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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7화
PAYLUA ORIGINAL · 제7화

7화. 전세금 대신 용의 비늘을 받으시겠습니까

드래곤이 우리 집 전세금을 안 돌려준다 · 6,235자

오프라인 책장
브라운 금고상회는 골목 안쪽의 작은 건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환전소였다. 창문에는 환율표가 붙어 있었고, 문 옆에는 녹슨 저울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접수대 뒤에 걸린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재산에는 형태가 있고, 가치에는 주인이 없다.] 김태오는 문장을 읽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뜻인지 아세요?” 리네아가 고개를 저었다. “상인이 멋있어 보이려고 쓴 말 아닐까요?” 아마 그럴 것이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상회 주인 브라운은 턱수염을 예쁘게 다듬은 중년 남자였다. 금화 모양의 반지를 세 개나 끼고 있었고, 말할 때마다 손가락이 반짝였다. “보증금 선지급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태오가 계약서를 내밀자 브라운의 미소가 조금 달라졌다. “발카스 님 물건이군요.” “잘 아십니까?” “그분의 자산은 누구나 알지요.” “그럼 지급도 빨리 되겠네요.” “물론입니다. 심사는 까다롭지 않습니다.” 태오는 속으로 안도했다. 돌아갈 길이 생겼다면 굳이 드래곤과 오래 싸울 필요가 없었다. 보증금을 먼저 받고 남은 채권은 전문 상인에게 넘기면 된다.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수수료는 얼마입니까?” 브라운이 손가락을 폈다. “선지급액의 사십 퍼센트입니다.” “네?” “발카스 님의 채권은 회수가 어렵습니다. 저희가 위험을 떠안으니 그 정도는…….” 태오는 곧바로 계약서를 접었다. “그럼 안 하겠습니다.” “잠깐만요. 아주 좋은 조건이에요.” “금화 삼백 닢 중 백스무 닢을 주겠다는 거잖아요.” “아닙니다. 백팔십 닢을 드립니다. 수수료가 백스무 닢이지요.” “알아요. 그래서 안 하겠다는 겁니다.” 브라운의 미소가 굳었다. “드래곤에게 직접 받으실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위험합니다.” “제 돈 중 거의 절반을 포기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브라운은 한동안 태오를 살폈다. 그런 다음 조금 다른 표정을 지었다. “혹시 대체 증표는 받으셨습니까?” 태오의 귀가 번쩍 뜨였다. “검은 비늘이요?” “아, 받으셨군요.” “그걸 아십니까?” “그야 이 일의 기본이니까요. 번호가 있지 않습니까?” “47-B요.” 브라운의 반지가 잠깐 흔들렸다. “……47?” 그는 곧장 목소리를 낮췄다. “실례지만 그 물건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태오는 비늘을 꺼내지 않았다. “먼저 설명해 주세요. 뭘 의미합니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금고의 입고 번호 같은 겁니다.” “어느 금고요?” 브라운은 웃으려 했다. 하지만 입꼬리가 어색하게 올라갔다. “저희도 세부 내역까지는…….” 태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여기까지 하죠.” “잠깐만!” 브라운이 손을 뻗었다. “47번 증표라면 다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태오는 천천히 돌아봤다. “얼마요?” “금화 이백오십 닢.” 리네아가 숨을 들이켰다. “방금 사십 퍼센트 수수료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특별한 담보니까요.” “왜 특별하죠?” 브라운은 더는 웃지 않았다. “태오 씨, 모르는 편이 편한 일이 있습니다.” 태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을 굳혔다. 정직한 거래라면 거래 상대에게 모르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저는 다 알고 결정하겠습니다.” 브라운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럼 상담은 여기까지군요.” 태오는 리네아와 함께 상회를 나왔다. *** 거리로 나오자 리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상하죠?” “많이요.” “47이라는 번호를 듣기 전과 후에 가격이 바뀌었어요.” “그렇죠.” “아까 계약했으면 백팔십 닢만 받았을 텐데.”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십 퍼센트 수수료를 먼저 부른 건 모르는 사람을 골라내려던 걸 수도 있겠네요.” “왜요?” “가치를 아는 사람은 안 팔 테니까요.” 그는 가방 안의 비늘을 만져 봤다. 매끈하고 차가웠다. 드래곤의 신체 일부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한 물건이었다. “정말 비싸면 왜 발카스는 이걸 그냥 줬을까요?” 리네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분이 가치 없는 물건을 주실 분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분 기준의 가치와 인간 기준의 가치는 달라요.”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태오가 쓴웃음을 지었다. “금화 삼백을 하찮다고 했거든요.” 