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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78화
PAYLUA ORIGINAL · 제78화

78화. 드래곤이 일곱 해 동안 펼치지 않은 회신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102자

오프라인 책장
왕실 봉인에는 금빛 실이 세 가닥 걸려 있었다. 김태오는 원본 공개실에 들어서자마자 실의 색부터 확인했다. 제7 우편함의 세 고리 표식과는 모양이 달랐다. 같아 보이는 숫자 셋이 도처에 나타났지만, 연결됐다고 말할 근거는 없었다. “왜 그렇게 자세히 보느냐.” 발카스가 물었다. “나중에 누가 바꿔치기했다고 말하면 곤란하니까요.” “내 왕실 회신을 누가 바꾸겠느냐.” “그건 지금부터 확인해야 하는 문제죠.” 드래곤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더 반박하지 않았다. 마르셀과 세딘, 이벨이 함께 입회한 자리였다. 원본의 상태 확인이 끝나자 발카스가 스스로 봉인을 풀었다. 오래된 실이 바스러질 듯 흔들렸고, 안쪽에서는 얇은 양피지 한 장과 작은 부속 통지서가 나왔다. 세딘이 보존 마법을 걸었다. 글자는 흐리지 않았고, 왕실 회신대장의 접수번호와 일치했다. 마르셀이 천천히 읽었다. [계정 47 관련 보관권 및 처분권의 다툼이 확인되어, 당사자 간 권리관계가 정리되기 전까지 단독 처분을 승인할 수 없음.] 태오는 곧바로 질문했다. “그럼 계정 전체 지급을 막으라는 뜻입니까?” 이벨이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는 왕실이 발카스 단독의 처분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회신입니다. 모든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인지, 각 세입자의 개별 청구에도 적용되는지는 이 문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왕실에서 계정을 통째로 잠갔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태오가 발카스를 바라봤다. 발카스는 종이 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것을 봉인의 통지로 받아들였다.” “단독 처분을 못 하는 것과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건 다른 문제죠.” “이제는 그 차이를 안다.”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태오는 상대가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 부속 통지서에는 더 뜻밖의 문장이 있었다. [보관금 원 소유자 개별 청구 및 계약상 반환 의무는 본 회신만으로 소멸하지 않음.] 태오는 그 문장을 놓치지 않았다. 발카스가 몇 달 동안 '금고가 잠겼다'며 되풀이하던 말과는 분명히 다른 내용이었다. “읽어 보셨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처음 받았을 때 겉장만 읽었다. 부속은 봉한 채 넣어 뒀다.” “왜요?” 드래곤은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내가 계정을 열면 보관금의 진정한 주인이 사라질 거라 경고했다.” “검은 봉투 얘기군요.” 발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경고의 발신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회신 원본의 문장은 분명했다. 왕실은 보관권 분쟁을 다루었지, 드래곤의 보증금 반환 책임을 없애 주지는 않았다. 태오는 큰 소리로 웃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몇 달 동안 이 문제를 확인하려 뛰어다녔는데, 드래곤의 개인 금고 속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부속 문서가 있었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고대 드래곤도 첨부파일을 안 읽는군요.” “첨부파일?” 발카스가 물었다. “우리 고향의 저주입니다.” 리네아가 태오의 팔을 꽉 잡았다. 웃음을 참다가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 부속 통지서 원본을 열람한 뒤 세딘은 곧장 왕실 회신대장과 대조했다. 회신번호, 발송일, 수령표식, 보존실의 인장 기록이 서로 맞았다. 그래도 누군가의 사본을 그대로 믿을 수 없기에 기록관은 독립된 색인대장까지 확인했다. “어째서 이렇게 복잡하게 검증하는 겁니까?” 발카스가 물었다. “드래곤 님의 금고 속에서 나온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세딘이 답했다. 발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위조했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중요한 문서라 누구의 보관함에서 나왔든 같은 검증을 합니다.” 잠시 뒤 발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그런 설명에는 순순히 응했다.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절차라는 점이 마음에 든 듯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약간의 희망을 느꼈다. 처음 만났을 때 발카스는 인간의 문서가 무슨 소용인지 묻던 드래곤이었다. 이제 그는 스스로 원본을 내놓고 다른 사람의 검증을 기다릴 줄 알았다. *** 세딘은 왕실 회신의 날짜를 제4 확인석 일지와 나란히 놓았다. 