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 우편함의 열쇠 목록에는 세 개의 기호가 적혀 있었다.
첫째는 창구 봉인 열쇠. 둘째는 야간 운송 봉인 열쇠. 셋째는 개함 입회용 표식.
김태오는 그 문장을 읽고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금고에도 세 고리가 있고, 우편함에도 셋이군요.”
토른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
“숫자가 같다고 구조가 같다는 뜻은 아니야. 문을 여는 열쇠 세 개와 문을 연 걸 기록하는 절차 세 개는 다르지.”
“그럼 이 열쇠들로 계정 47도 열 수는 없다는 거죠?”
“우편함 열쇠로 산맥의 금고를 열 수 있다면 우리 드워프가 실직했겠지.”
창고 책임자가 한쪽에서 기침을 했다. 열쇠가 너무 많이 등장해 헷갈리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운송표 7-2의 원본은 두꺼운 철판에 끼워져 있었다. 운송인 서명 아래에는 우편함 관리인의 확인 칸이 있었고, 문서 인계 목적은 '임시 보류 서류 반송'이라고 적혀 있었다.
“반송이라고요?” 태오가 물었다.
세딘이 답했다.
“처음엔 우편함으로 들여보냈다가, 서류 일부를 다시 확인석으로 돌려보냈다는 뜻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수령증에 다렌 코르라고 적혀 있던 것과는 관계가 있습니까?”
“같은 날짜이고 문서군도 가까워요. 하지만 정확히 한 봉투인지는 식별 번호를 더 대조해야 합니다.”
태오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때로는 답을 늦게 찾는 일과 같았다.
***
한편 브라운 상회는 우편함 장치의 소유권 확인을 요청해 왔다. 보관소는 시설 자산과 역사적 문서의 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반출을 제한했다.
브라운이 소리 높여 항의하는 동안 발카스는 의외로 침묵했다.
“왜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태오가 물었다.
“내가 저자의 장사에 참견해야 하느냐.”
“집주인님은 늘 참견하셨잖습니까.”
드래곤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인간.”
“농담입니다.”
“농담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
“그 말씀은 제가 집주인님께 보증금을 청구할 때도 하셨습니다.”
발카스는 혀를 찼다. 그때 리네아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네 곁의 엘프는 왜 늘 웃는 것이냐?”
“제 편이라서요.”
리네아는 태오의 팔을 꼬집었다.
“사실 재미있어서요.”
태오가 작은 비명을 지르자 발카스는 눈을 감았다. 수천 년의 역사에서 이보다 품위 없는 분쟁은 없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
오후 조정실에서 엘레아 의장은 이번 분쟁의 범위를 세 개로 분리했다.
첫째, 우편함 물리적 장치의 소유권. 둘째, 당시 우편물에 접근할 수 있던 운영 권한. 셋째, 세입자 개별 위임 및 보증금 권리.
“앞의 두 가지를 확인해도 세 번째가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의장이 강조했다.
브라운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우리 상회도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초 채권 매입 제안에서 47-B 조회 표식을 함께 넘기라는 문구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브라운이 준비한 계약서 사본을 꺼냈다.
“회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열람 편의 조항이었습니다.”
“열람 편의가 끝나면 원복되나요?”
“세부조건을 협의하면 됩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협의 전에는 제 증표를 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청문에서는 작은 파문이 일었다. 누군가 '조회 표식'이라는 단어를 '채권 전부'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벨이 다시 확인했다.
“태오 씨는 채권 매입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155금화의 제안 가격도 당시 잔액 210금화에 대한 것이며 현재의 잔액 185금화에 대한 새 계약은 없습니다.”
마르셀은 그 내용을 기록했다. 태오는 마음이 놓였다. 숫자는 움직였지만 동의하지 않은 계약이 저절로 살아날 수는 없었다.
***
한창 청문이 이어지던 중 미라 시엔이 손을 들었다.
“개함 절차에 관해서는 한 가지 기억이 있습니다.”
엘레아 의장이 발언을 허락했다.
“당시 제4 확인석은 주소 정정 충돌이 생기면, 원 통지 문서를 아무나 열지 못하도록 입회자 기록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날 직접 제7 우편함에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 개함 기록에 있는 표식은 무엇을 뜻합니까?” 태오가 물었다.
