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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81화
PAYLUA ORIGINAL · 제81화

81화. 이름보다 먼저 도착한 봉인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407자

오프라인 책장
김태오는 생전 처음으로 봉투 하나를 열기 위해 네 장의 신청서를 썼다. 한 장은 열람을 신청하는 서류였고, 다른 한 장은 자신이 관련 없는 사람의 사생활을 보지 않겠다는 확약서였다. 세 번째에는 그 봉투를 왜 열어야 하는지 써야 했다. 마지막 장은 앞의 세 장을 제대로 제출했다는 접수 확인서였다. “봉투를 열기 전에 종이로 작은 숲을 하나 베어 버리겠군요.” 그가 중얼거리자 마르셀 등록관이 펜을 멈추지 않은 채 대꾸했다. “숲은 제가 책임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봉투 속 이름을 잘못 공개한 뒤에 생기는 일은 책임져야 하죠.” “그렇기는 합니다.” “동의서라는 제목이 있다고 진짜 동의가 들어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태오는 마지막 칸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창밖에서는 가을비가 잔잔하게 내렸다. 파벨시의 지붕은 젖은 돌처럼 어두웠고, 등록소 앞에 세워진 마차의 말들은 비를 피해 서로 목을 맞댔다. 오늘 그들이 확인할 것은 전날 세딘이 가져온 봉투였다. [제4 확인석 반환 대상. 원 권리자 동의서 묶음.] 그럴듯한 글씨, 오래된 봉인, 정식 보존 상자. 사람을 안심시키는 요소는 다 있었다. 문제는 그 요소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안쪽 사람들의 의사를 증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리네아가 대기실에서 들어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빗방울이 몇 개 남아 있었다. “세입자분들에게 연락했어요. 자기 이름이 나오면 당사자별로 따로 확인하겠다고요.” “전부 오신답니까?” “오고 싶은 분도 있고, 아직 이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분도 있어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땅히 그래야 했다. 종이 한 장이 세상에 나왔다고 사람들까지 당장 불려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은요?” 리네아가 물었다. “오늘도 저녁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질문이 그게 아니었는데.”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난번에 한 번 잊었다가 일주일치 놀림을 받았거든요.” 리네아는 그의 옆에 앉아 목도리 매듭을 바로잡았다. “일주일이라니요. 저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태오는 괜히 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이렇게 바로 옆에서 웃고 있으면, 그는 왕실 봉인보다 엘프의 눈동자를 읽는 일이 어렵다고 느꼈다. *** 제4 확인석의 보존실에는 세딘과 이벨 자문관이 먼저 와 있었다. 나무 탁자 위에는 천으로 감싼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토른은 상자를 보기 전에 바닥의 하중부터 확인했다. “이 정도 크기면 바닥 무너질 걱정은 없는데.” “어제도 같은 말씀 하셨잖아요.” 태오가 말했다. “어제 확인한 건 어제의 바닥이다. 오늘도 멀쩡한지 봐야지.” 세딘이 상자의 겉면을 보여 주었다. 바깥 봉인에는 왕실 반환 보관을 뜻하는 푸른 밀랍이 찍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갈색 밀랍 조각이 끼어 있었다. “봉인이 두 개입니까?” “정확히는 시기가 다른 흔적입니다. 푸른 것은 왕실 보존소에서 붙인 겉봉인이고, 갈색 흔적은 그 이전에 존재하던 포장 일부로 보입니다.” “그럼 안쪽은 원래부터 묶여 있었나요?” “그것도 아직 모릅니다.” 세딘은 작은 유리판으로 밀랍의 눌린 자국을 보여 주었다. 숫자 하나가 어렴풋이 보였다. 칠. 하지만 태오는 그 숫자가 계정 47의 칠인지, 제7 우편함의 칠인지 함부로 정하지 않았다. 세상에 칠이라는 숫자를 쓰는 곳은 많았다. 이벨이 먼저 절차를 확인했다. “오늘은 외봉투 상태와 목록의 일치 여부를 확인합니다. 안쪽에 개인별 문서가 있더라도 당사자 동의 없는 열람은 필요한 범위로 제한합니다. 촬영과 필사는 저희가 관리합니다.” “제 것은 보여도 됩니까?” “당신 이름이 있다면요. 다만 이름만 같아도 원문 전체를 드리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태오는 말을 삼켰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빠르게 얻는 것보다, 남의 사정을 함부로 뒤집지 않는 쪽이 옳았다. 세딘이 보존 일지를 펼치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그는 겉면 치수와 봉인 흔적, 실로 묶은 방향을 읽어 내려갔다. 확인자는 한 사람씩 자기 자리에서 들었다고 표시했다. 드워프 토른은 서류에 손도 대지 않고 실의 매듭만 관찰했다. “재미있는 모양이네.” “무엇이요?” “묶는 순서가 달라. 겉실은 위에서 아래로, 안쪽에 비치는 건 아래에서 위로 감았어.” “내용물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는 뜻입니까?” 토른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는 말 못 해. 