서우면 좋은 집을 찾아야지, 평생 길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 태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세계에 왔을 때 자신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돈을 모으고 집을 구한 뒤에는 그 집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지금은 이전보다 조심스럽게 새 선택을 하려 하고 있었다. *** 저녁에 헤스의 빵집에 들렀더니 소문은 벌써 퍼져 있었다. “삼십오 닢 더 받았다며?” “누가 그렇게 빨리 전했습니까?” “이 도시에 숨길 수 있는 건 고대 금고뿐이야.” “그것도 이제 별로 안 숨겨져 있잖아요.” 헤스가 크게 웃었다. 그녀는 따뜻한 차를 내오면서 물었다. “나도 언젠가는 받을 수 있겠지?” 태오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발카스 측에서 개별 재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헤스 씨 계약은 또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받은 돈과 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아요.” “알아. 그게 궁금했던 거야.” 헤스는 창밖을 바라봤다. 자신의 증표 31-A는 여전히 현금 인출권이 아니었다. 하지만 태오의 일부 변제가 오랫동안 닫혀 있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건 사실이었다. *** 밤에는 리네아가 작은 상자를 들고 태오를 찾아왔다. 상자 안에는 잉크병과 새 장부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뭡니까?” “작업장 개업 선물이에요. 아직 열지도 않았지만요.” “너무 이른 거 아닙니까?” “당신이 문을 열기 전에 첫 페이지를 쓰라고요.” 태오는 장부를 펼쳤다. 첫 장은 비어 있었다. 그는 새 작업장을 위해 어떤 일을 할지 생각했다. 작은 상인들의 재고 목록, 납품 기록, 임대 및 운송 서류를 정리하는 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록을 쉽게 남겨 주는 서비스였다. “이름을 뭘로 할까요?” “금고 열쇠 상회?” 리네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절대 안 됩니다.” “드래곤 보증금 회수소?” “제발요.” “그럼 '다시 시작하는 장부'는 어때요?”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그건 좋네요.” 리네아가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말을 잘 들으면 보상이 있어요.” “어떤 보상인데요?” 그녀는 대답 대신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선불입니다.” “그럼 나머지는요?” “개업할 때요.” 태오는 바로 장부를 집어 들었다. “내일 계약하러 가겠습니다.” 리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에요! 계약은 꼼꼼히 확인해야죠.”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고 나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전문가의 조언입니다.” *** 태오는 오늘 받은 금화의 실제 보관 위치도 따로 적었다. 집에 전부 두기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나눠 보관할 방법을 은행조합에 문의할 생각이었다. 과거에는 금고라는 말만 들어도 안전할 거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안전하다는 주장의 근거를 물을 줄 알았다. 리네아가 그의 수첩 옆에 작은 별을 그렸다. “이건 무슨 뜻입니까?” “오늘 하루 잘 버텼다는 표시요.” 태오는 금화 숫자 옆에 처음 생긴 별을 바라봤다. 그 기호에는 지급 의무도 이자도 없었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잠들기 전 태오는 보증금 반환 장부를 다시 펼쳤다. 30, 40, 20, 25, 30, 그리고 오늘 35. 모든 숫자에는 실제 지급 확인서가 붙어 있었다. 누적 180금화. 잔여 120금화. 다른 세입자의 계약과는 섞지 않았다. 자신이 쓴 생활비도 별도 장부에 적었다. 처음 금화 300닢을 모으던 때와 달리 그는 이제 돈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더 정확히 알고 싶었다. 그때 세딘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사 중인 오래된 계정 47 보관 장부에서 흥미로운 분류를 발견했습니다.” “어떤 분류입니까?” “'임시 신탁 입금 접수'라는 말입니다.” 태오는 잠시 침묵했다. “그게 돈이 실제로 들어왔다는 뜻입니까?”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락드렸습니다.” 태오는 장부를 덮었다. 오늘 자신이 받은 서른다섯 닢은 확실했다. 하지만 계정 47의 '입금 접수'라는 문구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는 첫 페이지에 적었다. [실제로 받은 돈과, 받았다고 기록된 돈을 혼동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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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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