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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72화
PAYLUA ORIGINAL · 제72화

72화. 손목의 흉터는 도장이 아니다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015자

오프라인 책장
남문 자선치료소는 문을 열기 전에 줄이 생겼다. 김태오는 한쪽으로 비켜 서 있었다. 치료받으러 온 사람들이 먼저였다. 자신은 일곱 해 전 기록을 찾으러 왔을 뿐이었다. “원장님이 곧 나오신대요.” 리네아가 말했다. “일곱 해 전 기록도 남아 있을까요?” “남아 있다고 약속하진 않으셨어요.” “기대는 안 합니다. 기대했다가 서류가 없으면 더 화가 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아침부터 네 번째로 입구를 확인하시네요.” 태오는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틀린 적은 드물었다. 특히 그의 조급함을 지적할 때는 더 그랬다. 자선치료소를 운영하는 노의사 하멜은 팔꿈치까지 소매를 걷은 채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물에 젖은 약초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누구의 기록을 찾는다고?” “다렌 코르라는 사람입니다. 당시 부상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본인 허락은?” 태오는 준비한 동의서를 내밀었다. 코르는 진료내용 전체가 아닌 날짜, 이름 대조, 손목 치료 여부의 최소 확인에만 동의했다. “여기까지 맞췄다면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겠군.” 하멜이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을 먼저 봐야 하네.” 그 말은 협상이 아니었다. 태오는 의자 끝에 앉아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이 한 소녀가 아픈 발을 들어 올려 보이자 토른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이건 신발 바닥이 비틀린 탓이군.” 하멜이 그를 노려봤다. “여긴 병원이지 신발 가게가 아닙니다.” “난 뼈가 아니라 신발만 보고 말한 거요.” 태오는 두 사람이 한참 다투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드워프에게 세상의 모든 문제는 어딘가 나사가 풀린 상태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 정오가 지나 하멜은 창고에서 얇은 장부 하나를 가져왔다. 표지에는 날짜와 자선 배급 목록이 섞여 있었다. 당시는 환자가 많아 상세 진료기록을 남기지 못한 날도 있었다. “우선 여기. 다렌 코르라고 적혀 있어.” 태오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기록에는 오른손 열상과 화상, 손목 고정 조치가 적혀 있었다. 코르의 현재 상처와 모순되지는 않았다. “언제입니까?” 하멜이 날짜를 가리켰다. 바로 수령증이 작성됐다는 날을 포함해 사흘 동안 치료소에 머물렀다는 표시였다. 리네아가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태오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코르가 직접 제7 우편함으로 가 서류를 받기는 어려웠을 수 있었다. 하멜이 먼저 손을 들었다. “잘 들어. 오래된 기록이라 환자 이름이 겹칠 수도 있네. 치료소에 들렀다는 표시만으로 밤낮 움직이지 않았다고 확정할 수도 없고. 그리고 이 사람이 지금 그 사람과 같은지는 내 권한 밖이야.” 태오는 고개를 숙였다. “그 부분은 구분하겠습니다.” 그는 사본을 요구하지 않고 공적 대조 절차에서 확인된 사항만 요약 기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멜은 동의서 범위와 검사자의 이름을 다시 확인한 뒤, 날짜가 겹친다는 사실만 적어 주었다. “치료소 기록에는 '문서 수령 불가'라는 문장이 없군요.” 리네아가 작게 말했다. “그런 걸 적는 치료소라면 무서울 겁니다.” “그럼 일단 직접 수령의 가능성을 따져 봐야겠네요.” “그렇죠. 가능성을 지우지 말고, 사실을 좁혀야 합니다.” *** 하멜은 진료소 뒤편 작은 밭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약초를 키우는 곳이었다. 일곱 해 전에는 창고가 부족해 물품과 문서가 잠깐 그곳의 지하 저장실로 옮겨졌다고 했다. “그때도 이렇게 장부가 많았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환자가 많을수록 장부가 많아졌지. 자선치료소는 돈을 받지 않지만 약재를 어디에 썼는지는 확인해야 하니까.” 하멜은 오래된 출납표를 보여 줬다. 환자 개인 내용은 가려져 있었고 약품 배급 총액만 보였다. 태오는 자신의 보증금을 맡겼던 처음을 떠올렸다.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말만 믿었는데,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려면 얼마나 많은 기록이 필요했을까. “종이를 지키는 일이 사람을 지키는 일이 될 수도 있네요.” “물론이지.” 의사가 답했다. “다만 사람보다 종이를 먼저 지키면 안 되네.” 그 말이 태오의 가슴에 남았다. 