다른 사람이 포장했을 수도 있지. 드워프가 매듭만 보고 죄인을 고르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너무 많아.” “드워프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신뢰가 갑니다.” “당연하지. 우린 억울한 하자 청구를 제일 싫어하거든.” *** 상자를 펼쳤을 때 나온 것은 안쪽 종이뭉치가 아니라 얇은 목록표였다. 봉투 안쪽을 열기 전에 외부 포장과 붙어 있던 표였다. [원 권리자 동의서 묶음: 원본 세 건, 보완 대상 네 건, 대조용 참고지 한 건.] 김태오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원본 세 건. 그 문구는 지나치게 강했다. 여기 적힌 세 건이 진짜 계약 당사자의 동의서라면 사건이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옆에 선 이벨은 오히려 눈썹을 찌푸렸다. “원본이라는 표현은 그 목록을 작성한 사람이 주장한 문서 종류일 뿐입니다. 실제 서명과 작성 시점, 권한은 아직 대조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러니까 세 장이 있다는 뜻만 확인된 거군요.” “그렇습니다. 네 건의 보완 대상이 실제 제출됐다는 의미도 아니고요.” 마르셀이 숫자를 받아 적었다. “세 건과 네 건이라. 열한 명과 숫자가 맞지 않네요.” “열한 명 모두가 이 보관함과 관련됐다는 증거도 없으니까요.” 리네아가 말했다. 태오는 리네아를 돌아봤다.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 “우리 쪽 공동 진정은 현재 확인된 세입자 열한 분의 각기 다른 계약이에요. 이 봉투 한 개가 그 계약 전부를 대신할 순 없어요.” “맞습니다.” 마르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안쪽 목록 모서리에서 손글씨가 하나 보였다. [제7 우편함 개함일 회수 예정 자료와 동시 대조 금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었다. '동시 대조 금지'라니. 위험해서 따로 보라는 뜻인지, 처음부터 서로 다른 자료였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세딘은 목록을 넘기지 않았다. “이 문장은 어느 시기에 추가됐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왜요?” “겉봉투의 왕실 보존 이력보다 글씨가 새로워 보입니다. 다만 종이가 오래돼도 잉크가 새로워 보일 수 있으니 감정 없이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태오는 수첩에 적었다. [목록이 문서 내용보다 먼저 사람을 유도할 수 있다.] 그 문장은 자신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했다. *** 문서 보존실에서 나오는 길에 태오는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 눈 밑이 조금 꺼져 있었다. 처음에는 드래곤과 말로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든 일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질문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었다. 마르셀이 지나가다 물었다. “오늘 일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됐나요?” “네. 그래도 이 속도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걸 알아주시면 좋죠.” 태오는 창밖에 선 사람들을 보았다. 접수 창구 앞에서는 이사를 앞둔 여인이 계약서 한 장을 붙들고 있었다. 그에게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 여인의 표정이 낯설지 않았다. 계약서에 적힌 말보다 당장 갈 곳이 있는지가 중요한 얼굴이었다. 태오는 복도의 안내판을 읽었다. 작은 글씨 아래에는 불복 신청과 상담 방법이 적혀 있었다. 그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알아보지 못했던 글들이었다. 그는 안내판의 찢어진 모서리를 관리인에게 알렸다. 자기 사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찾아올 사람에게는 작은 차이가 될지 몰랐다. 점심이 되었지만 태오는 식당으로 가지 못했다. 소피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등록소로 왔기 때문이다. 아이는 비에 젖은 장화를 벗지 않으려고 버텼고, 소피는 한 손으로 아이를 달래면서 다른 손으로 자기 계약서를 쥐고 있었다. “제 이름이 있대요?” 그녀가 물었다. “아직 이름은 보지 못했습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원본이 세 장이라면서요.” “그렇게 적힌 목록이 나왔습니다. 누가 썼는지, 진짜인지, 누구 것인지는 아직 몰라요.” 소피는 그 말을 듣고 복도 벤치에 주저앉았다. “어제 빵집에서 들었어요. 이제 다들 이미 돈을 받았던 사람으로 나온다는 소문이요.” 태오가 숨을 들이켰다. 소문은 봉투보다 빨랐다. 실제로 보지 않은 글씨가 시장까지 가서 누군가의 생계를 흔들고 있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합니까?” “아무도 자기가 처음 말했다고 하진 않아요.” 아이의 장화에서 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태오는 자기 손수건으로 그것을 닦았다. 소피가 민망해하며 말리려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소피 씨 계약은 여기 없다고 확인된 것도 아니고, 받았다는 기록이 나왔다는 뜻도 아닙니다. 