첫 임시 보류가 있었고, 이틀 뒤 발카스의 처분 보류 요청이 접수됐다. 그 뒤 왕실 회신이 발송되었으며, 별도의 권리 정산 위임 서류가 다른 부서에서 뒤늦게 인계된 기록이 있었다. “서로 다른 절차가 같은 문제에 얽혀 있었군요.” 마르셀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누가 모든 절차를 지휘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벨이 대답했다. 태오는 종이에 화살표를 그었다. 여태까지 사람들은 이 순서를 한 줄짜리 사건처럼 말해 왔다. 누군가 왕실에 신고했고, 왕실이 돈을 막았고, 그 때문에 발카스가 못 줬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확인된 것은 더 복잡했다. 첫 조치는 주소 충돌 때문에 일어났고, 발카스는 나중에 처분권 확인을 요청했다. 왕실은 단독 처분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세입자의 채권을 소멸시키지도 않았다. 후속 위임 첨부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했다. “이것만 공개해도 사람들의 오해가 많이 줄겠어요.” 리네아가 말했다. “오해를 바로잡는 건 필요합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범인이라고 단정하지는 말죠.” 마르셀은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요약 공고문을 준비하기로 했다. *** 원본 대조가 끝나자 바렌은 곧장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 회신 문구가 발카스의 책임에 미칠 영향을 확인해야 했다. 발카스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고 있었다. 마르셀이 제안했다. “개별 계약자에 대한 반환 의무와, 계정에서 자산을 직접 이동시키는 절차를 구분해서 정리합시다.” “그동안 이미 그렇게 정리해 왔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맞습니다. 이제 왕실 문서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차이가 생긴 겁니다.” 태오는 종이에 적었다. [임대인의 계약상 채무는 유지.] [계정 47 단독 처분권 없음.] [왕실 전체 지급정지 여부 별도 검증 필요.] [부속 통지서 원본 확인.] 이벨은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현재 자료와 모순되지 않습니다.” 태오에게는 그 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오랜만에 추측이 아닌 문장을 수첩에 적을 수 있었다. *** 청문이 끝난 뒤 발카스와 태오만 복도에 남았다. 드래곤은 오래된 창을 통해 검은 산맥 방향을 바라봤다. “일곱 해 전 나는 누군가 금고를 열면 오히려 보관금의 주인이 위험해진다고 들었다.” “누가요?” “익명의 봉투를 보낸 자다. 아직 모른다.” “그 말 때문에 왕실에 보류를 요청하셨습니까?” “그것만은 아니다. 당시 관리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나타났다. 내가 마음대로 처분하면 나중에 잘못된 자에게 돈을 넘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태오는 발카스의 말을 그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이유와 실제 당시의 판단 근거는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기다리게 하신 거군요.” 발카스가 한참 침묵했다. “그때는 기다리는 게 가장 안전한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기다림도 손해입니다.” “이제 안다.” 태오는 의외의 대답에 고개를 들었다. 발카스는 그를 내려다봤다. “인간. 네게는 겨우 몇 년이겠지. 나에게 일곱 해는 순간에 가깝다. 그 차이를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태오는 차마 농담하지 못했다. 그의 계약기간 2년은 이세계에서 힘겹게 모은 돈과 맞바꾼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순간에 불과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삶에는 아주 긴 기간이 될 수 있었다. “그걸 인정하셨다면, 이제 할 일이 있죠.” “돈을 돌려주라는 말이겠지.” “정답입니다.” 드래곤은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그 웃음이 끝난 뒤 태오는 그에게 하나 더 요청했다. 과거 관리권을 주장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갖고 있다면, 제3자의 주소와 이름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는 방식으로 보존기관에 제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발카스는 바렌을 통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태오는 계단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드래곤을 이해하는 일과 드래곤의 채무를 용서하는 일은 같지 않았다.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했다. *** 발카스가 돌아가려는 태오를 불렀다. “인간. 내가 처음부터 너에게 이 봉투를 보여 주었다면 어땠겠느냐.” 