두 사람은 토른의 작업장으로 향했다. 드워프는 커다란 톱날을 갈고 있었다. 설명을 듣자 그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상회가 비늘을 사겠다고?” “네.” “얼마에?” “이백오십 닢이요.” 토른은 톱날을 내려놓았다. “미친놈들.” “그렇게 비쌉니까?” “비늘 자체는 그 값 못 해. 하지만 번호가 붙은 비늘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무슨 번호인데요?” “예전 공동 보관소를 아냐?” “집 아래서 그 인장을 찾았습니다.” 토른이 팔짱을 꼈다. “한때 파벨의 주택조합은 여러 사람의 보증금을 한곳에 모아 보관했어. 개인 집주인이 달아나도 세입자는 보호받을 수 있도록.” 태오는 눈을 크게 떴다. “좋은 제도네요.” “제도 자체는 그랬지.” “그런데 왜 없어졌습니까?” 토른의 수염이 흔들렸다.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됐으니까.” “횡령이요?” “누군가는 그렇게 불렀고, 누군가는 전쟁 기금으로 썼다고 했어.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 태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보관소가 지금 발카스 소유라는 겁니까?” “적어도 네 집 아래 있는 건 그렇겠지.” 토른은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네가 받은 비늘이야. 47번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어.” “그래서 브라운이 사려고 했군요.” “그럴 수 있지.” 태오는 자기도 모르게 가방끈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 토른의 작업장을 나오는 길에 태오는 잠깐 멈췄다. 길 건너에는 어린아이를 안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토른의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태오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 있으세요?” 태오가 물었다. 여자는 잠시 망설였다. “혹시 당신이 드래곤한테 돈 받으러 갔다 왔다는 사람인가요?” “그런데요.” “정말 살아 돌아왔어요?” 태오는 자기 몸을 내려다봤다. “일단 지금까지는요.” 여자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품에 안은 아이를 조금 더 꼭 끌어안았다. “저도 예전에 그 집에 살았거든요. 동문 끝의 작은 집이요.” “보증금 문제가 있습니까?”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이 다른 도시로 일하러 떠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아서 아이랑 가게 창고에서 지내고 있어요.” 태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약서가 남아 있습니까?” “있어요. 그런데 아무도 읽어 주질 않아서…….” 그녀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종이를 꺼냈다. 가장자리가 젖어 있었다. 태오는 당장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남의 계약 내용을 펼쳐 보는 건 조심스러웠다. 대신 가까운 찻집으로 안내했다. “따뜻한 곳에서 이야기하시죠.” 여자는 차를 주문할 돈이 없다며 망설였다. 태오는 차 두 잔과 따뜻한 우유 한 컵을 시켰다. “아이부터 먹이세요.” 아이가 우유를 받아 들고 작은 입으로 후후 불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말을 잊었다. 그가 보증금을 받지 못해 놓친 건 새로운 가게였다. 이 여자는 잘 곳이었다. 같은 금액의 문제가 사람에게 전혀 다른 무게로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여자의 이름은 소피였다. 금화 백 닢을 맡기고 살다가 삼 년 전에 퇴거했다고 했다. 하지만 발카스 측은 집의 벽지 손상을 이유로 정산을 미뤘다. 벽지 수리비는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사진 같은 기록이 있습니까?” “그땐 그런 걸 남기지 않았어요.” 태오는 계약서의 부록을 살폈다. 벽지 관련 조항은 있었다. 하지만 고의나 과실로 생긴 손상만 세입자 부담이었고, 수리비는 실제 지출 내역으로 증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정산 근거가 없으면 전액을 떼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자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인가요?” “적어도 이 계약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등록소에서 확인받아야 합니다.” 그는 신청서 작성 방법을 알려주었다. 소피는 떨리는 손으로 이름을 썼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태오는 조금도 가볍게 말할 수 없었다. “확답은 못 합니다. 그래도 근거 없이 포기하지는 마세요.” 소피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말만 들어도 고맙네요.” 태오는 그녀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밤이면 찬 바닥에서 자야 할 아이를 생각하자 마음이 답답해졌다. 집주인의 부는 그들을 지켜 주지 못했다. 