내일이면 확실해진다는 말씀도 못 드리겠습니다. 다만 모르는 걸 안다고 떠들지 않도록 공식 안내를 요청할게요.” “그 말만으로도 조금 나아요.” 그녀는 아이의 모자를 고쳐 씌웠다. “저는 거창한 복수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이사할 때 필요했던 돈을 돌려받고 싶은 것뿐이에요.” 태오는 그날 자신의 보증금 155금화를 다시 떠올렸다. 수많은 왕실 문서와 고대 드래곤이 끼어들었어도 시작은 늘 같았다. 누군가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 오후에는 발카스가 아무 예고 없이 나타났다. 검은 코트를 입은 드래곤은 보존실 문보다 키가 컸다. 인간의 모습인데도 복도에 서 있는 것만으로 공기의 온도가 내려가는 듯했다. “내가 그 봉투를 보아야겠다.” 세딘은 상자를 가리켰다. “관련 당사자로서 외봉투 보존 상태의 공동 확인은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원 권리자 개인 서명을 임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열람할 수는 없습니다.” 발카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산맥을 가른 자다.” “그것은 봉투 열람 자격과 다른 항목입니다.” 태오는 웃음을 참으려다 실패했다. 발카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왜 웃느냐, 인간.” “산맥을 가르셨다면서 문서 한 장에는 자꾸 막히시네요.” “너도 내 보증금을 아직 다 받지 못하지 않았느냐.” “그 부분은 저도 막혀 있습니다. 함께 해결하시죠.” 드래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예전 같았으면 콧구멍에서 연기라도 나왔을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세딘에게 필요한 서류 양식이 무엇인지 물었다. 바렌이 뒤늦게 달려왔다. “발카스 님, 다음 주 북부 창고 임대료 지급 예정표를—” “인간에게 먼저 보여 주어라. 아니, 검증받고 보여 주어라.” 태오는 정확히 고쳤다. “지급 예정표는 입금 확인서가 아닙니다.” “안다!” 발카스의 목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 울렸다. 기록국 관리인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모르실까 봐요.” “네가 내 수명을 백 년은 줄일 것이다.” “삼천 년 사신 분께서는 백 년 정도는…” 리네아가 태오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그가 말을 멈추자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지금은 놀릴 시간이 아니에요.” “아팠습니다.” “아프라고 한 거예요.” 발카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발카스는 끝내 봉투를 강제로 요구하지 않았다. *** 그날 해 질 무렵, 세딘은 외봉투 표식 두 개가 서로 다른 보관 이력에 대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안쪽 묶음을 지금 열 수는 없었지만, 당사자별 확인 절차가 시작될 근거는 생겼다. “내일은 먼저 목록의 이름과 문서 유형을 제한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사람들을 모두 불러야 할까요?” “필요한 분만 개별 연락하겠습니다. 이름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태오는 가방을 챙겼다. 오늘 새로 확인한 것은 생각보다 적었다. 원본이라고 적힌 세 건, 보완 대상이라고 적힌 네 건, 어딘가에서 추가된 듯한 '동시 대조 금지'라는 메모. 이것뿐이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처음보다 가벼웠다. 누군가 봉투를 흔들며 '모두가 동의했다'고 주장하면, 이제는 묻고 답할 말이 생겼기 때문이다. 리네아는 그에게 팔짱을 끼고 말했다. “오늘 저녁 메뉴를 맞혀 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해산물 수프요.” “어떻게 알았어요?” “사흘 전부터 수첩에 적었습니다.” “혹시 제 기분도 표로 정리했어요?” “그런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리네아는 웃다가 태오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좋은 결론이네요.” 그 순간 뒤에서 세딘이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외봉투가 아니라 봉투와 함께 이관됐던 작은 보관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김태오 씨. 오늘은 이것만 확인하고 가십시오.” 보관표에는 원래의 보존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번호 옆에는 다른 필체로 한 줄이 덧붙어 있었다. [세 건 중 하나는 동의서로 접수되지 않았음. 반대 진술서로 분류 요청.] 태오는 종이를 한참 바라봤다. 세 건 모두가 동의서라고 믿었던 것은 누군가의 목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의 문서가 들어 있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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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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