태오는 대답을 고르느라 시간을 들였다. “아마 처음에는 못 믿었겠죠. 집주인님이 너무 오래 버티셨으니까요.” “그렇겠지.” “그래도 지금보다 빨리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드래곤의 눈에서 오래된 피로가 스쳤다. 태오는 그가 수천 년을 살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오래 산 사람도 틀린 판단을 고치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오히려 인간처럼 보였다. “여전히 제 돈은 185금화가 남아 있습니다.” 태오가 덧붙였다. “안다.” “그 책임은 별도로 이행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다.” 태오는 놀라서 잠깐 발카스를 바라봤다. 신화 속 괴물에게서 너무도 평범한 답을 들었다. “이제 약속을 기록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인간.” 발카스는 이번엔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 해가 기울 무렵 태오는 바렌에게 부탁해 발카스의 원본 문서 제출 내역을 확인했다. 드래곤에게서 나온 자료가 왕실 보존실에 안전하게 들어갔는지, 열람 사본은 누가 가져갔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런 것도 기록해야 합니까?” 바렌이 물었다. “한 달 뒤 누가 봉투를 바꿨다고 하면 곤란하잖습니까.” 바렌은 한숨을 쉬었다. “김태오 씨가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는 날이 오겠습니까?” “돈을 다 돌려받는 날에도 수령증은 쓸 겁니다.” “그러시겠지요.” 태오는 진지하게 종이에 서명했다. 그날 자신이 본 왕실 회신은 발카스의 원본이고, 부속 통지서는 따로 보존되었다. 공개되지 않은 개인정보는 별도 관리하고, 확인되지 않은 관리권자는 여전히 검증 대상으로 남았다. 그는 바렌에게 말했다. “그동안 집주인님이 억울하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사정이 제 계약상 권리를 사라지게 하진 않습니다.” “이제 그분도 아십니다.” 바렌이 답했다. 태오는 작게 웃었다.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드디어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 돌아오는 길에 리네아는 태오의 얼굴을 살폈다. “표정이 복잡하네요.” “누군가 크게 잘못했다는 증거가 나온 게 아니라, 누군가 문서를 끝까지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그것도 큰 실수죠.” “그렇죠. 그런데 실수만으로 일곱 해의 일이 전부 설명되진 않아요.” 태오는 손에 쥔 열람표를 내려다봤다. 주소 충돌 때문에 첫 보류가 있었고, 그 뒤 권리 정산 위임 확인서가 추가되었다. 드래곤에게 온 회신은 단독 처분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 순서로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수익권을 바꾸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고 곧장 범인을 정할 수는 없었다. “그다음은 어디를 볼까요?” 리네아가 물었다. “제7 우편함 개함 확인표요. 누가 봉투를 넣고 빼냈는지.” “그리고 실제 원금 지급 기록.” “그건 아직 갈 길이 멀겠네요.” 리네아가 태오의 손을 꼭 잡았다. “먼 길이면 같이 가죠.” 태오는 웃었다. 두 사람이 걷는 길에 햇빛이 내렸다. 지금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전보다 조금 더 정확한 진실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금화 185닢은 여전히 그의 것이면서 그의 손에 없었다. *** 작업장으로 돌아온 뒤 태오는 오늘의 사실을 두 장의 종이에 나눠 적었다. 첫 장에는 왕실 회신 원문에서 확인한 권한 제한을, 두 번째에는 임대인이 책임지는 금전 채무를 적었다. “왜 두 장이에요?” 리네아가 물었다. “한 장에 쓰면 사람들이 또 같은 것으로 생각할까 봐요.” 그녀는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의 힘도 왕실의 권한도 이 분쟁을 쉽게 끝내 주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처음으로 '금고가 잠겼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설명을 넘어선 셈이었다. 태오는 장부를 덮었다. 확인된 사실을 말로 옮기는 일에 더는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 부정하더라도 원문과 대조하면 되는 일이었다. 마르셀은 별도로 발카스 측의 다음 반환 계획 검토 일정을 잡았다. 태오는 원본 열람의 흥분 때문에 그 일정을 놓칠 뻔했다. 리네아가 수첩을 가리키자 그는 곧장 기록했다. “중요한 건 결국 살아갈 돈이죠.” “그렇죠.”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웃었다. 복잡한 왕국의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내일의 생계도 멈춰 있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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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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