“확인석에서 입회자를 파견했는지 여부를 보는 표시였을 수 있습니다. 우편함 담당자와 실제 입회자를 동일 인물로 취급하면 안 됩니다.”
마르셀은 그녀의 진술을 적었다. 세 개의 표식이 세 사람의 서명이라는 뜻인지, 세 종류의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뜻인지 먼저 나눠 봐야 했다.
토른이 자신의 수첩을 펼쳤다. 그 안에는 현장에서 확인한 자물쇠 구조가 간단히 그려져 있었다.
“물리적 열쇠 둘과 입회용 표식 하나로 봐야 할 수도 있겠군.”
“그래요.” 미라가 답했다. “실제 열쇠를 가진 사람은 운용 담당자와 외부 운송 책임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날의 구체적 교대 상황은 기록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는 새로운 칸을 만들었다.
[열쇠를 보관한 사람] [상자를 연 사람] [입회한 사람] [문서를 받은 사람]
그 네 칸을 채울 때까지 누구도 권리를 넘겨받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
청문이 잠시 중단되자 발카스의 대리인 바렌이 태오를 찾아왔다.
“우리도 제7 우편함 개함 기록을 따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집주인님이 시키셨습니까?”
“발카스 님은 오래된 처분 보류 회신을 내놓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계정 원금을 직접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저도 그 말을 원한 건 아닙니다. 계약상 반환 의무는 별개라는 뜻이죠.”
바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김태오 씨, 발카스 님이 돈이 없어서 버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본 건 실제 지급된 115금화와 아직 받지 못한 185금화뿐입니다.”
“드래곤에게 그런 대답을 하다니.”
“처음에는 겁이 났습니다.”
“지금은?”
“여전히 겁납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집을 못 구하는 것도 무섭거든요.”
바렌은 처음으로 태오를 진지하게 바라봤다. 그는 자기 주군이 가진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인간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버티는지 이해하기 시작한 듯했다.
“내일 소유권 확인이 끝나는 임대 수익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급 가능한 금액이 나오면 연락드리죠.”
“확정되기 전에는 장부에 쓰지 않겠습니다.”
바렌이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
그때 코르가 청문실 뒤쪽에서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내 이름으로 서류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의 말도 들어야 하지 않겠소.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을 보냈다고 먼저 정하지는 말아 주시오.”
엘레아 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요청을 기록하겠습니다. 신원과 대리권은 분리해서 판단하겠습니다.”
코르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그동안 대리 수령자만 찾아내면 모든 것이 끝날 거라 생각했던 일을 떠올렸다. 누가 서류를 옮겼는지 알아내는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사람이 누구의 허락을 받았는지, 정확히 무엇을 맡았는지, 나중에 어떤 의미로 기록되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했다.
그는 코르에게 작은 고개 인사를 보냈다. 코르도 말없이 받아 주었다.
리네아가 태오에게 속삭였다.
“오늘은 중요한 말을 하셨네요.”
“제가요?”
“아뇨. 코르 씨요.”
태오는 웃었다. 때로는 자기가 답해야 할 질문보다 당사자가 직접 말할 기회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다.
방청석의 노인들은 하나씩 일어났다.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옛 규칙을 아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돈이 돌아올 날짜요.”
태오는 그 말을 기록했다. 조사를 계속하는 동안에도 임대인에게 실질적인 지급 계획을 요구해야 했다. 기록을 찾는 일이 목적이 되어 보증금을 잊어서는 안 됐다.
그는 조정실에 요청했다. “원본 조사 일정과 별개로, 발카스 측의 지급 재원 검증 일정도 계속 잡아 주세요.”
엘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절차는 서로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무기한 멈추지 않도록 분리해서 다룰 필요가 있었다.
***
마르셀은 청문이 끝날 무렵 방청인들에게 확인된 사실을 정리해 주었다. 제7 우편함은 통지 보관을 목적으로 사용됐고, 당시 관리권과 현재 설비 소유권은 달랐다. 개함 당시 세 종류의 표식이 있었지만 실제 사람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것 아닌가요?” 한 방청인이 물었다.