코르는 진료기록을 통해 자기 이름을 증명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상처 자체는 조사거리로 소비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태오는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오래된 의무기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받아 가면 충분했다. 그 이상의 궁금증은 그의 권리가 아니었다. *** 치료소의 옛 장부를 보던 중 하멜은 한쪽 모서리가 잘린 종이를 발견했다. “이건 이상하군.” 태오가 몸을 기울였다. “무슨 문제입니까?” “환자의 방문 여부와 별도로 약재 지급량을 적은 부속표가 있는데, 하나가 없네. 오래된 장부라 다른 창고로 옮겼을 수 있지.” 하멜은 종이를 들어 올렸다. 빈 부분을 누가 일부러 잘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두꺼운 장부를 제본하다가 손상됐을 수도 있었다. “혹시 누가 가져갔다는 뜻입니까?” “그건 모른다네. 우리 치료소에선 천장에서 물이 샌 적도 있었어.”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에 젖은 흔적 하나로 누군가의 범행을 주장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었다. 하멜이 조용히 덧붙였다. “그날 코르라는 이름의 환자가 누군가에게 편지 한 통을 맡겼다는 말이 있었네. 내가 직접 본 건 아니고, 옛 간호인이 장부에 메모한 것 같아.” “그런 기록이 있습니까?” “환자 개인 기록일 수 있으니 본인 허락 범위 안에서만 보겠네.” 태오는 코르에게 바로 동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 메모했다. 코르가 그날 손을 다쳤다고 해서 아무에게도 일을 부탁할 수 없었다고 말할 이유는 없었다. 치료소를 나서는 길에 리네아가 말했다. “손을 다쳤어도 누군가에게 종이를 맡길 수 있었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지금 중요한 건 부탁받은 사람이 누구였는지가 아니라, 정말 어떤 부탁을 받았는지예요.” “그리고 그 부탁이 돈에 대한 위임이었는지, 단순한 서류 인계였는지도요.” 태오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제 생각을 다 알아채시네요.” “매일 듣고 있으니까요.” *** 그날 한낮에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치료소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가 태오에게 다가와 낡은 수령증의 내용을 물은 것이다. “다렌 코르가 문서를 받지 못했다는 증거가 나왔다면서요?” “그렇게 단정한 적 없습니다.” “그럼 대신 받은 사람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까?” “확인 중입니다.” “누가 대신 받았을까요? 드래곤의 하수인입니까?”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추측을 기사로 쓰시면 당사자에게 피해가 갑니다.” 기자는 아쉬운 얼굴로 수첩을 덮었다. “그렇다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가 없는데요.”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범죄자와 연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기자가 떠난 뒤 토른은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신문은 늘 이야기의 끝부터 쓰려는군.” “사람들은 결과가 궁금하니까요.” “너도 궁금하잖아.” “네. 그래도 나중에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잖습니까.” 토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면을 잘못 보고 기초를 놓으면 나중에 지붕을 다시 뜯어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태오의 신중함은 드워프식 계산법과 다르지 않았다. *** 그날 오후 다렌 베스가 장부를 보러 왔다. 그는 코르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몇 주째 불필요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당시 서류 담당이었다는 사실도 또 확인해야 합니까?” “이번엔 사람을 혼동하지 않기 위한 확인입니다.” 태오가 대답했다. 베스는 수령증의 필체를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건 코르의 글씨인지 모르겠소. 하지만 칸 구분선을 긋는 방식은 당시 인계창구에서 쓰던 거요.” “담당 직원의 글씨입니까?” “그건 몰라요. 바뀌는 직원마다 연습했으니. 서명 칸을 너무 좁게 만들었다고 불평하던 건 기억나지.” 베스의 말은 수령증 옆 사선 획의 중요성을 오히려 낮췄다. 기록에 남은 선이 개인 서명인지 창구 표식인지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오가 머리를 긁적였다. “사람을 찾으려고 손글씨를 봤더니 서식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군요.” “사람들은 회계 장부를 숫자만 쓰는 종이라고 생각하지.” 베스가 말했다. “실제론 숫자 옆에 붙는 단어 하나 때문에 돈이 엉뚱한 데로 가기도 해.” 그 말에 태오는 반문할 수 없었다. '통지 인계'와 '금전 지급'. 그 두 단어의 차이를 찾느라 몇 달을 보낸 사람이 바로 자기였다. *** 저녁 무렵 코르는 짧은 회신을 보냈다. 