계약서의 종이 한 장이 적어도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 태오는 그날 저녁 리네아와 오래된 계약서 분류 방법을 논의했다. 모든 사람의 사정을 한 장의 숫자로 합쳐 버리면 곤란했다. 일부는 벽지 수리비 분쟁이었고, 일부는 보증금 지급 시기 문제였다. 어떤 계약은 본인 외에 공동 임차인의 서명이 필요했다. “한꺼번에 뭉치면 빨리 해결되는 거 아닙니까?” 리네아가 물었다. “빨리 해결되는 것과 올바르게 해결되는 건 다를 수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죠?” “공통 문제는 같이 제기하되, 지급 금액은 계약별로 확인하는 거죠.” 리네아는 수첩을 펼쳤다. 태오는 먼저 각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칸을 만들었다. 상대가 드래곤이든 아니든 개인의 계약 정보를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서는 안 됐다. 그는 한국에서 물류 계약을 처리할 때도 그런 원칙을 지켰다. 서류에 찍힌 숫자는 누군가의 돈이었고, 주소는 누군가의 생활이었다. “태오 씨는 왜 이렇게까지 해요?” 리네아가 물었다. “제가 당했으니까요.” “그것뿐이에요?” 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랬어요. 금화 삼백만 받으면 끝내려고 했죠.” “지금은요?” “다른 사람도 자기 돈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야죠.” 리네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서류를 접을 무렵, 창밖에서는 누군가 야시장의 종을 울리고 있었다. 작은 도시의 밤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누군가는 집을 구하고, 누군가는 이사하고, 또 누군가는 월세를 깎아 달라고 흥정하고 있을 것이다. 태오는 손목을 주무르며 창밖을 봤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낯선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 이제는 어쩌다 동네 보증금 문제를 정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러다 부동산 사무실을 차리는 거 아닙니까?” 그가 농담하자 리네아가 웃었다. “그럼 중개 업무는 제가 맡죠.” “수수료는 얼마인데요?” “태오 씨만 특별 할인.” “그 말은 조금 못 믿겠는데요.” 이번에는 리네아도 크게 웃었다. 그 웃음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조금 가셨다. 하지만 태오는 알고 있었다. 내일이면 또 서류가 쌓이고, 누군가는 그의 집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시작한 일이라면 끝을 보고 싶었다. *** 그날 밤, 파벨에 작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검은 산맥 세입자가 드래곤에게 돈을 요구하고도 살아 돌아왔다.’ ‘등기 등록소에 정식 분쟁을 접수했다더라.’ ‘금고상회가 그 사람에게 거금을 제시했대.’ 소문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어떤 사람은 태오가 발카스의 뿔을 꺾었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드래곤이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제가요?” 태오는 빵집에서 소문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헤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 “그럼 이제 제가 드래곤을 길들였다는 말도 나오겠네요.” “벌써 나왔어.” 태오는 이마를 짚었다. 하지만 소문이 완전히 나쁜 건 아니었다. 그날 저녁 집 앞에 낯선 사람들이 모였다. 그중에는 어깨에 작은 아이를 업은 여자도 있었다. “김태오 씨 맞습니까?” “네.” “저도 발카스의 집에 살았습니다.” “언제요?” “삼 년 전까지요.” 여자는 낡은 계약서를 꺼냈다. 은빛 인장이 남아 있었다. “보증금 금화 백 닢을 아직 못 받았어요.” 태오는 종이를 받지 않고 그녀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우선 앉으세요. 아이도 피곤해 보이네요.”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한 명이 아니었다. 뒤이어 다른 세입자 둘이 더 찾아왔다. 태오는 그날 밤 처음으로 자신이 하려는 일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실감했다. 한 사람의 전세금 문제였는데, 어느새 동네 전체의 일이 되고 있었다. 모든 계약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누군가는 가게를 열지 못했고, 누군가는 치료비를 빌렸다. 누군가는 아직도 약속 날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오는 노트 맨 위에 제목을 적었다. [발카스 임대주택 보증금 반환 현황.] 그리고 첫 번째 줄에 자기 이름을 썼다. 나머지 줄은 그날 밤 내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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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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