“반대로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마르셀이 답했다.
태오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까지 누군가는 우편함 열쇠 셋이 금고를 열었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브라운이 왕국의 모든 채권을 소유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이제 그런 결론을 함부로 내릴 수는 없게 됐다.
리네아는 방청인석의 소피를 보았다. 소피는 안내서를 소중히 접어 가방에 넣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저희 길드 상담 창구로 오세요.”
“정말 도움을 받아도 될까요?”
“네. 다만 제가 대신 어떤 계약을 체결해 드리는 건 아니에요. 선택하실 수 있도록 도울게요.”
태오는 리네아가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실수한 일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청문 뒤에는 리네아의 길드 감독관이 방문했다. 중개인의 고지 의무에 관한 심사가 종결됐다는 소식이었다.
“자격 정지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감독관이 말했다. “다만 최초 매물 소개 당시 임대인의 고대 종족 지위를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경고가 남습니다. 일정 기간 기록 점검도 계속됩니다.”
리네아는 서면 결정을 받아 들었다.
“제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합니다.”
“앞으로 협의 사건을 맡을 때 고객과 연인 관계가 있는 경우 이해 충돌을 별도 신고해야 합니다.”
태오가 목을 가다듬었다.
“그건 제가 직접 말씀드려야 하는—”
리네아가 그의 팔을 가볍게 눌렀다.
“이미 신고했습니다.”
태오가 눈을 크게 떴다.
“언제요?”
“어제요.”
“저한테는 왜 말씀 안 하셨습니까?”
“당신은 제가 키스만 해도 계약 조건부터 물어보잖아요.”
감독관은 사무적인 얼굴로 문서에 체크 표시를 했다. 토른이 뒤에서 웃다가 기침으로 위장했다.
리네아는 서면 결정에 서명했다. 완전히 가벼운 결말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자신의 전문성과 잘못을 구분할 기회는 생겼다.
***
그날 태오는 리네아가 받은 길드 결정문의 내용을 그녀에게 다시 확인했다. 자격은 유지되지만 경고와 감독은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괜찮으세요?”
“완전히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리네아는 창밖으로 저녁빛이 번지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 태오 씨에게 집을 소개할 때, 집주인이 무슨 종족인지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분이 드래곤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계약에 불리한 정보라고 느끼지 못했죠.”
“그걸 먼저 알았으면 계약하지 않았을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선택할 기회는 있었겠죠.”
태오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지금은 제게 선택할 기회를 많이 주십니다.”
“어떤 선택이요?”
“오늘 저녁에 어디 갈지, 새 작업장을 어디로 할지, 무슨 서류를 같이 읽을지.”
리네아가 작게 웃었다.
“마지막은 좀 슬픈데요.”
태오는 그녀의 손등에 입 맞췄다.
“언젠가 서류 말고 다른 걸 함께 읽죠.”
“무엇을요?”
“여행 안내서 같은 거요.”
리네아는 그를 오래 바라봤다.
“그 약속, 기록해 둘까요?”
태오는 한숨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기억만 해도 됩니다.”
***
해 질 무렵 새로운 색인표가 발견됐다. 7-2 운송표에는 원래 연결된 문서가 한 점만 표시되어 있었는데, 후대 추가색인에는 두 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7-2가: 임시 보류 통지 서류 반송.]
[7-2나: 권리 정산 위임 관련 보완자료 추후 합철.]
태오는 차이를 읽어 냈다. 같은 운송번호 아래 나중에 자료가 추가된 것이다. 운송인이나 다렌 코르가 최초 인계 당시 그 추가자료까지 받았다는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누가 두 번째 자료를 붙였을까요?”
“그게 다음 조사 대상이죠.” 마르셀이 말했다.
태오는 창문을 바라봤다. 어둠 속으로 집집마다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자신처럼 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집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허락 없이 권리를 옮긴 게 아니라면 이 모든 혼란을 설명할 길이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허락이 있었다면 그 허락을 받은 사람의 원본 서명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수첩을 펼쳤다.
[열쇠는 세 개. 권리는 세 종류. 동의서는 아직 한 장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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