환자 진료기록 외에 당시 누가 자신의 일을 대신 처리했는지 조사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를 일반인 앞에서 전시하거나, 기록을 언론에 공개하는 일은 원하지 않았다. 태오는 대답을 썼다. [동의하신 범위 내에서만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의 일치 여부가 귀하의 권리 포기 또는 관리권 승인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잠시 뒤 코르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내 이름이 잘못 쓰였다면 바로잡고 싶소.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돈까지 내 이름으로 묶이는 건 원하지 않소.] 태오는 그 문장 앞에서 오래 멈췄다. 진실을 찾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는 작은 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신원 확인] [문서 인계] [권리 위임] [실제 지급] 지금까지 섞여 있던 네 개의 질문을 분리해 두자, 갈 길은 멀어도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 저녁에는 발카스가 사람의 모습으로 태오의 작업장에 찾아왔다. 낯익은 검은 코트, 금빛 장갑, 뿔을 감추지 못한 희미한 그림자까지 그대로였다. “인간.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며.” “오늘은 드래곤에게 병원 기록을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런 사소한 일이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지.” “그래도 누군가는 왔네요.” 발카스의 눈썹이 움직였다. 태오가 벽에 걸어 둔 새 작업장 후보 도면을 본 것이다. “이사를 가려는 건가?” “돈을 돌려받으면요.” “네게 돌려줘야 할 금액은 알고 있다.” “얼마죠?” “백팔십오.” 태오는 조금 놀랐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드래곤이 계약서를 펴 보려 하지 않았는데, 이제 잔액을 정확하게 말한다. “오늘은 왜 오셨습니까?” 발카스는 오래된 문서 봉투를 꺼냈다. 봉투를 뜯지는 않았다. “일곱 해 전 왕실이 내게 보낸 처분 권한 회신을 찾았다.” 리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본입니까?” “원본 봉인이다. 내가 받아 둔 채 열지 않은 부분이 있지.” “그동안 왜 안 보여 주셨어요?” 태오가 물었다. 발카스는 태오를 똑바로 보았다. “너희가 읽으면 나도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으니까.” 그 말은 허세처럼 들리지 않았다. 태오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러나 발카스는 봉투를 넘겨주지 않았다. 공동 입회와 보존 기록을 갖춘 뒤 공개하겠다며 날인을 요청했다. 태오는 원본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인계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그놈의 종이!” “종이가 무서우시면 불로 태우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네가 바로 증거 인멸이라고 하겠지.” “이제 서로를 잘 아시네요.” 발카스가 콧김을 뿜었다. 리네아는 돌아서서 웃음을 감췄다. *** 밤에 리네아는 하멜의 증명과 수령증 사본을 나란히 놓았다. “직접 받았다고 하기엔 의심스럽고, 안 받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네요.” “그래서 그 당시 누가 대리로 움직일 수 있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제7 우편함 담당자의 근무표요?” “그것부터.” 리네아는 창문을 닫았다. 밖에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그런데 태오 씨.” “네?” “드래곤이 그렇게 무서운 말을 했는데도 하나도 안 떠는 건가요?” “떨렸습니다.” “언제요?” “백팔십오 금화를 정확히 말했을 때요.” 리네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결국 웃었다. 태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떤 비밀을 확인하든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같았다. 코르의 신원을 존중하며 대조하고,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을 돈을 받았다는 증거로 바꾸지 않으며, 집주인에게 남은 돈을 청구하는 것. 다음 날 아침 마르셀이 보낸 새 통지가 도착했다. [제7 임시 보관 우편함의 당직 교대표 발견. 수령증 작성 당일, 창구 담당자와 문서 전달자의 소속이 서로 다름.] 태오는 읽고 다시 읽었다. 한 사람의 이름만 좇으면 놓치게 되는 틈이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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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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